나이지리아 ‘구멍난 수비’ 뚫고 16강

입력 2010.06.23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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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가 나이지리아를 제물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뤘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더반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겼지만 1승1무1패,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 대회에서 16강 진출 여부가 갈릴 마지막 한 판의 상대가 아프리카 전통의 강호 나이지리아라는 점이 걸리긴 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에는 허술한 수비 조직력이라는 약한 고리가 있어 태극전사들은 절대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이지리아는 올 초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끝나고 나서 샤이부 아모두 감독을 경질하고 지난 2월 라르스 라예르베크(스웨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하지만 라예르베크 감독은 선수들을 파악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남아공 월드컵 최종엔트리를 정해야 했고, 대회가 임박해 몇 차례 평가전을 치른 것이 사실상 월드컵 본선 준비의 전부였다.

대부분 유럽 리그에서 뛰는 나이지리아 공격수들은 개인기와 스피드, 체격 조건 등에서 위협적이다.

지난 6일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을 치른 북한 축구대표팀 공격수 정대세(가와사키)가 "야성의 동물 같다"며 경계를 당부했을 정도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수비수들은 발이 느린데다, 제대로 호흡을 맞춘 시간까지 적어 수비 조직력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다. 이번 대회에서도 아르헨티나(0-1 패), 그리스(1-2 패) 등에 잇달아 패할 때도 빈센트 에니에아마(하포엘 텔아비브)라는 걸출한 골키퍼 덕에 그나마 실점을 줄일 수 있었다.

이날도 한국은 나이지리아의 화려한 공격에 몇 차례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전반 12분 칼루 우체(알메리아)에게 선제골도 내줬고, 36분 우체의 중거리슛이 골대를 맞고 나와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 우체의 슈팅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 두 골 차로 끌려갔더라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허술한 수비는 한국이 충분히 공략할 만했다.

나이지리아는 설상가상으로 그리스와 2차전에서 주전 왼쪽 풀백 타예 타이워(마르세유)에 이어 백업 우와 에체에질레(스타드 렌)가 모두 부상을 당했다. 결국 이날 한국과 격돌에는 어쩔 수 없이 중앙 수비 요원인 라비우 아폴라비(잘츠부르크)를 왼쪽 풀백으로 내세웠다.

한국은 빠른 패스로 나이지리아의 뒷공간을 파고들며 수비진을 크게 흔들었다.

그리고 이날 한국이 넣은 두 골은 모두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전반 38분 이정수의 동점골은 기성용의 프리킥에서, 그리고 후반 4분 박주영의 골은 직접 프리킥에서 나왔다. 기성용의 프리킥 때 나이지리아 수비수들은 뒷공간을 파고든 이정수를 놓쳤다.

나이지리아 흐트러진 수비 집중력과 조직력은 결국 한국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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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지리아 ‘구멍난 수비’ 뚫고 16강
    • 입력 2010-06-23 05:49:27
    연합뉴스
한국축구가 나이지리아를 제물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뤘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더반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겼지만 1승1무1패,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 대회에서 16강 진출 여부가 갈릴 마지막 한 판의 상대가 아프리카 전통의 강호 나이지리아라는 점이 걸리긴 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에는 허술한 수비 조직력이라는 약한 고리가 있어 태극전사들은 절대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이지리아는 올 초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끝나고 나서 샤이부 아모두 감독을 경질하고 지난 2월 라르스 라예르베크(스웨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하지만 라예르베크 감독은 선수들을 파악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남아공 월드컵 최종엔트리를 정해야 했고, 대회가 임박해 몇 차례 평가전을 치른 것이 사실상 월드컵 본선 준비의 전부였다. 대부분 유럽 리그에서 뛰는 나이지리아 공격수들은 개인기와 스피드, 체격 조건 등에서 위협적이다. 지난 6일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을 치른 북한 축구대표팀 공격수 정대세(가와사키)가 "야성의 동물 같다"며 경계를 당부했을 정도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수비수들은 발이 느린데다, 제대로 호흡을 맞춘 시간까지 적어 수비 조직력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다. 이번 대회에서도 아르헨티나(0-1 패), 그리스(1-2 패) 등에 잇달아 패할 때도 빈센트 에니에아마(하포엘 텔아비브)라는 걸출한 골키퍼 덕에 그나마 실점을 줄일 수 있었다. 이날도 한국은 나이지리아의 화려한 공격에 몇 차례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전반 12분 칼루 우체(알메리아)에게 선제골도 내줬고, 36분 우체의 중거리슛이 골대를 맞고 나와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 우체의 슈팅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 두 골 차로 끌려갔더라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허술한 수비는 한국이 충분히 공략할 만했다. 나이지리아는 설상가상으로 그리스와 2차전에서 주전 왼쪽 풀백 타예 타이워(마르세유)에 이어 백업 우와 에체에질레(스타드 렌)가 모두 부상을 당했다. 결국 이날 한국과 격돌에는 어쩔 수 없이 중앙 수비 요원인 라비우 아폴라비(잘츠부르크)를 왼쪽 풀백으로 내세웠다. 한국은 빠른 패스로 나이지리아의 뒷공간을 파고들며 수비진을 크게 흔들었다. 그리고 이날 한국이 넣은 두 골은 모두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전반 38분 이정수의 동점골은 기성용의 프리킥에서, 그리고 후반 4분 박주영의 골은 직접 프리킥에서 나왔다. 기성용의 프리킥 때 나이지리아 수비수들은 뒷공간을 파고든 이정수를 놓쳤다. 나이지리아 흐트러진 수비 집중력과 조직력은 결국 한국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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