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독일, 적으로 만난 보아텡 형제

입력 2010.06.2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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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한국 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가나와 독일의 16강 진출 여부를 결정지을 D조 조별리그 3차전은 다른 국기를 달고 맞서는 `형제 대결'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엇갈린 운명의 주인공들은 가나의 중앙 미드필더 케빈 프린스 보아텡(23.포츠머스)과 동생인 독일 수비수 제롬 보아텡(21.맨체스터 시티).

가나 대표팀 주축인 케빈 프린스는 선발 출전이 확실시되지만 21세의 신예인 제롬은 벤치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만일 제롬이 교체 투입된다면 월드컵 본선 사상 처음으로 다른 국가에 속한 형제가 한 경기에서 맞붙게 된다.

이들은 가나 출신 독일 이민자 아버지를 둔 배다른 형제다. 삼촌은 가나 국가대표 축구선수였고 케빈 프린스의 외할아버지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베른의 기적'으로 서독에 첫 우승컵을 안긴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헬무트 란이다.

축구 명가의 피를 이어받은 이들 형제는 자연히 어려서부터 함께 축구 인생을 함께 걸어왔다.

헤르타 베를린 유소년팀에 차례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웠으며 16세 이하 팀부터 꾸준히 독일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점도 형제가 판박이다.

특히 케빈 프린스는 독일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승승장구했다. 2005년 유럽축구연맹(UEFA) 19세 이하(U-19) 선수권대회 그리스전에서는 센터서클 안에서 날린 대포알 슛을 성공시키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청소년 대표로 이름을 날리던 케빈은 독일의 차세대 주자로 확고하게 자리 잡는 듯했다. 2006년에는 독일 월드컵에서 가나 대표로 뛰어달라는 부탁도 거절했다.

하지만 2007년 21세 이하 대표로 툴롱 국제대회에 참가했다가 동료 선수와 마찰로 감독으로부터 `다시는 케빈 프린스를 대표로 뽑지 않겠다'는 말까지 듣는 등 미운털이 박히자 대신 가나 대표팀 문을 두드렸다.

지난해 UEFA 21세 이하 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끈 동생 제롬이 요아힘 뢰브 감독의 부름을 받으며 다른 길로 들어선 형제는 지난 5월 잉글랜드 FA컵 결승에서 케빈 프린스가 미하엘 발라크(24.첼시)를 다치게 한 사건으로 급격히 사이가 나빠졌다.

케빈의 강한 태클로 오른쪽 발목을 다친 발라크가 남아공 월드컵 직전 대표팀에서 하차한 것. 이 일로 케빈 프린스는 독일의 `공공의 적'이 됐고 동생 제롬도 `그 태클은 레드카드 감이었다'고 말하는 등 원망을 드러냈다.

독일 여론의 질타를 받던 케빈은 동생의 반응에 "그 반칙으로 내가 퇴장당했어야 했다는 동생의 말에 사이가 틀어졌다. 같은 상황을 놓고 보는 시각이 서로 다르다. 동생에게는 각자의 길을 가자고 말했다"고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사건 이후 이들 형제는 지금까지 따로 연락조차 주고받지 않고 있다. 제롬은 지난 21일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계속 형제로 남을 것이다. 형의 선전을 빈다"면서도 "지금으로서는 더이상 서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케빈과 독일 대표팀의 악연으로 3차전에서 적지 않은 신경전이 예상되자 양팀 감독과 관계자들까지 나서 지나친 관심을 경계했다. 두 팀 모두 최종전에 16강 진출이 달린 만큼 감정 싸움에 신경을 흩뜨리지 않겠다는 의도다.

가나 대표팀 밀로반 라예바츠 감독은 "케빈을 포함해 우리 팀 모두가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만 생각할 것이다. 케빈이 가정사와 관련해 문제가 될 것은 없으며 설령 문제가 있더라도 프로답게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올리버 비어호프 독일 대표팀 단장도 "우리는 케빈 프린스 보아텡이 아니라 가나를 상대로 싸운다. 독일 선수들은 공정한 경기 태도로 케빈을 상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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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나-독일, 적으로 만난 보아텡 형제
    • 입력 2010-06-23 14:51:44
    연합뉴스
오는 24일(한국 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가나와 독일의 16강 진출 여부를 결정지을 D조 조별리그 3차전은 다른 국기를 달고 맞서는 `형제 대결'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엇갈린 운명의 주인공들은 가나의 중앙 미드필더 케빈 프린스 보아텡(23.포츠머스)과 동생인 독일 수비수 제롬 보아텡(21.맨체스터 시티). 가나 대표팀 주축인 케빈 프린스는 선발 출전이 확실시되지만 21세의 신예인 제롬은 벤치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만일 제롬이 교체 투입된다면 월드컵 본선 사상 처음으로 다른 국가에 속한 형제가 한 경기에서 맞붙게 된다. 이들은 가나 출신 독일 이민자 아버지를 둔 배다른 형제다. 삼촌은 가나 국가대표 축구선수였고 케빈 프린스의 외할아버지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베른의 기적'으로 서독에 첫 우승컵을 안긴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헬무트 란이다. 축구 명가의 피를 이어받은 이들 형제는 자연히 어려서부터 함께 축구 인생을 함께 걸어왔다. 헤르타 베를린 유소년팀에 차례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웠으며 16세 이하 팀부터 꾸준히 독일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점도 형제가 판박이다. 특히 케빈 프린스는 독일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승승장구했다. 2005년 유럽축구연맹(UEFA) 19세 이하(U-19) 선수권대회 그리스전에서는 센터서클 안에서 날린 대포알 슛을 성공시키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청소년 대표로 이름을 날리던 케빈은 독일의 차세대 주자로 확고하게 자리 잡는 듯했다. 2006년에는 독일 월드컵에서 가나 대표로 뛰어달라는 부탁도 거절했다. 하지만 2007년 21세 이하 대표로 툴롱 국제대회에 참가했다가 동료 선수와 마찰로 감독으로부터 `다시는 케빈 프린스를 대표로 뽑지 않겠다'는 말까지 듣는 등 미운털이 박히자 대신 가나 대표팀 문을 두드렸다. 지난해 UEFA 21세 이하 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끈 동생 제롬이 요아힘 뢰브 감독의 부름을 받으며 다른 길로 들어선 형제는 지난 5월 잉글랜드 FA컵 결승에서 케빈 프린스가 미하엘 발라크(24.첼시)를 다치게 한 사건으로 급격히 사이가 나빠졌다. 케빈의 강한 태클로 오른쪽 발목을 다친 발라크가 남아공 월드컵 직전 대표팀에서 하차한 것. 이 일로 케빈 프린스는 독일의 `공공의 적'이 됐고 동생 제롬도 `그 태클은 레드카드 감이었다'고 말하는 등 원망을 드러냈다. 독일 여론의 질타를 받던 케빈은 동생의 반응에 "그 반칙으로 내가 퇴장당했어야 했다는 동생의 말에 사이가 틀어졌다. 같은 상황을 놓고 보는 시각이 서로 다르다. 동생에게는 각자의 길을 가자고 말했다"고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사건 이후 이들 형제는 지금까지 따로 연락조차 주고받지 않고 있다. 제롬은 지난 21일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계속 형제로 남을 것이다. 형의 선전을 빈다"면서도 "지금으로서는 더이상 서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케빈과 독일 대표팀의 악연으로 3차전에서 적지 않은 신경전이 예상되자 양팀 감독과 관계자들까지 나서 지나친 관심을 경계했다. 두 팀 모두 최종전에 16강 진출이 달린 만큼 감정 싸움에 신경을 흩뜨리지 않겠다는 의도다. 가나 대표팀 밀로반 라예바츠 감독은 "케빈을 포함해 우리 팀 모두가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만 생각할 것이다. 케빈이 가정사와 관련해 문제가 될 것은 없으며 설령 문제가 있더라도 프로답게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올리버 비어호프 독일 대표팀 단장도 "우리는 케빈 프린스 보아텡이 아니라 가나를 상대로 싸운다. 독일 선수들은 공정한 경기 태도로 케빈을 상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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