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멕시코, 불운의 오심 ‘눈물’

입력 2010.06.28 (01:17) 수정 2010.06.28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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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최대 축제인 2010 남아공 월드컵이 결정적인 오심이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얼룩지고 있다.

대회 초반부터 판정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16강에 나선 잉글랜드와 멕시코가 명백한 오심 탓에 골을 먹고 나서 승부에서도 패했다.

16강전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오심이 잇따라 나오자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심판들에 대한 자질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월드컵 16강 최고의 빅매치인 잉글랜드와 독일의 경기가 펼쳐진 28일(한국시간) 남아공 블룸폰테인 프리스테이트 스타디움.

잉글랜드는 1-2로 뒤진 전반 38분께 미드필더인 프랭크 램퍼드(첼시)가 상대 골문을 향해 강슛을 날렸다.

시원하게 날아간 공은 크로스바의 아랫부분에 맞고 골문 안쪽으로 떨어졌다가 튀어 올랐다.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샬케 04)는 재빨리 튄 공을 잡아챈 뒤 골이 아닌 듯 태연하게 그라운드로 공을 날렸다.

하지만 램퍼드의 슛은 이미 골라인을 넘어 골문 안쪽으로 50㎝ 이상 넘어갔다가 나온 상태였다. TV의 느린 화면을 통해서도 명백한 골임이 확인됐다.

그러나 호르헤 라리온다(우루과이) 주심은 골로 인정하지 않고 경기를 그대로 진행했다.

이해할 수 없는 심판의 오심으로 동점 기회를 날리면서 흔들린 잉글랜드는 결국 독일에 연속 골을 내주면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라리온다 주심의 오심이 경기 승패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어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에서 열린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의 16강 경기에서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오심이 승부를 뒤흔들었다.

전반 26분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는 자신이 찬 공이 멕시코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다시 골문 쪽으로 띄웠다. 골문 앞에 혼자 서 있던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는 날아가는 공에 머리만 살짝 갖다 대 골을 넣었다.

그런데 메시가 패스할 때 테베스는 완벽한 오프사이드 위치에 서 있었다. 공을 받을 때 테베스와 멕시코 골문 사이에는 상대 수비수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멕시코 선수들은 즉시 이탈리아 출신 로베르토 로세티 주심에게 달려가서 오프사이드라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에 로세티 주심은 선심을 불러 상의까지 했으나 테베스의 슈팅을 골로 인정하고 말았다.

경기 초반 아르헨티나와 잘 싸웠던 멕시코는 이 골이 인정되고 나서 역시 연속골을 내주면서 패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심판의 오심이 이번 대회에서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적인 실책이 나와 축구 팬의 원성을 사고 있다.

21일 브라질과 코트디부아르와 G조 조별리그 경기에서는 프랑스 출신 주심 스테판 라노이가 경기를 망쳤다. 후반 6분 브라질의 루이스 파비아누(세비야)가 공을 넣을 때 무려 두 차례나 팔로 공을 건드렸지만 알아채지 못했다.

이 심판은 경기 종료 1분 전 엉뚱한 선수에게 옐로카드를 주기도 했다. 코트디부아르의 카데르 케이타(갈라타사라이)가 브라질 카카(레알 마드리드)에게 달려가 몸을 부딪히고 나서 경기장에 나뒹굴었는데 카카가 옐로카드를 받았다. 앞서 한 차례 경고를 받은 카카는 결국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말리 출신 코먼 쿨리벌리 주심은 18일 미국과 C조 조별리그 슬로베니아 경기에서 미국의 모리스 에두(레인저스)가 후반 41분에 넣은 명백한 골을 파울로 선언했다. 쿨리벌리 주심은 누가 밀었는지, 어떤 반칙을 범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또 알베르토 운디아노(스페인) 주심은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바이에른 뮌헨)가 18일 세르비아와 경기에서 상대 공격수와 살짝 몸만 부딪혔다는 이유로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클로제도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아예 FIFA 심판위원회가 오심을 인정하기도 했다. 심판위원회는 아르헨티나의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가 12일 B조 조별리그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골을 넣을 때 같은 팀의 왈테르 사무엘(인테르 밀란)이 반칙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심판위원회는 당시 주심인 볼프강 슈타르크(독일)가 사무엘에게 파울을 선언하고 나이지리아에 프리킥을 줬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잉글랜드는 이날 골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1966년 영국 월드컵 결승 때와 정반대 상황을 겪었다. 잉글랜드는 1966년 대회 때 독일과 결승에서 제프 허스트의 결정적인 슈팅이 논란 속에 골로 인정 받는 행운을 누렸다.

2-2로 맞선 연장 11분에 허스트가 찬 공은 크로스바의 아랫부분을 맞고 떨어진 뒤 그라운드 쪽으로 튀어나왔는데 골로 인정됐다. 결국 영국은 추가 골을 성공해 4-2로 이겼고 독일은 잉글랜드의 홈어드밴티지 때문에 우승을 도둑맞았다며 이를 갈아야 했다.

1966년에는 애매한 슈팅이 골로 인정되면서 우승을 거머쥔 잉글랜드가 이번에는 완벽한 골을 넣고도 인정받지 못하면서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램퍼드의 골이 인정받았다면 잉글랜드는 2-2 동점을 만들고 나서 끝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아쉬운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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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잉글랜드·멕시코, 불운의 오심 ‘눈물’
    • 입력 2010-06-28 01:17:06
    • 수정2010-06-28 06:21:39
    연합뉴스
지구촌 최대 축제인 2010 남아공 월드컵이 결정적인 오심이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얼룩지고 있다. 대회 초반부터 판정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16강에 나선 잉글랜드와 멕시코가 명백한 오심 탓에 골을 먹고 나서 승부에서도 패했다. 16강전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오심이 잇따라 나오자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심판들에 대한 자질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월드컵 16강 최고의 빅매치인 잉글랜드와 독일의 경기가 펼쳐진 28일(한국시간) 남아공 블룸폰테인 프리스테이트 스타디움. 잉글랜드는 1-2로 뒤진 전반 38분께 미드필더인 프랭크 램퍼드(첼시)가 상대 골문을 향해 강슛을 날렸다. 시원하게 날아간 공은 크로스바의 아랫부분에 맞고 골문 안쪽으로 떨어졌다가 튀어 올랐다.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샬케 04)는 재빨리 튄 공을 잡아챈 뒤 골이 아닌 듯 태연하게 그라운드로 공을 날렸다. 하지만 램퍼드의 슛은 이미 골라인을 넘어 골문 안쪽으로 50㎝ 이상 넘어갔다가 나온 상태였다. TV의 느린 화면을 통해서도 명백한 골임이 확인됐다. 그러나 호르헤 라리온다(우루과이) 주심은 골로 인정하지 않고 경기를 그대로 진행했다. 이해할 수 없는 심판의 오심으로 동점 기회를 날리면서 흔들린 잉글랜드는 결국 독일에 연속 골을 내주면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라리온다 주심의 오심이 경기 승패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어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에서 열린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의 16강 경기에서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오심이 승부를 뒤흔들었다. 전반 26분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는 자신이 찬 공이 멕시코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다시 골문 쪽으로 띄웠다. 골문 앞에 혼자 서 있던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는 날아가는 공에 머리만 살짝 갖다 대 골을 넣었다. 그런데 메시가 패스할 때 테베스는 완벽한 오프사이드 위치에 서 있었다. 공을 받을 때 테베스와 멕시코 골문 사이에는 상대 수비수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멕시코 선수들은 즉시 이탈리아 출신 로베르토 로세티 주심에게 달려가서 오프사이드라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에 로세티 주심은 선심을 불러 상의까지 했으나 테베스의 슈팅을 골로 인정하고 말았다. 경기 초반 아르헨티나와 잘 싸웠던 멕시코는 이 골이 인정되고 나서 역시 연속골을 내주면서 패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심판의 오심이 이번 대회에서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적인 실책이 나와 축구 팬의 원성을 사고 있다. 21일 브라질과 코트디부아르와 G조 조별리그 경기에서는 프랑스 출신 주심 스테판 라노이가 경기를 망쳤다. 후반 6분 브라질의 루이스 파비아누(세비야)가 공을 넣을 때 무려 두 차례나 팔로 공을 건드렸지만 알아채지 못했다. 이 심판은 경기 종료 1분 전 엉뚱한 선수에게 옐로카드를 주기도 했다. 코트디부아르의 카데르 케이타(갈라타사라이)가 브라질 카카(레알 마드리드)에게 달려가 몸을 부딪히고 나서 경기장에 나뒹굴었는데 카카가 옐로카드를 받았다. 앞서 한 차례 경고를 받은 카카는 결국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말리 출신 코먼 쿨리벌리 주심은 18일 미국과 C조 조별리그 슬로베니아 경기에서 미국의 모리스 에두(레인저스)가 후반 41분에 넣은 명백한 골을 파울로 선언했다. 쿨리벌리 주심은 누가 밀었는지, 어떤 반칙을 범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또 알베르토 운디아노(스페인) 주심은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바이에른 뮌헨)가 18일 세르비아와 경기에서 상대 공격수와 살짝 몸만 부딪혔다는 이유로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클로제도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아예 FIFA 심판위원회가 오심을 인정하기도 했다. 심판위원회는 아르헨티나의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가 12일 B조 조별리그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골을 넣을 때 같은 팀의 왈테르 사무엘(인테르 밀란)이 반칙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심판위원회는 당시 주심인 볼프강 슈타르크(독일)가 사무엘에게 파울을 선언하고 나이지리아에 프리킥을 줬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잉글랜드는 이날 골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1966년 영국 월드컵 결승 때와 정반대 상황을 겪었다. 잉글랜드는 1966년 대회 때 독일과 결승에서 제프 허스트의 결정적인 슈팅이 논란 속에 골로 인정 받는 행운을 누렸다. 2-2로 맞선 연장 11분에 허스트가 찬 공은 크로스바의 아랫부분을 맞고 떨어진 뒤 그라운드 쪽으로 튀어나왔는데 골로 인정됐다. 결국 영국은 추가 골을 성공해 4-2로 이겼고 독일은 잉글랜드의 홈어드밴티지 때문에 우승을 도둑맞았다며 이를 갈아야 했다. 1966년에는 애매한 슈팅이 골로 인정되면서 우승을 거머쥔 잉글랜드가 이번에는 완벽한 골을 넣고도 인정받지 못하면서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램퍼드의 골이 인정받았다면 잉글랜드는 2-2 동점을 만들고 나서 끝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아쉬운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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