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비리 의혹’ 여수시장 열흘째 잠적

입력 2010.06.30 (08:48) 수정 2010.06.3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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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박람회 개최를 2년 앞두고 축제 분위기던 전남 여수가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습니다.



여수시를 대표하는 시장이 돌연 잠적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퇴임식을 고작 열흘 남겨둔 상황이었습니다.



이민우 기자, 시를 대표하는 시장이 갑자기 잠적한 이유가 뭡니까?



<리포트>



신뢰를 받던 시장이 뇌물 스캔들로 인해 무너졌습니다.



여수의 밤을 수놓던 야간조명 사업을 둘러싼 뇌물 비리들이 세상에 알려진 것입니다.



시장이 뇌물을 받았는지, 아직 확인된 것은 없습니다. 시장이 잠적하면서, 확인할 길도 없어졌습니다.



잠적 열흘째인 오늘, 시장의 퇴임식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주인공은 사라지고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여수시를 지중해형 관광도시로 만들겠다며 취임한 오현섭 여수시장.



취임 1년 만에 여수시를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도시로 확정짓는데 성공했습니다.



<인터뷰> 오현섭(여수시장) : "(엑스포) 개최도시라는 이름으로, 그 시민으로, 그 시장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자신의 공약을 실현시킨 오 시장에게 시민들의 신뢰는 두터웠습니다.



<인터뷰> 시민 : "(시장이) 인기가 좋지.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싹싹하고..."



<인터뷰> 시민 : "(관광 사업하려고) 많이 관리를 해왔는데... (시장 덕분에) 여수 엑스포가 확정돼서 더욱 좋아진 거지."



그런 그가 돌연 잠적했습니다. 남은 임기는 고작 열흘! 도대체 그는 왜,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지난 20일, 여수시청 비서실 직원에게 갑작스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오현섭 여수시장이었습니다. 3일 동안 휴가를 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휴가가 끝난 뒤에도 그는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영문을 몰랐습니다.



열흘 째 연락 두절 상태입니다.



<인터뷰> 여수시청 관계자 : "지난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휴가처리가 돼 있습니다. (그 이후부터 시장님과 연락이 안 되시는 건가요?) 네. 무단결근이 되는 거죠."



대체 오 시장은 왜 돌연 잠적한 것일까. 잠적한 바로 그날, 오 시장은 경찰청 특수수사과 직원들을 만나 조사를 받기로 돼 있었습니다.



자신의 최측근인 김 모 전 여수시 국장이 한 야간 경관조명 시공업체로부터 3억 원을 받은 것과 관련해섭니다.



<인터뷰> 여수시청 관계자 : "(뇌물 수수 혐의로) 시의원들이 연루가 됐어요. 직접 시장님께서 (뇌물을) 받으신 건 아니고, 측근이 받은 걸로 인해서 지금... 그래서 시장님도 관련해서 수사를 촉구한다는..."



야간조명 사업은 여수시가 엑스포 개최에 맞춰 2006년부터 총 4백 억 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인데요. 문제의 업체는 지난 2008년도 사업을 담당했으며 사업비는 75억 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오 시장의 측근인 김 모 전 국장은 바로 이 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챙겼고, 오 시장 역시 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인터뷰> 김태성(사무국장/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 "야간경관사업을 담당했던 도심개발 사업단의 전 국장이 연루돼서, 지난 6월 중순경에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이 됐고요. 의혹을 받고 있던 현 여수 시장도 체포영장을 받고, 수사당국에 쫓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오 시장은 현재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 그러나 돌연 연가를 내고 잠적하면서, 뇌물 수수의 의혹은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모두가 반대한 조명 설치 공사를 무리하게 추진해 온 이유가 업체로부터 시공 대가로 돈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김태성(사무국장/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 "(야간경관사업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구하는 도시, 그 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실제로는 자연 생태계와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시장이) 무리하게 개발 사업을 추진했었고..."



시장의 갑작스런 잠적. 행정 수장이 사라진 여수시청은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사실상 행정 공백 상태에 빠졌습니다.



<인터뷰> 여수시청 관계자 : "행정이 시장님께서 안계시면 부시장님께서 직무대리를 하잖아요. 업무 차질이라기 보단 좀 곤혹스럽죠."



그러던 중 이번엔 더욱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23일 오 시장의 부인마저 휴대전화까지 해지하고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유일하게 연락이 닿던 가족들의 잠적으로 경찰 수사 역시 공중에 떠버린 상황입니다.



잠적이 길어지면서 오 시장의 행방에 갖가지 억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미 해외로 도피했을 것이란 소문부터, 죄책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거라 괴소문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여수시청 관계자 : "연락두절하고 연락 안 된다고 하는데... 임기가 지나면, 7월 1일이 되면, (시장님이) 변호사 대동해서 경찰서에 출두한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뇌물 추문은 시 의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오 시장의 또 다른 측근이 지난해 12월, 당시 시의원 10여 명에게 수 백 만원씩 돈을 뿌린 혐의가 포착된 것입니다.



<인터뷰> 박중석(회장/전 여수시의원모임 의정동우회) : "엑스포라는 중대한 행사를 놔두고 이렇게 돼서, 여수시의원을 지냈던 한 사람으로써 시민들께 참 죄송스러울 뿐 아니라... 국민들께 뭐라고 말할 수 없죠."



잠적 열흘째! 오늘이 바로 오 시장의 이임식이 예정된 날입니다. 시장의 잠적으로 많은 이들의 축하 속에 치러질 예정이던 이임식은 사상 처음으로 취소됐습니다.



<인터뷰> 여수시청 관계자 : "(이임식) 준비는 했습니다. 오시면 바로 이임식을 하고자...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이임식은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내 손으로 뽑은 시장과 시 의회 의원들까지 비리 의혹에 휘말렸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수 시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는데요. 하루 빨리 오 시장이 돌아와 모든 진실을 밝혀주길 바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민 : "진짜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고... 내가 낸 세금으로 뇌물 받아먹고 한 건데, 배신감도 많이 들고, (시장을) 찾을 수만 있다면 내가 가서 잡아오고 싶어요."



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국제 도시로 발돋움 하려던 여수시가 뇌물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2년 뒤 치러질 엑스포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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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비리 의혹’ 여수시장 열흘째 잠적
    • 입력 2010-06-30 08:48:33
    • 수정2010-06-30 09: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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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박람회 개최를 2년 앞두고 축제 분위기던 전남 여수가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습니다.

여수시를 대표하는 시장이 돌연 잠적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퇴임식을 고작 열흘 남겨둔 상황이었습니다.

이민우 기자, 시를 대표하는 시장이 갑자기 잠적한 이유가 뭡니까?

<리포트>

신뢰를 받던 시장이 뇌물 스캔들로 인해 무너졌습니다.

여수의 밤을 수놓던 야간조명 사업을 둘러싼 뇌물 비리들이 세상에 알려진 것입니다.

시장이 뇌물을 받았는지, 아직 확인된 것은 없습니다. 시장이 잠적하면서, 확인할 길도 없어졌습니다.

잠적 열흘째인 오늘, 시장의 퇴임식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주인공은 사라지고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여수시를 지중해형 관광도시로 만들겠다며 취임한 오현섭 여수시장.

취임 1년 만에 여수시를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도시로 확정짓는데 성공했습니다.

<인터뷰> 오현섭(여수시장) : "(엑스포) 개최도시라는 이름으로, 그 시민으로, 그 시장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자신의 공약을 실현시킨 오 시장에게 시민들의 신뢰는 두터웠습니다.

<인터뷰> 시민 : "(시장이) 인기가 좋지.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싹싹하고..."

<인터뷰> 시민 : "(관광 사업하려고) 많이 관리를 해왔는데... (시장 덕분에) 여수 엑스포가 확정돼서 더욱 좋아진 거지."

그런 그가 돌연 잠적했습니다. 남은 임기는 고작 열흘! 도대체 그는 왜,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지난 20일, 여수시청 비서실 직원에게 갑작스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오현섭 여수시장이었습니다. 3일 동안 휴가를 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휴가가 끝난 뒤에도 그는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영문을 몰랐습니다.

열흘 째 연락 두절 상태입니다.

<인터뷰> 여수시청 관계자 : "지난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휴가처리가 돼 있습니다. (그 이후부터 시장님과 연락이 안 되시는 건가요?) 네. 무단결근이 되는 거죠."

대체 오 시장은 왜 돌연 잠적한 것일까. 잠적한 바로 그날, 오 시장은 경찰청 특수수사과 직원들을 만나 조사를 받기로 돼 있었습니다.

자신의 최측근인 김 모 전 여수시 국장이 한 야간 경관조명 시공업체로부터 3억 원을 받은 것과 관련해섭니다.

<인터뷰> 여수시청 관계자 : "(뇌물 수수 혐의로) 시의원들이 연루가 됐어요. 직접 시장님께서 (뇌물을) 받으신 건 아니고, 측근이 받은 걸로 인해서 지금... 그래서 시장님도 관련해서 수사를 촉구한다는..."

야간조명 사업은 여수시가 엑스포 개최에 맞춰 2006년부터 총 4백 억 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인데요. 문제의 업체는 지난 2008년도 사업을 담당했으며 사업비는 75억 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오 시장의 측근인 김 모 전 국장은 바로 이 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챙겼고, 오 시장 역시 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인터뷰> 김태성(사무국장/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 "야간경관사업을 담당했던 도심개발 사업단의 전 국장이 연루돼서, 지난 6월 중순경에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이 됐고요. 의혹을 받고 있던 현 여수 시장도 체포영장을 받고, 수사당국에 쫓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오 시장은 현재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 그러나 돌연 연가를 내고 잠적하면서, 뇌물 수수의 의혹은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모두가 반대한 조명 설치 공사를 무리하게 추진해 온 이유가 업체로부터 시공 대가로 돈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김태성(사무국장/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 "(야간경관사업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구하는 도시, 그 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실제로는 자연 생태계와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시장이) 무리하게 개발 사업을 추진했었고..."

시장의 갑작스런 잠적. 행정 수장이 사라진 여수시청은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사실상 행정 공백 상태에 빠졌습니다.

<인터뷰> 여수시청 관계자 : "행정이 시장님께서 안계시면 부시장님께서 직무대리를 하잖아요. 업무 차질이라기 보단 좀 곤혹스럽죠."

그러던 중 이번엔 더욱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23일 오 시장의 부인마저 휴대전화까지 해지하고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유일하게 연락이 닿던 가족들의 잠적으로 경찰 수사 역시 공중에 떠버린 상황입니다.

잠적이 길어지면서 오 시장의 행방에 갖가지 억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미 해외로 도피했을 것이란 소문부터, 죄책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거라 괴소문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여수시청 관계자 : "연락두절하고 연락 안 된다고 하는데... 임기가 지나면, 7월 1일이 되면, (시장님이) 변호사 대동해서 경찰서에 출두한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뇌물 추문은 시 의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오 시장의 또 다른 측근이 지난해 12월, 당시 시의원 10여 명에게 수 백 만원씩 돈을 뿌린 혐의가 포착된 것입니다.

<인터뷰> 박중석(회장/전 여수시의원모임 의정동우회) : "엑스포라는 중대한 행사를 놔두고 이렇게 돼서, 여수시의원을 지냈던 한 사람으로써 시민들께 참 죄송스러울 뿐 아니라... 국민들께 뭐라고 말할 수 없죠."

잠적 열흘째! 오늘이 바로 오 시장의 이임식이 예정된 날입니다. 시장의 잠적으로 많은 이들의 축하 속에 치러질 예정이던 이임식은 사상 처음으로 취소됐습니다.

<인터뷰> 여수시청 관계자 : "(이임식) 준비는 했습니다. 오시면 바로 이임식을 하고자...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이임식은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내 손으로 뽑은 시장과 시 의회 의원들까지 비리 의혹에 휘말렸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수 시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는데요. 하루 빨리 오 시장이 돌아와 모든 진실을 밝혀주길 바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민 : "진짜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고... 내가 낸 세금으로 뇌물 받아먹고 한 건데, 배신감도 많이 들고, (시장을) 찾을 수만 있다면 내가 가서 잡아오고 싶어요."

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국제 도시로 발돋움 하려던 여수시가 뇌물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2년 뒤 치러질 엑스포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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