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강아지 보여줄게’…선도위원 성추행

입력 2010.07.01 (08:47) 수정 2010.07.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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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김수철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을 성추행한 50대 남성이 붙잡혔습니다.



조두순, 김길태, 김수철 까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끊이지를 않고 있는데요.



이민우 기자, 이번에 붙잡힌 남성은 청소년 선도위원이어서 더 충격적인데요?



<리포트>



네. 이 50대 남성, 한 청소년 선도단체에서 선도위원으로 활동 중이던 사람이었습 니다.



8살배기 손녀를 귀여워하던 할아버지였습니다.



평소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를 좋아하던 자매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 언니에게 몹쓸 짓을 한 것입니다.



배움 터 지킴이라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학교의 대책도 마련되어 있지만 범죄 현장 에 어른은 없었습니다.



아이 혼자가 겪기엔 어른들의 무심함이 너무 컸습니다.



지난달 15일, 서울 용두동.



이곳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이 모양 자매는 평소 알고 지내던 57살 박 모씨를 찾아갔습니다.



박 씨가 키우던 강아지가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박 씨는 이 양 자매에게, 그럼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했고, 이 양 자매는 별다른 의심 없이 순순히 박 씨의 뒤를 따랐습니다.



<녹취> 이웃 초등학교 남학생 : "저 같은 경우는 (개를) 많이 봤어요. 그 개가 아저씨랑 같이 있거든요. 친절하게 대해주면서요. 강아지보고 나중에 가라 하셨어요."



같은 동네 사는 다른 아이들도 평소 박씨의 집에 놀러 가 강아지를 보았다고 하는데요. 박 씨는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었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 : "마누라가 도망갔대요. 애기하고 할머니하고 살았는데 할머니는 돌아가신지 얼마 안 돼요. 강아지 데리고 자전거타고 다닌다고..."



하지만 친절한 동네 아저씨였던 박 씨는 집에 들어서자 갑자기 돌변했습니다.



강아지와 놀면서 텔레비전을 보던 자매.



박씨는 언니 이 양에게만 자신이 있는 방으로 오라 했고, 그리고 나선 동생 모르게 언니에게 몹쓸 짓을 한 것입니다.



다음에는 동생은 두고 혼자 오라는 말까지 언니에게 했을 정도로 박 씨의 행동은 태연하고 뻔뻔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박씨가 10년 째 한 사립 청소년 선도단체에서 선도위원으로 활동했다는 것인데요.



박씨가 소속되어 있는 선도단체를 찾아가봤는데요.



동료들은 도저히 이런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녹취> 박씨 동료 :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 사람은 여기 선도위원이에요. 8살 먹은 손녀가 있어요.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결국 박 씨는 이틀 전 구속됐습니다.



성추행 혐의입니다.



학부모들은 가해자가 일반인도 아니고 청소년 선도위원이었다는 사실에 더욱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는데요.



내 아이를 바르게 이끌고 보호해야 할 사람이 알고 보니 오히려 성범죄 가해자였다는 것입니다.



<녹취> 학부모 : "어떻게 그런 사람을 청소년 선도 위원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믿고 애들을 어딜 보낼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녹취> 학부모 : "선도위원이 그러지 또 이웃 간에서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 그런 짓을 하지... 사회를 믿지를 못해요. 지금 누구를 믿겠습니까."



어린이들을 보호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달 28일에는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던 40대 청소 용역 직원이 이 학교 학생을 수차례 성추행 해 긴급 체포됐고, 아파트 단지 내 에서 초등학생만을 골라 모두 16명이나 성추행을 한 방문 학습지 교사가 검거돼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녹취> 학부모 : "이제는 아는 분도 따라가면 안 되고 이렇게 나오니까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야 공경도 (하는 건데) 이거는 뭐 사회가 완전히 이렇게 돼버리니까..."



이처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지만, 대책이라곤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입니다.



학교 주변을 매일 순찰하기로 돼 있는 이른바 배움터 지킴이. 지난 2005년부터 운영되고 있는데요.



<녹취> 배움터 지킴이 : "아침 8시에 왔다가 오후 4시면 가요. 토요일 날, 일요일 날은 안하게 되어 있어요."



규정이 언제든 아이들을 노린 범죄는 일어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방과 후나 쉬는 날은 아예 근무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요.



<녹취> 초등학생 : "노숙자같이 생긴 아저씨도 한 번 만났고요. 아저씨 눈을 쳐다보면 괜히 계속 쳐다 볼 수 있으니까 그냥 집으로 빨리 와요."



<녹취> 초등학생 : "그 전에는 저 혼자 다녔어요. 그 이후로 소문 듣고 친구들이랑 같이 다녀요."



또 외부인 통제도 이들 몫이지만 한 학교 당 고작 1명씩밖에 배치되어 있지 않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녹취> A초등학교 배움터 지킴이 : "나쁜 사람이 들어올지 좋은 사람만 와서 학교만 이용하고 가는지 쉬러 왔는지 그거 까지는 어떻게 알아요."



<녹취> B초등학교 배움터 지킴이 : "(사람들) 왔다 갔다 하지 여기 보고 있어 봐요. 지나가는 사람들 많아요. 제재 할 방법이 없지.. 어떻게 해요."



학교 앞 가게들에 붙어 있는 아동 지킴이집 표시입니다.



위험한 상황에 처한 어린이들을 보호해주고 경찰에 신고하도록 지정된 아동 안전시설이지만 실제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녹취> 아동 지킴이집 관계자 : "학교 앞이라고 해달라고 해서 해놓은 거고 연락해주고 보호해주고 하라는데 뭐 이 학교 앞에서 아직 그런 일은 없었고요."



이처럼 각종 아동 성범죄 대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다 보니 학부모들의 심정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학교 앞에서 직접 아이들을 기다려야 마음이 놓입니다.



<녹취> 학부모 : "엄마들이 힘들지요. 어쩔 수 없이 매일 (아이를) 데려가야 되니까 집이 학교 근처라고 해도 걸어가는 골목에서 일을 당하고 그러니까..."



<녹취> 학부모 : "누가 잡아 갈까봐 끌고 유괴 당할까봐 그게 제일로 불안하지요. 좋은 방법 없어요? 마음 놓고 사는 세상 만들 수 없어요?"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짓밟힌 어린 아이들. 미리 알았더라면, 누군가 그 곳에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인터뷰> 최정화(서울시 지부장/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 "너희들이 어떤 대처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들이 충분히 공지가 되고, (성폭력) 예방 프로그램과 함께 지킴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원 받을 수 있다는 그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하는 것입니다."



할아버지 같던 동네 이웃에게 성추행을 당한 이양.



이 양은 사건 보름 뒤, 학교 선생님에게 성추행 사실을 털어놓았는데요.



박 씨는 검거됐지만, 그날의 끔찍한 기억은 이양에게 평생 지우기 힘든 마음의 상처로 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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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강아지 보여줄게’…선도위원 성추행
    • 입력 2010-07-01 08:47:30
    • 수정2010-07-01 1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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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수철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을 성추행한 50대 남성이 붙잡혔습니다.

조두순, 김길태, 김수철 까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끊이지를 않고 있는데요.

이민우 기자, 이번에 붙잡힌 남성은 청소년 선도위원이어서 더 충격적인데요?

<리포트>

네. 이 50대 남성, 한 청소년 선도단체에서 선도위원으로 활동 중이던 사람이었습 니다.

8살배기 손녀를 귀여워하던 할아버지였습니다.

평소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를 좋아하던 자매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 언니에게 몹쓸 짓을 한 것입니다.

배움 터 지킴이라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학교의 대책도 마련되어 있지만 범죄 현장 에 어른은 없었습니다.

아이 혼자가 겪기엔 어른들의 무심함이 너무 컸습니다.

지난달 15일, 서울 용두동.

이곳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이 모양 자매는 평소 알고 지내던 57살 박 모씨를 찾아갔습니다.

박 씨가 키우던 강아지가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박 씨는 이 양 자매에게, 그럼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했고, 이 양 자매는 별다른 의심 없이 순순히 박 씨의 뒤를 따랐습니다.

<녹취> 이웃 초등학교 남학생 : "저 같은 경우는 (개를) 많이 봤어요. 그 개가 아저씨랑 같이 있거든요. 친절하게 대해주면서요. 강아지보고 나중에 가라 하셨어요."

같은 동네 사는 다른 아이들도 평소 박씨의 집에 놀러 가 강아지를 보았다고 하는데요. 박 씨는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었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 : "마누라가 도망갔대요. 애기하고 할머니하고 살았는데 할머니는 돌아가신지 얼마 안 돼요. 강아지 데리고 자전거타고 다닌다고..."

하지만 친절한 동네 아저씨였던 박 씨는 집에 들어서자 갑자기 돌변했습니다.

강아지와 놀면서 텔레비전을 보던 자매.

박씨는 언니 이 양에게만 자신이 있는 방으로 오라 했고, 그리고 나선 동생 모르게 언니에게 몹쓸 짓을 한 것입니다.

다음에는 동생은 두고 혼자 오라는 말까지 언니에게 했을 정도로 박 씨의 행동은 태연하고 뻔뻔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박씨가 10년 째 한 사립 청소년 선도단체에서 선도위원으로 활동했다는 것인데요.

박씨가 소속되어 있는 선도단체를 찾아가봤는데요.

동료들은 도저히 이런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녹취> 박씨 동료 :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 사람은 여기 선도위원이에요. 8살 먹은 손녀가 있어요.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결국 박 씨는 이틀 전 구속됐습니다.

성추행 혐의입니다.

학부모들은 가해자가 일반인도 아니고 청소년 선도위원이었다는 사실에 더욱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는데요.

내 아이를 바르게 이끌고 보호해야 할 사람이 알고 보니 오히려 성범죄 가해자였다는 것입니다.

<녹취> 학부모 : "어떻게 그런 사람을 청소년 선도 위원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믿고 애들을 어딜 보낼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녹취> 학부모 : "선도위원이 그러지 또 이웃 간에서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 그런 짓을 하지... 사회를 믿지를 못해요. 지금 누구를 믿겠습니까."

어린이들을 보호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달 28일에는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던 40대 청소 용역 직원이 이 학교 학생을 수차례 성추행 해 긴급 체포됐고, 아파트 단지 내 에서 초등학생만을 골라 모두 16명이나 성추행을 한 방문 학습지 교사가 검거돼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녹취> 학부모 : "이제는 아는 분도 따라가면 안 되고 이렇게 나오니까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야 공경도 (하는 건데) 이거는 뭐 사회가 완전히 이렇게 돼버리니까..."

이처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지만, 대책이라곤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입니다.

학교 주변을 매일 순찰하기로 돼 있는 이른바 배움터 지킴이. 지난 2005년부터 운영되고 있는데요.

<녹취> 배움터 지킴이 : "아침 8시에 왔다가 오후 4시면 가요. 토요일 날, 일요일 날은 안하게 되어 있어요."

규정이 언제든 아이들을 노린 범죄는 일어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방과 후나 쉬는 날은 아예 근무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요.

<녹취> 초등학생 : "노숙자같이 생긴 아저씨도 한 번 만났고요. 아저씨 눈을 쳐다보면 괜히 계속 쳐다 볼 수 있으니까 그냥 집으로 빨리 와요."

<녹취> 초등학생 : "그 전에는 저 혼자 다녔어요. 그 이후로 소문 듣고 친구들이랑 같이 다녀요."

또 외부인 통제도 이들 몫이지만 한 학교 당 고작 1명씩밖에 배치되어 있지 않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녹취> A초등학교 배움터 지킴이 : "나쁜 사람이 들어올지 좋은 사람만 와서 학교만 이용하고 가는지 쉬러 왔는지 그거 까지는 어떻게 알아요."

<녹취> B초등학교 배움터 지킴이 : "(사람들) 왔다 갔다 하지 여기 보고 있어 봐요. 지나가는 사람들 많아요. 제재 할 방법이 없지.. 어떻게 해요."

학교 앞 가게들에 붙어 있는 아동 지킴이집 표시입니다.

위험한 상황에 처한 어린이들을 보호해주고 경찰에 신고하도록 지정된 아동 안전시설이지만 실제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녹취> 아동 지킴이집 관계자 : "학교 앞이라고 해달라고 해서 해놓은 거고 연락해주고 보호해주고 하라는데 뭐 이 학교 앞에서 아직 그런 일은 없었고요."

이처럼 각종 아동 성범죄 대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다 보니 학부모들의 심정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학교 앞에서 직접 아이들을 기다려야 마음이 놓입니다.

<녹취> 학부모 : "엄마들이 힘들지요. 어쩔 수 없이 매일 (아이를) 데려가야 되니까 집이 학교 근처라고 해도 걸어가는 골목에서 일을 당하고 그러니까..."

<녹취> 학부모 : "누가 잡아 갈까봐 끌고 유괴 당할까봐 그게 제일로 불안하지요. 좋은 방법 없어요? 마음 놓고 사는 세상 만들 수 없어요?"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짓밟힌 어린 아이들. 미리 알았더라면, 누군가 그 곳에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인터뷰> 최정화(서울시 지부장/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 "너희들이 어떤 대처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들이 충분히 공지가 되고, (성폭력) 예방 프로그램과 함께 지킴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원 받을 수 있다는 그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하는 것입니다."

할아버지 같던 동네 이웃에게 성추행을 당한 이양.

이 양은 사건 보름 뒤, 학교 선생님에게 성추행 사실을 털어놓았는데요.

박 씨는 검거됐지만, 그날의 끔찍한 기억은 이양에게 평생 지우기 힘든 마음의 상처로 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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