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검찰, 형량 감량 조건 허위 자백 강요”

입력 2010.07.0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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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찰의 강압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검찰이 형량 감량을 조건으로 뇌물 제공 자백을 강요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승철 기자 나와있습니다.

<질문> 먼저 사건의 개요부터 좀 들어볼까요?

<답변>

네, 3년 전 그러니까 지난 2008년이었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유흥업소를 하던 서모 씨가 탈세와 뇌물 공여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습니다.

서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그 지역 세무서 과장이던 이모 씨에게 천 7백여만 원의 뇌물을 건넸다고 자백했습니다.

검찰은 어찌된 일인지 이 씨에 대한 소환조사. 그러니까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바로 이 씨가 뇌물을 받았다고 국세청에 통보했습니다.

결국 이씨는 파면 조치됐습니다.

<질문> 여기까지는 그냥 일반적인 뇌물수수사건 같은데 검찰의 강압수사가 있었던 것 같다는 거죠?

<답변>

네, 일단 국세청 자체 조사에서 먼저 이런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뇌물을 줬다는 서씨가 완전히 말을 뒤집은 것입니다.

검찰이 2억 원에 달하는 탈세 혐의 형량을 낮춰줄 테니 뇌물을 준 것으로 실토하라고 했다는 겁니다.

형량 감량을 조건으로 자백을 이끌어내는 이른바 플리바기닝을 했다는 얘긴데, 세무서 부장이던 이씨는 나중에서야 서씨가 그렇게 진술했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이씨의 말 들어보시죠.

<녹취>이○○(전 국세청 공무원/음성변조): "형량도 줄여주고 그러니까, 피라미들은 필요 없고 고위 공무원을 대라. 그러니까 아무나 되는대로 둘러댔다고…"

하지만, 검찰의 조사 내용을 더 신뢰한 국세청은 검찰 조사 내용을 토대로 이씨를 파면했습니다.

<질문> 그러자 파면 취소소송을 냈고 법원이 이제 심판을 봤군요?

<답변>

네, 이씨가 국세청을 상대로 파면취소 소송을 냈는데, 법원은 검찰 조사 내용과는 반대로 이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의 판결문을 보면 "서씨가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돼 있었고, 검찰이 고위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넨 것을 실토하면 형량을 감해주고 구속시키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명시돼있습니다.

바로 검찰이 피의자를 상대로 현행법 상 인정하지 않고 있는 플리바기닝을 했다고 법원이 판결한 것입니다.

판결문에는 또 "실제로 검사는 서씨에 대해 조세포탈로만 약식기소 하고,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았다"며 "검사는 서씨을 수사할 당시 이주성 전 국세청장에 대한 뇌물교부 혐의에 대해 조사했고, 이씨에 대해서는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이씨는 누명을 쓴 셈인데 피해를 본 사람이 또 있다구요? 열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답변>

네, 먼저 이씨는 지난 2008년 말에 파면 조치된 뒤 지금까지 법적인 싸움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시 서씨가 거짓진술을 하면서 이씨의 전임자였던 최모 씨도 같이 파면됐는데, 최씨 역시 같은 시기에 직장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지난 2008년 당시 검찰의 수사는 이주성 전 국세청장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 씨를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진술이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명백한 범죄 혐의가 있었다면 형사처벌을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당사자에 대한 조사는 해야 할 텐데, 이런 과정이 빠지면서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이에대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는 서씨를 조사하는 과정에 회유나 협박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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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현장] “검찰, 형량 감량 조건 허위 자백 강요”
    • 입력 2010-07-01 23: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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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찰의 강압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검찰이 형량 감량을 조건으로 뇌물 제공 자백을 강요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승철 기자 나와있습니다. <질문> 먼저 사건의 개요부터 좀 들어볼까요? <답변> 네, 3년 전 그러니까 지난 2008년이었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유흥업소를 하던 서모 씨가 탈세와 뇌물 공여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습니다. 서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그 지역 세무서 과장이던 이모 씨에게 천 7백여만 원의 뇌물을 건넸다고 자백했습니다. 검찰은 어찌된 일인지 이 씨에 대한 소환조사. 그러니까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바로 이 씨가 뇌물을 받았다고 국세청에 통보했습니다. 결국 이씨는 파면 조치됐습니다. <질문> 여기까지는 그냥 일반적인 뇌물수수사건 같은데 검찰의 강압수사가 있었던 것 같다는 거죠? <답변> 네, 일단 국세청 자체 조사에서 먼저 이런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뇌물을 줬다는 서씨가 완전히 말을 뒤집은 것입니다. 검찰이 2억 원에 달하는 탈세 혐의 형량을 낮춰줄 테니 뇌물을 준 것으로 실토하라고 했다는 겁니다. 형량 감량을 조건으로 자백을 이끌어내는 이른바 플리바기닝을 했다는 얘긴데, 세무서 부장이던 이씨는 나중에서야 서씨가 그렇게 진술했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이씨의 말 들어보시죠. <녹취>이○○(전 국세청 공무원/음성변조): "형량도 줄여주고 그러니까, 피라미들은 필요 없고 고위 공무원을 대라. 그러니까 아무나 되는대로 둘러댔다고…" 하지만, 검찰의 조사 내용을 더 신뢰한 국세청은 검찰 조사 내용을 토대로 이씨를 파면했습니다. <질문> 그러자 파면 취소소송을 냈고 법원이 이제 심판을 봤군요? <답변> 네, 이씨가 국세청을 상대로 파면취소 소송을 냈는데, 법원은 검찰 조사 내용과는 반대로 이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의 판결문을 보면 "서씨가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돼 있었고, 검찰이 고위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넨 것을 실토하면 형량을 감해주고 구속시키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명시돼있습니다. 바로 검찰이 피의자를 상대로 현행법 상 인정하지 않고 있는 플리바기닝을 했다고 법원이 판결한 것입니다. 판결문에는 또 "실제로 검사는 서씨에 대해 조세포탈로만 약식기소 하고,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았다"며 "검사는 서씨을 수사할 당시 이주성 전 국세청장에 대한 뇌물교부 혐의에 대해 조사했고, 이씨에 대해서는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이씨는 누명을 쓴 셈인데 피해를 본 사람이 또 있다구요? 열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답변> 네, 먼저 이씨는 지난 2008년 말에 파면 조치된 뒤 지금까지 법적인 싸움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시 서씨가 거짓진술을 하면서 이씨의 전임자였던 최모 씨도 같이 파면됐는데, 최씨 역시 같은 시기에 직장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지난 2008년 당시 검찰의 수사는 이주성 전 국세청장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 씨를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진술이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명백한 범죄 혐의가 있었다면 형사처벌을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당사자에 대한 조사는 해야 할 텐데, 이런 과정이 빠지면서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이에대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는 서씨를 조사하는 과정에 회유나 협박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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