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정유사 압박에 LPG ‘사면초가’

입력 2010.07.09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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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서민 친환경 연료'로 알려지면서 다른 연료보다 낮은 세제혜택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대해 온 액화석유가스(LPG) 업계가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천문학적인 담합(짬짜미) 과징금을 1년 안에 내야하고 '클린 디젤'을 앞세워 경유의 내수판매를 늘리려는 정유업계가 LPG 시장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LPG 시장을 양분하는 SK가스와 E1이 내년 6월까지 내야 할 과징금은 각각 994억원, 947억원이다.

이들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SK가스가 287억원, E1이 869억원이어서 두 회사는 한 해 영업이익보다 훨씬 많은 과징금을 내야 할 처지다.

E1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과징금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냈지만, 최종심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어서 일단 현금으로 과징금을 낸 뒤 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두 회사는 과징금 마련을 위해 여러 금융 수단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징금보다 LPG 업계를 압박하는 것은 사업영역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정유업계의 최근 움직임이다.

정유업계는 경유의 고질적 약점인 공해물질 배출 문제를 개선한 클린디젤 엔진을 앞세워 LPG가 받아왔던 세제혜택을 경유에도 함께 적용해야 한다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4월을 기준으로 경유에 붙는 각종 세금의 합계는 ℓ당 646.3원이고 차량용 LPG는 301.7원이다.

이와 별도로 정유업계는 원유를 1ℓ 수입할 때 16원씩의 수입부과금과 ℓ당 5원꼴인 관세를 더 내야 한다.

경유차의 연비가 LPG차의 1.5배 정도임을 고려하면 경유에 LPG와 같은 세금이 붙는다면 1㎞를 달릴 때 경유가 가격면에서 수십원 정도 유리해진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9일 "정유사가 원유에서 뽑아 판매하는 LPG엔 수입부과금 등이 붙고 직수입하는 LPG는 그렇지 않아 원가 면에서 불공평하다"며 "원유에서 나오는 LPG와 SK가스, E1에서 파는 LPG가 공정경쟁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유업계는 일단 자신이 원유에서 추출해 파는 LPG에 부과된 세금과 비용을 수입 LPG 수준으로 감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유업계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번 기회에 경유에 대한 세제혜택을 얻어내거나 아예 수입 LPG가 받는 세제 혜택을 줄여 본격적으로 경쟁해보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경유는 품질이 좋아졌는데도 남아돌아 외국으로 수출하는데 수입에 의존하는 LPG는 오히려 혜택을 보면서 시장을 넓혀가는 구조는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LPG는 그간 사실상 2개 업체가 과점하면서 별다른 경쟁 없이 국내에서 영업을 해왔다"며 "경유의 세금을 낮추면 LPG 못지않은 서민 연료로 쓸 수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PG 업계는 클린 디젤 엔진이 공해물질 배출이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LPG에 비해 '반 친환경' 연료라며 맞서고 있다.

LPG 업체 관계자는 "국제 가격이 안정적이고 낮은 LPG는 수입하고, 좋은 경유가 남아돌면 수출을 하는 게 국가 경제에 더 이익이 될 것"이라며 "정유업계가 영업이 편한 내수 시장을 잠식하려는 속셈"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업계에선 정부가 손쉽게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유류 관련 세금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정유업계의 '경유 세율 인하' 전략이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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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징금·정유사 압박에 LPG ‘사면초가’
    • 입력 2010-07-09 06:41:55
    연합뉴스
그간 '서민 친환경 연료'로 알려지면서 다른 연료보다 낮은 세제혜택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대해 온 액화석유가스(LPG) 업계가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천문학적인 담합(짬짜미) 과징금을 1년 안에 내야하고 '클린 디젤'을 앞세워 경유의 내수판매를 늘리려는 정유업계가 LPG 시장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LPG 시장을 양분하는 SK가스와 E1이 내년 6월까지 내야 할 과징금은 각각 994억원, 947억원이다. 이들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SK가스가 287억원, E1이 869억원이어서 두 회사는 한 해 영업이익보다 훨씬 많은 과징금을 내야 할 처지다. E1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과징금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냈지만, 최종심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어서 일단 현금으로 과징금을 낸 뒤 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두 회사는 과징금 마련을 위해 여러 금융 수단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징금보다 LPG 업계를 압박하는 것은 사업영역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정유업계의 최근 움직임이다. 정유업계는 경유의 고질적 약점인 공해물질 배출 문제를 개선한 클린디젤 엔진을 앞세워 LPG가 받아왔던 세제혜택을 경유에도 함께 적용해야 한다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4월을 기준으로 경유에 붙는 각종 세금의 합계는 ℓ당 646.3원이고 차량용 LPG는 301.7원이다. 이와 별도로 정유업계는 원유를 1ℓ 수입할 때 16원씩의 수입부과금과 ℓ당 5원꼴인 관세를 더 내야 한다. 경유차의 연비가 LPG차의 1.5배 정도임을 고려하면 경유에 LPG와 같은 세금이 붙는다면 1㎞를 달릴 때 경유가 가격면에서 수십원 정도 유리해진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9일 "정유사가 원유에서 뽑아 판매하는 LPG엔 수입부과금 등이 붙고 직수입하는 LPG는 그렇지 않아 원가 면에서 불공평하다"며 "원유에서 나오는 LPG와 SK가스, E1에서 파는 LPG가 공정경쟁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유업계는 일단 자신이 원유에서 추출해 파는 LPG에 부과된 세금과 비용을 수입 LPG 수준으로 감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유업계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번 기회에 경유에 대한 세제혜택을 얻어내거나 아예 수입 LPG가 받는 세제 혜택을 줄여 본격적으로 경쟁해보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경유는 품질이 좋아졌는데도 남아돌아 외국으로 수출하는데 수입에 의존하는 LPG는 오히려 혜택을 보면서 시장을 넓혀가는 구조는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LPG는 그간 사실상 2개 업체가 과점하면서 별다른 경쟁 없이 국내에서 영업을 해왔다"며 "경유의 세금을 낮추면 LPG 못지않은 서민 연료로 쓸 수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PG 업계는 클린 디젤 엔진이 공해물질 배출이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LPG에 비해 '반 친환경' 연료라며 맞서고 있다. LPG 업체 관계자는 "국제 가격이 안정적이고 낮은 LPG는 수입하고, 좋은 경유가 남아돌면 수출을 하는 게 국가 경제에 더 이익이 될 것"이라며 "정유업계가 영업이 편한 내수 시장을 잠식하려는 속셈"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업계에선 정부가 손쉽게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유류 관련 세금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정유업계의 '경유 세율 인하' 전략이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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