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공공미술’

입력 2010.07.11 (10:30) 수정 2010.07.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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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달라이 라마의 후계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하네요

다음 소식입니다. 남미의 섬나라 쿠바 하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나요?

정치적으로는 카스트로나 사회주의 그리고 정열적인 살사 음악과 춤도 빼놓을 수 없겠죠..그런데 쿠바 미술 또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구요?

네. 대중과 소통하는 공공미술이 특히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데요.
임종빈 순회특파원이 쿠바 미술의 세계로 안내해드립니다.

<리포트>

'카리브에 떠오르는 붉은 섬' 미국의 혹독한 경제 봉쇄를 견뎌내며 고집스럽게 사회주의를 지켜가고 있는 나라 쿠바. 동시에 아프리카와 쿠바 리듬이 혼합된 이국적 음악이 도시 곳곳에서 365일 울려퍼지는 문화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사탕수수 농장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흑인 노예들의 애환은 사라지고, 혁명의 나라 쿠바와 카리브 해에 대한 찬가로 거듭난 음악 룸바. 아바나 시내 한복판에 마련된 룸바 공연장 곳곳에 색색의 벽화들이 가득합니다. 이 벽화들은 룸바 음악 만큼이나 유명한 쿠바의 공공미술 화가 살바도르 곤잘레스의 작품입니다. 아프리카 전통 종교 신들의 친근함을 유쾌한 필체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인터뷰>살바도르 곤잘레스(화가): “쿠바, 남미, 카리브해에 있는 아프리카 여러 종교 전통을 반영한 것입니다.동아프리카의 반투와 나이지리아 남쪽의 아바꾸아 종교파 전통을 반영했습니다.”

작품을 완성하면 곧바로 상품이 돼 팔려나가는 캔버스 대신에 그가 선택한 것은 가난한 쿠바인들이 사는 아파트 벽면. 최근 그의 작업 영역은 남미의 빈민가 전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소수의 애호가가 아니라 대중을 향한 그의 작품은, 이제 남미를 넘어 유럽 지역에서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살바도르와 쿠바 공공미술을 함께 이끌고 있는 푸스테르의 집. 알록달록한 놀이터 같은 그의 집은, 타일을 이용한 모자이크화로 온통 뒤덮어 놓은 거대한 작품입니다.

<인터뷰>호세 푸스테르(화가): “내 작품의 특징은 생명의 기쁨이고 행복입니다. (내 작품에는)복잡한 내용이 없고 낙관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죠.”

미술은 지역 공동체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는 게 그의 공공미술 철학. 그 철학에 따라 15년 동안 100채가 넘는 이웃들의 집까지 타일 그림으로 꾸며오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혁명 이후, 쿠바에서는 예술과 대중의 거리를 좁힌 공공미술 작가들이 사회적으로 큰 인정을 받으며 성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쿠바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주제로 삼은 순수미술 또한 이에 못지않게 발전해왔습니다.

쿠바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문화는 미술작품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또한 그것이 쿠바 미술이 인정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흑인 화가 초코의 작업실. 아프리카 전통 종교와 가톨릭이 결합돼, 쿠바의 전통 종교가 된 '산 테리아'의 여러 신들이 그의 피사체입니다.

<인터뷰>초코(화가): "쿠바 사람들의 집에는 언제나 부적이 있습니다. 그 부적은 나쁜 귀신이 그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습니다. 내 작품에는 그런 쿠바 종교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의 작품에 특히 관심을 보이는 건 바로 미국인들. 한 점에 수 백만원에 이르는 그림을 사기 위해 미국의 큐레이터들이 쉴새없이 그의 작업실을 드나듭니다.

<인터뷰> 잭 오브라이언(미국 큐레이터): “그의 그림은 화려하고 선명합니다. 또한 감성적입니다. 그는 매우 깊은 감성과 느낌을 표현합니다."

쿠바의 국민작가로 널리 이름을 알리고 있는 플로라 퐁은 20세기초 쿠바 사탕수수 농장으로 대규모 이민을 왔던 중국인의 후손입니다. 카리브해의 쪽빛 바다와 허리케인에 흩날리는 야자수 등 쿠바의 독특한 자연환경이 작품에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지극히 쿠바적인 주제와 굵은 선을 강조하는 중국 수묵화의 전통 기법의 결합은 캔버스에서 이뤄지는 동서양의 만남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인터뷰>플로라 퐁(화가): “기계처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아주 깊은 감성에서 나오는, 그리고 자연환경과 밀접한 상호작용으로 도출된 감성으로 그립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을 비롯해 스페인 국왕과 프랑스 대통령 등 쟁쟁한 인물들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그녀는 이미 유명인사가 됐습니다.

쿠바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신인화가인 알리시아 데라 캄파 박의 작업실. 그녀의 할머니는 1905년 국제 이민사기단에 의해 쿠바 에네껜 농장으로 팔려온 한국인입니다. 여성의 꿈과 환상 세계를 작품에 담지만, 주인공의 얼굴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인터뷰>알리시아 데라 캄파 박(한인 3세 화가): "여성에 대한 미술은 여성을 위하여, 여성으로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면서 경험한 것들이 작품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죠."

여성의 내면세계를 생명체로 치환해 표현해내는 그녀의 독특한 작품들은 남미와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스페인 식민지였던 쿠바는 미술을 비롯해 문화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스페인 귀족들에 소속된 식민지 시대 화가들은 당시 유럽의 화풍을 답습했습니다.

그러다 1898년 독립과 함께 쿠바의 젊은 예술가들은 프랑스와 독일을 오가며 당시 미술계를 휩쓸고 있던 전위 예술을 접하게 됩니다. 1920년대 말 쿠바에서도 본격적인 전위 예술 운동이 시작되며 주제와 표현 방식이 혁명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인터뷰야미르 마씨아스(미술관 가이드): “쿠바 화가들은 그 때 프랑스 파리에 많이 갔었고 표현주의,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옛날 것과 단절하고 새로운 그림을 하게 됐습니다.”

쿠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였던 윌프레도 람은 당시 전위 예술의 한 분야였던 라틴아메리카 초현실주의 미술의 선구자였습니다. 마드리드 대학에서 파블로 피카소와 동문수학했던 윌프레도 람의 작품들은 뒤늦게 주목받으며 천문학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혁명은 쿠바 미술계에 또 한차례 중대 변화를 몰고옵니다. 미술의 시선은 대중을 향하게 됐고, 이념을 담은 회화들이 미술계 전면에 등장하게 됩니다. 그러다 사상과 이념이 미술 작품에서 점점 사라지고, 작가의 자율성이 존중받으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쿠바에서 미술 작품은 가장 비싸게 팔리는 상품 중에 하납니다. 그만큼 사회주의 사회답지 않은 상업성이 미술계에 짙게 깔려 있습니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미술 작품을 파는 아바나의 미술 전문 시장. 작품 가격은 적게는 10달러에서 많게는 100달러까지 다양합니다. 하지만 아바나의 옛 시내 풍경이나 시가 농장과 같이 비슷한 그림이 대부분입니다. 노동자 임금의 몇 배에 해당하는 큰돈을 벌 수 있다보니, 미술시장의 화가들은 대부분 관광객들에게 잘 팔리는 주제를 선택하게 됩니다.

<인터뷰>다닐로 에르난데스(미술품 상인): “관광객과 쿠바인을 위한 시장입니다. 쿠바 예술가들이 현재 어떤 작품을 만드는지 보여줄 수 있는 미술 시장입니다.”

이처럼 쿠바 미술계는 작가 정신이나 작품성을 중시하는 공공미술, 순수미술과 관광 기념품 수준의 미술이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습니다.

쿠바 예술전문대학의 미술학과. 미술학과 신입생은 1년에 20여명에 불과합니다. 의대나 법대를 나와도 월 20달러 정도를 버는 쿠바에서 예술대학 입학 경쟁은 치열합니다. 매년 열리는 아바나 경매에서 졸업생들의 작품은 각지에서 몰려든 큐레이터들에게 높은 가격으로 팔려나가기 때문입니다.

쿠바 미술계를 이끌고 있는 최고의 교수진들에게 교육받고, 졸업 후에는 일종의 특권도 인정받습니다.

<인터뷰>레스테르 알바레즈(미술학과 3학년): “쿠바에는 화랑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예술대학 졸업생들은 화랑에 우선적으로 전시할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적인 공공성과 자본주의적인 상업성이 미술계에서 공존하는 나라 쿠바. 그러나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문화적 환경이, 세계인들이 쿠바 미술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요인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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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가 주목하는 ‘공공미술’
    • 입력 2010-07-11 10:30:41
    • 수정2010-07-11 16:10:25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달라이 라마의 후계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하네요 다음 소식입니다. 남미의 섬나라 쿠바 하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나요? 정치적으로는 카스트로나 사회주의 그리고 정열적인 살사 음악과 춤도 빼놓을 수 없겠죠..그런데 쿠바 미술 또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구요? 네. 대중과 소통하는 공공미술이 특히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데요. 임종빈 순회특파원이 쿠바 미술의 세계로 안내해드립니다. <리포트> '카리브에 떠오르는 붉은 섬' 미국의 혹독한 경제 봉쇄를 견뎌내며 고집스럽게 사회주의를 지켜가고 있는 나라 쿠바. 동시에 아프리카와 쿠바 리듬이 혼합된 이국적 음악이 도시 곳곳에서 365일 울려퍼지는 문화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사탕수수 농장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흑인 노예들의 애환은 사라지고, 혁명의 나라 쿠바와 카리브 해에 대한 찬가로 거듭난 음악 룸바. 아바나 시내 한복판에 마련된 룸바 공연장 곳곳에 색색의 벽화들이 가득합니다. 이 벽화들은 룸바 음악 만큼이나 유명한 쿠바의 공공미술 화가 살바도르 곤잘레스의 작품입니다. 아프리카 전통 종교 신들의 친근함을 유쾌한 필체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인터뷰>살바도르 곤잘레스(화가): “쿠바, 남미, 카리브해에 있는 아프리카 여러 종교 전통을 반영한 것입니다.동아프리카의 반투와 나이지리아 남쪽의 아바꾸아 종교파 전통을 반영했습니다.” 작품을 완성하면 곧바로 상품이 돼 팔려나가는 캔버스 대신에 그가 선택한 것은 가난한 쿠바인들이 사는 아파트 벽면. 최근 그의 작업 영역은 남미의 빈민가 전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소수의 애호가가 아니라 대중을 향한 그의 작품은, 이제 남미를 넘어 유럽 지역에서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살바도르와 쿠바 공공미술을 함께 이끌고 있는 푸스테르의 집. 알록달록한 놀이터 같은 그의 집은, 타일을 이용한 모자이크화로 온통 뒤덮어 놓은 거대한 작품입니다. <인터뷰>호세 푸스테르(화가): “내 작품의 특징은 생명의 기쁨이고 행복입니다. (내 작품에는)복잡한 내용이 없고 낙관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죠.” 미술은 지역 공동체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는 게 그의 공공미술 철학. 그 철학에 따라 15년 동안 100채가 넘는 이웃들의 집까지 타일 그림으로 꾸며오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혁명 이후, 쿠바에서는 예술과 대중의 거리를 좁힌 공공미술 작가들이 사회적으로 큰 인정을 받으며 성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쿠바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주제로 삼은 순수미술 또한 이에 못지않게 발전해왔습니다. 쿠바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문화는 미술작품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또한 그것이 쿠바 미술이 인정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흑인 화가 초코의 작업실. 아프리카 전통 종교와 가톨릭이 결합돼, 쿠바의 전통 종교가 된 '산 테리아'의 여러 신들이 그의 피사체입니다. <인터뷰>초코(화가): "쿠바 사람들의 집에는 언제나 부적이 있습니다. 그 부적은 나쁜 귀신이 그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습니다. 내 작품에는 그런 쿠바 종교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의 작품에 특히 관심을 보이는 건 바로 미국인들. 한 점에 수 백만원에 이르는 그림을 사기 위해 미국의 큐레이터들이 쉴새없이 그의 작업실을 드나듭니다. <인터뷰> 잭 오브라이언(미국 큐레이터): “그의 그림은 화려하고 선명합니다. 또한 감성적입니다. 그는 매우 깊은 감성과 느낌을 표현합니다." 쿠바의 국민작가로 널리 이름을 알리고 있는 플로라 퐁은 20세기초 쿠바 사탕수수 농장으로 대규모 이민을 왔던 중국인의 후손입니다. 카리브해의 쪽빛 바다와 허리케인에 흩날리는 야자수 등 쿠바의 독특한 자연환경이 작품에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지극히 쿠바적인 주제와 굵은 선을 강조하는 중국 수묵화의 전통 기법의 결합은 캔버스에서 이뤄지는 동서양의 만남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인터뷰>플로라 퐁(화가): “기계처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아주 깊은 감성에서 나오는, 그리고 자연환경과 밀접한 상호작용으로 도출된 감성으로 그립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을 비롯해 스페인 국왕과 프랑스 대통령 등 쟁쟁한 인물들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그녀는 이미 유명인사가 됐습니다. 쿠바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신인화가인 알리시아 데라 캄파 박의 작업실. 그녀의 할머니는 1905년 국제 이민사기단에 의해 쿠바 에네껜 농장으로 팔려온 한국인입니다. 여성의 꿈과 환상 세계를 작품에 담지만, 주인공의 얼굴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인터뷰>알리시아 데라 캄파 박(한인 3세 화가): "여성에 대한 미술은 여성을 위하여, 여성으로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면서 경험한 것들이 작품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죠." 여성의 내면세계를 생명체로 치환해 표현해내는 그녀의 독특한 작품들은 남미와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스페인 식민지였던 쿠바는 미술을 비롯해 문화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스페인 귀족들에 소속된 식민지 시대 화가들은 당시 유럽의 화풍을 답습했습니다. 그러다 1898년 독립과 함께 쿠바의 젊은 예술가들은 프랑스와 독일을 오가며 당시 미술계를 휩쓸고 있던 전위 예술을 접하게 됩니다. 1920년대 말 쿠바에서도 본격적인 전위 예술 운동이 시작되며 주제와 표현 방식이 혁명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인터뷰야미르 마씨아스(미술관 가이드): “쿠바 화가들은 그 때 프랑스 파리에 많이 갔었고 표현주의,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옛날 것과 단절하고 새로운 그림을 하게 됐습니다.” 쿠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였던 윌프레도 람은 당시 전위 예술의 한 분야였던 라틴아메리카 초현실주의 미술의 선구자였습니다. 마드리드 대학에서 파블로 피카소와 동문수학했던 윌프레도 람의 작품들은 뒤늦게 주목받으며 천문학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혁명은 쿠바 미술계에 또 한차례 중대 변화를 몰고옵니다. 미술의 시선은 대중을 향하게 됐고, 이념을 담은 회화들이 미술계 전면에 등장하게 됩니다. 그러다 사상과 이념이 미술 작품에서 점점 사라지고, 작가의 자율성이 존중받으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쿠바에서 미술 작품은 가장 비싸게 팔리는 상품 중에 하납니다. 그만큼 사회주의 사회답지 않은 상업성이 미술계에 짙게 깔려 있습니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미술 작품을 파는 아바나의 미술 전문 시장. 작품 가격은 적게는 10달러에서 많게는 100달러까지 다양합니다. 하지만 아바나의 옛 시내 풍경이나 시가 농장과 같이 비슷한 그림이 대부분입니다. 노동자 임금의 몇 배에 해당하는 큰돈을 벌 수 있다보니, 미술시장의 화가들은 대부분 관광객들에게 잘 팔리는 주제를 선택하게 됩니다. <인터뷰>다닐로 에르난데스(미술품 상인): “관광객과 쿠바인을 위한 시장입니다. 쿠바 예술가들이 현재 어떤 작품을 만드는지 보여줄 수 있는 미술 시장입니다.” 이처럼 쿠바 미술계는 작가 정신이나 작품성을 중시하는 공공미술, 순수미술과 관광 기념품 수준의 미술이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습니다. 쿠바 예술전문대학의 미술학과. 미술학과 신입생은 1년에 20여명에 불과합니다. 의대나 법대를 나와도 월 20달러 정도를 버는 쿠바에서 예술대학 입학 경쟁은 치열합니다. 매년 열리는 아바나 경매에서 졸업생들의 작품은 각지에서 몰려든 큐레이터들에게 높은 가격으로 팔려나가기 때문입니다. 쿠바 미술계를 이끌고 있는 최고의 교수진들에게 교육받고, 졸업 후에는 일종의 특권도 인정받습니다. <인터뷰>레스테르 알바레즈(미술학과 3학년): “쿠바에는 화랑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예술대학 졸업생들은 화랑에 우선적으로 전시할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적인 공공성과 자본주의적인 상업성이 미술계에서 공존하는 나라 쿠바. 그러나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문화적 환경이, 세계인들이 쿠바 미술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요인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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