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악연 끝’ 스페인 우승 한풀이

입력 2010.07.12 (07:06) 수정 2010.07.1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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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스페인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 골키퍼에게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건네자 폭죽이 터지면서 금빛 색종이가 시상식장 위를 뒤덮기 시작했다. 



무려 80년 묵은 스페인의 한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네덜란드와 연장 후반 11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FC바르셀로나)의 천금과 같은 득점포가 터진 이후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고 감격에 겨워하던 카시야스의 얼굴은 언제 눈물이 고였나 싶을 만큼  밝게 빛나고 있었다. 



1930년 시작된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매번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지금까지 4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던 스페인의 '큰 경기 징크스'를 확실히 깼다는 자부심에  스페인 선수단은 한 덩어리가 돼서 껑충껑충 뛰어올랐다. 



사실 결승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나 전 세계 축구 팬들은 대부분 스페인의  우승을 점쳤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도 물론 쉬운 상대가 아니지만 골잡이 이니에스타와  다비드 비야, 플레이메이커인 사비(이상 FC바르셀로나) 등이 포진한 스페인의  라인업은 그야말로 '무적함대'라는 별칭이 딱 어울릴 만큼 막강해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번번이 큰 대회에서 예상 밖 패배를 당했던 스페인으로서는 처음 밟은  월드컵 결승이 못내 부담스러웠다. 그동안 숱하게 들어왔지만 2008년  유럽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잠시 잊고 지냈던 '큰 경기 징크스'가 다시 뇌리를 스쳐가기도 했을  터다. 



'점쟁이 문어' 파울이 스페인 우승을 예언했다지만 '축구 황제' 펠레도 덩달아 스페인이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도 찜찜했다. 



경기 내내 더 많은 공격 점유율을 보이면서도 좀처럼 네덜란드의 골문을 열어젖히지 못하던 스페인은 결국 연장전까지 끌려들어 가야 했다. 



시간이 갈수록 다급한 쪽은 스페인이었다. 한 골에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큰 연장전이나 실력보다는 운이 따라야 하는 승부차기로 갈수록 객관적인 전력의 우위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었다. 



연장 전반을 지나 후반 종료도 채 5분이 남지 않은 상황. 승부차기로 가는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이었다. 



연장 후반 11분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널)의 패스를 받은 이니에스타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네덜란드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기회를 잡았고 숨을 한 번 고른 이니에스타는 강렬한 오른발 슛으로 80년 한을 날리는 귀중한 득점포를 뽑아냈다. 



통산 8번째로 월드컵 우승국 반열에 오르게 된 스페인 선수들은 주전, 비주전 할 것 없이 왼쪽 코너로 몰려들어 서로 얼싸안으며 우승을 자축했다. 



스페인 소피아 왕비는 VIP석에서,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벤치에서 우승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골을 넣은 뒤 1분이 지나서야 이니에스타는 유니폼 상의를 제대로 입을 만큼 긴 시간 결승골의 감격을 만끽했다. 



이번 대회 평균 골 세리머니 시간은 20초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으니 스페인의  기쁨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만하다. 



델 보스케 감독은 "매우 어려운 경기였다. 그러나 우리 훌륭한 선수들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며 "기회가 많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결국 한  골을 넣었다. 오늘 우승의 공을 우리 위대한 선수들에게 돌린다"고 말했다. 



2008년 유럽선수권과 올해 남아공 월드컵을 연달아 제패한 스페인을 두고 '큰  경기 징크스'를 논할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반면 네덜란드 선수들은 이니에스타의 골이 터진 순간부터 패배를 예감한 듯 좀처럼 그라운드에서 일어설 줄 몰랐다.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과 마르턴 스테켈렌뷔르흐(아약스) 골키퍼의 망연자실한 모습은 80년 한을 날린 스페인 선수들과 대비됐다. 



로번으로서는 후반 17분께 스페인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골키퍼와 1대1로 맞선 상황에서 날린 왼발슛이 골키퍼 발끝에 맞고 비켜간 장면이 아른거렸을 것 같다. 



VIP석에서 직접 관전한 빌렘-알렉산데르 왕세자 부부도 아쉬움 속에 선전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지만 베르트 판마르베이크 네덜란드 감독은 시상식에서 목에  걸었던 준우승 메달을 계단을 내려오며 곧바로 목에서 빼낼 만큼 속이 상한  모습이었다.  



네덜란드가 다음 월드컵 결승에서는 '3전4기'를 이룰 수 있을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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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7-12 07:06:42
    • 수정2010-07-12 11:35:10
    연합뉴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스페인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 골키퍼에게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건네자 폭죽이 터지면서 금빛 색종이가 시상식장 위를 뒤덮기 시작했다. 

무려 80년 묵은 스페인의 한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네덜란드와 연장 후반 11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FC바르셀로나)의 천금과 같은 득점포가 터진 이후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고 감격에 겨워하던 카시야스의 얼굴은 언제 눈물이 고였나 싶을 만큼  밝게 빛나고 있었다. 

1930년 시작된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매번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지금까지 4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던 스페인의 '큰 경기 징크스'를 확실히 깼다는 자부심에  스페인 선수단은 한 덩어리가 돼서 껑충껑충 뛰어올랐다. 

사실 결승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나 전 세계 축구 팬들은 대부분 스페인의  우승을 점쳤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도 물론 쉬운 상대가 아니지만 골잡이 이니에스타와  다비드 비야, 플레이메이커인 사비(이상 FC바르셀로나) 등이 포진한 스페인의  라인업은 그야말로 '무적함대'라는 별칭이 딱 어울릴 만큼 막강해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번번이 큰 대회에서 예상 밖 패배를 당했던 스페인으로서는 처음 밟은  월드컵 결승이 못내 부담스러웠다. 그동안 숱하게 들어왔지만 2008년  유럽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잠시 잊고 지냈던 '큰 경기 징크스'가 다시 뇌리를 스쳐가기도 했을  터다. 

'점쟁이 문어' 파울이 스페인 우승을 예언했다지만 '축구 황제' 펠레도 덩달아 스페인이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도 찜찜했다. 

경기 내내 더 많은 공격 점유율을 보이면서도 좀처럼 네덜란드의 골문을 열어젖히지 못하던 스페인은 결국 연장전까지 끌려들어 가야 했다. 

시간이 갈수록 다급한 쪽은 스페인이었다. 한 골에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큰 연장전이나 실력보다는 운이 따라야 하는 승부차기로 갈수록 객관적인 전력의 우위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었다. 

연장 전반을 지나 후반 종료도 채 5분이 남지 않은 상황. 승부차기로 가는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이었다. 

연장 후반 11분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널)의 패스를 받은 이니에스타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네덜란드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기회를 잡았고 숨을 한 번 고른 이니에스타는 강렬한 오른발 슛으로 80년 한을 날리는 귀중한 득점포를 뽑아냈다. 

통산 8번째로 월드컵 우승국 반열에 오르게 된 스페인 선수들은 주전, 비주전 할 것 없이 왼쪽 코너로 몰려들어 서로 얼싸안으며 우승을 자축했다. 

스페인 소피아 왕비는 VIP석에서,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벤치에서 우승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골을 넣은 뒤 1분이 지나서야 이니에스타는 유니폼 상의를 제대로 입을 만큼 긴 시간 결승골의 감격을 만끽했다. 

이번 대회 평균 골 세리머니 시간은 20초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으니 스페인의  기쁨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만하다. 

델 보스케 감독은 "매우 어려운 경기였다. 그러나 우리 훌륭한 선수들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며 "기회가 많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결국 한  골을 넣었다. 오늘 우승의 공을 우리 위대한 선수들에게 돌린다"고 말했다. 

2008년 유럽선수권과 올해 남아공 월드컵을 연달아 제패한 스페인을 두고 '큰  경기 징크스'를 논할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반면 네덜란드 선수들은 이니에스타의 골이 터진 순간부터 패배를 예감한 듯 좀처럼 그라운드에서 일어설 줄 몰랐다.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과 마르턴 스테켈렌뷔르흐(아약스) 골키퍼의 망연자실한 모습은 80년 한을 날린 스페인 선수들과 대비됐다. 

로번으로서는 후반 17분께 스페인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골키퍼와 1대1로 맞선 상황에서 날린 왼발슛이 골키퍼 발끝에 맞고 비켜간 장면이 아른거렸을 것 같다. 

VIP석에서 직접 관전한 빌렘-알렉산데르 왕세자 부부도 아쉬움 속에 선전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지만 베르트 판마르베이크 네덜란드 감독은 시상식에서 목에  걸었던 준우승 메달을 계단을 내려오며 곧바로 목에서 빼낼 만큼 속이 상한  모습이었다.  

네덜란드가 다음 월드컵 결승에서는 '3전4기'를 이룰 수 있을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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