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중원 ‘무적함대 전성시대’

입력 2010.07.12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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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이 12일(한국시간)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결승에서 네덜란드를 1-0으로 꺾고 세계 챔피언이 되면서 `무적함대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스페인이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에서 4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메이저대회 울렁증’을 털어낸 스페인은 역대 최고 성적이 4위(1950년 브라질 대회)였던 월드컵에서도 처음으로 정상을 밟으면서 천하통일을 이뤘다.



유럽선수권대회와 월드컵을 잇달아 우승한 나라는 구 서독(1972년 유럽선수권대회, 1974년 월드컵)과 프랑스(1998년 월드컵,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에 이어 스페인이 세 번째다.



4년마다 개최되는 지구촌 최대축구잔치 월드컵은 세계 축구의 흐름과 미래를 한눈에 읽을 수 있는 중요한 무대다. 스페인축구는 유럽에 이어 세계까지 제패하면서 세계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다.



◇토털사커의 재해석 `실리축구’



이번 대회에서는 화려함보다는 조직력을 강조하면서 안정적인 경기운영으로 승점을 챙기는 `실리축구’가 대세를 이뤘다.



스페인이 이번 대회 7경기에서 올린 득점은 8골뿐이지만 단 2실점만 하는 짠물 수비 덕에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스위스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0-1로 진 이후 전승을 거둔 스페인은 특히 16강 토너먼트 이후 4경기에서는 모두 1-0으로 이겼다.



부상에서 회복한 주포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가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탓인지 골 결정력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꼬박꼬박 승수를 챙겼다.



축구강국들은 점점 투톱 대신 원톱을 세우고 미드필더에 많은 선수를 배치한다.



포백 수비진과 원톱을 제외한 다섯 명이 미드필드에 포진하면서 현대축구의 기본 요소인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 게다가 전통적 윙플레이보다는 중앙 지향적인 플레이를 많이 한다.



스페인도 예외는 아니다. 다비드 비야(바르셀로나)를 원톱에 세우고, 중앙의 사비(바르셀로나),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 세르히오 부스케츠(바르셀로나)와 좌·우 날개 페드로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바르셀로나) 등 5명을 미드필더에 배치한다.



스페인 대표팀의 강점은 비로 세계 정상급의 미드필더진에서 찾을 수 있다.



체격은 크지 않지만 개인기가 뛰어난 미드필더들이 아기자기한 패스게임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일품이다.



네덜란드와 결승에서는 76%에 그쳤지만, 스페인의 이번 대회 평균 패스성공률은 80%로 32개 참가국 중 1위다. 기술축구의 대명사 브라질(79%)도 스페인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적함대의 원동력은 `FC바르셀로나’



스페인 축구는 1970년대 세계축구 변화를 이끌었던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네덜란드식 `토털사커’를 가장 현대적으로 소화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스페인 축구의 원동력인 세계 최강 클럽 FC바르셀로나와도 무관하지 않다.



토털사커의 중심이었던 네덜란드 축구영웅 요한 크루이프가 은퇴 이후인 1988년부터 1996년까지 바르셀로나 감독을 맡아 리그 4연패를 이뤘고, 현재 바르셀로나 감독인 호셉 과르디올라는 크루이프가 바르셀로나를 지휘할 때 선수였다. 바르셀로나에 토털사커가 잘 녹아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지휘하는 스페인 대표팀은 2008-2009시즌 스페인 프로축구 사상 첫 `트레블’(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스페인 국왕컵.프리메라리가 등 우승 3관왕)을 달성했던 바르셀로나 멤버들을 그대로 대표팀에 옮겨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아공 월드컵에 참가한 스페인 대표 선수 23명 중 발렌시아를 떠나 새 시즌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다비드 비야를 제외하고도 7명이 현재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이들은 대표팀의 주축이다.



◇`축구 천하통일’로 해묵은 지역감정 해소 기대



그동안 스페인이 메이저대회에서 무관에 그쳤던 것은 지역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역사적으로 강한 라이벌 의식을 가진 카스티야(레알 마드리드)와 카탈루냐(바르셀로나)는 세계 최고의 더비 매치를 낳았지만, 두 지방의 반목은 오히려 스페인 대표팀에서는 조화를 방해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카탈루냐 지역은 공공연하게 독립을 주장하는 등 스페인의 일부라는 사실을 사실상 부인할만큼 수도권 지역인 카스티야와 반목이 심하다.



유럽 3대 빅리그 중 하나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주름잡는 최고의 선수들이 대표팀에 모이면 모래알처럼 하나로 융화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에서 선수와 감독 생활을 했던 델 보스케 감독은 "대표팀은 스페인 전역에서 온 선수들로 이뤄져 있다. 우리 대표팀은 통합돼 있고 스페인 전체도 똑같이 통합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스페인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리고 최강 전력의 바르셀로나의 멤버들 주축으로 대표팀을 꾸려 결국 스페인 축구의 한을 풀었다.



스페인의 이번 대회 우승은 뿌리 깊은 지역 갈등의 해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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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강 중원 ‘무적함대 전성시대’
    • 입력 2010-07-12 08:18:49
    연합뉴스
스페인이 12일(한국시간)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결승에서 네덜란드를 1-0으로 꺾고 세계 챔피언이 되면서 `무적함대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스페인이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에서 4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메이저대회 울렁증’을 털어낸 스페인은 역대 최고 성적이 4위(1950년 브라질 대회)였던 월드컵에서도 처음으로 정상을 밟으면서 천하통일을 이뤘다.

유럽선수권대회와 월드컵을 잇달아 우승한 나라는 구 서독(1972년 유럽선수권대회, 1974년 월드컵)과 프랑스(1998년 월드컵,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에 이어 스페인이 세 번째다.

4년마다 개최되는 지구촌 최대축구잔치 월드컵은 세계 축구의 흐름과 미래를 한눈에 읽을 수 있는 중요한 무대다. 스페인축구는 유럽에 이어 세계까지 제패하면서 세계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다.

◇토털사커의 재해석 `실리축구’

이번 대회에서는 화려함보다는 조직력을 강조하면서 안정적인 경기운영으로 승점을 챙기는 `실리축구’가 대세를 이뤘다.

스페인이 이번 대회 7경기에서 올린 득점은 8골뿐이지만 단 2실점만 하는 짠물 수비 덕에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스위스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0-1로 진 이후 전승을 거둔 스페인은 특히 16강 토너먼트 이후 4경기에서는 모두 1-0으로 이겼다.

부상에서 회복한 주포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가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탓인지 골 결정력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꼬박꼬박 승수를 챙겼다.

축구강국들은 점점 투톱 대신 원톱을 세우고 미드필더에 많은 선수를 배치한다.

포백 수비진과 원톱을 제외한 다섯 명이 미드필드에 포진하면서 현대축구의 기본 요소인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 게다가 전통적 윙플레이보다는 중앙 지향적인 플레이를 많이 한다.

스페인도 예외는 아니다. 다비드 비야(바르셀로나)를 원톱에 세우고, 중앙의 사비(바르셀로나),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 세르히오 부스케츠(바르셀로나)와 좌·우 날개 페드로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바르셀로나) 등 5명을 미드필더에 배치한다.

스페인 대표팀의 강점은 비로 세계 정상급의 미드필더진에서 찾을 수 있다.

체격은 크지 않지만 개인기가 뛰어난 미드필더들이 아기자기한 패스게임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일품이다.

네덜란드와 결승에서는 76%에 그쳤지만, 스페인의 이번 대회 평균 패스성공률은 80%로 32개 참가국 중 1위다. 기술축구의 대명사 브라질(79%)도 스페인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적함대의 원동력은 `FC바르셀로나’

스페인 축구는 1970년대 세계축구 변화를 이끌었던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네덜란드식 `토털사커’를 가장 현대적으로 소화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스페인 축구의 원동력인 세계 최강 클럽 FC바르셀로나와도 무관하지 않다.

토털사커의 중심이었던 네덜란드 축구영웅 요한 크루이프가 은퇴 이후인 1988년부터 1996년까지 바르셀로나 감독을 맡아 리그 4연패를 이뤘고, 현재 바르셀로나 감독인 호셉 과르디올라는 크루이프가 바르셀로나를 지휘할 때 선수였다. 바르셀로나에 토털사커가 잘 녹아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지휘하는 스페인 대표팀은 2008-2009시즌 스페인 프로축구 사상 첫 `트레블’(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스페인 국왕컵.프리메라리가 등 우승 3관왕)을 달성했던 바르셀로나 멤버들을 그대로 대표팀에 옮겨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아공 월드컵에 참가한 스페인 대표 선수 23명 중 발렌시아를 떠나 새 시즌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다비드 비야를 제외하고도 7명이 현재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이들은 대표팀의 주축이다.

◇`축구 천하통일’로 해묵은 지역감정 해소 기대

그동안 스페인이 메이저대회에서 무관에 그쳤던 것은 지역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역사적으로 강한 라이벌 의식을 가진 카스티야(레알 마드리드)와 카탈루냐(바르셀로나)는 세계 최고의 더비 매치를 낳았지만, 두 지방의 반목은 오히려 스페인 대표팀에서는 조화를 방해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카탈루냐 지역은 공공연하게 독립을 주장하는 등 스페인의 일부라는 사실을 사실상 부인할만큼 수도권 지역인 카스티야와 반목이 심하다.

유럽 3대 빅리그 중 하나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주름잡는 최고의 선수들이 대표팀에 모이면 모래알처럼 하나로 융화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에서 선수와 감독 생활을 했던 델 보스케 감독은 "대표팀은 스페인 전역에서 온 선수들로 이뤄져 있다. 우리 대표팀은 통합돼 있고 스페인 전체도 똑같이 통합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스페인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리고 최강 전력의 바르셀로나의 멤버들 주축으로 대표팀을 꾸려 결국 스페인 축구의 한을 풀었다.

스페인의 이번 대회 우승은 뿌리 깊은 지역 갈등의 해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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