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사랑법’…참극으로 끝난 인질극

입력 2010.07.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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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수갑까지 준비…여친母 살해범 전락

결혼 반대에 앙심을 품고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다 어머니를 살해한 박모(25)씨는 흉기와 수갑을 준비하고 여자친구 아파트를 찾았다.

박씨는 지난해 9월 지인의 소개로 만난 김모(26.여)씨와 교제를 해오다 최근 김씨 부모의 반대로 소원해진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원만히 풀려고 23일 오후 4시께 서울 중랑구에 있는 김씨 집으로 찾아갔다.

상해 전과로 벌금 수배자였던 박씨는 2주 전에도 여자친구의 집을 찾았지만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김씨 부모의 말에 도망을 한 적이 있었다. 이에 이번에는 신고를 하지 못하게 할 위협용으로 인터넷에서 흉기 등을 구입했다.

부모가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파트 현관 앞에서 벨을 누른 뒤 등기 우편이 왔다고 속이는 등 치밀하게 움직였다.

김씨 어머니인 송모(49)씨가 불과 몇분 후 자신에게 닥칠 불행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현관문을 여는 순간 비극은 시작됐다.

문이 열리자마자 박씨는 후다닥 집안으로 들어갔고, "왜 왔냐"며 면박을 주는 송씨와 말씨름을 벌이다 미리 준비한 길이 24cm가량의 흉기로 송씨의 오른쪽 팔을 베었다.

경찰 관계자는 24일 "박씨는 지혈을 한 뒤 송씨를 밖으로 내보내려고 현관문을 열었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잡힐 것 같아 문을 다시 닫았다고 진술했다"며 "검시 결과 송씨의 우측 팔꿈치 안쪽에 7cm가량의 깊은 상처가 있었고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씨가 숨진 것을 확인한 박씨는 시신을 침실로 옮긴 뒤 여자친구를 볼모로 본격적인 인질극을 벌이기 시작했다.

준비한 수갑을 여자친구에게 한차례 채우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밥을 해달라"는 요구를 김씨에게 하기도 했다.

모녀가 집 안에 감금됐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프로파일러(범죄 심리ㆍ행동분석 요원)와 협상 전문가를 불러 박씨와 70여 차례에 걸친 전화통화로 자수를 권유했으나 박씨는 불응했다.

자살을 하겠다며 협박까지 하던 박씨의 마음을 돌린 것은 여자친구였다.

김씨는 박씨에게 "네가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 것이다. 죽지 말고 자수해라"고 설득했고, 이에 마음을 고쳐먹은 박씨는 "손을 잡고 함께 나가자"고 답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결국 박씨는 범행 발생 10시간 만인 24일 오전 2시께 김씨 집을 나오며 경찰에 자수했다.

박씨는 경찰에서 "여자친구를 만나 얘기를 하고 싶었다"며 "결혼을 반대하는 여자친구 부모가 경찰에 또 신고할까 봐 흉기로 겁만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씨를 상대로 보강수사를 한 뒤 25일 박씨에 대해 살인 및 특수감금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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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못된 사랑법’…참극으로 끝난 인질극
    • 입력 2010-07-24 16:40:31
    연합뉴스
흉기·수갑까지 준비…여친母 살해범 전락 결혼 반대에 앙심을 품고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다 어머니를 살해한 박모(25)씨는 흉기와 수갑을 준비하고 여자친구 아파트를 찾았다. 박씨는 지난해 9월 지인의 소개로 만난 김모(26.여)씨와 교제를 해오다 최근 김씨 부모의 반대로 소원해진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원만히 풀려고 23일 오후 4시께 서울 중랑구에 있는 김씨 집으로 찾아갔다. 상해 전과로 벌금 수배자였던 박씨는 2주 전에도 여자친구의 집을 찾았지만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김씨 부모의 말에 도망을 한 적이 있었다. 이에 이번에는 신고를 하지 못하게 할 위협용으로 인터넷에서 흉기 등을 구입했다. 부모가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파트 현관 앞에서 벨을 누른 뒤 등기 우편이 왔다고 속이는 등 치밀하게 움직였다. 김씨 어머니인 송모(49)씨가 불과 몇분 후 자신에게 닥칠 불행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현관문을 여는 순간 비극은 시작됐다. 문이 열리자마자 박씨는 후다닥 집안으로 들어갔고, "왜 왔냐"며 면박을 주는 송씨와 말씨름을 벌이다 미리 준비한 길이 24cm가량의 흉기로 송씨의 오른쪽 팔을 베었다. 경찰 관계자는 24일 "박씨는 지혈을 한 뒤 송씨를 밖으로 내보내려고 현관문을 열었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잡힐 것 같아 문을 다시 닫았다고 진술했다"며 "검시 결과 송씨의 우측 팔꿈치 안쪽에 7cm가량의 깊은 상처가 있었고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씨가 숨진 것을 확인한 박씨는 시신을 침실로 옮긴 뒤 여자친구를 볼모로 본격적인 인질극을 벌이기 시작했다. 준비한 수갑을 여자친구에게 한차례 채우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밥을 해달라"는 요구를 김씨에게 하기도 했다. 모녀가 집 안에 감금됐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프로파일러(범죄 심리ㆍ행동분석 요원)와 협상 전문가를 불러 박씨와 70여 차례에 걸친 전화통화로 자수를 권유했으나 박씨는 불응했다. 자살을 하겠다며 협박까지 하던 박씨의 마음을 돌린 것은 여자친구였다. 김씨는 박씨에게 "네가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 것이다. 죽지 말고 자수해라"고 설득했고, 이에 마음을 고쳐먹은 박씨는 "손을 잡고 함께 나가자"고 답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결국 박씨는 범행 발생 10시간 만인 24일 오전 2시께 김씨 집을 나오며 경찰에 자수했다. 박씨는 경찰에서 "여자친구를 만나 얘기를 하고 싶었다"며 "결혼을 반대하는 여자친구 부모가 경찰에 또 신고할까 봐 흉기로 겁만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씨를 상대로 보강수사를 한 뒤 25일 박씨에 대해 살인 및 특수감금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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