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 나 몰라라’ 곳곳에서 전기 낭비

입력 2010.07.28 (06:34) 수정 2010.07.2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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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ㆍ기업ㆍ공공장소 등에서 에어컨 `팡팡'
"전력수요 높아져 사회적 비용 커지면 저소득층에 부담"

불볕더위에 전력 사용량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렸지만, 관공서와 기업 등에서 전기를 낭비하는 관행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실종된 에너지 절약 정신은 솔선수범해야 할 관공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7일 정오께 서울 종로구에 있는 정부중앙청사.

점심을 먹으러 나가려는 공무원들로 엘리베이터가 가득 차 더는 사람이 타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엘리베이터는 층마다 멈췄다.

점심ㆍ퇴근 시간 등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대만이라도 엘리베이터가 만원이면 각 층을 통과하지 않게 설정을 하는 등 효율적인 운영을 하지 않아 에너지가 줄줄 새는 현장이다.

중앙청사의 한 공무원은 "엘리베이터 설정을 잘만 조작하면 사람들로 꽉 찼을 때 멈추지 않고 통과하도록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 이용객의 시간은 물론 전기까지 낭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기도 과천에 있는 정부청사의 몇몇 사무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에어컨을 틀어 놓아 실내 온도가 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히 시원한 상태인데도 사람도 없는 곳에서 선풍기까지 돌아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관공서의 에너지 낭비 사례는 야간에도 나타났다. 서울의 한 교육청에서 모든 직원이 퇴근했지만 밤늦도록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상당수 사무실을 볼 수 있었다.

사무실의 전등 개폐 스위치가 사무실 내부가 아닌 복도 중간에 있어 마지막까지 근무한 직원이 불을 끄지 않고 퇴근하는 사례가 많은 탓이다.

청사 관리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순찰하며 불을 끄고는 있지만, 직원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 스폰서' 사건 등으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검찰청사의 에너지 낭비 현상은 다른 관공서보다 훨씬 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사람의 왕래가 뜸한 오후 9시 이후에도 모든 엘리베이터의 전원을 켜 놓거나 일부 사무실에서는 냉기를 느낄 정도로 온도를 낮춰 밤늦게까지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

민간 기업이나 공공장소의 에너지 낭비 사례도 많았다.

한 외국계 기업이 들어선 서울 중구의 20층 빌딩 사무실은 중앙 냉방 시스템이 작동돼 일과 시간에는 서늘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몇몇 직원들은 때아닌 추위에 긴 팔 카디건 또는 와이셔츠를 입고 근무를 하고 있었다.

지하철의 과도한 냉방을 지적한 시민도 있었다.

27일 오후 2시께 지하철 4호선에서 만난 박준하(55.여)씨는 `지하철의 한여름 추위'를 피하려고 어깨에 목도리까지 두른 상태였다.

박씨는 "지하철 냉방이 심해 항상 목도리를 갖고 탄다. 평소 추위에 약하기도 하지만 냉방을 너무 심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이 아닌 오전 10시∼11시, 오후 2시∼4시 지하철 4호선과 9호선을 이용한 시민 중에서도 에어컨 바람이 너무 세다고 불평하는 승객이 꽤 있다.

시민의 출입이 잦은 은행과 백화점에서도 에너지 절약정신은 실종됐다.

서울 대학로의 한 은행에서 업무 시간에 작동된 대형 에어컨이 20℃, 소형 에어컨은 18℃로 맞춰져 있었다. 당시 외부 온도는 30℃였다.

은행에 들른 한 50대 주부는 "은행 안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밖에 나오면서 큰 온도 차이를 느꼈다. 은행이 에어컨을 세게 튼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강북구의 한 백화점을 찾았다는 안경림(33.여)씨는 "백화점에 아기까지 데려갔는데, 긴 소매 옷을 안 챙겨간 게 후회됐다. 1층 로비는 팔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추웠다"고 회상했다.

이 밖에 카페와 옷 매장, 상점에서는 과도하게 에어컨을 틀어 놓고서는 손님을 유치하려고 가게 문을 열어놓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전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전력 수요가 계속 높아지면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저소득 계층에 더 큰 피해가 가는 만큼 관공서나 기업 등에서 공동체 의식을 갖고 에너지 절약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시민연대의 정희정 사무처장은 28일 "전력 수요가 계속 높아지면 세금으로 신규 발전소를 짓거나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등 시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어려운 형편의 저소득층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진다"고 지적했다.

정 사무처장은 "사회의 빈곤층이 에너지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안전망을 만들어야 하며, 실내 온도를 1도 낮추는 등 절약이 공공이익을 높인다는 분위기가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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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력난 나 몰라라’ 곳곳에서 전기 낭비
    • 입력 2010-07-28 06:34:42
    • 수정2010-07-28 15: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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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ㆍ기업ㆍ공공장소 등에서 에어컨 `팡팡' "전력수요 높아져 사회적 비용 커지면 저소득층에 부담" 불볕더위에 전력 사용량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렸지만, 관공서와 기업 등에서 전기를 낭비하는 관행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실종된 에너지 절약 정신은 솔선수범해야 할 관공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7일 정오께 서울 종로구에 있는 정부중앙청사. 점심을 먹으러 나가려는 공무원들로 엘리베이터가 가득 차 더는 사람이 타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엘리베이터는 층마다 멈췄다. 점심ㆍ퇴근 시간 등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대만이라도 엘리베이터가 만원이면 각 층을 통과하지 않게 설정을 하는 등 효율적인 운영을 하지 않아 에너지가 줄줄 새는 현장이다. 중앙청사의 한 공무원은 "엘리베이터 설정을 잘만 조작하면 사람들로 꽉 찼을 때 멈추지 않고 통과하도록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 이용객의 시간은 물론 전기까지 낭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기도 과천에 있는 정부청사의 몇몇 사무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에어컨을 틀어 놓아 실내 온도가 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히 시원한 상태인데도 사람도 없는 곳에서 선풍기까지 돌아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관공서의 에너지 낭비 사례는 야간에도 나타났다. 서울의 한 교육청에서 모든 직원이 퇴근했지만 밤늦도록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상당수 사무실을 볼 수 있었다. 사무실의 전등 개폐 스위치가 사무실 내부가 아닌 복도 중간에 있어 마지막까지 근무한 직원이 불을 끄지 않고 퇴근하는 사례가 많은 탓이다. 청사 관리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순찰하며 불을 끄고는 있지만, 직원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 스폰서' 사건 등으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검찰청사의 에너지 낭비 현상은 다른 관공서보다 훨씬 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사람의 왕래가 뜸한 오후 9시 이후에도 모든 엘리베이터의 전원을 켜 놓거나 일부 사무실에서는 냉기를 느낄 정도로 온도를 낮춰 밤늦게까지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 민간 기업이나 공공장소의 에너지 낭비 사례도 많았다. 한 외국계 기업이 들어선 서울 중구의 20층 빌딩 사무실은 중앙 냉방 시스템이 작동돼 일과 시간에는 서늘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몇몇 직원들은 때아닌 추위에 긴 팔 카디건 또는 와이셔츠를 입고 근무를 하고 있었다. 지하철의 과도한 냉방을 지적한 시민도 있었다. 27일 오후 2시께 지하철 4호선에서 만난 박준하(55.여)씨는 `지하철의 한여름 추위'를 피하려고 어깨에 목도리까지 두른 상태였다. 박씨는 "지하철 냉방이 심해 항상 목도리를 갖고 탄다. 평소 추위에 약하기도 하지만 냉방을 너무 심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이 아닌 오전 10시∼11시, 오후 2시∼4시 지하철 4호선과 9호선을 이용한 시민 중에서도 에어컨 바람이 너무 세다고 불평하는 승객이 꽤 있다. 시민의 출입이 잦은 은행과 백화점에서도 에너지 절약정신은 실종됐다. 서울 대학로의 한 은행에서 업무 시간에 작동된 대형 에어컨이 20℃, 소형 에어컨은 18℃로 맞춰져 있었다. 당시 외부 온도는 30℃였다. 은행에 들른 한 50대 주부는 "은행 안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밖에 나오면서 큰 온도 차이를 느꼈다. 은행이 에어컨을 세게 튼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강북구의 한 백화점을 찾았다는 안경림(33.여)씨는 "백화점에 아기까지 데려갔는데, 긴 소매 옷을 안 챙겨간 게 후회됐다. 1층 로비는 팔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추웠다"고 회상했다. 이 밖에 카페와 옷 매장, 상점에서는 과도하게 에어컨을 틀어 놓고서는 손님을 유치하려고 가게 문을 열어놓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전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전력 수요가 계속 높아지면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저소득 계층에 더 큰 피해가 가는 만큼 관공서나 기업 등에서 공동체 의식을 갖고 에너지 절약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시민연대의 정희정 사무처장은 28일 "전력 수요가 계속 높아지면 세금으로 신규 발전소를 짓거나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등 시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어려운 형편의 저소득층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진다"고 지적했다. 정 사무처장은 "사회의 빈곤층이 에너지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안전망을 만들어야 하며, 실내 온도를 1도 낮추는 등 절약이 공공이익을 높인다는 분위기가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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