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치닫는 용산 개발…‘후폭풍’ 거셀 듯

입력 2010.08.07 (08:35) 수정 2010.08.0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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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로 사업 불투명..사실상 '포기 수순'
주변 부동산 시장 악영향..주민 반발 불가피

단군 이래 최대 개발 프로젝트인 '31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6일 삼성물산 등 17개 건설 시공사 컨소시엄이 롯데개발 등 3개 출자회사가 제시한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사업 중단' 사태를 맞게 됐다.

코레일 등 출자사들은 "아직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회복돼 사업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왜 이렇게 됐나 =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휘청거리는 가장 큰 원인은 8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땅값이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지정할 당시에는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어서 8조원의 땅값을 내고도 사업성이 보장됐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고 부동산 경기가 곤두박질 치면서 상황이 180도 변한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로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자금조달 창구가 막힌 것도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대규모 개발사업에선 건설사들의 지급보증으로 PF 대출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각 건설사가 원래 보유한 PF 보증채무가 막대한 상황에서 사업성이 불투명한 이번 사업에선 추가 지급보증을 서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컨소시엄 참여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사업을 해도 돈이 되다는 보장이 없는데 어느 건설사가 PF 보증을 서겠느냐"며 "중재안에서 요구한 PF 보증 규모는 9천500억원에 그치지만 이후 임대, 분양 등 사업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행사인 드림허브는 땅값을 마련하지 못해 토지대금 8조원 가운데 지난해까지 1조5천억원가량을 지불하고서 4회로 나눠서 내기로 한 계약금 중 4차분 3천175억원과 2차 토지매매 중도금 3천835억원을 미납한 상태다.

용산역세권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하면서 삼성물산 등 컨소시엄 참여자들의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코레일이 나름대로 성의있는 중재안을 내놓은 것과 달리 건설사들이 이번 이사회에서 특별한 대안없이 지급보증 거부 의사만 거듭 밝힌 것은 사실상 사업 포기를 위한 '출구전략'이라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사업 환경이 바뀌어 사업을 중단할 수는 있지만 용산사업의 경우 애초부터 무리한 땅값을 써내 사업자로 선정된 뒤 주변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어놓고 이제 와서 별다른 노력도 없이 손쉬운 '발 빼기'를 선택하는 것은 책임 있는 기업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사업 무산 시 후폭풍 거셀 듯 = 부동산ㆍ건설업계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중단될 경우 사회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후유증이 야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당장 이 사업이 좌초하면 30개 투자자들이 납부한 자본금 1조원은 떼일 전망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계약이행을 못 했을 경우 일단 토지매매 계약금의 10%(약 4천400억원)는 위약금 형태로 고스란히 코레일에 넘어온다"며 "각종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이행이익 등을 감안할 경우 1조원의 자본금은 모두 날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30개 출자사들이 이 사업에 투자하지 않았을 경우 다른 사업을 통해 벌어들일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약 3조원(자본금 1조원 포함)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 시장에는 큰 타격이 우려된다.

이 사업이 추진된 이후 용산지역 땅값은 수년간 20% 상승했고, 집값도 큰 폭으로 오른 상태여서 사업이 중단되면 집값, 땅값 하락이 불가피하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중단될 경우 그동안 이 사업으로 오른 땅값, 집값이 곤두박질 칠 것이 뻔하다"며 "가뜩이나 침체한 부동산 시장에 대형 태풍이 날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반발도 심각할 전망이다.

2007년 서울시가 서부이촌동 사업을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통합 개발하기로 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은 3년째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PF 사업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다른 대형 PF 시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판교 알파돔시티 등 수도권의 대형 PF 사업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상 최대 규모의 민관합동 프로젝트인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좌초하면 다른 PF 사업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ㆍ경제적 피해도 계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행사 측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연간 1억4천만명의 유동인구를 끌어들이면서 36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67조원의 생산 및 부가가치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사업이 무산하면 이런 경제적 기대 효과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된다.

코레일은 용산사업을 통해 4조5천억원에 달하는 고속철도 건설부채를 갚고 적자기업에서 탈피할 계획이었으나 이것도 불투명해졌다.

새로운 사업자가 지정돼 사업이 재추진되더라도 코레일의 막대한 부채 해결이 지연되면 국민의 세금 부담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용산 사업 무산이 가져올 파장을 고려해 사업을 정상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실현 가능한 사업 계획을 재수립해 용산개발 사업을 끌고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최근 금융시장의 여건을 감안해 2016년까지 정해져 있는 사업 시기를 조정하고, 단계를 나눠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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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8-07 08:35:19
    • 수정2010-08-07 15:21:29
    연합뉴스
부동산 침체로 사업 불투명..사실상 '포기 수순' 주변 부동산 시장 악영향..주민 반발 불가피 단군 이래 최대 개발 프로젝트인 '31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6일 삼성물산 등 17개 건설 시공사 컨소시엄이 롯데개발 등 3개 출자회사가 제시한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사업 중단' 사태를 맞게 됐다. 코레일 등 출자사들은 "아직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회복돼 사업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왜 이렇게 됐나 =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휘청거리는 가장 큰 원인은 8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땅값이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지정할 당시에는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어서 8조원의 땅값을 내고도 사업성이 보장됐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고 부동산 경기가 곤두박질 치면서 상황이 180도 변한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로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자금조달 창구가 막힌 것도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대규모 개발사업에선 건설사들의 지급보증으로 PF 대출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각 건설사가 원래 보유한 PF 보증채무가 막대한 상황에서 사업성이 불투명한 이번 사업에선 추가 지급보증을 서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컨소시엄 참여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사업을 해도 돈이 되다는 보장이 없는데 어느 건설사가 PF 보증을 서겠느냐"며 "중재안에서 요구한 PF 보증 규모는 9천500억원에 그치지만 이후 임대, 분양 등 사업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행사인 드림허브는 땅값을 마련하지 못해 토지대금 8조원 가운데 지난해까지 1조5천억원가량을 지불하고서 4회로 나눠서 내기로 한 계약금 중 4차분 3천175억원과 2차 토지매매 중도금 3천835억원을 미납한 상태다. 용산역세권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하면서 삼성물산 등 컨소시엄 참여자들의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코레일이 나름대로 성의있는 중재안을 내놓은 것과 달리 건설사들이 이번 이사회에서 특별한 대안없이 지급보증 거부 의사만 거듭 밝힌 것은 사실상 사업 포기를 위한 '출구전략'이라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사업 환경이 바뀌어 사업을 중단할 수는 있지만 용산사업의 경우 애초부터 무리한 땅값을 써내 사업자로 선정된 뒤 주변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어놓고 이제 와서 별다른 노력도 없이 손쉬운 '발 빼기'를 선택하는 것은 책임 있는 기업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사업 무산 시 후폭풍 거셀 듯 = 부동산ㆍ건설업계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중단될 경우 사회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후유증이 야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당장 이 사업이 좌초하면 30개 투자자들이 납부한 자본금 1조원은 떼일 전망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계약이행을 못 했을 경우 일단 토지매매 계약금의 10%(약 4천400억원)는 위약금 형태로 고스란히 코레일에 넘어온다"며 "각종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이행이익 등을 감안할 경우 1조원의 자본금은 모두 날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30개 출자사들이 이 사업에 투자하지 않았을 경우 다른 사업을 통해 벌어들일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약 3조원(자본금 1조원 포함)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 시장에는 큰 타격이 우려된다. 이 사업이 추진된 이후 용산지역 땅값은 수년간 20% 상승했고, 집값도 큰 폭으로 오른 상태여서 사업이 중단되면 집값, 땅값 하락이 불가피하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중단될 경우 그동안 이 사업으로 오른 땅값, 집값이 곤두박질 칠 것이 뻔하다"며 "가뜩이나 침체한 부동산 시장에 대형 태풍이 날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반발도 심각할 전망이다. 2007년 서울시가 서부이촌동 사업을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통합 개발하기로 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은 3년째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PF 사업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다른 대형 PF 시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판교 알파돔시티 등 수도권의 대형 PF 사업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상 최대 규모의 민관합동 프로젝트인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좌초하면 다른 PF 사업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ㆍ경제적 피해도 계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행사 측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연간 1억4천만명의 유동인구를 끌어들이면서 36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67조원의 생산 및 부가가치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사업이 무산하면 이런 경제적 기대 효과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된다. 코레일은 용산사업을 통해 4조5천억원에 달하는 고속철도 건설부채를 갚고 적자기업에서 탈피할 계획이었으나 이것도 불투명해졌다. 새로운 사업자가 지정돼 사업이 재추진되더라도 코레일의 막대한 부채 해결이 지연되면 국민의 세금 부담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용산 사업 무산이 가져올 파장을 고려해 사업을 정상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실현 가능한 사업 계획을 재수립해 용산개발 사업을 끌고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최근 금융시장의 여건을 감안해 2016년까지 정해져 있는 사업 시기를 조정하고, 단계를 나눠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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