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35분에 한 건씩 성범죄…대안은 없나?

입력 2010.08.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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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 면목동 연쇄 성폭행범이 범죄 발생 1년여 만에 붙잡히는 등 우리 사회의 성 범죄가 위험 수준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35분에 한 건 씩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 정말 대안은 없는 것일까요?



취재기자 나와있습니다.



<질문> 임재성 기자! 이른바 서울 면목동 발바리 사건, 도대체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진 겁니까?



<답변>



서울 면목동의 공포는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면목동의 한 지하방에서 20대 여성 성폭행 사건이 벌어졌는데요,



그런데, 이 동네 성폭행 사건,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5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유사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3건의 성폭행 사건 모두 주택가를 중심으로 반경 1km 내에서 일어났는데요,



1년여 동안 연쇄 범행이 계속되자 주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민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00(서울 면목동 주민) : "(딸이) 한 열한 시, 열한 시 반에 오니까 그때는 골목에 사람이 뜸하거든요. 매일 면목역으로 데리러 가요. 그 사건 이후부터는..."



<질문> 최근 이 사건에 대해 경찰이 몽타주를 배포하고 공개수배로 전환했죠?



<답변>



네, 1년 간 이어져온 연쇄 성폭행범의 윤곽은 뜻밖에요 인근에서 발생한 강도 사건에서 드러났습니다.



엿새 전이죠, 지난 2일 새벽, 면목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 괴한이 침입해 57살 이모씨와 이씨의 아들과 딸을 흉기로 찌른 뒤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발견된 운동화에서 DNA를 분석한 결과, 이 괴한이 지난해부터 발생한 3건의 성폭력 사건의 범인과 동일 인물임이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인터뷰> 유 철( 중랑경찰서 형사과장) : "성폭행 사건과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와서 전담 수사팀을 편성하는 등..."



DNA 과학수사 기법이 자칫 미궁으로 빠질뻔 한 연쇄 성폭행 사건의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한 겁니다.



<질문> 그런데 이 용의자가 돌연 자수를 했어요?



<답변>



유력한 용의자 27살 조모 씨가 경찰에 자수한 것은 바로 심리적 압박감 때문이었습니다.



경찰이 탐문 수사 과정에서 지난달 31일 DNA 검사를 위해 구강 상피 세포를 채취해가자, 심리적 압박을 받아오다가 결국 자수한 것입니다. 조 씨의 말입니다.



<녹취>조00(연쇄 성폭행 피의자) : "(왜 자수하시게 된 거에요?) 죄송합니다."



경찰조사 결과 조 씨가 자백한 성폭행 범죄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모두 3건인데요, 지난달 2일에는 2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발각되자, 일가족 3명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특히 조 씨는 미리 범행 장소를 물색한 뒤 여성이 혼자 사는 것으로 보이는 집만 골라 침입하는 등 치밀한 사전 계획 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조 씨의 치밀한 범행도 결국 과학 수사 앞에서 철창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질문> 임기자, 면목동 사건 뿐만 아니라 최근 성폭행 사건 소식 너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 성범죄 어느 정도나 됩니까?



<답변>



하루 평균 41건, 35분에 1건 씩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런데 이 수치, 지난 3월, 법무 연수원이 발간한 <2009년 범죄백서>에 나온 분석입니다.



우리나라 성범죄 사건이 지난 2003년 만 건을 넘어선 이후 해마다 천여 건 씩 늘어 지난 2008년에는 만 5천 건을 돌파했습니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인데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아동 성범죄는 최근 4년 사이 70% 증가했는데, 이는 아동 10만 명당 지난 2005년 10건에서 2008년 17건으로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10만 명 당 아동 성범죄가 10건에서 7건으로 감소한 일본과는 대조적입니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아이나 지적장애인의 경우 일단 진술의 일관성도 유지하기 어렵고요.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이나 포기하고 싶은 것을 가해자가 제일 많이 안다는 거예요."



<질문> 35분에 한 건, 정말 충격적인 분석인데요, 특히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하는 원인 어디에 있나요?



<답변>



한 마디로 범행이 쉬운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자들이, 아동이나 지적장애인의 경우 성폭행 등을 해도 조사 과정에서 진술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든 점 때문에 이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2006년 이태원 초등학생 허모 양 성폭행 피살사건, 2007년 혜진. 예슬양 성폭행 피살 사건 등을 겪으면서 정부가 숱하게 대책을 발표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여기에 성범죄가 증가하는데는 성범죄 피해 신고가 잘 이뤄지지 않은 점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성범죄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가 168명 가운데 1명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피해자 2.7명 중 1명이, 영국은 12.2명 중 1명이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돕니다. 확연한 차이죠.



<질문> 사회에 충격을 주는 각종 성범죄들이 잇따르면서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화학적 거세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는데, 획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답변>



성범죄로 8년동안 교도소 생활을 하고도 또 다시 어린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목숨까지 앗아간 김길태 사건, 기억 하실텐데요. 성폭력 범죄 재범률은 60%로 다른 범죄보다 재범률이 10에서 20%나 높습니다.



결국 잇따르는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난 6월 국회에서 ’화학적 거세법’으로 불리는 성충동 약물치료법이 통과됐습니다.



성범죄자에게 성충동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해 범죄를 막겠다는 겁니다.



이 같은 성충동 억제제 투여는 이미 유럽국가에서는 길게는 수십년 전부터 본인의 동의하에 시행되면서 일정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스웨덴과 덴마크 등 일부 북유럽국가에서는 40%에 이르던 재범률이 10% 이하로 줄었다는 보고도 나와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이 화학적 거세, 인권침해 논란도 만만치 않아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이른바 화학적 거세법은 내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요, 아직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기간이 명확히 결정되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본인 동의없이 약물을 강요하는 것은 중복 처벌을 받게 된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또 상습 범죄자라 하더라도 신체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당할 수 있다는 점도 풀어야 과제입니다.



분명 성충동 억제약물은 보조 수단이겠죠, 충동성과 공격성 등을 줄일 수 있는 심리치료의 병행이라든지, 이에 앞서 정부의 구체적인 성범죄 예방법 등이 함께 병해돼야 끔찍한 성범죄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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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보기] 35분에 한 건씩 성범죄…대안은 없나?
    • 입력 2010-08-08 07: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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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 면목동 연쇄 성폭행범이 범죄 발생 1년여 만에 붙잡히는 등 우리 사회의 성 범죄가 위험 수준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35분에 한 건 씩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 정말 대안은 없는 것일까요?

취재기자 나와있습니다.

<질문> 임재성 기자! 이른바 서울 면목동 발바리 사건, 도대체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진 겁니까?

<답변>

서울 면목동의 공포는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면목동의 한 지하방에서 20대 여성 성폭행 사건이 벌어졌는데요,

그런데, 이 동네 성폭행 사건,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5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유사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3건의 성폭행 사건 모두 주택가를 중심으로 반경 1km 내에서 일어났는데요,

1년여 동안 연쇄 범행이 계속되자 주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민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00(서울 면목동 주민) : "(딸이) 한 열한 시, 열한 시 반에 오니까 그때는 골목에 사람이 뜸하거든요. 매일 면목역으로 데리러 가요. 그 사건 이후부터는..."

<질문> 최근 이 사건에 대해 경찰이 몽타주를 배포하고 공개수배로 전환했죠?

<답변>

네, 1년 간 이어져온 연쇄 성폭행범의 윤곽은 뜻밖에요 인근에서 발생한 강도 사건에서 드러났습니다.

엿새 전이죠, 지난 2일 새벽, 면목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 괴한이 침입해 57살 이모씨와 이씨의 아들과 딸을 흉기로 찌른 뒤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발견된 운동화에서 DNA를 분석한 결과, 이 괴한이 지난해부터 발생한 3건의 성폭력 사건의 범인과 동일 인물임이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인터뷰> 유 철( 중랑경찰서 형사과장) : "성폭행 사건과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와서 전담 수사팀을 편성하는 등..."

DNA 과학수사 기법이 자칫 미궁으로 빠질뻔 한 연쇄 성폭행 사건의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한 겁니다.

<질문> 그런데 이 용의자가 돌연 자수를 했어요?

<답변>

유력한 용의자 27살 조모 씨가 경찰에 자수한 것은 바로 심리적 압박감 때문이었습니다.

경찰이 탐문 수사 과정에서 지난달 31일 DNA 검사를 위해 구강 상피 세포를 채취해가자, 심리적 압박을 받아오다가 결국 자수한 것입니다. 조 씨의 말입니다.

<녹취>조00(연쇄 성폭행 피의자) : "(왜 자수하시게 된 거에요?) 죄송합니다."

경찰조사 결과 조 씨가 자백한 성폭행 범죄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모두 3건인데요, 지난달 2일에는 2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발각되자, 일가족 3명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특히 조 씨는 미리 범행 장소를 물색한 뒤 여성이 혼자 사는 것으로 보이는 집만 골라 침입하는 등 치밀한 사전 계획 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조 씨의 치밀한 범행도 결국 과학 수사 앞에서 철창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질문> 임기자, 면목동 사건 뿐만 아니라 최근 성폭행 사건 소식 너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 성범죄 어느 정도나 됩니까?

<답변>

하루 평균 41건, 35분에 1건 씩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런데 이 수치, 지난 3월, 법무 연수원이 발간한 <2009년 범죄백서>에 나온 분석입니다.

우리나라 성범죄 사건이 지난 2003년 만 건을 넘어선 이후 해마다 천여 건 씩 늘어 지난 2008년에는 만 5천 건을 돌파했습니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인데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아동 성범죄는 최근 4년 사이 70% 증가했는데, 이는 아동 10만 명당 지난 2005년 10건에서 2008년 17건으로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10만 명 당 아동 성범죄가 10건에서 7건으로 감소한 일본과는 대조적입니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아이나 지적장애인의 경우 일단 진술의 일관성도 유지하기 어렵고요.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이나 포기하고 싶은 것을 가해자가 제일 많이 안다는 거예요."

<질문> 35분에 한 건, 정말 충격적인 분석인데요, 특히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하는 원인 어디에 있나요?

<답변>

한 마디로 범행이 쉬운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자들이, 아동이나 지적장애인의 경우 성폭행 등을 해도 조사 과정에서 진술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든 점 때문에 이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2006년 이태원 초등학생 허모 양 성폭행 피살사건, 2007년 혜진. 예슬양 성폭행 피살 사건 등을 겪으면서 정부가 숱하게 대책을 발표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여기에 성범죄가 증가하는데는 성범죄 피해 신고가 잘 이뤄지지 않은 점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성범죄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가 168명 가운데 1명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피해자 2.7명 중 1명이, 영국은 12.2명 중 1명이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돕니다. 확연한 차이죠.

<질문> 사회에 충격을 주는 각종 성범죄들이 잇따르면서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화학적 거세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는데, 획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답변>

성범죄로 8년동안 교도소 생활을 하고도 또 다시 어린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목숨까지 앗아간 김길태 사건, 기억 하실텐데요. 성폭력 범죄 재범률은 60%로 다른 범죄보다 재범률이 10에서 20%나 높습니다.

결국 잇따르는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난 6월 국회에서 ’화학적 거세법’으로 불리는 성충동 약물치료법이 통과됐습니다.

성범죄자에게 성충동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해 범죄를 막겠다는 겁니다.

이 같은 성충동 억제제 투여는 이미 유럽국가에서는 길게는 수십년 전부터 본인의 동의하에 시행되면서 일정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스웨덴과 덴마크 등 일부 북유럽국가에서는 40%에 이르던 재범률이 10% 이하로 줄었다는 보고도 나와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이 화학적 거세, 인권침해 논란도 만만치 않아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이른바 화학적 거세법은 내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요, 아직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기간이 명확히 결정되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본인 동의없이 약물을 강요하는 것은 중복 처벌을 받게 된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또 상습 범죄자라 하더라도 신체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당할 수 있다는 점도 풀어야 과제입니다.

분명 성충동 억제약물은 보조 수단이겠죠, 충동성과 공격성 등을 줄일 수 있는 심리치료의 병행이라든지, 이에 앞서 정부의 구체적인 성범죄 예방법 등이 함께 병해돼야 끔찍한 성범죄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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