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 ‘뛰는’ 매출에 ‘걷는’ 고용

입력 2010.08.08 (07:48) 수정 2010.08.08 (07:5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고용 확대 등을 통해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새삼 나오고 있는 가운데 주요 제조업종 기업들의 고용증가율이 외형 성장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산방식의 자동화와 글로벌화 등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지만, 고용창출과 관련한 대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매출 두 자리, 고용 한자리 성장 = 8일 주요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매출은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보인 반면, 직원 수는 한자릿수 증가에 머물거나 감소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009년 글로벌 기준 매출이 138조9천억원으로, 5년 전인 2004년(57조6천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직원 수는 2004년 6만1천899명에서 2009년엔 8만5천85명으로 37.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현대자동차도 2004년(27조4천억원) 대비 2009년 매출(31조8천억원)이 16.0% 늘어났지만, 직원 규모는 5.2% 증가했고, 기아자동차도 같은 기간 매출이 21.1% 늘어난 반면 직원 수는 1.1% 증가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2009년 매출은 9조3천억원으로, 5년 전인 2004년 7조2천억원보다 30% 가까이 증가했으나 직원 수는 이 기간에 10% 정도밖에 늘지 않았다.

대표적인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은 2006년 상반기 1천711명의 직원으로 3조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는 1천842명으로 7조7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4년간 매출은 152.5% 급증했지만 직원은 고작 7.6% 증가한 것이다.

LG전자는 5년 동안 매출이 21.2% 증가하는 동안 직원 수를 14.4% 늘렸고, 롯데쇼핑과 신세계, 현대제철은 50%대의 매출 성장 속에서 직원 수는 40%가량 불어났다.

외형이 크게 성장했지만, 직원 수가 줄어든 기업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매출이 21조1천억원으로 2006년(12조5천억원)보다 68% 늘었지만, 직원 수는 2만5천398명에서 400여명(1.6%) 줄었고, 포스코도 2004년에서 2009년 사이의 매출 증가율이 36.1%였지만, 직원 규모는 오히려 감소했다.

◇자동화ㆍ해외법인 증가 이유 = 주요 기업들은 큰 폭의 성장을 이룬 외형에 비해 고용 증가 폭이 작은 것은 생산과정의 자동화와 해외법인 증가 등을 주된 요인으로 꼽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력 사업부문이 반도체와 LCD 등 장치산업 위주인 데다 갈수록 생산라인의 자동화가 고도화하면서 생산에 필요한 인원이 투자규모나 매출 증가분에 비해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경우 최근 5년간 사무직과 승무원직은 총 1천 명 이상 늘었지만, 기술직은 300여 명이 줄어들었다. IT와 인터넷을 통한 E-티켓 도입과 예약ㆍ발권의 온라인화 등 공항업무처리가 자동화된데 따른 것이다.

기업들의 생산 및 사업 영역이 세계화하면서 외형은 크게 성장했지만 해외에서 현지인 채용을 늘려 국내에선 고용이 기대했던 만큼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뿐만 아니라 해외에 수많은 현지법인을 둔 삼성전자가 그런 사례에 속한다.

또 근속 재직률이 높은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은 정년퇴직 등에 따른 자연 감소분이 신규 채용과 비슷한 규모로 매년 발생하기 때문에 전체 직원 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기도 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생산방식이 자동화하면서 성장률과 직원 규모 증가율만으로 고용이 적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직원 증가율에 비해 외형 성장이 큰 것은 오히려 그만큼 기업들이 체질 개선을 이뤄 생산 효율성을 높인 결과"라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주요 기업들 ‘뛰는’ 매출에 ‘걷는’ 고용
    • 입력 2010-08-08 07:48:11
    • 수정2010-08-08 07:59:04
    연합뉴스
최근 들어 고용 확대 등을 통해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새삼 나오고 있는 가운데 주요 제조업종 기업들의 고용증가율이 외형 성장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산방식의 자동화와 글로벌화 등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지만, 고용창출과 관련한 대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매출 두 자리, 고용 한자리 성장 = 8일 주요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매출은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보인 반면, 직원 수는 한자릿수 증가에 머물거나 감소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009년 글로벌 기준 매출이 138조9천억원으로, 5년 전인 2004년(57조6천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직원 수는 2004년 6만1천899명에서 2009년엔 8만5천85명으로 37.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현대자동차도 2004년(27조4천억원) 대비 2009년 매출(31조8천억원)이 16.0% 늘어났지만, 직원 규모는 5.2% 증가했고, 기아자동차도 같은 기간 매출이 21.1% 늘어난 반면 직원 수는 1.1% 증가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2009년 매출은 9조3천억원으로, 5년 전인 2004년 7조2천억원보다 30% 가까이 증가했으나 직원 수는 이 기간에 10% 정도밖에 늘지 않았다. 대표적인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은 2006년 상반기 1천711명의 직원으로 3조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는 1천842명으로 7조7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4년간 매출은 152.5% 급증했지만 직원은 고작 7.6% 증가한 것이다. LG전자는 5년 동안 매출이 21.2% 증가하는 동안 직원 수를 14.4% 늘렸고, 롯데쇼핑과 신세계, 현대제철은 50%대의 매출 성장 속에서 직원 수는 40%가량 불어났다. 외형이 크게 성장했지만, 직원 수가 줄어든 기업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매출이 21조1천억원으로 2006년(12조5천억원)보다 68% 늘었지만, 직원 수는 2만5천398명에서 400여명(1.6%) 줄었고, 포스코도 2004년에서 2009년 사이의 매출 증가율이 36.1%였지만, 직원 규모는 오히려 감소했다. ◇자동화ㆍ해외법인 증가 이유 = 주요 기업들은 큰 폭의 성장을 이룬 외형에 비해 고용 증가 폭이 작은 것은 생산과정의 자동화와 해외법인 증가 등을 주된 요인으로 꼽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력 사업부문이 반도체와 LCD 등 장치산업 위주인 데다 갈수록 생산라인의 자동화가 고도화하면서 생산에 필요한 인원이 투자규모나 매출 증가분에 비해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경우 최근 5년간 사무직과 승무원직은 총 1천 명 이상 늘었지만, 기술직은 300여 명이 줄어들었다. IT와 인터넷을 통한 E-티켓 도입과 예약ㆍ발권의 온라인화 등 공항업무처리가 자동화된데 따른 것이다. 기업들의 생산 및 사업 영역이 세계화하면서 외형은 크게 성장했지만 해외에서 현지인 채용을 늘려 국내에선 고용이 기대했던 만큼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뿐만 아니라 해외에 수많은 현지법인을 둔 삼성전자가 그런 사례에 속한다. 또 근속 재직률이 높은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은 정년퇴직 등에 따른 자연 감소분이 신규 채용과 비슷한 규모로 매년 발생하기 때문에 전체 직원 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기도 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생산방식이 자동화하면서 성장률과 직원 규모 증가율만으로 고용이 적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직원 증가율에 비해 외형 성장이 큰 것은 오히려 그만큼 기업들이 체질 개선을 이뤄 생산 효율성을 높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