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오늘은 내가 주인공! ‘개나 소나 콘서트’

입력 2010.08.1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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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그제가 말복이었는데요, 사실 보양식을 찾는 초복과 중복, 말복, 이 사흘은 특히 견공들에겐 위기의 날이죠?



그래서 이런 복날을 무사히 넘긴 견공들을 위로하는 이색 콘서트가 열렸다고 합니다. 정수영 기자, 공연 제목이 독특하네요. <개나 소나 콘서트>라구요?



네, 그렇습니다. 예로부터 복날이 되면 견공들이 수난을 당하기 일쑤였다고 하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복날을 넘겼을 견공들을 불러 위로하는 잔치가 열렸는데요.



이 공연장 규칙 1번, 개와 함께 오지 않은 사람 입장 불갑니다.



방방곡곡에서 내로라하는 애견가와 견공들이 몰려들면서 개 반 사람 반의 진풍경이 연출됐는데요. 클래식 공연에서 댄스 공연까지, 모처럼 견공들이 호강을 누렸습니다.



<리포트>



신나는 축제 한마당을 앞둔 한 공연장. 푹푹 찌는 무더위를 뚫고 관객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데요. 하나같이 개 한 마리씩 데리고 온 모습이 눈에 띕니다.



장삼자락 펄럭이며 애완견을 앞세운 한 스님!



<인터뷰> 금강스님 (경북 청도군 화양읍) : “이 아이(개)가 오늘 음악회 오는 줄 알고 먼저 차에 타서 어쩔 수 없이 (왔어요.)”



현수막 문구부터 심상치 않은 이곳은 이른바 개나 소나 콘서트 장! 아예 버스까지 대절해 찾아오는 못 말리는 애견가들도 있습니다.



유모차를 나르는 한 여성, 그런데 아기는 없고 품에는 애지중지 개를 안고 있는데요. 주인이 끌어주는 푹신한 유모차를 타고 행사장으로 향합니다.



뙤약볕을 피해 그늘진 곳에 자리 잡은 한 부부, 앙증맞은 애완견 세 마리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데요. 부채질하고 입까지 맞추며 애정을 과시합니다.

<인터뷰> 백태곤 (대구 대명동) : “사실 그래요. 아내보다 (강아지가) 더 소중해요. 아내는 돈만 벌어주면 되고.”



<현장음> “그러면 강아지하고 살아.”



<현장음> “알았어.”



오늘만큼은 견공들이 주인공! 곳곳의 애견 미용 용품점이 주인들을 유혹하고 온 가족이 애견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어봅니다.



<현장음> “한 번 보세요. 잘 나왔죠?”



<현장음> “너무 잘 나왔다.”



<인터뷰> 전희진 (경남 진주시 이현동) : “우리 까망이, 우리 강아지 포함해서 다섯 가족이 (사진) 찍는 게 처음입니다.”



송아지만한 애완견을 낑낑대며 등에 업은 이 분,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곽인철 (부산 덕포동) : “오늘만 제가 개를 위해서 희생을 하는 거예요. 오늘 이런 날이 있으니까.”



무슨 구경거리가 났는지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 곳, 덩치 큰 대형견마저 겁을 집어 먹게 만든 주인공은?



바로 체중 1000kg의 특급 싸움소 ‘새마을’, 개나 소를 위한 콘서트라는 명분답게 정상급 싸움소 세 마리도 초청했습니다.



복날마다 수난을 당하는 견공들을 위로하는 이번 행사는 올해로 2년째입니다.



<인터뷰> 전유성 (코미디언) : “(개를) 한 가족처럼 생각한 지가 굉장히 오래된 것 같아요. 그래서 ‘애완견만을 위한 콘서트를 한 번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다가 청도로 이사를 오는 바람에 소까지 같이 붙여주자, 그래서 ‘개나 소나 콘서트’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늘진 잔디밭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 별다른 행사가 없어도 모처럼 애완견과 바깥바람 쐬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인터뷰> 옥동윤 (부산 하단동) : “가족과 개와 같이 좋은 주말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고) 또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개와 같이 올 수 있는 공간이 없는데 이런 곳에 올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더위가 한풀 꺾인 저녁 6시. 드디어 콘서트의 막이 오릅니다.



<현장음> 이홍렬 (코미디언) : “개 이야기를 하면 기분이 좋아야 해요. ‘이런 개 같은 녀석’ 하면 ‘고마워’ 이런 소리가 오고 갈 정도로.”



개막 행사로 펼쳐진 한국 애견협회의 도그 쇼! 던지는 족족 접시를 받아내는 명견의 활약에 박수가 절로 나옵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 오케스트라의 관현악 연주가 시작됩니다. 웅장한 선율이 객석에 울려 퍼지지만 어째 지켜보는 개들 반응은 신통치 않습니다.



이때 관악 연주자들의 팡파레 소리가 나오자 귀를 쫑긋 세우는 한 애완견!



<인터뷰> 박진수 (경남 밀양시 교동) : “트럼펫 소리가 나면 이 아이(개)는 이렇게 쳐다보거든요. 트럼펫 소리만 나면.”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선율이 울려 퍼지자 견공들이 앞 다퉈 컹컹 짖어대며 유별난 관심을 보입니다.



플루트 연주자가 달콤한 가락을 연주하자 개도 사람도 음악에 푹 빠져듭니다.



<인터뷰> 이경주 (대구 칠성동) : “이 아이(개)하고 나하고 같이 음악을 듣고 그러니까 동물이 아니고 같이 사는 삶, 그 자체 같아서 너무 행복해요.”



한여름 저녁을 수놓은 아름다운 관현악 선율을 만끽한 애견과 주인들에게 복날은 견공이 수난 당하는 날이 아니라 행복한 추억을 쌓는 날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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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오늘은 내가 주인공! ‘개나 소나 콘서트’
    • 입력 2010-08-10 08: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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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그제가 말복이었는데요, 사실 보양식을 찾는 초복과 중복, 말복, 이 사흘은 특히 견공들에겐 위기의 날이죠?

그래서 이런 복날을 무사히 넘긴 견공들을 위로하는 이색 콘서트가 열렸다고 합니다. 정수영 기자, 공연 제목이 독특하네요. <개나 소나 콘서트>라구요?

네, 그렇습니다. 예로부터 복날이 되면 견공들이 수난을 당하기 일쑤였다고 하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복날을 넘겼을 견공들을 불러 위로하는 잔치가 열렸는데요.

이 공연장 규칙 1번, 개와 함께 오지 않은 사람 입장 불갑니다.

방방곡곡에서 내로라하는 애견가와 견공들이 몰려들면서 개 반 사람 반의 진풍경이 연출됐는데요. 클래식 공연에서 댄스 공연까지, 모처럼 견공들이 호강을 누렸습니다.

<리포트>

신나는 축제 한마당을 앞둔 한 공연장. 푹푹 찌는 무더위를 뚫고 관객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데요. 하나같이 개 한 마리씩 데리고 온 모습이 눈에 띕니다.

장삼자락 펄럭이며 애완견을 앞세운 한 스님!

<인터뷰> 금강스님 (경북 청도군 화양읍) : “이 아이(개)가 오늘 음악회 오는 줄 알고 먼저 차에 타서 어쩔 수 없이 (왔어요.)”

현수막 문구부터 심상치 않은 이곳은 이른바 개나 소나 콘서트 장! 아예 버스까지 대절해 찾아오는 못 말리는 애견가들도 있습니다.

유모차를 나르는 한 여성, 그런데 아기는 없고 품에는 애지중지 개를 안고 있는데요. 주인이 끌어주는 푹신한 유모차를 타고 행사장으로 향합니다.

뙤약볕을 피해 그늘진 곳에 자리 잡은 한 부부, 앙증맞은 애완견 세 마리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데요. 부채질하고 입까지 맞추며 애정을 과시합니다.
<인터뷰> 백태곤 (대구 대명동) : “사실 그래요. 아내보다 (강아지가) 더 소중해요. 아내는 돈만 벌어주면 되고.”

<현장음> “그러면 강아지하고 살아.”

<현장음> “알았어.”

오늘만큼은 견공들이 주인공! 곳곳의 애견 미용 용품점이 주인들을 유혹하고 온 가족이 애견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어봅니다.

<현장음> “한 번 보세요. 잘 나왔죠?”

<현장음> “너무 잘 나왔다.”

<인터뷰> 전희진 (경남 진주시 이현동) : “우리 까망이, 우리 강아지 포함해서 다섯 가족이 (사진) 찍는 게 처음입니다.”

송아지만한 애완견을 낑낑대며 등에 업은 이 분,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곽인철 (부산 덕포동) : “오늘만 제가 개를 위해서 희생을 하는 거예요. 오늘 이런 날이 있으니까.”

무슨 구경거리가 났는지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 곳, 덩치 큰 대형견마저 겁을 집어 먹게 만든 주인공은?

바로 체중 1000kg의 특급 싸움소 ‘새마을’, 개나 소를 위한 콘서트라는 명분답게 정상급 싸움소 세 마리도 초청했습니다.

복날마다 수난을 당하는 견공들을 위로하는 이번 행사는 올해로 2년째입니다.

<인터뷰> 전유성 (코미디언) : “(개를) 한 가족처럼 생각한 지가 굉장히 오래된 것 같아요. 그래서 ‘애완견만을 위한 콘서트를 한 번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다가 청도로 이사를 오는 바람에 소까지 같이 붙여주자, 그래서 ‘개나 소나 콘서트’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늘진 잔디밭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 별다른 행사가 없어도 모처럼 애완견과 바깥바람 쐬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인터뷰> 옥동윤 (부산 하단동) : “가족과 개와 같이 좋은 주말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고) 또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개와 같이 올 수 있는 공간이 없는데 이런 곳에 올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더위가 한풀 꺾인 저녁 6시. 드디어 콘서트의 막이 오릅니다.

<현장음> 이홍렬 (코미디언) : “개 이야기를 하면 기분이 좋아야 해요. ‘이런 개 같은 녀석’ 하면 ‘고마워’ 이런 소리가 오고 갈 정도로.”

개막 행사로 펼쳐진 한국 애견협회의 도그 쇼! 던지는 족족 접시를 받아내는 명견의 활약에 박수가 절로 나옵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 오케스트라의 관현악 연주가 시작됩니다. 웅장한 선율이 객석에 울려 퍼지지만 어째 지켜보는 개들 반응은 신통치 않습니다.

이때 관악 연주자들의 팡파레 소리가 나오자 귀를 쫑긋 세우는 한 애완견!

<인터뷰> 박진수 (경남 밀양시 교동) : “트럼펫 소리가 나면 이 아이(개)는 이렇게 쳐다보거든요. 트럼펫 소리만 나면.”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선율이 울려 퍼지자 견공들이 앞 다퉈 컹컹 짖어대며 유별난 관심을 보입니다.

플루트 연주자가 달콤한 가락을 연주하자 개도 사람도 음악에 푹 빠져듭니다.

<인터뷰> 이경주 (대구 칠성동) : “이 아이(개)하고 나하고 같이 음악을 듣고 그러니까 동물이 아니고 같이 사는 삶, 그 자체 같아서 너무 행복해요.”

한여름 저녁을 수놓은 아름다운 관현악 선율을 만끽한 애견과 주인들에게 복날은 견공이 수난 당하는 날이 아니라 행복한 추억을 쌓는 날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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