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목숨 건 대리운전 보장 장치 시급

입력 2010.08.16 (21:59) 수정 2010.08.16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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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리운전 기사가 만취한 승객 차에 치여 억울한 죽음을 당한지 벌써 50일이 지났습니다.



오늘 이슈앤 뉴스에선 ’대리운전기사’들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 또 제도적 취약점을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폭력에 노출된 대리기사들을 노태영 기자가 만나 봤습니다.



<리포트>



대리운전 기사가 맞이하는 손님은 늘 술에 취한 취객들입니다.



<인터뷰> 대리운전기사 : "많이 무시하죠. 근본적으로 대리기사를 발톱의 때만큼도 생각 안 한다고 볼 정도로 인식이 많이 변했죠. 요금이 싸잖아요."



대리기사에 대한 폭행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만취한 승객과 시비 끝에 승객의 차에 치여 숨진 50살 이 모씨 사건도 수많은 폭행 사건 중 하나였습니다.



이씨가 숨지기 며칠 전에는 여성 대리기사를 추행하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50대 남성이 입건됐습니다.



또 지난달 15일에는 대리운전비 5만 원을 못 주겠다며 낫으로 대리기사를 위협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인터뷰>대리운전기사 : "제 친구도 승강이가 벌어져서 그 사람이 흉기를 휘둘렀어요. 저기 외곽순환도로에 서...그 친구는 허벅지가 찢어지고!"



일부 만취한 승객을 태운 대리운전 기사들은 오늘도 폭력의 위험 속에 운전대를 잡고 있습니다.



<질문>



한 집안의 가장으로, 대리운전에 뛰어들다 목숨까지 잃게 된 안타까운 현실짚어 봤습니다.



사회부 이중근 기자 나왔습니다.



이기자! ’대리운전’이란 개념 자체가 해외엔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습니까?



<답변>



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업계는 전국에 대리기사가 1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승객도 하루 평균 40만 명 정도로 KTX 이용객의 4배, 서울시내 택시 승객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시장이 커지다 보니 그 안에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데요.



저가 경쟁, 과당 경쟁 속에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잡아야 하는 대리기사들은 고단한 일상을 박희봉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길가에 앉아서 휴대전화만 쳐다보는 사람들, 이른바 ’콜’을 기다리는 대리운전 기사들입니다.



콜에 가장 빨리 응답하는 기사에게 일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휴대전화에서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인터뷰>대리운전기사 : "집중하고 있다가 빠르게 눌러서 잡는 거죠. 안 보면 놓치죠.(오늘 많이 놓치셨어요?) 매일 놓치고 삽니다."



대리운전비 15,000원을 받으면 회사에 20%, 3,000원을 주고 나머지 12,000원이 대리기사 몫입니다.



하지만, 이 돈에서 이동하는 택시비를 빼면 많아야 9,000원 정도가 남습니다.



이 때문에 콜을 잡았는데, 손님이 끝내 전화를 받지 않으면 애가 타기 시작합니다.



<인터뷰>대리운전기사 : "택시 타고 이동해 가지고 전화를 안 받으시 고 그러면 택시비 버렸구나 하는 생각도 들 고..."



운 좋게 ’콜’은 잡은 대리기사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현장음> 승강이 대리기사 : "이 차가 아닌데요?"



<현장음> 손님 : "아! 씨! 비키라니까!!"



만취한 손님이 엉뚱한 화풀이를 합니다.



<현장음> 손님 : "(여기서 우회전이요?) 뭐야! "



하지만 손님과 싸우기라도 했다간 대리업체가 일감을 막아버리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대리운전기사 : "(회사에서) 프로그램을 락(콜 차단)을 거는 거죠. 오더(손님 배정)를 못 잡게 하는 거에요."



새벽 4시.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천막 휴게소에 모인 대리기사들은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고 푸념합니다.



<인터뷰>대리운전 기사 : "너무 찐짜 때리고 그래가지고 상처 받아 서 고발했죠. 그분은 지금 퇴사했거든요."



국수 한 그릇으로 새벽 쓰린 속을 달래는 이들, 대리기사들의 밤은 누구보다도 길고 고단합니다.



<질문>



하염없이 호출만 기다리고. 시비붙는 게 일쑤인 대리기사들.



그 분들 처지도 안타깝지만 사실 승객 입장에서도 과연 믿을 수 있는지 안전한지 좀 미심쩍은 것도 사실이거든요?



<답변>



그렇습니다.



대리운전이 일반화됐지만 관련 법령이나 제도는 없습니다.



택시기사의 경우 운전경력이 1년이 넘어야 하고, 마약이나 성범죄, 강력범죄 전과자의 경우는 취업이 제한됩니다.



하지만, 대리기사의 경우 어떠한 자격 기준도 없다 보니, 초보운전자나 전과자도 제약 없이 대리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보호장치인 보험마저도 가입이 의무가 아니다 보니, 사고가 날 경우 이용자들이 사고의 책임까지 떠안는 일도 허다합니다.



양성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울산에 사는 이모 씨는 지난 5월 대리운전을 이용하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대리기사의 실수로 앞차를 들이받아 3명이 다친 겁니다.



사고를 낸 대리기사는 보험에 가입했지만 대인보험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이○○(대리운전 사고 피해자) : "보험 가입한 기사라고 들었는데 막상 사고가나니까 내 보험수가가 올랐어요."



사람이 다칠 경우 대리운전 보험보다 고객 차량의 책임보험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서영종(손해보험협회 팀장) : "자동차손해배상법에 따라 차주는 사고 피해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에.."



현재 등록된 대리운전 업체는 3천여 곳이지만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업체는 7천여 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등록이 안 된 소규모 업체들은 단체보험에 가입조차 할 수 없고, 대리기사의 개인보험 가입도 의무가 아닙니다.



<인터뷰>김장겸(대리기사) : "보험사도 한두 개밖에 없고,요즘에는 가입 도 잘 안 시켜주는 추세라서.."



영세 대리운전업체가 난립하는 가운데 대리기사 10명 중 4명은 무보험으로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질문>



이기자, 사망사건까지 터진 상황이고, 또 몇번 논의도 됐었는데, 왜 아직도 뾰족한 대책이 없을까, 답답하네요.



<답변>



네, 대리기사와 업체의 자격기준이나 보험 의무가입, 소비자 보호 등이 법안의 주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상임위에 계류된 채 5년째 표류하고 있습니다.



대리운전이 우리 사회의 한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국회에서 잠자는 관련 법안은 다른 누군가가 대리 통과 시키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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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목숨 건 대리운전 보장 장치 시급
    • 입력 2010-08-16 21:59:58
    • 수정2010-08-16 22:52:57
    뉴스 9
<앵커 멘트>

대리운전 기사가 만취한 승객 차에 치여 억울한 죽음을 당한지 벌써 50일이 지났습니다.

오늘 이슈앤 뉴스에선 ’대리운전기사’들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 또 제도적 취약점을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폭력에 노출된 대리기사들을 노태영 기자가 만나 봤습니다.

<리포트>

대리운전 기사가 맞이하는 손님은 늘 술에 취한 취객들입니다.

<인터뷰> 대리운전기사 : "많이 무시하죠. 근본적으로 대리기사를 발톱의 때만큼도 생각 안 한다고 볼 정도로 인식이 많이 변했죠. 요금이 싸잖아요."

대리기사에 대한 폭행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만취한 승객과 시비 끝에 승객의 차에 치여 숨진 50살 이 모씨 사건도 수많은 폭행 사건 중 하나였습니다.

이씨가 숨지기 며칠 전에는 여성 대리기사를 추행하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50대 남성이 입건됐습니다.

또 지난달 15일에는 대리운전비 5만 원을 못 주겠다며 낫으로 대리기사를 위협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인터뷰>대리운전기사 : "제 친구도 승강이가 벌어져서 그 사람이 흉기를 휘둘렀어요. 저기 외곽순환도로에 서...그 친구는 허벅지가 찢어지고!"

일부 만취한 승객을 태운 대리운전 기사들은 오늘도 폭력의 위험 속에 운전대를 잡고 있습니다.

<질문>

한 집안의 가장으로, 대리운전에 뛰어들다 목숨까지 잃게 된 안타까운 현실짚어 봤습니다.

사회부 이중근 기자 나왔습니다.

이기자! ’대리운전’이란 개념 자체가 해외엔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습니까?

<답변>

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업계는 전국에 대리기사가 1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승객도 하루 평균 40만 명 정도로 KTX 이용객의 4배, 서울시내 택시 승객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시장이 커지다 보니 그 안에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데요.

저가 경쟁, 과당 경쟁 속에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잡아야 하는 대리기사들은 고단한 일상을 박희봉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길가에 앉아서 휴대전화만 쳐다보는 사람들, 이른바 ’콜’을 기다리는 대리운전 기사들입니다.

콜에 가장 빨리 응답하는 기사에게 일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휴대전화에서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인터뷰>대리운전기사 : "집중하고 있다가 빠르게 눌러서 잡는 거죠. 안 보면 놓치죠.(오늘 많이 놓치셨어요?) 매일 놓치고 삽니다."

대리운전비 15,000원을 받으면 회사에 20%, 3,000원을 주고 나머지 12,000원이 대리기사 몫입니다.

하지만, 이 돈에서 이동하는 택시비를 빼면 많아야 9,000원 정도가 남습니다.

이 때문에 콜을 잡았는데, 손님이 끝내 전화를 받지 않으면 애가 타기 시작합니다.

<인터뷰>대리운전기사 : "택시 타고 이동해 가지고 전화를 안 받으시 고 그러면 택시비 버렸구나 하는 생각도 들 고..."

운 좋게 ’콜’은 잡은 대리기사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현장음> 승강이 대리기사 : "이 차가 아닌데요?"

<현장음> 손님 : "아! 씨! 비키라니까!!"

만취한 손님이 엉뚱한 화풀이를 합니다.

<현장음> 손님 : "(여기서 우회전이요?) 뭐야! "

하지만 손님과 싸우기라도 했다간 대리업체가 일감을 막아버리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대리운전기사 : "(회사에서) 프로그램을 락(콜 차단)을 거는 거죠. 오더(손님 배정)를 못 잡게 하는 거에요."

새벽 4시.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천막 휴게소에 모인 대리기사들은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고 푸념합니다.

<인터뷰>대리운전 기사 : "너무 찐짜 때리고 그래가지고 상처 받아 서 고발했죠. 그분은 지금 퇴사했거든요."

국수 한 그릇으로 새벽 쓰린 속을 달래는 이들, 대리기사들의 밤은 누구보다도 길고 고단합니다.

<질문>

하염없이 호출만 기다리고. 시비붙는 게 일쑤인 대리기사들.

그 분들 처지도 안타깝지만 사실 승객 입장에서도 과연 믿을 수 있는지 안전한지 좀 미심쩍은 것도 사실이거든요?

<답변>

그렇습니다.

대리운전이 일반화됐지만 관련 법령이나 제도는 없습니다.

택시기사의 경우 운전경력이 1년이 넘어야 하고, 마약이나 성범죄, 강력범죄 전과자의 경우는 취업이 제한됩니다.

하지만, 대리기사의 경우 어떠한 자격 기준도 없다 보니, 초보운전자나 전과자도 제약 없이 대리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보호장치인 보험마저도 가입이 의무가 아니다 보니, 사고가 날 경우 이용자들이 사고의 책임까지 떠안는 일도 허다합니다.

양성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울산에 사는 이모 씨는 지난 5월 대리운전을 이용하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대리기사의 실수로 앞차를 들이받아 3명이 다친 겁니다.

사고를 낸 대리기사는 보험에 가입했지만 대인보험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이○○(대리운전 사고 피해자) : "보험 가입한 기사라고 들었는데 막상 사고가나니까 내 보험수가가 올랐어요."

사람이 다칠 경우 대리운전 보험보다 고객 차량의 책임보험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서영종(손해보험협회 팀장) : "자동차손해배상법에 따라 차주는 사고 피해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에.."

현재 등록된 대리운전 업체는 3천여 곳이지만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업체는 7천여 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등록이 안 된 소규모 업체들은 단체보험에 가입조차 할 수 없고, 대리기사의 개인보험 가입도 의무가 아닙니다.

<인터뷰>김장겸(대리기사) : "보험사도 한두 개밖에 없고,요즘에는 가입 도 잘 안 시켜주는 추세라서.."

영세 대리운전업체가 난립하는 가운데 대리기사 10명 중 4명은 무보험으로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질문>

이기자, 사망사건까지 터진 상황이고, 또 몇번 논의도 됐었는데, 왜 아직도 뾰족한 대책이 없을까, 답답하네요.

<답변>

네, 대리기사와 업체의 자격기준이나 보험 의무가입, 소비자 보호 등이 법안의 주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상임위에 계류된 채 5년째 표류하고 있습니다.

대리운전이 우리 사회의 한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국회에서 잠자는 관련 법안은 다른 누군가가 대리 통과 시키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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