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공정성·객관성이 관건

입력 2010.08.17 (06:56) 수정 2010.08.17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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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재호 객원 해설위원]



정부가 행정고시 제도 전면 개편안을 내놓았습니다. 명칭도 5급 공채시험으로 바뀌고, 필기시험 없이 서류 전형과 면접만으로 전문가 채용이 확대됩니다. 내년에는 정원의 30%부터 시작해, 오는 2015년까지 정원의 50%를 이런 방식으로 충원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동안 행시 제도의 문제점 때문에 이런 변화는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선안의 문제점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기존 제도를 학계나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하루아침에 뜯어 고치려는 시도는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수험생들에게는 내년부터 적용돼는 갑작스런 변화는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무엇보다 서류와 면접만으로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이 과연 시험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더 나아가 이런 변화는 수험생들의 고학력화와 사교육비 증대뿐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과 지역 등 다양한 이해 집단의 정치적 영향력 증대의 문제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층 수험생들은 불이익을 받을 소지도 있고, 지역 편중과 명문대 출신 위주의 채용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박사와 변호사, 회계사 등의 전문성이 과연 행정 업무 수행에 효과적인지도 단언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최근 몇 년 사이에 바뀐 행시 제도의 개선도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1차와 2차, 3차 시험 과정에서 단순 암기 위주의 폐단을 대폭 개선시켰기 때문입니다. 특히 3차 면접은 교수와 고위 관료, 인사 전문가들이 대여섯 명의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루 6시간 가까이 심층 면접을 해서 2차 필기시험 합격자를 대거 탈락시켜 왔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개선한 이상적인 제도들이 과연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무원 개방형 임용제를 통해 얼마나 많은 민간 전문가가 충원되었는지? 왜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했던 주요 대학들이 다시 의대 체제로 회귀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외국의 제도를 모방해 섣불리 바꾼 제도는 사회적 파장만 일으키고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획기적으로 제도를 바꾸기 전에 그 제도 안에서 보다 효과적인 개선 방안은 없는지 먼저 고민해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이 이런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게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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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공정성·객관성이 관건
    • 입력 2010-08-17 06:56:23
    • 수정2010-08-17 07:08:57
    뉴스광장 1부

[염재호 객원 해설위원]

정부가 행정고시 제도 전면 개편안을 내놓았습니다. 명칭도 5급 공채시험으로 바뀌고, 필기시험 없이 서류 전형과 면접만으로 전문가 채용이 확대됩니다. 내년에는 정원의 30%부터 시작해, 오는 2015년까지 정원의 50%를 이런 방식으로 충원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동안 행시 제도의 문제점 때문에 이런 변화는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선안의 문제점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기존 제도를 학계나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하루아침에 뜯어 고치려는 시도는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수험생들에게는 내년부터 적용돼는 갑작스런 변화는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무엇보다 서류와 면접만으로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이 과연 시험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더 나아가 이런 변화는 수험생들의 고학력화와 사교육비 증대뿐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과 지역 등 다양한 이해 집단의 정치적 영향력 증대의 문제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층 수험생들은 불이익을 받을 소지도 있고, 지역 편중과 명문대 출신 위주의 채용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박사와 변호사, 회계사 등의 전문성이 과연 행정 업무 수행에 효과적인지도 단언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최근 몇 년 사이에 바뀐 행시 제도의 개선도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1차와 2차, 3차 시험 과정에서 단순 암기 위주의 폐단을 대폭 개선시켰기 때문입니다. 특히 3차 면접은 교수와 고위 관료, 인사 전문가들이 대여섯 명의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루 6시간 가까이 심층 면접을 해서 2차 필기시험 합격자를 대거 탈락시켜 왔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개선한 이상적인 제도들이 과연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무원 개방형 임용제를 통해 얼마나 많은 민간 전문가가 충원되었는지? 왜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했던 주요 대학들이 다시 의대 체제로 회귀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외국의 제도를 모방해 섣불리 바꾼 제도는 사회적 파장만 일으키고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획기적으로 제도를 바꾸기 전에 그 제도 안에서 보다 효과적인 개선 방안은 없는지 먼저 고민해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이 이런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게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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