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매 처형위기 여성, 그녀의 운명은

입력 2010.09.07 (16:3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간통 혐의로 돌팔매 사형 판결을 선고받은 이란 여성의 운명에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키네 모하마디 아시티아니(43)의 변호인 측은 이번 주 중 이슬람의 금식월 라마단이 끝나면 언제라도 그녀에 대한 형 집행이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녀에 대한 구명운동은 국제인권단체들은 물론 로마 교황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이란 당국의 형 집행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녀의 혐의는 = 아시티아니는 남편이 살인사건으로 숨진 이듬해인 2006년, 2명의 남성과 `부정한 관계'를 맺은 혐의로 채찍질형을 선고받고 이후 형 집행을 통해 실제로 채찍으로 99대를 맞았다.

남편과 사별한 후 이뤄진 관계였지만 엄격한 이슬람국가인 이란에서는 혼외 성관계가 모두 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채찍형을 당한 것이다.

여기에 그녀가 남편이 숨지기 이전에 간통했다는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2007년 5월 돌팔매 사형이라는 극형을 선고받게 됐다.

아시티아니는 남편 사망 전 간통했다는 자백이 강압에 의한 허위진술이었다며 뒤늦게 혐의를 부인했지만 오히려 남편 살해사건에 가담했다는 혐의까지 추가로 받게 됐다.

아시티아니는 지난달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남편 살해에 가담했다고 밝혔지만 변호인은 이 역시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었으며 살인 공모 혐의는 이란 법정에서 이미 무죄로 판명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처형 논란 및 구명운동 확산 = 3년 전 판결이 최근에서야 국제적 논란이 된 것은 그의 아들(22)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국제인권단체가 구명운동을 본격화하고 지난 7월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부터다.

보도 이후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휴먼 라이츠 워치 등 인권단체들은 물론 미국, 영국, 독일 등 많은 서방국가들은 돌팔매 처형이 인권을 무시한 중세시대 처벌이라며 잇따라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로버트 레드포드, 엠마 톰슨, 줄리엣 비노쉬 등 세계 유명 배우들과 프랑스 영부인 카를라 브루니도 구명운동에 동참했고, 브라질 정부는 아시티아니의 망명을 허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마 교황청도 아시티아니 구명을 위해 이란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구명운동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돌팔매 처형은 = 이처럼 돌팔매 처형에 대한 거센 역풍은 사형수가 숨을 거둘 때까지 돌을 던지는 사형 방식의 잔혹성에 기인한다.

형 집행 때 사형수는 손이 묶인 채 흙구덩이에 허리까지(여성은 가슴까지) 묻힌 상태로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형 집행에 사용되는 돌은 1∼2회의 타격으로 숨지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커서는 안되고 자갈이나 조약돌처럼 너무 작아도 안된다.

이슬람권에서는 이란 외에 사우디 아라비아, 소말리아, 수단,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의 국가에서 돌팔매 처형이 명맥을 잇고 있다.

그러나 판결을 통해 돌팔매 처형이 확정됐다 하더라도 최근 들어서는 실제 집행이 이뤄지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아울러 돌팔매 처형은 증인 4명의 명백한 진술 등 매우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처벌 요건들을 충족시켜 어떤 의문점도 제기되지 않은 명확한 판단이 가능할 때만 가능하다고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녀의 운명은 = 이제 관심은 아시티아니에 대한 돌팔매 처형이 실제로 집행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란 사법당국은 그녀의 혐의가 모두 입증됐고 판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독립국가의 사법처리 절차에 다른 나라들이 개입하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 형 집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란이 국제적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돌팔매형 집행을 강행할지는 미지수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이란에서는 아시티아니 말고도 최소 10명 이상이 돌팔매 처형 판결을 받은 상태지만 형 집행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당국이 유독 아시티아니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형을 집행함으로써 국제적 비난을 자초할 가능성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설령 형을 집행한다 하더라도 교수형 등 일반적인 사형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주 영국 이란대사관도 "우리의 정보로는 아시티아니가 돌팔매 처형으로 사형당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권단체들과 일부 국가는 아시티아니에 대한 사면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 역시 현실화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면권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아시티아니를 사면할 경우 여타 사형수와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돼 이란 사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돌팔매 처형위기 여성, 그녀의 운명은
    • 입력 2010-09-07 16:34:39
    연합뉴스
간통 혐의로 돌팔매 사형 판결을 선고받은 이란 여성의 운명에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키네 모하마디 아시티아니(43)의 변호인 측은 이번 주 중 이슬람의 금식월 라마단이 끝나면 언제라도 그녀에 대한 형 집행이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녀에 대한 구명운동은 국제인권단체들은 물론 로마 교황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이란 당국의 형 집행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녀의 혐의는 = 아시티아니는 남편이 살인사건으로 숨진 이듬해인 2006년, 2명의 남성과 `부정한 관계'를 맺은 혐의로 채찍질형을 선고받고 이후 형 집행을 통해 실제로 채찍으로 99대를 맞았다. 남편과 사별한 후 이뤄진 관계였지만 엄격한 이슬람국가인 이란에서는 혼외 성관계가 모두 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채찍형을 당한 것이다. 여기에 그녀가 남편이 숨지기 이전에 간통했다는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2007년 5월 돌팔매 사형이라는 극형을 선고받게 됐다. 아시티아니는 남편 사망 전 간통했다는 자백이 강압에 의한 허위진술이었다며 뒤늦게 혐의를 부인했지만 오히려 남편 살해사건에 가담했다는 혐의까지 추가로 받게 됐다. 아시티아니는 지난달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남편 살해에 가담했다고 밝혔지만 변호인은 이 역시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었으며 살인 공모 혐의는 이란 법정에서 이미 무죄로 판명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처형 논란 및 구명운동 확산 = 3년 전 판결이 최근에서야 국제적 논란이 된 것은 그의 아들(22)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국제인권단체가 구명운동을 본격화하고 지난 7월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부터다. 보도 이후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휴먼 라이츠 워치 등 인권단체들은 물론 미국, 영국, 독일 등 많은 서방국가들은 돌팔매 처형이 인권을 무시한 중세시대 처벌이라며 잇따라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로버트 레드포드, 엠마 톰슨, 줄리엣 비노쉬 등 세계 유명 배우들과 프랑스 영부인 카를라 브루니도 구명운동에 동참했고, 브라질 정부는 아시티아니의 망명을 허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마 교황청도 아시티아니 구명을 위해 이란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구명운동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돌팔매 처형은 = 이처럼 돌팔매 처형에 대한 거센 역풍은 사형수가 숨을 거둘 때까지 돌을 던지는 사형 방식의 잔혹성에 기인한다. 형 집행 때 사형수는 손이 묶인 채 흙구덩이에 허리까지(여성은 가슴까지) 묻힌 상태로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형 집행에 사용되는 돌은 1∼2회의 타격으로 숨지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커서는 안되고 자갈이나 조약돌처럼 너무 작아도 안된다. 이슬람권에서는 이란 외에 사우디 아라비아, 소말리아, 수단,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의 국가에서 돌팔매 처형이 명맥을 잇고 있다. 그러나 판결을 통해 돌팔매 처형이 확정됐다 하더라도 최근 들어서는 실제 집행이 이뤄지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아울러 돌팔매 처형은 증인 4명의 명백한 진술 등 매우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처벌 요건들을 충족시켜 어떤 의문점도 제기되지 않은 명확한 판단이 가능할 때만 가능하다고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녀의 운명은 = 이제 관심은 아시티아니에 대한 돌팔매 처형이 실제로 집행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란 사법당국은 그녀의 혐의가 모두 입증됐고 판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독립국가의 사법처리 절차에 다른 나라들이 개입하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 형 집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란이 국제적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돌팔매형 집행을 강행할지는 미지수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이란에서는 아시티아니 말고도 최소 10명 이상이 돌팔매 처형 판결을 받은 상태지만 형 집행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당국이 유독 아시티아니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형을 집행함으로써 국제적 비난을 자초할 가능성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설령 형을 집행한다 하더라도 교수형 등 일반적인 사형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주 영국 이란대사관도 "우리의 정보로는 아시티아니가 돌팔매 처형으로 사형당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권단체들과 일부 국가는 아시티아니에 대한 사면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 역시 현실화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면권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아시티아니를 사면할 경우 여타 사형수와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돼 이란 사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