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인사 검증 강화’ 의미와 특징은?

입력 2010.09.09 (16:14) 수정 2010.09.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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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보고한 인사 검증 시스템 개선안은 질적 측면에서의 검증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현행 시스템도 국회 인사청문회의 단골 메뉴인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탈세, 위장 전입 등을 모두 검증 항목에 포함하고 있지만 고위직 인사 때마다 문제가 생긴 것은 검증의 범위가 아니라 질과 강도에 있었다는 반성이 이번 개선안에 반영됐다.

또 인사 때마다 반복됐던 청와대 검증시스템의 부실 논란을 다시는 겪지 않겠다는 의지도 묻어난다.

◇모의청문회로 `옥석가리기' =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유력 후보자들에 대해 '모의 인사청문회'를 실시키로 한 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8.8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에서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와 장관 내정자 2명이 청와대의 인사 검증을 통과하고도 낙마한 점에 충격을 받아 마련한 조치로 보인다.

청와대는 모의 청문회를 통해 부적격자를 최종적으로 가려내는 동시에 공직 후보자가 국민 정서에 맞는 눈높이를 가질 수 있도록 사전 훈련을 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인사추천위원회의 권한도 민정수석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검증위원회 못지않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추천위는 대통령실장을 위원장으로 정무수석, 민정수석, 총무기획관을 비롯한 관계수석과 인사비서관 등 모두 10명이 참여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서류로만 봐서는 알 수 없는 부분까지 실질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검증 기준과 방식을 대폭 강화했다"면서 "시스템 개편.보완을 통해 공정한 사회 구현을 바라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적 자질과 업무 역량을 지닌 참신한 인재를 공직에 임용하는 관행이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해성사 확실히 받겠다" = 인사검증 막판 2~3배수로 압축된 유력 후보로부터 받던 '자기검증서'를 검증 초기 단계에서 모든 예비후보들로부터 받아 검증하고, 자기검증서 항목을 기존 150여개에서 200개로 늘린 점 역시 검증의 질을 심화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윤리 기준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고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국정기조인 '공정한 사회' 구현에 걸맞은 인재를 등용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200개 항목은 9개 분야로 나뉘어 있는데,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질문이 40개로 가장 많고, 직무 윤리(33개), 사생활(31개), 납세 의무(26개), 전과 및 징계(20개), 연구 윤리(15개), 병역 의무(14개), 학력 및 경력(12개) 등의 순으로 많다.

특히 새로 추가된 40여개 문항은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자녀들까지 대상으로 해 평소 같으면 본인도 크게 개의치않고 넘어갈 사생활의 작은 부분까지 혹독할 정도로 캐묻는 내용이다.

이번 청문회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들은 물론 모두 새로운 항목으로 추가됐다.

이는 향후 고위 공직자에 오를 수 있는 `인재상'의 엄격한 잣대를 새롭게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적어도 관가에서 고위직을 꿈꾸는 사람은 미리 자신과 주변을 엄정하게 관리하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청와대는 자기 검증서 문항을 홈페이지에 올려 국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물망 체크 리스트 = 자기검증서에서 재산 관련 추가 부분은 ▲재개발.재건축 예정 지역 주택 매입 여부 ▲타인과 공동으로 부동산 매입 여부 ▲경제력이 없던 시절 부동산 매입 여부 ▲미성년.무소득 자녀의 고액예금 보유 여부 ▲세금 회피 목적의 주식.예금 분산 여부 ▲주식 우회상장 여부 ▲무기명 채권 보유 여부 ▲파생금융상품 매매 여부 등으로 빠져나갈 틈이 거의 없다.

심지어 '최근 5년간 본인, 배우자, 자녀의 신용카드, 체크카드, 현금영수증의 연간 합계액이 총 소득의 10%에 미달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도 있다.

부동산 관련 질문이 늘어난 것은 이번 청문회에서 부동산 다운계약서를 이용한 양도세 탈루 여부가 논란이 된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 사생활과 관련해서는 ▲치료중인 질병 유무 ▲공무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질병 또는 장애 유무 ▲해외여행중 면세범위를 초과한 휴대품 소유 여부 ▲해외 부동산 보유 및 매입 여부 등이 추가됐다.

특히 성희롱을 포함한 도덕적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도 있다.

세금 및 준조세 납부와 관련한 검증 기준도 강화됐다.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 보험료 등의 체납 여부 ▲자경하지 않는 농지를 거래하면서 비과세 처분을 받거나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는지 여부 ▲연간 1천500만원 이상 강의료에 대해 종합소득세 신고 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 등이 새롭게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이들 세 가지 항목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고위직 인사청문회 등에서 여러차례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연구윤리와 관련해서는 논문 창작에 기여한 범위를 넘어 저자로 행세하려 했는지, 제자의 연구성과물을 출처 표시없이 인용했는지, 논문 작성시 직위를 남용해 자료를 수집하거나 타인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추가됐다.

한 마디로 과거 교수 논문의 상당 부분을 제자들이 대필하던 잘못된 관행을 답습했는지를 따져보는 셈이다.

가족 관계의 경우 본인, 배우자, 자녀 가운데 외국 영주권을 보유했거나 이중국적 상태에 있는 사람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항목이 새롭게 포함됐다.

병역의무 분야에서는 본인과 가족의 병역비리 연루 여부는 물론 병역 복무 도중 전역(의가사.의병 제대)했거나 신체검사나 군입대를 연기한 사실이 있는지도 묻는다.

이밖에 본인과 가족들이 실제 근무하지 않는 회사로부터 급여나 고문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가족.친지 이외의 사람으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질문도 추가됐다. 이는 정치권을 강타했던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의 여파가 적지 않아 보인다.

◇주변탐문.현장검증 강화 = 지금까지는 인사 검증 절차가 형식적이고 양적인 검증, 발품을 팔지않는 `책상물림 검증'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청와대는 자기검증서를 통해 제출받은 답변들을 꼼꼼히 살펴본 뒤 의심나는 부분이 있으면 지체없이 현장으로 달려가 관련 사실을 직접 검증하고 주변인들의 진술도 일일이 확인키로 했다.

이전에도 가끔 현장 조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사실상 요식 절차에 그쳤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인사 검증을 거친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나 언론에서 추가로 흠결을 찾아내는 일이 없도록 확실한 확인 절차를 거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농지 투기 의혹을 부인하는 고위직 후보자가 있다면 직접 현장을 찾아가 농민들과 부동산 중개업자 등으로부터 완벽한 확인을 받은 뒤에야 사실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장 조사는 인력 부족을 고려해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과 검찰과 경찰 등 외부 감찰기관이 협조해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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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보고한 인사 검증 시스템 개선안은 질적 측면에서의 검증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현행 시스템도 국회 인사청문회의 단골 메뉴인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탈세, 위장 전입 등을 모두 검증 항목에 포함하고 있지만 고위직 인사 때마다 문제가 생긴 것은 검증의 범위가 아니라 질과 강도에 있었다는 반성이 이번 개선안에 반영됐다. 또 인사 때마다 반복됐던 청와대 검증시스템의 부실 논란을 다시는 겪지 않겠다는 의지도 묻어난다. ◇모의청문회로 `옥석가리기' =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유력 후보자들에 대해 '모의 인사청문회'를 실시키로 한 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8.8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에서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와 장관 내정자 2명이 청와대의 인사 검증을 통과하고도 낙마한 점에 충격을 받아 마련한 조치로 보인다. 청와대는 모의 청문회를 통해 부적격자를 최종적으로 가려내는 동시에 공직 후보자가 국민 정서에 맞는 눈높이를 가질 수 있도록 사전 훈련을 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인사추천위원회의 권한도 민정수석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검증위원회 못지않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추천위는 대통령실장을 위원장으로 정무수석, 민정수석, 총무기획관을 비롯한 관계수석과 인사비서관 등 모두 10명이 참여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서류로만 봐서는 알 수 없는 부분까지 실질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검증 기준과 방식을 대폭 강화했다"면서 "시스템 개편.보완을 통해 공정한 사회 구현을 바라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적 자질과 업무 역량을 지닌 참신한 인재를 공직에 임용하는 관행이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해성사 확실히 받겠다" = 인사검증 막판 2~3배수로 압축된 유력 후보로부터 받던 '자기검증서'를 검증 초기 단계에서 모든 예비후보들로부터 받아 검증하고, 자기검증서 항목을 기존 150여개에서 200개로 늘린 점 역시 검증의 질을 심화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윤리 기준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고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국정기조인 '공정한 사회' 구현에 걸맞은 인재를 등용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200개 항목은 9개 분야로 나뉘어 있는데,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질문이 40개로 가장 많고, 직무 윤리(33개), 사생활(31개), 납세 의무(26개), 전과 및 징계(20개), 연구 윤리(15개), 병역 의무(14개), 학력 및 경력(12개) 등의 순으로 많다. 특히 새로 추가된 40여개 문항은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자녀들까지 대상으로 해 평소 같으면 본인도 크게 개의치않고 넘어갈 사생활의 작은 부분까지 혹독할 정도로 캐묻는 내용이다. 이번 청문회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들은 물론 모두 새로운 항목으로 추가됐다. 이는 향후 고위 공직자에 오를 수 있는 `인재상'의 엄격한 잣대를 새롭게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적어도 관가에서 고위직을 꿈꾸는 사람은 미리 자신과 주변을 엄정하게 관리하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청와대는 자기 검증서 문항을 홈페이지에 올려 국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물망 체크 리스트 = 자기검증서에서 재산 관련 추가 부분은 ▲재개발.재건축 예정 지역 주택 매입 여부 ▲타인과 공동으로 부동산 매입 여부 ▲경제력이 없던 시절 부동산 매입 여부 ▲미성년.무소득 자녀의 고액예금 보유 여부 ▲세금 회피 목적의 주식.예금 분산 여부 ▲주식 우회상장 여부 ▲무기명 채권 보유 여부 ▲파생금융상품 매매 여부 등으로 빠져나갈 틈이 거의 없다. 심지어 '최근 5년간 본인, 배우자, 자녀의 신용카드, 체크카드, 현금영수증의 연간 합계액이 총 소득의 10%에 미달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도 있다. 부동산 관련 질문이 늘어난 것은 이번 청문회에서 부동산 다운계약서를 이용한 양도세 탈루 여부가 논란이 된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 사생활과 관련해서는 ▲치료중인 질병 유무 ▲공무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질병 또는 장애 유무 ▲해외여행중 면세범위를 초과한 휴대품 소유 여부 ▲해외 부동산 보유 및 매입 여부 등이 추가됐다. 특히 성희롱을 포함한 도덕적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도 있다. 세금 및 준조세 납부와 관련한 검증 기준도 강화됐다.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 보험료 등의 체납 여부 ▲자경하지 않는 농지를 거래하면서 비과세 처분을 받거나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는지 여부 ▲연간 1천500만원 이상 강의료에 대해 종합소득세 신고 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 등이 새롭게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이들 세 가지 항목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고위직 인사청문회 등에서 여러차례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연구윤리와 관련해서는 논문 창작에 기여한 범위를 넘어 저자로 행세하려 했는지, 제자의 연구성과물을 출처 표시없이 인용했는지, 논문 작성시 직위를 남용해 자료를 수집하거나 타인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추가됐다. 한 마디로 과거 교수 논문의 상당 부분을 제자들이 대필하던 잘못된 관행을 답습했는지를 따져보는 셈이다. 가족 관계의 경우 본인, 배우자, 자녀 가운데 외국 영주권을 보유했거나 이중국적 상태에 있는 사람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항목이 새롭게 포함됐다. 병역의무 분야에서는 본인과 가족의 병역비리 연루 여부는 물론 병역 복무 도중 전역(의가사.의병 제대)했거나 신체검사나 군입대를 연기한 사실이 있는지도 묻는다. 이밖에 본인과 가족들이 실제 근무하지 않는 회사로부터 급여나 고문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가족.친지 이외의 사람으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질문도 추가됐다. 이는 정치권을 강타했던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의 여파가 적지 않아 보인다. ◇주변탐문.현장검증 강화 = 지금까지는 인사 검증 절차가 형식적이고 양적인 검증, 발품을 팔지않는 `책상물림 검증'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청와대는 자기검증서를 통해 제출받은 답변들을 꼼꼼히 살펴본 뒤 의심나는 부분이 있으면 지체없이 현장으로 달려가 관련 사실을 직접 검증하고 주변인들의 진술도 일일이 확인키로 했다. 이전에도 가끔 현장 조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사실상 요식 절차에 그쳤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인사 검증을 거친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나 언론에서 추가로 흠결을 찾아내는 일이 없도록 확실한 확인 절차를 거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농지 투기 의혹을 부인하는 고위직 후보자가 있다면 직접 현장을 찾아가 농민들과 부동산 중개업자 등으로부터 완벽한 확인을 받은 뒤에야 사실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장 조사는 인력 부족을 고려해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과 검찰과 경찰 등 외부 감찰기관이 협조해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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