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서 ‘직계존속 고소 불가’ 위헌성 공방

입력 2010.09.09 (1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며느리가 시부모를 고소하지 못하도록 한 법규정이 `효'라는 기본 가치를 반영한 합헌적 조항인지, 고소권을 차별적이고 불합리하게 제한하는 위헌적 조항인지를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9일 헌재 대심판정에서는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하지 못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224조의 위헌 여부를 놓고 서모 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이 열렸다.

서씨는 친어머니로부터 존속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당해 기소됐다가 무죄판결이 확정된 뒤 반대로 어머니를 무고 등의 혐의로 고소했으나 법규정에 따라 각하되자 2008년 헌법소원을 냈다.

서씨 측 대리인인 정보건 변호사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해서 고소권을 박탈한 것은 다른 범죄피해자에 비해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이며 "해당 조항으로 인해 가령 부모가 자식을 살인하려고 하다가 미수에 그쳤더라도 자식은 고소할 수 없다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위헌성을 주장했다.

또 "해당 조항은 봉건적 가부장제에 비롯한 것이고, 고소권 박탈로 부모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성취할 수는 없다"며 "서씨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어머니로부터 수차례 고소를 당한 끝에 어머니가 치료감호 같은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소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무부 측은 "효도사상은 우리가 계승ㆍ발전시켜야 할 전통문화이자 가치질서로서 이에 기초한 고소권 제한은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것"이라며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가 전면적으로 허용되면 가정내 불화를 대화로 해결하려는 노력없이 고소가 남발되는 등 가족이 붕괴하고 사회질서가 혼란해지는 상황도 예상된다"고 반박했다.

또 "고소를 각하하더라도 사안이 무거운 경우 검찰이 인지해 수사하도록 하는 대검찰청 지침이 있으며,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은 특별법상 고소를 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둬 문제를 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목영준 재판관은 `특별법상 예외규정이 많이 있는 상황에서 해당 조항을 유지한다고 해서 직계존속에 대한 존경심 유지라는 입법목적이 유지될 수 있다고 보는지'와 `직계존속의 범죄를 수사기관이 인지해서 수사하는 경우와 고소에 의해 수사하는 경우가 차이가 있는지'를 법무부 측에 질문했다.

김희옥 재판관은 "해당 조항을 제정할 때 조선시대 경국대전과 대전회통에서 부모를 고소하면 처벌하도록 한 것을 참고한 것이냐"며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옛 형사소송법이 본인의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를 못하도록 했던 것을 일본은 추후 삭제했는데 우리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게까지 못하도록 확대입법한 배경은 무엇이냐"며 의문을 표시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헌재서 ‘직계존속 고소 불가’ 위헌성 공방
    • 입력 2010-09-09 17:00:12
    연합뉴스
자식이 부모를, 며느리가 시부모를 고소하지 못하도록 한 법규정이 `효'라는 기본 가치를 반영한 합헌적 조항인지, 고소권을 차별적이고 불합리하게 제한하는 위헌적 조항인지를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9일 헌재 대심판정에서는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하지 못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224조의 위헌 여부를 놓고 서모 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이 열렸다. 서씨는 친어머니로부터 존속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당해 기소됐다가 무죄판결이 확정된 뒤 반대로 어머니를 무고 등의 혐의로 고소했으나 법규정에 따라 각하되자 2008년 헌법소원을 냈다. 서씨 측 대리인인 정보건 변호사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해서 고소권을 박탈한 것은 다른 범죄피해자에 비해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이며 "해당 조항으로 인해 가령 부모가 자식을 살인하려고 하다가 미수에 그쳤더라도 자식은 고소할 수 없다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위헌성을 주장했다. 또 "해당 조항은 봉건적 가부장제에 비롯한 것이고, 고소권 박탈로 부모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성취할 수는 없다"며 "서씨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어머니로부터 수차례 고소를 당한 끝에 어머니가 치료감호 같은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소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무부 측은 "효도사상은 우리가 계승ㆍ발전시켜야 할 전통문화이자 가치질서로서 이에 기초한 고소권 제한은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것"이라며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가 전면적으로 허용되면 가정내 불화를 대화로 해결하려는 노력없이 고소가 남발되는 등 가족이 붕괴하고 사회질서가 혼란해지는 상황도 예상된다"고 반박했다. 또 "고소를 각하하더라도 사안이 무거운 경우 검찰이 인지해 수사하도록 하는 대검찰청 지침이 있으며,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은 특별법상 고소를 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둬 문제를 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목영준 재판관은 `특별법상 예외규정이 많이 있는 상황에서 해당 조항을 유지한다고 해서 직계존속에 대한 존경심 유지라는 입법목적이 유지될 수 있다고 보는지'와 `직계존속의 범죄를 수사기관이 인지해서 수사하는 경우와 고소에 의해 수사하는 경우가 차이가 있는지'를 법무부 측에 질문했다. 김희옥 재판관은 "해당 조항을 제정할 때 조선시대 경국대전과 대전회통에서 부모를 고소하면 처벌하도록 한 것을 참고한 것이냐"며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옛 형사소송법이 본인의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를 못하도록 했던 것을 일본은 추후 삭제했는데 우리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게까지 못하도록 확대입법한 배경은 무엇이냐"며 의문을 표시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