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용광로 청년’과 ‘똥돼지’ 신드롬

입력 2010.09.13 (08:56) 수정 2010.09.1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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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두 사건이 있다죠?



철강공장서 일하다 용광로에 떨어져 숨진 한 청년을 추모하는 신드롬이고요.



또 하나는 유력인사 자녀들의 특채를 비꼬는 이른바 똥돼지 시리즈입니다.



얼핏 큰 상관이 없어보이는 두 사건이 서로 얽히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이민우 기자, 요즘 청년층의 처지 때문인가요?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수 있을까요?



<리포트>



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다른 일이죠. 하나는 한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애도의 마음일거고요.



또 하나는 낙하산으로 취직하는 고위층 자제에 대한 조롱과 분노, 허탈함의 마음일겁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사건, 같은 시기에 맞물리면서 이렇게 신드롬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똥돼지 때문에 용광로 청년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웠고, 용광로 청년의 죽음 앞에서 똥돼지에 더욱 분노하게 됐으니까요.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해야할까요, 물론 그 동전의 이름은 ’불공정’이겠죠.



<녹취> 추모 시 (성우 대독) : "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이 가슴 저미는 조시의 주인공은 29살 김 모씨.



지난 7일 새벽 2시, 철강 공장에서 밤샘 작업을 하다 용광로에 빠져 숨졌습니다.



섭씨 천 6백도, 뜨거운 쇳물이 흐르는 용광로였습니다.



자신의 일도 아니었지만, 동료를 도우려 용광로 위로 올라갔고, 순간적으로 몸의 중심을 잃었습니다.



막아줄 안전장치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 유가족 : "(안전장비가) 없었습니다. 하나도... 걸어 다니다가 삐끗하면 용광로로 떨어지던지, 바깥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었습니다."



철강 공장에 입사한지 1년 3개월.



수년 동안 광고회사에서 일했었지만, 내년 봄 결혼을 앞두고 더 안정된 직장을 찾아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비록 일은 더 힘들었지만, 결혼식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행복해하던 하루 하루였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 유가족 : "내년 봄 정도에 (결혼)하려고 전셋집을 알아본다든가, ’(예비 신부) 소개해줄 테니, 맛있는 밥 사라’ 이런 얘기도... ’이제 좋은 일만 남았구나’하고 생각하던 찰나에..."



마흔이 넘어 어렵게 얻은 금쪽같은 외아들...



김 씨는 고된 회사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부모의 농사일을 거드는, 착하고 믿음직한 아들이었습니다.



위험한 환경 속에서 일해야 했지만, 늘 웃는 얼굴로 가족들을 안심시켰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 유가족 : "’정말 재밌다, 직장 동료들하고도 참 재밌게 일하고 있다’ 이런 부분만 표현했어요. 현장 갔을 때는 ’(안전 상태가) 이 정도인가’ 생각이 든 거죠. (위험한 줄) 정말 몰랐어요. 그래서 미안해요."



하지만 용광로에서 발견한 것은청년의 다리뼈와 대퇴부 일부 뿐.



청년의 빈소에는 유골만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 유가족 : "(부모님께서) 울기만 하시고... ’돈 다 필요 없다, 자식 내놔라’ 하는 심정이시고... 누나들 3명은 자기 (목숨) 10년씩 떼서, 30년 더 살고 갔으면 여한이 없다..."



세상에서 외면 받을 뻔한 안타까운 죽음.



그러나 한 누리꾼이 지은 시가 퍼져나가면서 ‘용광로 청년’의 죽음은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추모 시 (성우 대독) :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수많은 누리꾼들이 이 시를 퍼다 나르며, 용광로 청년의 죽음을 가슴아파했고, 추모동상을 만들자는 청원 운동까지 벌어질 정도로 애도의 물결이 번지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또 하나의 사건, 바로 ’똥돼지 신드롬’입니다.



똥돼지란, 공정한 절차가 아닌 배경을 앞세워 한 자리 차지한 유력자의 자녀를 지칭하는 속어로, 최근 유명환 전 장관 딸의 특채 파문을 타고, 인터넷에서는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똥돼지들을 고발하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는데요.



<녹취> 누리꾼 M (성우 대독) : "제가 알던 똥돼지는 둘이었는데, 회사를 한 달에 한 번 꼴로 나오다가 언제부턴지 보이지도 않더만, 그해에 과장, 6개월 후에는 차장으로 승진한대요."



<녹취> 누리꾼 J (성우 대독) : "저 직장 다닐 때 특채로 오신 그 똥돼지는 영문과 졸업했음에도 사내고시(시험) 영어 과목을 4번이나 연속해서 떨어졌어요. 영어랑 안 친한 나도 한 번에 붙은 걸... 혹시 대학도 똥돼지?"



실력은 없고 무능하지만, 배경만으로 승승장구하는 똥돼지.



누리꾼들이 성토하는 똥돼지는 주로 유력자의 자녀들인데요.



<녹취> 누리꾼 S (성우 대독) : "아빠는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 중 하나 아닌가요? 이 세 가지 직업이 아니면 아빠가 아니잖아요. 그냥 동네 아저씨지."



소문으로만 떠돌던 똥돼지들의 존재에 대해, 누리꾼들은 분노와 허탈함이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현용 : "(똥돼지는)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전부 다 자리 차지하고... 저희도 일 하다 보면 어느 상무님 배경으로 들어왔다 하면서, 상무님이 업체의 뒤를 봐주고, 잘못해도 무마시켜주고..."



‘용광로 청년’과 ‘똥돼지’.



전혀 달라 보이는 두 사건이 신드롬까지 일으키는 것은, 어찌 보면 같은 이유에서인지도 모릅니다.



가진 자, 있는 자들의 각종 특혜,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인 없는 자들의 열악한 현실.



이런 사회의 불공정함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한 편으론 용광로 청년에 대한 애도로, 또 한 편으론 똥돼지 신드롬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온갖 특혜 받으며 공무원에 특채되는 사람도 있는데, 왜 29살 청춘이 용광로에서 생을 마감해야 하냐는, 분노의 댓글도 이런 맥락에섭니다.



<인터뷰> 김영수 교수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 "(최근 두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 부조리한 현상들이 국민들에게 큰 체감으로 다가오는 것... 개인의 능력과 역량에 따라서 계층이동이 충분히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분위기가 필요하고..."



’용광로 청년’과 ’똥돼지 신드롬’.



우리가 꿈꾸는 공정한 대한민국 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었음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우리 사회의 단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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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용광로 청년’과 ‘똥돼지’ 신드롬
    • 입력 2010-09-13 08:56:19
    • 수정2010-09-13 09: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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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두 사건이 있다죠?

철강공장서 일하다 용광로에 떨어져 숨진 한 청년을 추모하는 신드롬이고요.

또 하나는 유력인사 자녀들의 특채를 비꼬는 이른바 똥돼지 시리즈입니다.

얼핏 큰 상관이 없어보이는 두 사건이 서로 얽히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이민우 기자, 요즘 청년층의 처지 때문인가요?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수 있을까요?

<리포트>

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다른 일이죠. 하나는 한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애도의 마음일거고요.

또 하나는 낙하산으로 취직하는 고위층 자제에 대한 조롱과 분노, 허탈함의 마음일겁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사건, 같은 시기에 맞물리면서 이렇게 신드롬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똥돼지 때문에 용광로 청년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웠고, 용광로 청년의 죽음 앞에서 똥돼지에 더욱 분노하게 됐으니까요.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해야할까요, 물론 그 동전의 이름은 ’불공정’이겠죠.

<녹취> 추모 시 (성우 대독) : "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이 가슴 저미는 조시의 주인공은 29살 김 모씨.

지난 7일 새벽 2시, 철강 공장에서 밤샘 작업을 하다 용광로에 빠져 숨졌습니다.

섭씨 천 6백도, 뜨거운 쇳물이 흐르는 용광로였습니다.

자신의 일도 아니었지만, 동료를 도우려 용광로 위로 올라갔고, 순간적으로 몸의 중심을 잃었습니다.

막아줄 안전장치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 유가족 : "(안전장비가) 없었습니다. 하나도... 걸어 다니다가 삐끗하면 용광로로 떨어지던지, 바깥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었습니다."

철강 공장에 입사한지 1년 3개월.

수년 동안 광고회사에서 일했었지만, 내년 봄 결혼을 앞두고 더 안정된 직장을 찾아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비록 일은 더 힘들었지만, 결혼식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행복해하던 하루 하루였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 유가족 : "내년 봄 정도에 (결혼)하려고 전셋집을 알아본다든가, ’(예비 신부) 소개해줄 테니, 맛있는 밥 사라’ 이런 얘기도... ’이제 좋은 일만 남았구나’하고 생각하던 찰나에..."

마흔이 넘어 어렵게 얻은 금쪽같은 외아들...

김 씨는 고된 회사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부모의 농사일을 거드는, 착하고 믿음직한 아들이었습니다.

위험한 환경 속에서 일해야 했지만, 늘 웃는 얼굴로 가족들을 안심시켰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 유가족 : "’정말 재밌다, 직장 동료들하고도 참 재밌게 일하고 있다’ 이런 부분만 표현했어요. 현장 갔을 때는 ’(안전 상태가) 이 정도인가’ 생각이 든 거죠. (위험한 줄) 정말 몰랐어요. 그래서 미안해요."

하지만 용광로에서 발견한 것은청년의 다리뼈와 대퇴부 일부 뿐.

청년의 빈소에는 유골만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 유가족 : "(부모님께서) 울기만 하시고... ’돈 다 필요 없다, 자식 내놔라’ 하는 심정이시고... 누나들 3명은 자기 (목숨) 10년씩 떼서, 30년 더 살고 갔으면 여한이 없다..."

세상에서 외면 받을 뻔한 안타까운 죽음.

그러나 한 누리꾼이 지은 시가 퍼져나가면서 ‘용광로 청년’의 죽음은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추모 시 (성우 대독) :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수많은 누리꾼들이 이 시를 퍼다 나르며, 용광로 청년의 죽음을 가슴아파했고, 추모동상을 만들자는 청원 운동까지 벌어질 정도로 애도의 물결이 번지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또 하나의 사건, 바로 ’똥돼지 신드롬’입니다.

똥돼지란, 공정한 절차가 아닌 배경을 앞세워 한 자리 차지한 유력자의 자녀를 지칭하는 속어로, 최근 유명환 전 장관 딸의 특채 파문을 타고, 인터넷에서는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똥돼지들을 고발하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는데요.

<녹취> 누리꾼 M (성우 대독) : "제가 알던 똥돼지는 둘이었는데, 회사를 한 달에 한 번 꼴로 나오다가 언제부턴지 보이지도 않더만, 그해에 과장, 6개월 후에는 차장으로 승진한대요."

<녹취> 누리꾼 J (성우 대독) : "저 직장 다닐 때 특채로 오신 그 똥돼지는 영문과 졸업했음에도 사내고시(시험) 영어 과목을 4번이나 연속해서 떨어졌어요. 영어랑 안 친한 나도 한 번에 붙은 걸... 혹시 대학도 똥돼지?"

실력은 없고 무능하지만, 배경만으로 승승장구하는 똥돼지.

누리꾼들이 성토하는 똥돼지는 주로 유력자의 자녀들인데요.

<녹취> 누리꾼 S (성우 대독) : "아빠는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 중 하나 아닌가요? 이 세 가지 직업이 아니면 아빠가 아니잖아요. 그냥 동네 아저씨지."

소문으로만 떠돌던 똥돼지들의 존재에 대해, 누리꾼들은 분노와 허탈함이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현용 : "(똥돼지는)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전부 다 자리 차지하고... 저희도 일 하다 보면 어느 상무님 배경으로 들어왔다 하면서, 상무님이 업체의 뒤를 봐주고, 잘못해도 무마시켜주고..."

‘용광로 청년’과 ‘똥돼지’.

전혀 달라 보이는 두 사건이 신드롬까지 일으키는 것은, 어찌 보면 같은 이유에서인지도 모릅니다.

가진 자, 있는 자들의 각종 특혜,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인 없는 자들의 열악한 현실.

이런 사회의 불공정함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한 편으론 용광로 청년에 대한 애도로, 또 한 편으론 똥돼지 신드롬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온갖 특혜 받으며 공무원에 특채되는 사람도 있는데, 왜 29살 청춘이 용광로에서 생을 마감해야 하냐는, 분노의 댓글도 이런 맥락에섭니다.

<인터뷰> 김영수 교수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 "(최근 두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 부조리한 현상들이 국민들에게 큰 체감으로 다가오는 것... 개인의 능력과 역량에 따라서 계층이동이 충분히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분위기가 필요하고..."

’용광로 청년’과 ’똥돼지 신드롬’.

우리가 꿈꾸는 공정한 대한민국 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었음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우리 사회의 단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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