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권 박탈’ 한국 복싱, 연맹 횡포 논란

입력 2010.09.1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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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이 국제복싱연맹(AIBA)의 회원 자격을 잠정적으로 잃게 되면서 한국 아마 복싱이 혼란을 겪게 됐다.



한국이 AIBA 회원 자격을 잃게 되면 당장 11월에 열리는 아시안게임 등 AIBA가 종목 운영을 책임지는 국제 아마추어 무대에 출전할 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AIBA는 13일(한국시간) 대한체육회 등에 우칭궈 AIBA 회장 명의로 공문을 보내 "AIBA의 집행위원회는 AIBA의 규정 17조에 따라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의 회원 자격을 잠정 박탈한다"고 밝혔다.



AIBA는 "대한복싱연맹과 유재준 전 대한복싱연맹회장은 한국 복싱의 발전을 위해 새 회장과 집행부를 뽑으라는 AIBA와 대한체육회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있다"며 "또 유 전 회장은 AIBA와 AIBA 회장 등을 지속적으로 비난해 AIBA와 회원국의 이미지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고 이번 조치를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AIBA의 조치는 잠정 효력을 갖다가 오는 11월 열리는 AIBA 집행위원회와 총회에서 최종 승인되면 완전한 효력이 생긴다.



우 회장은 이와 함께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에게 보낸 공문에서 "AIBA가 수긍할만한 극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번 조치는 11월 총회에서 최종 결정되다"고 지적했다. 바꿔말하면 대한복싱연맹이 새 집행부를 구성하는 등 진전된 움직임을 보이면 조치가 철회될 가능성은 열려 있는 셈이다.



대한복싱연맹은 대한체육회가 유 전 회장에 대해 회장직 인준 취소를 내린 지난해 12월부터 사실상 회장직 공백 상태에 빠졌다. 유 전 회장은 이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고 최종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김재봉 복싱연맹 부회장에 이어 현재 김승철 대한체육회 이사가 회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지만 정상화의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나친 AIBA의 횡포..대한복싱연맹과 갈등



우선 AIBA가 이처럼 한국의 회원 자격을 박탈한 것은 국제 스포츠계의 관행을 넘어선 지나친 '횡포' 내지는 '내정 간섭'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AIBA와 대한복싱연맹의 뿌리 깊은 갈등과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한 대한체육회의 무능이 한데 엮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우칭궈 회장은 2006년 회장에 당선된 뒤 유재준 전 회장과 심각한 갈등을 겪어왔다. 회장 선거 때 유재준 전 회장이 반대편을 지지했다는 이유 탓이라고 알려졌다.



AIBA는 지난해 대한복싱연맹이 세계대회에 무자격 주치의를 파견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며 유재준 전 회장에게 18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대한복싱연맹 집행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징계 처분은 유 전 회장이 AIBA와 합의하면서 지난 6월31일 11개월 만에 만료됐지만 양측의 앙금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이에 앞서 AIBA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 한국 선수들을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밝혀 대한체육회와 한국 정부가 나서서 가까스로 철회시키는 일도 있었다.



와중에 AIBA는 사실상 회장직 공백 상태에 빠진 대한복싱연맹의 정상화를 요구해왔다. 부산광역시에서 열기로 했던 2011 세계복싱선수권대회와 10월 부산 AIBA 총회도 다른 장소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AIBA와 대한복싱연맹의 갈등이 한몫했다.



◇대한체육회 등의 미흡한 대처



설상가상으로 대한복싱연맹의 상급단체로 상황을 수습해야 할 대한체육회가 단호하면서도 순발력 있는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



AIBA는 대한체육회에 한국 복싱을 정상화하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줬지만 대한체육회는 '인준 취소건과 관련해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사태 해결에 미온적이었다.



지난 9일 연 이사회에서는 대한복싱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해 이번 사안을 매듭지을 기회를 맞았으나 단호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미 인준 취소 결정을 내린 유 전 회장의 사퇴서를 받는 미온적 결정을 내리는 데 그쳤다.



우 회장은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에게 보낸 공문에서 "AIBA는 대한복싱연맹의 현 집행부가 일으킨 실수를 해결하는데 많은 시간을 주고 노력해 왔다"라며 "유 전 회장이 사퇴했다고 해서 대한복싱연맹 집행부와 관련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유 전 회장이 조직한 이사회는 여전히 힘을 갖고 있고 대한복싱연맹 내부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한체육회가 이 문제와 관련해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고 AIBA에 신뢰할 수 있는 도움을 주기를 바랐으나 그렇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와중에 대한복싱연맹은 복싱계에 닥친 위기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채 미숙한 행정 감각만 드러냈다.



유 전 회장의 최측근이자 국내 아마추어 복싱 행정을 관장하는 오인석 전무이사는 AIBA의 결정이 코앞에 다가온 지난 10일에도 "대한체육회 등에 알아보니 (퇴출시키겠다는) 공문을 받은 게 없고 선수들의 아시안게임 출전에도 아무 지장이 없다"고 자신했다.



오히려 AIBA가 퇴출을 결정해 통보한 13일에도 대한복싱연맹 홈페이지에 "복싱대표 선수단의 아시안 게임 출전에 이상이 없음을 알려 드린다. 아시안게임에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한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접수하면 즉시 알려달라"는 글을 올리는 등 상황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오 이사는 "아직 공문을 확인하지 못해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라며 "내용이 사실이라면 모든 책임은 대한체육회가 져야 한다"고 목소리만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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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전권 박탈’ 한국 복싱, 연맹 횡포 논란
    • 입력 2010-09-13 10:59:18
    연합뉴스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이 국제복싱연맹(AIBA)의 회원 자격을 잠정적으로 잃게 되면서 한국 아마 복싱이 혼란을 겪게 됐다.

한국이 AIBA 회원 자격을 잃게 되면 당장 11월에 열리는 아시안게임 등 AIBA가 종목 운영을 책임지는 국제 아마추어 무대에 출전할 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AIBA는 13일(한국시간) 대한체육회 등에 우칭궈 AIBA 회장 명의로 공문을 보내 "AIBA의 집행위원회는 AIBA의 규정 17조에 따라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의 회원 자격을 잠정 박탈한다"고 밝혔다.

AIBA는 "대한복싱연맹과 유재준 전 대한복싱연맹회장은 한국 복싱의 발전을 위해 새 회장과 집행부를 뽑으라는 AIBA와 대한체육회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있다"며 "또 유 전 회장은 AIBA와 AIBA 회장 등을 지속적으로 비난해 AIBA와 회원국의 이미지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고 이번 조치를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AIBA의 조치는 잠정 효력을 갖다가 오는 11월 열리는 AIBA 집행위원회와 총회에서 최종 승인되면 완전한 효력이 생긴다.

우 회장은 이와 함께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에게 보낸 공문에서 "AIBA가 수긍할만한 극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번 조치는 11월 총회에서 최종 결정되다"고 지적했다. 바꿔말하면 대한복싱연맹이 새 집행부를 구성하는 등 진전된 움직임을 보이면 조치가 철회될 가능성은 열려 있는 셈이다.

대한복싱연맹은 대한체육회가 유 전 회장에 대해 회장직 인준 취소를 내린 지난해 12월부터 사실상 회장직 공백 상태에 빠졌다. 유 전 회장은 이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고 최종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김재봉 복싱연맹 부회장에 이어 현재 김승철 대한체육회 이사가 회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지만 정상화의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나친 AIBA의 횡포..대한복싱연맹과 갈등

우선 AIBA가 이처럼 한국의 회원 자격을 박탈한 것은 국제 스포츠계의 관행을 넘어선 지나친 '횡포' 내지는 '내정 간섭'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AIBA와 대한복싱연맹의 뿌리 깊은 갈등과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한 대한체육회의 무능이 한데 엮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우칭궈 회장은 2006년 회장에 당선된 뒤 유재준 전 회장과 심각한 갈등을 겪어왔다. 회장 선거 때 유재준 전 회장이 반대편을 지지했다는 이유 탓이라고 알려졌다.

AIBA는 지난해 대한복싱연맹이 세계대회에 무자격 주치의를 파견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며 유재준 전 회장에게 18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대한복싱연맹 집행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징계 처분은 유 전 회장이 AIBA와 합의하면서 지난 6월31일 11개월 만에 만료됐지만 양측의 앙금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이에 앞서 AIBA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 한국 선수들을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밝혀 대한체육회와 한국 정부가 나서서 가까스로 철회시키는 일도 있었다.

와중에 AIBA는 사실상 회장직 공백 상태에 빠진 대한복싱연맹의 정상화를 요구해왔다. 부산광역시에서 열기로 했던 2011 세계복싱선수권대회와 10월 부산 AIBA 총회도 다른 장소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AIBA와 대한복싱연맹의 갈등이 한몫했다.

◇대한체육회 등의 미흡한 대처

설상가상으로 대한복싱연맹의 상급단체로 상황을 수습해야 할 대한체육회가 단호하면서도 순발력 있는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

AIBA는 대한체육회에 한국 복싱을 정상화하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줬지만 대한체육회는 '인준 취소건과 관련해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사태 해결에 미온적이었다.

지난 9일 연 이사회에서는 대한복싱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해 이번 사안을 매듭지을 기회를 맞았으나 단호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미 인준 취소 결정을 내린 유 전 회장의 사퇴서를 받는 미온적 결정을 내리는 데 그쳤다.

우 회장은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에게 보낸 공문에서 "AIBA는 대한복싱연맹의 현 집행부가 일으킨 실수를 해결하는데 많은 시간을 주고 노력해 왔다"라며 "유 전 회장이 사퇴했다고 해서 대한복싱연맹 집행부와 관련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유 전 회장이 조직한 이사회는 여전히 힘을 갖고 있고 대한복싱연맹 내부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한체육회가 이 문제와 관련해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고 AIBA에 신뢰할 수 있는 도움을 주기를 바랐으나 그렇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와중에 대한복싱연맹은 복싱계에 닥친 위기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채 미숙한 행정 감각만 드러냈다.

유 전 회장의 최측근이자 국내 아마추어 복싱 행정을 관장하는 오인석 전무이사는 AIBA의 결정이 코앞에 다가온 지난 10일에도 "대한체육회 등에 알아보니 (퇴출시키겠다는) 공문을 받은 게 없고 선수들의 아시안게임 출전에도 아무 지장이 없다"고 자신했다.

오히려 AIBA가 퇴출을 결정해 통보한 13일에도 대한복싱연맹 홈페이지에 "복싱대표 선수단의 아시안 게임 출전에 이상이 없음을 알려 드린다. 아시안게임에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한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접수하면 즉시 알려달라"는 글을 올리는 등 상황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오 이사는 "아직 공문을 확인하지 못해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라며 "내용이 사실이라면 모든 책임은 대한체육회가 져야 한다"고 목소리만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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