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병역혜택 의식하면 악영향’

입력 2010.09.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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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룡은 성남 반대로 선발 못 해

홍명보 광저우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병역 혜택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한국 축구가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아시안게임에서 정상에 서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홍명보 감독은 17일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명의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나도 1990년, 1994년 두 차례 아시안게임에 나갔지만 먼저 한 골을 내주면 공황 상태가 돼서 전술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됐던 기억이 난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병역 혜택을 위해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선수 선발 배경 등을 밝힌 홍명보 감독의 일문일답.

--선수 발탁 배경은.
▲어제까지 선수가 합류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못했다. 어제 저녁에 박주영(AS모나코)이 구단의 허락을 받았다고 해서 오늘 20명이 정해졌다. 21세 선수 위주로 하되 와일드카드 2명을 포함해 20명을 선정했다.

--박주영이나 기성용은 성인 대표팀이 나가는 1월 아시안컵과 조율이 있었나.
▲둘 다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모두 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주영은 자신이 아시안게임에 나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열정이 있었고 기성용 역시 마찬가지다. 협회와 본인 모두 두 대회에 다 뛰도록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승렬이 빠지고 박희성이 대학생으로 유일하게 발탁됐다.
▲후보군에 있던 25~26명 모두 다 좋은 선수들이었다. 마지막까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국가대표라는 것은 어차피 경쟁이다. 뽑히지 못한 선수들은 뽑힌 선수들에 비해 경쟁에서 뒤졌다고 볼 수 있다.

박희성은 박주영이라는 훌륭한 선수가 있지만 그 선수를 받쳐줄 스트라이커가 필요했다. 청소년 월드컵 때도 그랬지만 박희성은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회를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선수들에 비해 팀 전술에도 잘 맞는 선수다.

--와일드카드를 3장 다 쓰지 않고 2장만 썼는데.
▲처음부터 말했지만 1장은 골키퍼를 뽑으려고 했다. 어제까지 성남 일화 구단과 정성룡의 발탁에 대해 협의를 했지만 성남이 그때가 중요한 기간이라고 해서 구단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 선수 자신도 아쉬운 점이 많을 것이고 대표팀 입장으로서도 그렇다.

--21세 위주로 선발했다고 했지만 신광훈, 김주영은 23세, 22세다.
▲신광훈 자리에 21세 선수로는 오재석(수원), 정동호(요코하마) 등이 있는데 둘 다 경기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그 자리는 경기력이 좋은 23세 미만 선수로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주영도 마찬가지다. 수비에 김영권, 홍정호라는 좋은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도와줄 선수가 필요했다. 또 아시안게임은 7~8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중앙 수비 한 명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K리그에서 뛰고 있는 23세 선수들에게 솔직히 미안한 마음이 있다.

--아시안게임에 임하는 각오와 앞으로 일정은.
▲다른 팀들에 비해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그만큼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이 선수들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목표는 역시 금메달이다.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한 번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에 선수들과 같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 금메달을 따도록 열심히 하겠다.

10월24일 소집해서 27일 K리그 경기에 각자 팀 소속으로 출전하고 29일 일본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간다. 오키나와가 광저우와 환경이 비슷하기 때문에 날씨 적응 차원에서 전지훈련 장소로 정했다.

1주일 전지훈련을 마치고 11월5일 광저우 선수촌에 입촌할 계획이다.

--성인 대표팀과 겹치는 선수들이 많다.
▲아무래도 11월이면 체력, 정신력이 피로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훈련할 때 조직력을 다지는 부분 외에 선수들의 컨디션 회복에 중점을 두겠다. 아시안게임 일정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틀, 사흘에 한 번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피로감 등에 철저히 준비하겠다.

--기성용이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가 많지 않다.
▲걱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성용도 우리 대표팀에서 무조건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 자신이 얼마나 앞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려 경쟁을 통해 본인의 가치, 팀의 가치를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다. 대표팀에서도 좋은 경쟁이 될 것으로 본다.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경기 일정이 빡빡해 힘들 것으로 본다. 모든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으로 대회 끝까지 치를 수 있도록 부상이나 경고 때문에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

--박주영에게 주문하고 싶은 부분은.
▲굳이 말 안 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와일드카드 선수라고 해서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나도 와일드카드 경험이 있어 잘 안다. 어린 후배들과 함께 좋은 결과 낼 수 있도록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주장은 구자철에게 맡길 계획이다.

--그간 아시안게임에서 성적이 잘 나지 않아 금메달에 대한 절박한 심정이 있지 않은가.
▲절박하다기보다 아시안게임이라는 것이 아주 좋고 강한 동기 부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선수들에게 메리트가 큰 대회지만 그간 우리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반대로 그것이 악영향을 미친 부분도 있다. 그런 점들을 선수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다.

더 좋은 성적을 내려면 더 좋은 선수(23세 이하)를 데려가는 게 좋겠지만 이 선수들의 미래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1세 선수 위주로 뽑았다.

--병역 혜택이 오히려 악영향을 줬다는 뜻인가.
▲그럴 수도 있고 단지 실력이 안 좋아서 금메달을 못 땄을 수도 있다. 다만 병역 혜택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분은 있다. 1990년, 1994년 모두 1-0으로 진 것 같은데 아주 좋은 경기를 하고도 졌다.

예를 들어 그때 실점하고도 시간이 많이 남았었는데 선수들이 공황 상태가 돼서 전술이고 뭐고 나오지 않았다. 빨리 득점해서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상대는 강해지고 우리는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갔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병역 혜택을 위해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아시안게임에 한국을 대표해서 나가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겠다.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이라는 좋은 선물을 받는 것이지 병역 때문에 다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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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명보 ‘병역혜택 의식하면 악영향’
    • 입력 2010-09-17 16:07:39
    연합뉴스
정성룡은 성남 반대로 선발 못 해 홍명보 광저우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병역 혜택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한국 축구가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아시안게임에서 정상에 서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홍명보 감독은 17일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명의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나도 1990년, 1994년 두 차례 아시안게임에 나갔지만 먼저 한 골을 내주면 공황 상태가 돼서 전술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됐던 기억이 난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병역 혜택을 위해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선수 선발 배경 등을 밝힌 홍명보 감독의 일문일답. --선수 발탁 배경은. ▲어제까지 선수가 합류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못했다. 어제 저녁에 박주영(AS모나코)이 구단의 허락을 받았다고 해서 오늘 20명이 정해졌다. 21세 선수 위주로 하되 와일드카드 2명을 포함해 20명을 선정했다. --박주영이나 기성용은 성인 대표팀이 나가는 1월 아시안컵과 조율이 있었나. ▲둘 다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모두 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주영은 자신이 아시안게임에 나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열정이 있었고 기성용 역시 마찬가지다. 협회와 본인 모두 두 대회에 다 뛰도록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승렬이 빠지고 박희성이 대학생으로 유일하게 발탁됐다. ▲후보군에 있던 25~26명 모두 다 좋은 선수들이었다. 마지막까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국가대표라는 것은 어차피 경쟁이다. 뽑히지 못한 선수들은 뽑힌 선수들에 비해 경쟁에서 뒤졌다고 볼 수 있다. 박희성은 박주영이라는 훌륭한 선수가 있지만 그 선수를 받쳐줄 스트라이커가 필요했다. 청소년 월드컵 때도 그랬지만 박희성은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회를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선수들에 비해 팀 전술에도 잘 맞는 선수다. --와일드카드를 3장 다 쓰지 않고 2장만 썼는데. ▲처음부터 말했지만 1장은 골키퍼를 뽑으려고 했다. 어제까지 성남 일화 구단과 정성룡의 발탁에 대해 협의를 했지만 성남이 그때가 중요한 기간이라고 해서 구단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 선수 자신도 아쉬운 점이 많을 것이고 대표팀 입장으로서도 그렇다. --21세 위주로 선발했다고 했지만 신광훈, 김주영은 23세, 22세다. ▲신광훈 자리에 21세 선수로는 오재석(수원), 정동호(요코하마) 등이 있는데 둘 다 경기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그 자리는 경기력이 좋은 23세 미만 선수로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주영도 마찬가지다. 수비에 김영권, 홍정호라는 좋은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도와줄 선수가 필요했다. 또 아시안게임은 7~8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중앙 수비 한 명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K리그에서 뛰고 있는 23세 선수들에게 솔직히 미안한 마음이 있다. --아시안게임에 임하는 각오와 앞으로 일정은. ▲다른 팀들에 비해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그만큼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이 선수들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목표는 역시 금메달이다.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한 번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에 선수들과 같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 금메달을 따도록 열심히 하겠다. 10월24일 소집해서 27일 K리그 경기에 각자 팀 소속으로 출전하고 29일 일본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간다. 오키나와가 광저우와 환경이 비슷하기 때문에 날씨 적응 차원에서 전지훈련 장소로 정했다. 1주일 전지훈련을 마치고 11월5일 광저우 선수촌에 입촌할 계획이다. --성인 대표팀과 겹치는 선수들이 많다. ▲아무래도 11월이면 체력, 정신력이 피로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훈련할 때 조직력을 다지는 부분 외에 선수들의 컨디션 회복에 중점을 두겠다. 아시안게임 일정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틀, 사흘에 한 번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피로감 등에 철저히 준비하겠다. --기성용이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가 많지 않다. ▲걱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성용도 우리 대표팀에서 무조건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 자신이 얼마나 앞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려 경쟁을 통해 본인의 가치, 팀의 가치를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다. 대표팀에서도 좋은 경쟁이 될 것으로 본다.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경기 일정이 빡빡해 힘들 것으로 본다. 모든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으로 대회 끝까지 치를 수 있도록 부상이나 경고 때문에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 --박주영에게 주문하고 싶은 부분은. ▲굳이 말 안 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와일드카드 선수라고 해서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나도 와일드카드 경험이 있어 잘 안다. 어린 후배들과 함께 좋은 결과 낼 수 있도록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주장은 구자철에게 맡길 계획이다. --그간 아시안게임에서 성적이 잘 나지 않아 금메달에 대한 절박한 심정이 있지 않은가. ▲절박하다기보다 아시안게임이라는 것이 아주 좋고 강한 동기 부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선수들에게 메리트가 큰 대회지만 그간 우리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반대로 그것이 악영향을 미친 부분도 있다. 그런 점들을 선수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다. 더 좋은 성적을 내려면 더 좋은 선수(23세 이하)를 데려가는 게 좋겠지만 이 선수들의 미래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1세 선수 위주로 뽑았다. --병역 혜택이 오히려 악영향을 줬다는 뜻인가. ▲그럴 수도 있고 단지 실력이 안 좋아서 금메달을 못 땄을 수도 있다. 다만 병역 혜택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분은 있다. 1990년, 1994년 모두 1-0으로 진 것 같은데 아주 좋은 경기를 하고도 졌다. 예를 들어 그때 실점하고도 시간이 많이 남았었는데 선수들이 공황 상태가 돼서 전술이고 뭐고 나오지 않았다. 빨리 득점해서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상대는 강해지고 우리는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갔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병역 혜택을 위해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아시안게임에 한국을 대표해서 나가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겠다.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이라는 좋은 선물을 받는 것이지 병역 때문에 다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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