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실감 안나고 감사한 마지막”

입력 2010.09.19 (16:24) 수정 2010.09.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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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후 FA로 삼성 오지 못했다면 갈 곳은 미국 밖에 없어
야구 철학은 '1루까지 전력 질주' '죽더라도 괴롭히고 죽는다'


발을 떼는 곳마다 '양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양준혁(41.삼성)은 멋쩍게 웃으며 손을 들고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펜스 바깥에서 자신을 찾는 팬에게는 공을 던져줬고 꽃다발을 전달받고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프로야구에서 타자 관련 통산 기록을 죄다 갈아치운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이 19일 대구구장에서 SK를 상대로 은퇴경기를 치렀다.

1993년 삼성에서 데뷔해 18년간 선수 생활의 마지막 연습을 마친 양준혁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것에 의미를 두게 되더라"라며 "오늘은 평소와 다름 없이 편안하게 게임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숱한 환희를 안겨 준 대구구장에서 감회에 잠긴 양준혁은 2002년 삼성 복귀 당시를 떠올리며 "당시 친정팀에 오지 못했다면 미국프로야구에서 새 인생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때는 그곳밖에 갈 곳이 없었다"며 깜짝 발언을 하기도 했다.

2001년 말 LG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던 양준혁은 그러나 높은 몸값 탓에 오갈 데가 없었다.

그때 김응룡 당시 삼성 감독(현 삼성 사장)이 양준혁을 불러 다시 푸른 사자 유니폼을 입었고 영원한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이날 영광스러운 은퇴 무대를 갖게 됐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였던 양준혁에게 뉴욕 메츠가 첫 해 몸값 70만달러를 비롯해 최대 3년간 계약을 제시했고 양준혁은 이 길을 택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양준혁은 "죽더라도 그냥 죽지 않는다. (투수를) 괴롭히고 죽겠다는 것과 1루까지 전력 질주는 야구 철학으로 끝까지 지녀왔다"며 열심히 했던 선수로 팬들의 뇌리에 남고 싶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다음은 경기 전 양준혁과 일문일답.

--마지막으로 연습을 마친 소감은.

▲17일 광주구장에서 마지막으로 경기를 치렀다. 88고속도로도 선수로서는 마지막으로 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지막이라고 하니 다 의미가 생기더라.

오늘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훈련을 끝냈는데 아직 실감은 안 난다. 내일, 모레도 계속 훈련을 할 것 같고. 32년 전 대구구장에서 처음으로 야구를 시작했는데 이곳에서 모든 걸 마무리하게 돼 기쁘고 행복하다.

--오늘 눈 떴을 때 든 생각은.
▲은퇴 발표 후 두 달이 지났는데 과연 그날이 올까 생각이 들다 마침내 왔다는 느낌이다. 잘 마무리하겠다.

--오늘 엄청나게 많은 팬이 왔다.

▲매우 고맙다. 내 마지막을 함께 해줘서 감사드린다. 한편으로는 대구야구장이 크고 좋았다면 더 많은 팬과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에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만수 SK 코치와 포옹도 나눴는데.

▲이만수 선배님이 한창 삼성에서 뛰실 때 난 중학생이었다. 내게 꿈을 준 분이다. 은퇴를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리고 고맙다.

나는 화려하게 은퇴식을 치르는데 이만수 선배님은 아쉽게 은퇴하셔서 그러셨는지 많이 부러워하셨다.
--오늘 은퇴 경기에 특별히 준비한 게 있나.

▲평소에 쓰던 방망이, 스파이크 등으로 똑같이 경기한다. 잠도 못 잘것 같아서 평소보다 이른 어젯밤 12시에 잤다.

컨디션은 괜찮은데 오늘 SK 선발투수가 대한민국 에이스 김광현이라 안타 1개라도 때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광현이가 신인일 때 내가 첫 홈런을 때리기도 했다. 지금처럼 볼도 빠르지 않았다.

--초청자 중 인연 있는 분을 소개한다면.

▲영남대 선후배로 형님 아우 사이인 주호영 전 특임장관, 전 국회의원인 강신성일씨, 친구인 가수 출신 사업가 김태욱 등이 있다.

--오늘 1루수, 외야수 등을 여러 군데 포지션을 바꿀 예정인데.

▲사실은 내가 원래 멀티플레이어다(웃음). 골든글러브도 1루수, 지명타자, 외야수로 받았고 외야수로 수상할 때는 우익수, 좌익수 모두 받았다.

--시즌 끝난 뒤 미국 연수를 추진 중이라던데.

▲야구를 32년 해왔지만 야구는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넓은 곳에 가서 배우려고 미국 연수를 추진 중이다.(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양준혁이 1~2년 지도자 연수를 생각 중이며 구단을 알아야겠지만 뉴욕 양키스 등에 보내는 방안을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유소년 야구에 관심이 많은데.

▲열심히 알아보고 있다. '양준혁 야구 아카데미'를 세우고 싶어도 우리나라는 인프라 문제가 걸려 있어 쉽지 않다.

이승엽, 박찬호 같은 유망주를 육성하고 싶지만 기본적으로 야구를 통해 유망주들을 사회의 리더로 키우는 게 목적이다. 예절이라든가 팀플레이라든가 야구는 교육적으로 괜찮은 종목이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02년 삼성에서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을 때다. 나도 처음이었고 삼성도 8번 도전 끝에 처음으로 축배를 들었다.

당시 자유계약선수(FA)로 LG에서 친정 삼성으로 복귀했는데 타율 3할은 못 쳤지만 팀에서 리더가 돼달라고 했고 그 당시 후배들을 유난히 많이 혼냈다.

이승엽도 내게 많이 혼났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팀이 똘똘 뭉쳐 우승을 일굴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승 한번 해보려고 많이 노력했고. 그때만큼 기쁜 날이 또 있었을까.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야구에 더 욕심을 내고 열정을 가진다면 더 발전할 수 있다. 우리 후배들은 모두 잠재력이 뛰어나다.

--수많은 결정의 갈림길이 있었을 텐데.

▲난 항상 차선을 택했지만 결과적으로 좋았다고 생각한다. 삼성의 지명을 받고자 영남대 졸업 후 상무를 먼저 택한 것도 그런 이유였고 지금도 뛰고 싶으나 은퇴 결정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팬들이 좋게 기억하고 있을 때 은퇴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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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준혁 “실감 안나고 감사한 마지막”
    • 입력 2010-09-19 16:24:33
    • 수정2010-09-19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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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후 FA로 삼성 오지 못했다면 갈 곳은 미국 밖에 없어 야구 철학은 '1루까지 전력 질주' '죽더라도 괴롭히고 죽는다' 발을 떼는 곳마다 '양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양준혁(41.삼성)은 멋쩍게 웃으며 손을 들고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펜스 바깥에서 자신을 찾는 팬에게는 공을 던져줬고 꽃다발을 전달받고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프로야구에서 타자 관련 통산 기록을 죄다 갈아치운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이 19일 대구구장에서 SK를 상대로 은퇴경기를 치렀다. 1993년 삼성에서 데뷔해 18년간 선수 생활의 마지막 연습을 마친 양준혁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것에 의미를 두게 되더라"라며 "오늘은 평소와 다름 없이 편안하게 게임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숱한 환희를 안겨 준 대구구장에서 감회에 잠긴 양준혁은 2002년 삼성 복귀 당시를 떠올리며 "당시 친정팀에 오지 못했다면 미국프로야구에서 새 인생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때는 그곳밖에 갈 곳이 없었다"며 깜짝 발언을 하기도 했다. 2001년 말 LG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던 양준혁은 그러나 높은 몸값 탓에 오갈 데가 없었다. 그때 김응룡 당시 삼성 감독(현 삼성 사장)이 양준혁을 불러 다시 푸른 사자 유니폼을 입었고 영원한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이날 영광스러운 은퇴 무대를 갖게 됐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였던 양준혁에게 뉴욕 메츠가 첫 해 몸값 70만달러를 비롯해 최대 3년간 계약을 제시했고 양준혁은 이 길을 택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양준혁은 "죽더라도 그냥 죽지 않는다. (투수를) 괴롭히고 죽겠다는 것과 1루까지 전력 질주는 야구 철학으로 끝까지 지녀왔다"며 열심히 했던 선수로 팬들의 뇌리에 남고 싶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다음은 경기 전 양준혁과 일문일답. --마지막으로 연습을 마친 소감은. ▲17일 광주구장에서 마지막으로 경기를 치렀다. 88고속도로도 선수로서는 마지막으로 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지막이라고 하니 다 의미가 생기더라. 오늘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훈련을 끝냈는데 아직 실감은 안 난다. 내일, 모레도 계속 훈련을 할 것 같고. 32년 전 대구구장에서 처음으로 야구를 시작했는데 이곳에서 모든 걸 마무리하게 돼 기쁘고 행복하다. --오늘 눈 떴을 때 든 생각은. ▲은퇴 발표 후 두 달이 지났는데 과연 그날이 올까 생각이 들다 마침내 왔다는 느낌이다. 잘 마무리하겠다. --오늘 엄청나게 많은 팬이 왔다. ▲매우 고맙다. 내 마지막을 함께 해줘서 감사드린다. 한편으로는 대구야구장이 크고 좋았다면 더 많은 팬과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에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만수 SK 코치와 포옹도 나눴는데. ▲이만수 선배님이 한창 삼성에서 뛰실 때 난 중학생이었다. 내게 꿈을 준 분이다. 은퇴를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리고 고맙다. 나는 화려하게 은퇴식을 치르는데 이만수 선배님은 아쉽게 은퇴하셔서 그러셨는지 많이 부러워하셨다. --오늘 은퇴 경기에 특별히 준비한 게 있나. ▲평소에 쓰던 방망이, 스파이크 등으로 똑같이 경기한다. 잠도 못 잘것 같아서 평소보다 이른 어젯밤 12시에 잤다. 컨디션은 괜찮은데 오늘 SK 선발투수가 대한민국 에이스 김광현이라 안타 1개라도 때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광현이가 신인일 때 내가 첫 홈런을 때리기도 했다. 지금처럼 볼도 빠르지 않았다. --초청자 중 인연 있는 분을 소개한다면. ▲영남대 선후배로 형님 아우 사이인 주호영 전 특임장관, 전 국회의원인 강신성일씨, 친구인 가수 출신 사업가 김태욱 등이 있다. --오늘 1루수, 외야수 등을 여러 군데 포지션을 바꿀 예정인데. ▲사실은 내가 원래 멀티플레이어다(웃음). 골든글러브도 1루수, 지명타자, 외야수로 받았고 외야수로 수상할 때는 우익수, 좌익수 모두 받았다. --시즌 끝난 뒤 미국 연수를 추진 중이라던데. ▲야구를 32년 해왔지만 야구는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넓은 곳에 가서 배우려고 미국 연수를 추진 중이다.(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양준혁이 1~2년 지도자 연수를 생각 중이며 구단을 알아야겠지만 뉴욕 양키스 등에 보내는 방안을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유소년 야구에 관심이 많은데. ▲열심히 알아보고 있다. '양준혁 야구 아카데미'를 세우고 싶어도 우리나라는 인프라 문제가 걸려 있어 쉽지 않다. 이승엽, 박찬호 같은 유망주를 육성하고 싶지만 기본적으로 야구를 통해 유망주들을 사회의 리더로 키우는 게 목적이다. 예절이라든가 팀플레이라든가 야구는 교육적으로 괜찮은 종목이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02년 삼성에서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을 때다. 나도 처음이었고 삼성도 8번 도전 끝에 처음으로 축배를 들었다. 당시 자유계약선수(FA)로 LG에서 친정 삼성으로 복귀했는데 타율 3할은 못 쳤지만 팀에서 리더가 돼달라고 했고 그 당시 후배들을 유난히 많이 혼냈다. 이승엽도 내게 많이 혼났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팀이 똘똘 뭉쳐 우승을 일굴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승 한번 해보려고 많이 노력했고. 그때만큼 기쁜 날이 또 있었을까.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야구에 더 욕심을 내고 열정을 가진다면 더 발전할 수 있다. 우리 후배들은 모두 잠재력이 뛰어나다. --수많은 결정의 갈림길이 있었을 텐데. ▲난 항상 차선을 택했지만 결과적으로 좋았다고 생각한다. 삼성의 지명을 받고자 영남대 졸업 후 상무를 먼저 택한 것도 그런 이유였고 지금도 뛰고 싶으나 은퇴 결정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팬들이 좋게 기억하고 있을 때 은퇴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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