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로딕, 유머 빛난 ‘테니스쇼’

입력 2010.10.0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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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를 기대하셔도 좋다"라는 전날 기자회견의 장담이 120% 이해되는 경기, 아니 그야말로 `테니스 쇼'였다.



2일 송파구 잠실 학생체육관 특설코트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매치 XI를 통해 한국 팬과 처음 만난 노박 조코비치(3위.세르비아)와 앤디 로딕(10위.미국)은 1시간 15분여간 맞대결에서 어지간한 코미디언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유머 감각으로 6천여 관객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평소 마리아 샤라포바나 라파엘 나달 등 유명 선수의 경기 모습을 흉내 내기로 유명한 조코비치와 기자회견마다 재치있는 입담을 과시하곤 하는 로딕은 이날 시종일관 경쟁이라도 하듯 농담을 쏟아내고 `선수 모사' 솜씨를 과시했다.



선제공격은 로딕이었다. 1세트 첫 게임에서 조코비치가 날카로운 스트로크로 첫 포인트를 가져가자 "Slow Down, Slow Down(쉬엄쉬엄 하자)"더니 돌연 시속 205㎞에 이르는 광속 서브를 꽂아넣어 기를 죽였다.



자신이 잘못 받아넘겨 공중으로 공이 뜨자 "놓쳐라!"고 소리치는가 하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볼보이가 건네주는 공을 연이어 못 본척하고 땅에 떨어뜨려 허둥대게 만드는 짓궂은 장난도 쳤다.



심판이 `아웃'이라고 외치자 `No(아니야)'라고 고함을 치기도 하고 경기 도중 앞줄에 앉은 여성 팬과 `셀카'를 찍는 여유도 부렸다.



조코비치도 만만치 않았다. 심판이 아웃된 공을 제대로 못 본다며 과장된 제스처로 불만을 표시하더니 로딕이 심판과 궁합이 맞는다는 듯 하이파이브를 하자 게임이 끝나고는 심판 뒤로 돌아가 `잘 좀 봐달라'는 듯이 슬쩍 명함을 찔러넣었다.



로딕은 아예 한 술 더 떠 꼬깃꼬깃 접은 현금을 심판에게 건냈고 관중은 흡사 TV 개그 프로그램을 연상케 하는 장면에 배를 잡았다.



이날 `테니스 쇼'의 하이라이트는 `선수 모사' 대결이 펼쳐진 2세트 7번째 게임이었다. 평소에는 조코비치가 선수들 흉내를 잘 내기로 유명하지만 이날은 로딕의 재능이 더 빛났다.



독일의 테니스 스타 보리스 베커의 로봇처럼 딱딱한 동작을 흉내 내다가 순식간에 안드레 애거시로 변신하는가 하면 피트 샘프라스의 서브 동작을 복사한 듯이 따라 해 경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압권은 이 둘이 모두 따라잡아야 하는 `공공의 적' 격인 라파엘 나달을 흉내 낸 장면. 로딕이 먼저 소매를 걷어붙이고 제자리뛰기하는 나달 특유의 동작을 따라하며 멍석을 깔자 조코비치도 질새라 바지를 내려입고 나달 특유의 몸풀기 동작으로 응수했다.



종국에는 서로의 경기 중 버릇까지 판에 박은 듯 재현해 관객들을 자지러지게 한 이들은 2세트 막바지에 휴식이 필요하다는 듯이 서로 볼보이에게 대신 라켓을 쥐여주고 경기를 하게 만드는 등 일반 토너먼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예능감'을 과시했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국 팬들과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경기를 해서 만족스럽다. 이번에는 다음 경기 일정 때문에 곧바로 떠나야 하지만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로딕은 "흉내 내기로는 조코비치가 유명하지만 나도 꽤 연습해왔다"고 너스레를 떨며 "공식 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장면을 많이 보여줄 수 있어 재미있었고 관객들도 호응을 잘해줘 더 즐거웠다. 앞으로 이어질 아시아권 투어를 즐거운 경기로 시작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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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코비치-로딕, 유머 빛난 ‘테니스쇼’
    • 입력 2010-10-02 20:03:15
    연합뉴스
 "쇼를 기대하셔도 좋다"라는 전날 기자회견의 장담이 120% 이해되는 경기, 아니 그야말로 `테니스 쇼'였다.

2일 송파구 잠실 학생체육관 특설코트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매치 XI를 통해 한국 팬과 처음 만난 노박 조코비치(3위.세르비아)와 앤디 로딕(10위.미국)은 1시간 15분여간 맞대결에서 어지간한 코미디언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유머 감각으로 6천여 관객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평소 마리아 샤라포바나 라파엘 나달 등 유명 선수의 경기 모습을 흉내 내기로 유명한 조코비치와 기자회견마다 재치있는 입담을 과시하곤 하는 로딕은 이날 시종일관 경쟁이라도 하듯 농담을 쏟아내고 `선수 모사' 솜씨를 과시했다.

선제공격은 로딕이었다. 1세트 첫 게임에서 조코비치가 날카로운 스트로크로 첫 포인트를 가져가자 "Slow Down, Slow Down(쉬엄쉬엄 하자)"더니 돌연 시속 205㎞에 이르는 광속 서브를 꽂아넣어 기를 죽였다.

자신이 잘못 받아넘겨 공중으로 공이 뜨자 "놓쳐라!"고 소리치는가 하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볼보이가 건네주는 공을 연이어 못 본척하고 땅에 떨어뜨려 허둥대게 만드는 짓궂은 장난도 쳤다.

심판이 `아웃'이라고 외치자 `No(아니야)'라고 고함을 치기도 하고 경기 도중 앞줄에 앉은 여성 팬과 `셀카'를 찍는 여유도 부렸다.

조코비치도 만만치 않았다. 심판이 아웃된 공을 제대로 못 본다며 과장된 제스처로 불만을 표시하더니 로딕이 심판과 궁합이 맞는다는 듯 하이파이브를 하자 게임이 끝나고는 심판 뒤로 돌아가 `잘 좀 봐달라'는 듯이 슬쩍 명함을 찔러넣었다.

로딕은 아예 한 술 더 떠 꼬깃꼬깃 접은 현금을 심판에게 건냈고 관중은 흡사 TV 개그 프로그램을 연상케 하는 장면에 배를 잡았다.

이날 `테니스 쇼'의 하이라이트는 `선수 모사' 대결이 펼쳐진 2세트 7번째 게임이었다. 평소에는 조코비치가 선수들 흉내를 잘 내기로 유명하지만 이날은 로딕의 재능이 더 빛났다.

독일의 테니스 스타 보리스 베커의 로봇처럼 딱딱한 동작을 흉내 내다가 순식간에 안드레 애거시로 변신하는가 하면 피트 샘프라스의 서브 동작을 복사한 듯이 따라 해 경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압권은 이 둘이 모두 따라잡아야 하는 `공공의 적' 격인 라파엘 나달을 흉내 낸 장면. 로딕이 먼저 소매를 걷어붙이고 제자리뛰기하는 나달 특유의 동작을 따라하며 멍석을 깔자 조코비치도 질새라 바지를 내려입고 나달 특유의 몸풀기 동작으로 응수했다.

종국에는 서로의 경기 중 버릇까지 판에 박은 듯 재현해 관객들을 자지러지게 한 이들은 2세트 막바지에 휴식이 필요하다는 듯이 서로 볼보이에게 대신 라켓을 쥐여주고 경기를 하게 만드는 등 일반 토너먼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예능감'을 과시했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국 팬들과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경기를 해서 만족스럽다. 이번에는 다음 경기 일정 때문에 곧바로 떠나야 하지만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로딕은 "흉내 내기로는 조코비치가 유명하지만 나도 꽤 연습해왔다"고 너스레를 떨며 "공식 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장면을 많이 보여줄 수 있어 재미있었고 관객들도 호응을 잘해줘 더 즐거웠다. 앞으로 이어질 아시아권 투어를 즐거운 경기로 시작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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