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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파동에 눈물 흘리는 영세상인들
입력 2010.10.08 (06:18) 연합뉴스
7일 오후 노원구 중계동의 한 대형 할인마트 매장.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이 배추 판매대 앞에서 가격을 확인하고는 발걸음을 멈췄다. 이날 배춧값은 포기당 5천980원.

배추 한 포기를 골라든 주부 안모(54)씨는 "여기가 채솟값이 싸다고 해서 왔다. 다른 가게나 시장보다 배추가 1천∼2천원 정도 싼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유숙자(50)씨는 "오늘은 배추를 안 샀는데 일주일 전 여기서 배추를 사서 겉절이를 담갔다. 다른 가게는 비싸서 잘 가질 않는다. 주부가 싼 곳을 찾는 건 당연하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매장 담당직원은 "오늘 다른 가게나 시장에선 한 포기 7천∼8천원이다. 얼마 전 배춧값이 1만원을 훌쩍 넘었을 때도 우린 6천원대에 팔아 인기가 높았다"고 전했다.

이 마트가 배추를 싼값에 내놓을 수 있었던 건 미리 확보해둔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마트 측은 "9월에 파종한 물량도 사전계약으로 잡아둬 이달 말부터는 하루에 3천 포기 이상 공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량조차 못 받는 소상인들 = 중소 슈퍼마켓이나 시장 상인들은 사정이 딴판이다. 오로지 배춧값이 떨어지기만 속수무책으로 바라는 처지다.

대형마트 인근 상계동 중앙시장 좌판에서 채소를 파는 이난심(82) 할머니는 "40년 동안 여기서 장사했는데 더는 못 해먹겠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 할머니는 배추는 아예 갖다 놓지 않았고 무는 한 개에 6천원씩 내놨지만 사가는 손님은 없었다.

한 손님이 작은 무를 가리키며 500원 깎아달라고 하자 정색하고는 "그러면 장사하는 의미가 없잖아. 그냥 가"라며 손을 내저었다.

이 할머니는 "배추가 한참 비싸더니 이제는 무까지 많이 올랐다"며 "대형마트야 물건을 많이 떼가니까 잘 팔리겠지만 우리가 (도매시장에) 가면 배추나 무 몇 개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강서구 방화동 주택가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이모(61)씨도 "우리처럼 영세한 곳에서는 배추는 아예 갖다 놓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가져와 볼까 하고 가봤더니 세 포기 든 한 망에 2만5천원이더라. 못 팔면 그대로 손해 보니까 가져올 수 없었다"고 했다.

한 망에 1만원 미만일 때는 10망씩도 가져다가 10~20% 이윤을 남기고 팔았지만 지금은 포장 김치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구책 마련해도 SSM 공세에 물거품 = 영세상인들에게 배추 파동은 단순히 배추를 팔 수 없다는 것 이상의 충격이 있다.

대형마트에서 배추를 미끼 또는 전략 상품으로 내세워 싸게 팔면 다른 공산품이나 채소를 사려던 손님까지 덩달아 빼앗기기 때문에 배추 파동이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동네 슈퍼마켓 업주인 이씨는 최근 인근에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들어오는 걸 막으려고 지역 상인들과 힘을 합쳐 싸우고 있다.

서울남서부슈퍼마켓협동조합 조합장을 맡은 그는 "정부에 울부짖듯 항의도 해보지만 이대로라면 소상인은 발 디딜 곳이 없어진다"며 하소연했다.

'대형마트에 빼앗긴 고객을 다시 끌어오려면 매장을 깨끗하게 다시 꾸미고 손님 응대도 친절하게 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소상인들 사이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던 시점에 SSM이 골목 상권으로 파고들어 이런 노력마저 물거품이 됐다.

이씨는 "내 가게는 다행히 마트가 좀 떨어져 있어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지만 이때쯤이면 매출이 늘어야 하는데 정체돼 있다"고 했다.

공산품을 다 없애는 대신 대형마트나 SSM에서 비교적 비싼 채소나 과일을 주력으로 바꿔 마트 손님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은 운이 좋은 사례다.

이씨는 "틈새를 노린 업종전환으로 혜택을 보는 가게도 있는가 하면 직격탄을 맞고 당장 문 닫는 곳도 있다. 장사를 계속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어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 배추 파동에 눈물 흘리는 영세상인들
    • 입력 2010-10-08 06:18:07
    연합뉴스
7일 오후 노원구 중계동의 한 대형 할인마트 매장.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이 배추 판매대 앞에서 가격을 확인하고는 발걸음을 멈췄다. 이날 배춧값은 포기당 5천980원.

배추 한 포기를 골라든 주부 안모(54)씨는 "여기가 채솟값이 싸다고 해서 왔다. 다른 가게나 시장보다 배추가 1천∼2천원 정도 싼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유숙자(50)씨는 "오늘은 배추를 안 샀는데 일주일 전 여기서 배추를 사서 겉절이를 담갔다. 다른 가게는 비싸서 잘 가질 않는다. 주부가 싼 곳을 찾는 건 당연하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매장 담당직원은 "오늘 다른 가게나 시장에선 한 포기 7천∼8천원이다. 얼마 전 배춧값이 1만원을 훌쩍 넘었을 때도 우린 6천원대에 팔아 인기가 높았다"고 전했다.

이 마트가 배추를 싼값에 내놓을 수 있었던 건 미리 확보해둔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마트 측은 "9월에 파종한 물량도 사전계약으로 잡아둬 이달 말부터는 하루에 3천 포기 이상 공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량조차 못 받는 소상인들 = 중소 슈퍼마켓이나 시장 상인들은 사정이 딴판이다. 오로지 배춧값이 떨어지기만 속수무책으로 바라는 처지다.

대형마트 인근 상계동 중앙시장 좌판에서 채소를 파는 이난심(82) 할머니는 "40년 동안 여기서 장사했는데 더는 못 해먹겠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 할머니는 배추는 아예 갖다 놓지 않았고 무는 한 개에 6천원씩 내놨지만 사가는 손님은 없었다.

한 손님이 작은 무를 가리키며 500원 깎아달라고 하자 정색하고는 "그러면 장사하는 의미가 없잖아. 그냥 가"라며 손을 내저었다.

이 할머니는 "배추가 한참 비싸더니 이제는 무까지 많이 올랐다"며 "대형마트야 물건을 많이 떼가니까 잘 팔리겠지만 우리가 (도매시장에) 가면 배추나 무 몇 개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강서구 방화동 주택가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이모(61)씨도 "우리처럼 영세한 곳에서는 배추는 아예 갖다 놓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가져와 볼까 하고 가봤더니 세 포기 든 한 망에 2만5천원이더라. 못 팔면 그대로 손해 보니까 가져올 수 없었다"고 했다.

한 망에 1만원 미만일 때는 10망씩도 가져다가 10~20% 이윤을 남기고 팔았지만 지금은 포장 김치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구책 마련해도 SSM 공세에 물거품 = 영세상인들에게 배추 파동은 단순히 배추를 팔 수 없다는 것 이상의 충격이 있다.

대형마트에서 배추를 미끼 또는 전략 상품으로 내세워 싸게 팔면 다른 공산품이나 채소를 사려던 손님까지 덩달아 빼앗기기 때문에 배추 파동이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동네 슈퍼마켓 업주인 이씨는 최근 인근에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들어오는 걸 막으려고 지역 상인들과 힘을 합쳐 싸우고 있다.

서울남서부슈퍼마켓협동조합 조합장을 맡은 그는 "정부에 울부짖듯 항의도 해보지만 이대로라면 소상인은 발 디딜 곳이 없어진다"며 하소연했다.

'대형마트에 빼앗긴 고객을 다시 끌어오려면 매장을 깨끗하게 다시 꾸미고 손님 응대도 친절하게 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소상인들 사이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던 시점에 SSM이 골목 상권으로 파고들어 이런 노력마저 물거품이 됐다.

이씨는 "내 가게는 다행히 마트가 좀 떨어져 있어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지만 이때쯤이면 매출이 늘어야 하는데 정체돼 있다"고 했다.

공산품을 다 없애는 대신 대형마트나 SSM에서 비교적 비싼 채소나 과일을 주력으로 바꿔 마트 손님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은 운이 좋은 사례다.

이씨는 "틈새를 노린 업종전환으로 혜택을 보는 가게도 있는가 하면 직격탄을 맞고 당장 문 닫는 곳도 있다. 장사를 계속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어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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