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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장 세줄-복문 회피’ 바뀐 판결문 미리보니
입력 2010.10.08 (13:31) 연합뉴스
『이 사건 양수도계약 제2조 제3항 소정의 약정해제사유가 존재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재건축조합은 2002. 3.경부터 2002. 12.경까지 공동사업시행자의 명의 변경에 필요한 서류를 갖추고 피고의 협조를 최고해 왔으나, 피고는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되었음을 들어 이에 대한 협조를 거부해 온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자신의 비협조로 공동사업시행자 명의 변경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사정을 들어 이 사건 양수도계약 제5조 제4항 소정의 약정해제사유가 충족되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현재 판결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만연체의 문장이다. 대법원은 1960년대 가로쓰기 판결문이 처음 도입된 이후 일본어 문투의 판결문을 우리말 표현으로 순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지만 이처럼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지금도 판결문에서는 500~600자가 넘는 문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심지어 한 문장이 한 페이지를 넘어가는 사례도 있다. 판결문에 쓰이는 심한 만연체의 문장은 띄어쓰기나 문장구분이 없는 일본어로 판결문을 작성했던 일제 강점기의 잔재지만, 쉽게 청산되지 않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법원 산하 법원도서관이 오는 12월 전국 법원에 배포하는 '판결문 용례집'에는, 기존의 장황한 판결문을 의미를 훼손하지 않고 간결한 문장으로 풀어쓴 모델 판결문이 담긴다. 이는 이는 일선 판사들의 판결문 작성 실무에 지침으로 쓰이게 된다.

용례집은 앞에서 소개된 판결문을 아래의 예문처럼 표현할 것을 권장한다.

『양수도계약 제2조 제3항에서 정한 약정해제사유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앞에서 보았듯이, 재건축조합은 2002. 3.경부터 2006. 12.경까지 공동사업시행자 명의 변경에 필요한 서류를 갖추고 피고의 협조를 최고해왔다. 피고는 재건축사업의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되었다며 협조를 거부해왔다. 그러므로 피고는 자신의 비협조로 공동사업시행자 명의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위 양수도계약에서 정한 약정해제사유가 충족되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한 문장이 가급적 세 줄을 넘지 않게 하고 쉼표(,)를 써서 한없이 문장을 이어가던 복문 구조도 피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법원이 추진하는 판결문 개선의 과제에는 길고 복잡한 문장을 간결하게 다듬는 것 외에 일본어 문투를 우리말 표현으로 바꾸는 것도 있다.

지금도 판결문에는 '~하다 할 것이다','~라고 할 것이다'라는 식의 표현이 자주 쓰이는데, 이는 일본어의 '노데아루(のである)'(~할 것이다)에서 유래됐다.

이는 앞으로 '~있다'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권장사항이다. 예를 들면 '효력이 있다고 할 것이다'가 '효력이 있다'로 대체된다.

이밖에 '~라고 봄이 상당하다'나 '~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등의 일본식 표현도 '~라고 본다', '~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로 개선된다. 또 '~함에 있어'라는 표현은 '~하면서'로 '~에 있어서의'는 '~에 관한'으로 순화된다.

대법원은 이처럼 순화된 표현과 문장이 정착되면서 일반인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게 개선된 판결문이 자리잡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온전한 우리말 표현의 판결문이 등장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길고 복잡한 판결문 문장은 일제시대의 유산으로 법관들 사이에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실제 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문장 세줄-복문 회피’ 바뀐 판결문 미리보니
    • 입력 2010-10-08 13:31:21
    연합뉴스
『이 사건 양수도계약 제2조 제3항 소정의 약정해제사유가 존재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재건축조합은 2002. 3.경부터 2002. 12.경까지 공동사업시행자의 명의 변경에 필요한 서류를 갖추고 피고의 협조를 최고해 왔으나, 피고는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되었음을 들어 이에 대한 협조를 거부해 온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자신의 비협조로 공동사업시행자 명의 변경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사정을 들어 이 사건 양수도계약 제5조 제4항 소정의 약정해제사유가 충족되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현재 판결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만연체의 문장이다. 대법원은 1960년대 가로쓰기 판결문이 처음 도입된 이후 일본어 문투의 판결문을 우리말 표현으로 순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지만 이처럼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지금도 판결문에서는 500~600자가 넘는 문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심지어 한 문장이 한 페이지를 넘어가는 사례도 있다. 판결문에 쓰이는 심한 만연체의 문장은 띄어쓰기나 문장구분이 없는 일본어로 판결문을 작성했던 일제 강점기의 잔재지만, 쉽게 청산되지 않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법원 산하 법원도서관이 오는 12월 전국 법원에 배포하는 '판결문 용례집'에는, 기존의 장황한 판결문을 의미를 훼손하지 않고 간결한 문장으로 풀어쓴 모델 판결문이 담긴다. 이는 이는 일선 판사들의 판결문 작성 실무에 지침으로 쓰이게 된다.

용례집은 앞에서 소개된 판결문을 아래의 예문처럼 표현할 것을 권장한다.

『양수도계약 제2조 제3항에서 정한 약정해제사유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앞에서 보았듯이, 재건축조합은 2002. 3.경부터 2006. 12.경까지 공동사업시행자 명의 변경에 필요한 서류를 갖추고 피고의 협조를 최고해왔다. 피고는 재건축사업의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되었다며 협조를 거부해왔다. 그러므로 피고는 자신의 비협조로 공동사업시행자 명의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위 양수도계약에서 정한 약정해제사유가 충족되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한 문장이 가급적 세 줄을 넘지 않게 하고 쉼표(,)를 써서 한없이 문장을 이어가던 복문 구조도 피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법원이 추진하는 판결문 개선의 과제에는 길고 복잡한 문장을 간결하게 다듬는 것 외에 일본어 문투를 우리말 표현으로 바꾸는 것도 있다.

지금도 판결문에는 '~하다 할 것이다','~라고 할 것이다'라는 식의 표현이 자주 쓰이는데, 이는 일본어의 '노데아루(のである)'(~할 것이다)에서 유래됐다.

이는 앞으로 '~있다'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권장사항이다. 예를 들면 '효력이 있다고 할 것이다'가 '효력이 있다'로 대체된다.

이밖에 '~라고 봄이 상당하다'나 '~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등의 일본식 표현도 '~라고 본다', '~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로 개선된다. 또 '~함에 있어'라는 표현은 '~하면서'로 '~에 있어서의'는 '~에 관한'으로 순화된다.

대법원은 이처럼 순화된 표현과 문장이 정착되면서 일반인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게 개선된 판결문이 자리잡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온전한 우리말 표현의 판결문이 등장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길고 복잡한 판결문 문장은 일제시대의 유산으로 법관들 사이에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실제 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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