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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국가대표, 특별한 태릉 입촌기
입력 2010.10.08 (17:46) 수정 2010.10.08 (17:48) 연합뉴스
이창호는 프로가 된 1986년부터 신비한 존재였다. 뚱뚱한 11살의 어린 꼬마는 도무지 제 또래와 어울리지 않는 절제된 언행과 뛰어난 실력으로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다.



당대 최고수인 조훈현의 내제자로 한 집에 기거하며 스승과 타이틀을 겨루는 것 만해도 큰 뉴스였는데 스승을 압도하며 바둑계를 장악해나가는 소년에 바둑계는 경악했다.



온몸으로 천재의 기운을 발산하는 조훈현과 달리 과묵한 소년은 ’돌부처’나 ’강태공’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990년대 중반 세계바둑대회를 휩쓸던 이창호의 병역문제가 대두되자 국보급기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빠르게 형성됐다.



바둑대회가 국제콩쿠르대회와 같은 예술로 인정받아 이창호는 바둑계 최초로 36개월간 공익요원으로 한국기원에서 바둑대회에 참가하는 것으로 병역을 대체하는 특례를 받았다.



이후 바둑계는 보급을 위해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하여 2001년부터 ’체육’쪽으로 정체성의 방향을 돌렸고 지난해 2월에 결국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되면서 목표를 이뤘다.



’기사(棋士)’에서 바뀐 ’선수(選手)’라는 호칭은 이제 바둑관계자들에게는 친숙해졌다.



7일 아침 노원구 화랑로 태릉선수촌.



가을색이 완연한 정문에 ’기사’가 아닌 ’선수’가 한 두명씩 차례로 얼굴을 나타냈다.



가장 먼저 모습을 나타낸 선수는 조혜연.



전날 부안에서 열린 여류기성전에서 박지연과 격전을 치른 후 곧장 상경했다.



잠이 많은 편인 이세돌도 집합 시간보다 25분이나 일찍 도착했고 남녀 최연소 국가대표인 박정환과 이슬아도 양재호 감독과 함께 9시15분께 선수촌 정문에 도착했다.



약속시간을 정확히 지키기로 유명한 이창호는 역시 전날 한국리그에서 박승현과 밤 11시 59분까지 가는 혈투를 치르고도 9시30분에 정확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모두 태릉입촌식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한국바둑국가대표팀 선수’들이다.



이날 입촌한 바둑국가대표팀은 양재호 총감독과 김승준 남자팀코치, 윤성현 여자팀코치 등 코칭스태프,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조한승, 강동윤, 박정환 등 남자대표팀 그리고 조혜연, 이민진, 이슬아 등 여자대표팀으로, 부안에서 여류기성전 결승전을 치르고 있는 김윤영을 제외하고 김여원 주무를 포함해 모두 13명이다.



1966년 설립이후 태릉선수촌에 바둑선수가 입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많은 대회에 참가해온 승부사들이지만 하나같이 새로운 경험에 들뜨면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엘리트 체육의 성지’에 입촌하는 첫 바둑대표라는 자부심으로 결연한 표정이었다.



남자팀은 회색, 여자팀은 분홍색의 상의에 남녀 모두 검은색 하의의 트레이닝 유니폼을 입었다.



이번 태릉선수촌 입촌은 양재호 감독의 요청을 아마 4단의 바둑애호가인 김인건 촌장이 수용해 이뤄졌다.



김촌장은 "훈련장으로 사용 가능한 공간 중 원하는 곳은 어디든 제공해주겠다"며 적극적으로 바둑 대표팀을 후원했고 코칭스태프는 종목의 특성을 고려해 동선이 가장 짧은 ’챔피언하우스’를 훈련지로 선택했다.



이색 종목의 입촌을 취재하기 위해서 중국 CCTV를 비롯한 10여 곳의 국내외 언론에서 취재경쟁을 벌였고 선수들은 처음 해보는 색다른 경험에 즐거운 표정이었다.



자신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바쁘게 훈련장으로 걸음을 옮기는 여자기계체조대표선수를 바라보던 이슬아는 "이제야 국가대표임을 실감하겠다"며 얼굴에서 웃음기를 거뒀다.



택시 바퀴에 발이 깔리는 사고를 당하고도 무덤덤하게 그 택시로 선수촌까지 온 강동윤은 곧장 의료실로 직행, 바둑국가대표 최초의 부상자로 등록됐다.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입촌식은 국민의례-선수촌생활수칙안내-질병관리 및 건강관리의 순으로 약 30여분간 진행됐고 선수들은 내내 긴장을 풀지 않았다.



입촌식 후 식장 정문에서의 기념촬영을 보며 지나가던 여자 태권도의 황미나 선수는 "바둑이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선수들을 직접 보니 신기하다"며 "얌전히 앉아서 하는 바둑이 스포츠라는 생각은 안 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격렬한 격투 운동인 태권도 선수로서 솔직한 표현이다.



하키구장 트랙을 한 바퀴 도는 가벼운 몸 풀기 체력훈련을 대표선수들은 무척 어색해 했다.



이창호는 "산책이 아닌 달리기는 언제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말하면서도 "취미로 즐기는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대표선수이기 때문에 체력훈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마의 땀을 훔쳐냈다.



멘탈 게임인 바둑국가대표가 구태여 체력훈련 위주인 태릉선수촌에 입촌하는 것은 보여주기 위한 ’전시훈련’이 아니냐는 일부의 비난을 양재호 감독은 ’신입생론’으로 일축했다.



"바둑은 스포츠 신입생이다. 신입생에게 중요한 것은 정신력이다. 체력훈련도 정신력 강화의 일환이다. 수억원의 상금이 걸린 개인전에 나가는 것과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며 입촌 배경을 설명한 후 "이번 입촌은 첫 바둑국가대표팀으로의 자부심을 높이고 팀워크를 강화하는 목적도 있다. 반드시 광저우 금메달로 바둑이 국민 스포츠로 사랑받는 종목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최초의 바둑 대표팀 태릉입촌훈련은 8일부터 11일까지 3박4일간 이어진다.



첫 날은 입촌식과 함께 신체균형을 체크하는 밸런스 테스트, 복기검토, 혼성복식실전훈련, 체력훈련, 도핑 테스트가 이어지며 빙속 국가대표 출신인 제갈성렬의 ’국가대표의 마음가짐’이라는 강의도 듣는다.



둘째 날부터 마지막날까지는 주로 심리훈련과 종합우승의 최대변수인 혼성복식훈련이 위주가 된다.



훈련장 옆에 걸려있던 ’광저우 아시안게임 D-35’라는 푯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35세 바둑국가대표 이창호는 프로기사가 된 후 처음으로 2인1실을 사용하는 소감에 대한 질문에 "불편이요? 오래 생활하는 것도 아닌데... 상대가 잠을 쉽게 못자는 편이라는데..."라며 특유의 어눌한 말투로 오히려 룸메이트를 걱정했다.



이창호의 룸메이트는 이세돌이다.



"저한테는 영광이죠. 누가 이창호 사범님하고 한방을 써보겠습니까. 자는 시간이 다르지만 뭐 오래 생활하는 것도 아닌데..."



이세돌의 반응도 약속이나 한 듯이 이창호와 같았다.



첫 금메달을 책임질 한국바둑의 두 주춧돌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양재호 감독이 강조한 ’팀워크’라는 입촌의 최대목표는 이미 달성한 듯 보였다.
  • 바둑 국가대표, 특별한 태릉 입촌기
    • 입력 2010-10-08 17:46:54
    • 수정2010-10-08 17:48:40
    연합뉴스
이창호는 프로가 된 1986년부터 신비한 존재였다. 뚱뚱한 11살의 어린 꼬마는 도무지 제 또래와 어울리지 않는 절제된 언행과 뛰어난 실력으로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다.



당대 최고수인 조훈현의 내제자로 한 집에 기거하며 스승과 타이틀을 겨루는 것 만해도 큰 뉴스였는데 스승을 압도하며 바둑계를 장악해나가는 소년에 바둑계는 경악했다.



온몸으로 천재의 기운을 발산하는 조훈현과 달리 과묵한 소년은 ’돌부처’나 ’강태공’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990년대 중반 세계바둑대회를 휩쓸던 이창호의 병역문제가 대두되자 국보급기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빠르게 형성됐다.



바둑대회가 국제콩쿠르대회와 같은 예술로 인정받아 이창호는 바둑계 최초로 36개월간 공익요원으로 한국기원에서 바둑대회에 참가하는 것으로 병역을 대체하는 특례를 받았다.



이후 바둑계는 보급을 위해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하여 2001년부터 ’체육’쪽으로 정체성의 방향을 돌렸고 지난해 2월에 결국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되면서 목표를 이뤘다.



’기사(棋士)’에서 바뀐 ’선수(選手)’라는 호칭은 이제 바둑관계자들에게는 친숙해졌다.



7일 아침 노원구 화랑로 태릉선수촌.



가을색이 완연한 정문에 ’기사’가 아닌 ’선수’가 한 두명씩 차례로 얼굴을 나타냈다.



가장 먼저 모습을 나타낸 선수는 조혜연.



전날 부안에서 열린 여류기성전에서 박지연과 격전을 치른 후 곧장 상경했다.



잠이 많은 편인 이세돌도 집합 시간보다 25분이나 일찍 도착했고 남녀 최연소 국가대표인 박정환과 이슬아도 양재호 감독과 함께 9시15분께 선수촌 정문에 도착했다.



약속시간을 정확히 지키기로 유명한 이창호는 역시 전날 한국리그에서 박승현과 밤 11시 59분까지 가는 혈투를 치르고도 9시30분에 정확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모두 태릉입촌식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한국바둑국가대표팀 선수’들이다.



이날 입촌한 바둑국가대표팀은 양재호 총감독과 김승준 남자팀코치, 윤성현 여자팀코치 등 코칭스태프,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조한승, 강동윤, 박정환 등 남자대표팀 그리고 조혜연, 이민진, 이슬아 등 여자대표팀으로, 부안에서 여류기성전 결승전을 치르고 있는 김윤영을 제외하고 김여원 주무를 포함해 모두 13명이다.



1966년 설립이후 태릉선수촌에 바둑선수가 입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많은 대회에 참가해온 승부사들이지만 하나같이 새로운 경험에 들뜨면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엘리트 체육의 성지’에 입촌하는 첫 바둑대표라는 자부심으로 결연한 표정이었다.



남자팀은 회색, 여자팀은 분홍색의 상의에 남녀 모두 검은색 하의의 트레이닝 유니폼을 입었다.



이번 태릉선수촌 입촌은 양재호 감독의 요청을 아마 4단의 바둑애호가인 김인건 촌장이 수용해 이뤄졌다.



김촌장은 "훈련장으로 사용 가능한 공간 중 원하는 곳은 어디든 제공해주겠다"며 적극적으로 바둑 대표팀을 후원했고 코칭스태프는 종목의 특성을 고려해 동선이 가장 짧은 ’챔피언하우스’를 훈련지로 선택했다.



이색 종목의 입촌을 취재하기 위해서 중국 CCTV를 비롯한 10여 곳의 국내외 언론에서 취재경쟁을 벌였고 선수들은 처음 해보는 색다른 경험에 즐거운 표정이었다.



자신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바쁘게 훈련장으로 걸음을 옮기는 여자기계체조대표선수를 바라보던 이슬아는 "이제야 국가대표임을 실감하겠다"며 얼굴에서 웃음기를 거뒀다.



택시 바퀴에 발이 깔리는 사고를 당하고도 무덤덤하게 그 택시로 선수촌까지 온 강동윤은 곧장 의료실로 직행, 바둑국가대표 최초의 부상자로 등록됐다.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입촌식은 국민의례-선수촌생활수칙안내-질병관리 및 건강관리의 순으로 약 30여분간 진행됐고 선수들은 내내 긴장을 풀지 않았다.



입촌식 후 식장 정문에서의 기념촬영을 보며 지나가던 여자 태권도의 황미나 선수는 "바둑이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선수들을 직접 보니 신기하다"며 "얌전히 앉아서 하는 바둑이 스포츠라는 생각은 안 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격렬한 격투 운동인 태권도 선수로서 솔직한 표현이다.



하키구장 트랙을 한 바퀴 도는 가벼운 몸 풀기 체력훈련을 대표선수들은 무척 어색해 했다.



이창호는 "산책이 아닌 달리기는 언제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말하면서도 "취미로 즐기는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대표선수이기 때문에 체력훈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마의 땀을 훔쳐냈다.



멘탈 게임인 바둑국가대표가 구태여 체력훈련 위주인 태릉선수촌에 입촌하는 것은 보여주기 위한 ’전시훈련’이 아니냐는 일부의 비난을 양재호 감독은 ’신입생론’으로 일축했다.



"바둑은 스포츠 신입생이다. 신입생에게 중요한 것은 정신력이다. 체력훈련도 정신력 강화의 일환이다. 수억원의 상금이 걸린 개인전에 나가는 것과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며 입촌 배경을 설명한 후 "이번 입촌은 첫 바둑국가대표팀으로의 자부심을 높이고 팀워크를 강화하는 목적도 있다. 반드시 광저우 금메달로 바둑이 국민 스포츠로 사랑받는 종목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최초의 바둑 대표팀 태릉입촌훈련은 8일부터 11일까지 3박4일간 이어진다.



첫 날은 입촌식과 함께 신체균형을 체크하는 밸런스 테스트, 복기검토, 혼성복식실전훈련, 체력훈련, 도핑 테스트가 이어지며 빙속 국가대표 출신인 제갈성렬의 ’국가대표의 마음가짐’이라는 강의도 듣는다.



둘째 날부터 마지막날까지는 주로 심리훈련과 종합우승의 최대변수인 혼성복식훈련이 위주가 된다.



훈련장 옆에 걸려있던 ’광저우 아시안게임 D-35’라는 푯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35세 바둑국가대표 이창호는 프로기사가 된 후 처음으로 2인1실을 사용하는 소감에 대한 질문에 "불편이요? 오래 생활하는 것도 아닌데... 상대가 잠을 쉽게 못자는 편이라는데..."라며 특유의 어눌한 말투로 오히려 룸메이트를 걱정했다.



이창호의 룸메이트는 이세돌이다.



"저한테는 영광이죠. 누가 이창호 사범님하고 한방을 써보겠습니까. 자는 시간이 다르지만 뭐 오래 생활하는 것도 아닌데..."



이세돌의 반응도 약속이나 한 듯이 이창호와 같았다.



첫 금메달을 책임질 한국바둑의 두 주춧돌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양재호 감독이 강조한 ’팀워크’라는 입촌의 최대목표는 이미 달성한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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