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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부실·압박 과도’ 육상 위기 자초
입력 2010.10.10 (12:19) 수정 2010.10.10 (12:25) 연합뉴스

 한국 육상 단거리의 희망 김국영(19.안양시청)과 박봉고(19.구미시청)가 제91회 전국체전에서 저조한 기록과 부상으로 신음하면서 내달 광저우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남자 100m 한국기록(10초23) 보유자인 김국영은 지난 8일 경남 진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남자 일반부 100m 결승에서 10초54에 그쳐 임희남(26.광주광역시청)과 공동 3위에 머물렀고 남자 400m에서 우승한 박봉고는 9일 200m를 뛰다 허벅지 뒤쪽 근막이 1㎝ 가량 찢어지는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



특히 올해 400m 아시아 2위 기록을 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가능성을 높였던 박봉고는 3개월 치료 진단을 받아 출전 자체를 아예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드림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을 걸고 김국영과 박봉고를 지난 7월부터 두달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보내 선진 기술을 배우게 했던 대한육상경기연맹은 기록이 기대를 밑돌았던 데다 박봉고가 큰 부상마저 당하면서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레이스를 지켜본 육상인들은 '미국까지 다녀온 마당에 성적을 꼭 내야 한다'는 연맹 관계자와 주변의 압박이 전혀 뜻밖의 결과를 낳았다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드림프로젝트'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연맹의 선수 지원도 불충분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육상 연맹이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난 목소리도 높다.



레이스 직전 속에 있던 모든 걸 토해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김국영은 10일 "'잘 뛰어야 한다'는 주변의 말 한마디가 큰 부담이 됐다. 더 좋은 기록을 내려면 내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지만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뛰어보기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두 달간 수 천만원이 투입된 '프로젝트'의 수혜를 입었으니 전국체전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기대가 적지 않았고 결국 아직 스무 살도 안된 두 기대주의 어깨에 심한 짐을 얹혀준 꼴이 됐다.



'투자'가 곧 '괄목할 만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스포츠 특성상, 내년 대구에서 열릴 세계선수권대회와 2012년 런던올림픽 등 멀리 보고 '드림프로젝트'의 열매를 기대했어야 했지만 연맹은 고작 2개월이라는 기간이 지난 뒤 조급하게 둘에게 성과를 바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육상 관계자는 "선진 기술을 습득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김국영과 박봉고가 지난 6월 좋은 기록을 생산하면서 상승세를 탔기에 그런 분위기를 이어가는 게 더 중요했다. 연맹이 인위적으로 지도자를 바꾸면서 페이스가 많이 떨어진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국영과 박봉고를 기대주로 일찍 점찍고도 연맹이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다.



해외 장기 훈련이 처음이었던 둘은 브룩스 존슨 코치와 하루 3~4시간씩 트랙에서 맹훈련을 펼쳤지만 한국인 민박집 사정은 태릉선수촌에 한참 못 미쳤고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 따로 떨어져 있다 보니 향수병으로 고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국영과 박봉고는 기록으로는 한국 최고 스프린터로 우뚝 섰지만 나이가 어린 만큼 연맹은 현지에 지원팀을 상주시켜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에 더 적극적이고 세심하게 나섰어야 했다.



그러나 전담 한국인 코치, 전담 통역도 보내지 않고 선수들에게만 모든 것을 맡긴 채 연맹은 뒷짐만 졌고 성적만 요구했다. 참담한 결과는 이미 처음부터 잉태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 ‘관리 부실·압박 과도’ 육상 위기 자초
    • 입력 2010-10-10 12:19:25
    • 수정2010-10-10 12:25:47
    연합뉴스

 한국 육상 단거리의 희망 김국영(19.안양시청)과 박봉고(19.구미시청)가 제91회 전국체전에서 저조한 기록과 부상으로 신음하면서 내달 광저우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남자 100m 한국기록(10초23) 보유자인 김국영은 지난 8일 경남 진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남자 일반부 100m 결승에서 10초54에 그쳐 임희남(26.광주광역시청)과 공동 3위에 머물렀고 남자 400m에서 우승한 박봉고는 9일 200m를 뛰다 허벅지 뒤쪽 근막이 1㎝ 가량 찢어지는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



특히 올해 400m 아시아 2위 기록을 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가능성을 높였던 박봉고는 3개월 치료 진단을 받아 출전 자체를 아예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드림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을 걸고 김국영과 박봉고를 지난 7월부터 두달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보내 선진 기술을 배우게 했던 대한육상경기연맹은 기록이 기대를 밑돌았던 데다 박봉고가 큰 부상마저 당하면서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레이스를 지켜본 육상인들은 '미국까지 다녀온 마당에 성적을 꼭 내야 한다'는 연맹 관계자와 주변의 압박이 전혀 뜻밖의 결과를 낳았다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드림프로젝트'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연맹의 선수 지원도 불충분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육상 연맹이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난 목소리도 높다.



레이스 직전 속에 있던 모든 걸 토해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김국영은 10일 "'잘 뛰어야 한다'는 주변의 말 한마디가 큰 부담이 됐다. 더 좋은 기록을 내려면 내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지만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뛰어보기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두 달간 수 천만원이 투입된 '프로젝트'의 수혜를 입었으니 전국체전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기대가 적지 않았고 결국 아직 스무 살도 안된 두 기대주의 어깨에 심한 짐을 얹혀준 꼴이 됐다.



'투자'가 곧 '괄목할 만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스포츠 특성상, 내년 대구에서 열릴 세계선수권대회와 2012년 런던올림픽 등 멀리 보고 '드림프로젝트'의 열매를 기대했어야 했지만 연맹은 고작 2개월이라는 기간이 지난 뒤 조급하게 둘에게 성과를 바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육상 관계자는 "선진 기술을 습득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김국영과 박봉고가 지난 6월 좋은 기록을 생산하면서 상승세를 탔기에 그런 분위기를 이어가는 게 더 중요했다. 연맹이 인위적으로 지도자를 바꾸면서 페이스가 많이 떨어진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국영과 박봉고를 기대주로 일찍 점찍고도 연맹이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다.



해외 장기 훈련이 처음이었던 둘은 브룩스 존슨 코치와 하루 3~4시간씩 트랙에서 맹훈련을 펼쳤지만 한국인 민박집 사정은 태릉선수촌에 한참 못 미쳤고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 따로 떨어져 있다 보니 향수병으로 고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국영과 박봉고는 기록으로는 한국 최고 스프린터로 우뚝 섰지만 나이가 어린 만큼 연맹은 현지에 지원팀을 상주시켜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에 더 적극적이고 세심하게 나섰어야 했다.



그러나 전담 한국인 코치, 전담 통역도 보내지 않고 선수들에게만 모든 것을 맡긴 채 연맹은 뒷짐만 졌고 성적만 요구했다. 참담한 결과는 이미 처음부터 잉태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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