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쟁이 수컷 ‘협박구애’ 첫 확인

입력 2010.10.11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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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소금쟁이가 암컷 몸 위에 올라선 채 수면에 퐁당퐁당 다리를 움직이며 만드는 물결은 단순한 '구애 신호'일까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일까.

11일 서울대(총장 오연천)에 따르면 생명과학부 '행동생태 및 진화 연구실' 한창석 연구원과 표트르 야브원스키 교수는 수컷 소금쟁이가 구애 과정에서 만드는 물결이 단순히 구애를 목적으로 한 '아름다운 세레나데'가 아니라 암컷을 협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은 암컷과의 짝짓기를 위해 암컷에게 선물을 주거나 노래를 부르고 자신의 큰 몸집이나 화려한 깃털 등을 과시하는데, 수컷 소금쟁이는 색다른 구애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소금쟁이를 잡아먹는 포식자는 물속에 서식하며 물결로 먹이의 위치를 감지한다. 수컷 소금쟁이가 수면에서 물결을 만들어 내면 그것때문에 소금쟁이는 오히려 포식자의 눈에 띄어 더욱 위험해진다.

하지만 수컷 소금쟁이는 암컷 소금쟁이 몸 위에 올라타서 물결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포식자가 구애 중인 소금쟁이를 공격하더라도 오로지 암컷 소금쟁이만 잡아먹히게 된다.

따라서 수컷 소금쟁이의 물결구애 신호는 암컷에게 '교미를 허락해주지 않으면, 넌 죽게 될 거야!'라고 협박하는 기능이 있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암컷 소금쟁이에게 포식자의 존재를 인식시킨 뒤 수컷과 교미를 시켰을 때 암컷이 수컷에게 더 빨리 교미를 허락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수컷 소금쟁이가 암컷 몸에는 올라타지만 물결은 만들어내지 못하도록 처리했을 때는 암컷이 평소와 다름없이 느긋하게 수컷을 받아들인다는 사실도 찾아냈다.

특히 포식자를 이용한 수컷 소금쟁이의 '협박 구애' 전략은 소금쟁이뿐 아니라 동물계에서 처음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라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지난 8월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소개됐다.

앞서 연구진은 한국에 서식하는 암컷 소금쟁이의 생식기가 내부로 숨겨진 형태로 진화하면서 수컷 소금쟁이도 암컷을 위해 다리로 물결을 일으키며 구애 신호를 보내는 등 교미형태가 달라졌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을 지난해 6월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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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금쟁이 수컷 ‘협박구애’ 첫 확인
    • 입력 2010-10-11 06:38:44
    연합뉴스
수컷 소금쟁이가 암컷 몸 위에 올라선 채 수면에 퐁당퐁당 다리를 움직이며 만드는 물결은 단순한 '구애 신호'일까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일까. 11일 서울대(총장 오연천)에 따르면 생명과학부 '행동생태 및 진화 연구실' 한창석 연구원과 표트르 야브원스키 교수는 수컷 소금쟁이가 구애 과정에서 만드는 물결이 단순히 구애를 목적으로 한 '아름다운 세레나데'가 아니라 암컷을 협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은 암컷과의 짝짓기를 위해 암컷에게 선물을 주거나 노래를 부르고 자신의 큰 몸집이나 화려한 깃털 등을 과시하는데, 수컷 소금쟁이는 색다른 구애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소금쟁이를 잡아먹는 포식자는 물속에 서식하며 물결로 먹이의 위치를 감지한다. 수컷 소금쟁이가 수면에서 물결을 만들어 내면 그것때문에 소금쟁이는 오히려 포식자의 눈에 띄어 더욱 위험해진다. 하지만 수컷 소금쟁이는 암컷 소금쟁이 몸 위에 올라타서 물결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포식자가 구애 중인 소금쟁이를 공격하더라도 오로지 암컷 소금쟁이만 잡아먹히게 된다. 따라서 수컷 소금쟁이의 물결구애 신호는 암컷에게 '교미를 허락해주지 않으면, 넌 죽게 될 거야!'라고 협박하는 기능이 있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암컷 소금쟁이에게 포식자의 존재를 인식시킨 뒤 수컷과 교미를 시켰을 때 암컷이 수컷에게 더 빨리 교미를 허락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수컷 소금쟁이가 암컷 몸에는 올라타지만 물결은 만들어내지 못하도록 처리했을 때는 암컷이 평소와 다름없이 느긋하게 수컷을 받아들인다는 사실도 찾아냈다. 특히 포식자를 이용한 수컷 소금쟁이의 '협박 구애' 전략은 소금쟁이뿐 아니라 동물계에서 처음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라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지난 8월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소개됐다. 앞서 연구진은 한국에 서식하는 암컷 소금쟁이의 생식기가 내부로 숨겨진 형태로 진화하면서 수컷 소금쟁이도 암컷을 위해 다리로 물결을 일으키며 구애 신호를 보내는 등 교미형태가 달라졌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을 지난해 6월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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