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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슈퍼가 사라진다
입력 2010.10.11 (07:47) 취재파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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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전국 동네 골목이 시끄럽습니다.

대형유통업체들의 SSM, 이른바 기업형 슈퍼마켓이 속속 진출하면서 동네 슈퍼 주인들이 필사적으로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선 지역에서는 동네 슈퍼들의 매출이 절반 가까이 떨어져 생계가 위협받는다고 하소연합니다.

동네 상권을 둘러싼 갈등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0일, 울산에서 한 슈퍼마켓 주인이 자신의 차에 불을 질렀습니다.

<인터뷰> 차선열(신울산 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 : "(불 타는 차 보면서 당시 심정은 어떠셨어요?) 정말 대형마트라는 대기업이라는 존재를 같이 없애버리고 싶은 그런 심정이었죠. 정말 어느 누구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중소상인이라면 실제 닥쳐보지 않으면 정말 그렇게 해보지 않으면 못 느끼는 부분이거든요."

이달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설 예정인 이 곳에서는 지금도 주변 상인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입점을 막기 위해 순찰을 돌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혁대(인근 슈퍼 직원) : "(이렇게 매일 오셔서 보시는 거에요?) 그렇죠. 가게가 옆이니까 아침에 저희들 물건 싣고 장을 보고 한 10시경에 지나가는 사람 보고 점심 먹고 오토바이 타고 한번 와 서 빙 둘러보고 저녁에 또 왔다가 11시 돼서 퇴근할 때 한 번 더 보고..."

인근 5백미터 안에는 슈퍼마켓과 빵집, 과일가게 등 10여 곳의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터뷰> 인근 슈퍼 주인 : "이 주위에 보면 마트가 여섯 개, 편의점이 두개, 베이커리 또 식육점 야채과일 점에서 열한 서너개가 매장이 있는데 직접적인 타격을 다 본다라고 보시면 정확할 겁니다."

SSM, 즉 기업형 슈퍼마켓이란 편의점보다는 크고 대형마트 보다는 작은 200제곱미터에서 3천제곱미터 크기로 기업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입니다.


울산에선 특히 최근 들어 도심 외곽지역까지 이 기업형 슈퍼마켓이 파고들고 있어 중소 상인들의 위기감이 최고조입니다.

<인터뷰> 이승진(울산 중소상인살리기 네트워크) : "울산 같은 경우는 기존의 대형마트, 예전에 대형마트의 숫자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데 그러다보니까 자기들끼리 출혈경쟁에 돌입하고 됐고, 또 지가나 시내권에 입점해 들어오기가 어려운 상황이 돼서 쪼개서 슈퍼마켓이란 이름으로 골목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까 기업형 슈퍼마켓이 울산 같은 경우 14개가 있는데요."

그렇다면 실제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선 곳의 동네 상권은 어떻게 변했을까?

경남 진주의 한 동네, 이곳은 지난해 기업형 슈퍼마켓 반대시위가 격렬했던 곳입니다.

지난해 10월 이곳엔 기업형 슈퍼마켓이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2백미터 정도 떨어진 한 슈퍼, 9백제곱미터가 넘는 제법 넓은 공간에다 주차공간도 넉넉해 하루 5백명 이상의 손님이 찾았지만 지금은 3분의 1 수준도 채 되지 않습니다.

한때 생선코너였던 자리는 이제는 그날그날 반품할 물건들이 차지해 버렸습니다.

<녹취> "(이거는 오늘 반품할 거 추려 놓으신 거에요?) 네, (이게 매일 이 정도?) 네 매일 쏟아져 나옵니다."

전기세가 부담스러워 한여름에 에어컨도 제대로 틀지 못할 정도, 결국 20명 넘던 점원도 7명 정도로 줄었습니다.

계산대 3곳 가운데 2곳은 아예 전원을 꺼 놨습니다.

<인터뷰> 옥진호(인근 슈퍼마켓 관계자) : "(사실상 개점 휴업이라고 봐야 겠네요) 네, 맞습니다 개점휴업 맞습니다. 이 앞에 계셔 보시면 되지요. 개점 휴업인가 아닌가. 그게 뭐 저런 SSM이 들어와서 서서히 매출이 줄어드는 게 아니고 들어오는 순간부터입니다.들어오는 순간부터..."

여직원은 월급받기가 미안할 정도라고 말합니다.

<녹취> 최OO(슈퍼 직원) : "우리가 월급받기가 미안하고 사람이 없어서 (장사가)안 돼서 지금 이래 하는데 아니 저기 탑마트보다 야채가격이 더 싼데도 아예 사람이 안 오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 겁니까?"

주변의 다른 슈퍼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녹취> 황OO(인근 슈퍼 주인) : "뭐 200만 원 팔던 게 100만 원 팔게 되는 거고 다 그렇죠. 저희집 뿐만 아니고 다른데도. 그리고 가면 갈수록 자꾸 매출이 떨어집니다."

실제 기업형 슈퍼마켓의 위력은 막강했습니다.

지난 2006년 1조792억 원이던 기업형 슈퍼마켓의 매출액은 지난해 2조 5천 426억 원으로 2.1배가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은 194억 5천만 원에서 3년 동안 587억7천만 원으로 3.2배가 늘었습니다.

인근 상인들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7월부터 올 8월까지 전국 3천백여 점포를 조사한 결과, 충남지역 중소상인들의 매출액은 68%가 감소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부산이 63%, 광주와 대구가 53%, 경기와 서울이 각각 48과 45%의 감소율을 보였습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1년여 남짓동안 기업형 슈퍼마켓 인근 점포의 평균 매출액은 48% 감소하고, 고객 수는 51%가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네 슈퍼마켓이나 중소 상인들은사업조정 신청 제도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사업조정 신청 제도'란 대기업 진출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사업확장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지난해부터 봇물처럼 터진 사업조정 신청은 지금까지 모두 175건에 이릅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사업조정 권고가 내려진 것은 4건에 불과합니다.

전국 곳곳에서 사업조정 신청이 줄을 잇고 있지만 기업형 슈퍼마켓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2백 개, 그리고 올 상반기엔 114개가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그 결과 올 상반기까지 파악된 기업형 슈퍼마켓 숫자는 787개, 지난 2006년 292개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형유통업체들은 최근 아예 야간에 기습 개점하거나 직영점을 가맹점 형태로 바꿔 개점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사업조정 제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서울의 한 지역에서는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상인들이 8달이나 대치하고 있는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이상노(SSM저지 노원구 대책위원장) : "2월 16일날 일시 정지가 떨어졌습니다. (영업을) 하다가 사업일시정지 공고를 맞다 보니까 오픈을 못하다보니까 8월 20일날 가맹점 사업으로 변경을 했습니다. 그래서 편법으로 오픈을 하려고 하는 상태입니다."

인근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백영숙 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감이 커진다고 말합니다.

처음엔 편의점에, 그 다음엔 대형마트에 밀려 2번이나 가게를 옮겨야 했던 기억 때문입니다.

<인터뷰> 백영숙(슈퍼 상인) : "손님들이 우리 집 앞을 건너서 거기로 들어가는 거에요. 그러기를 한달 만에 저희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그거 끝나면서 나는 그냥 괜찮다 했는데 스트레스가 심해가지고 많이 아팠어요."

백 씨는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백영숙(슈퍼 상인) : "당장 이걸 놓치면 당장 힘들잖아요. 막막해요. 이거 놓치면 막막한 거에요."

하지만 대형유통업체들의 입장은 완강합니다.

편법 개점 논란도 사실과 다르다고 맞섭니다.

<인터뷰> 오철균(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부장) : "원래 당초부터 장기 경영계획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오래 전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초에 직영점을 못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 이런 내용들은 아니라는 거죠."

또 기업형 슈퍼마켓의 확장은 유통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오철균(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부장) : "유통업체의 가장 큰 사회적 책임은 소비자 고객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 근처에서 장보기를 원하시는 고객에게 다양한 상품과 위생적인 환경, 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선택의 폭을 제공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대형유통업들이 오히려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기업형 슈퍼마켓의 진출로 해마다 자영업자 80만 명이 폐업을 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진걸(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 : "백화점과 대형마트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으면서도 이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동네 상권을 잠식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매우 역행하고,조선시대에 있었던 상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황당한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천민 자본주의의 발로이지 않느냐 라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급격한 중소상인들의 몰락을 막기 위해 현재 국회에 발의된 규제법안만 21건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른바 '유통법'과 '상생법' 두 법안 처리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유통법'은 재래시장 반경 5백 미터 안에 기업형 슈퍼마켓의 입점을 막는 것을, '상생법'은 가맹점 형태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것이 핵심입니다.

중소 상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법안 처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희웅(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 : "두 법안은 말 그대로 쌍둥이 법안이기 때문에 같이 가야 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정말 어느 한 바퀴가 고장이 나면 갈 수 가 없는 것처럼 그런 법안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10월 정기국회 때는 이 두 법안이 동시에 통과되도록 저희들이 요구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정치권 역시 법안 처리에는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오히려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나섰습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다국적 유통업체와 유럽 일부 국가의 반발이 계속됐기 때문입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FTA가 발효되기도 전에 유럽 일부에서 우리의 기업형 슈퍼마켓 법 개정을 들고 나오면 FTA 자체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두 법안도 아직 미흡한데다 정부의 논리 역시 과장됐다는 반박이 이어집니다.

<인터뷰> 조승수(진보신당 국회의원) : "FTA 타결 전에 국내법으로 보호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마치 이것 때문에 FTA 체결이 어려워진다는 식으로 논리 전개하는 것은 전혀 사실 관계도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 그런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중소상인들과 대형유통업체들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소상인들 역시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그러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물론 누가 살아남고 누가 지느냐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중소상인들에게 공존을 위한 기회와 시간을 줄 수는 없는지, 이제 국회와 정부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 동네 슈퍼가 사라진다
    • 입력 2010-10-11 07:47:52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요즘 전국 동네 골목이 시끄럽습니다.

대형유통업체들의 SSM, 이른바 기업형 슈퍼마켓이 속속 진출하면서 동네 슈퍼 주인들이 필사적으로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선 지역에서는 동네 슈퍼들의 매출이 절반 가까이 떨어져 생계가 위협받는다고 하소연합니다.

동네 상권을 둘러싼 갈등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0일, 울산에서 한 슈퍼마켓 주인이 자신의 차에 불을 질렀습니다.

<인터뷰> 차선열(신울산 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 : "(불 타는 차 보면서 당시 심정은 어떠셨어요?) 정말 대형마트라는 대기업이라는 존재를 같이 없애버리고 싶은 그런 심정이었죠. 정말 어느 누구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중소상인이라면 실제 닥쳐보지 않으면 정말 그렇게 해보지 않으면 못 느끼는 부분이거든요."

이달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설 예정인 이 곳에서는 지금도 주변 상인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입점을 막기 위해 순찰을 돌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혁대(인근 슈퍼 직원) : "(이렇게 매일 오셔서 보시는 거에요?) 그렇죠. 가게가 옆이니까 아침에 저희들 물건 싣고 장을 보고 한 10시경에 지나가는 사람 보고 점심 먹고 오토바이 타고 한번 와 서 빙 둘러보고 저녁에 또 왔다가 11시 돼서 퇴근할 때 한 번 더 보고..."

인근 5백미터 안에는 슈퍼마켓과 빵집, 과일가게 등 10여 곳의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터뷰> 인근 슈퍼 주인 : "이 주위에 보면 마트가 여섯 개, 편의점이 두개, 베이커리 또 식육점 야채과일 점에서 열한 서너개가 매장이 있는데 직접적인 타격을 다 본다라고 보시면 정확할 겁니다."

SSM, 즉 기업형 슈퍼마켓이란 편의점보다는 크고 대형마트 보다는 작은 200제곱미터에서 3천제곱미터 크기로 기업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입니다.


울산에선 특히 최근 들어 도심 외곽지역까지 이 기업형 슈퍼마켓이 파고들고 있어 중소 상인들의 위기감이 최고조입니다.

<인터뷰> 이승진(울산 중소상인살리기 네트워크) : "울산 같은 경우는 기존의 대형마트, 예전에 대형마트의 숫자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데 그러다보니까 자기들끼리 출혈경쟁에 돌입하고 됐고, 또 지가나 시내권에 입점해 들어오기가 어려운 상황이 돼서 쪼개서 슈퍼마켓이란 이름으로 골목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까 기업형 슈퍼마켓이 울산 같은 경우 14개가 있는데요."

그렇다면 실제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선 곳의 동네 상권은 어떻게 변했을까?

경남 진주의 한 동네, 이곳은 지난해 기업형 슈퍼마켓 반대시위가 격렬했던 곳입니다.

지난해 10월 이곳엔 기업형 슈퍼마켓이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2백미터 정도 떨어진 한 슈퍼, 9백제곱미터가 넘는 제법 넓은 공간에다 주차공간도 넉넉해 하루 5백명 이상의 손님이 찾았지만 지금은 3분의 1 수준도 채 되지 않습니다.

한때 생선코너였던 자리는 이제는 그날그날 반품할 물건들이 차지해 버렸습니다.

<녹취> "(이거는 오늘 반품할 거 추려 놓으신 거에요?) 네, (이게 매일 이 정도?) 네 매일 쏟아져 나옵니다."

전기세가 부담스러워 한여름에 에어컨도 제대로 틀지 못할 정도, 결국 20명 넘던 점원도 7명 정도로 줄었습니다.

계산대 3곳 가운데 2곳은 아예 전원을 꺼 놨습니다.

<인터뷰> 옥진호(인근 슈퍼마켓 관계자) : "(사실상 개점 휴업이라고 봐야 겠네요) 네, 맞습니다 개점휴업 맞습니다. 이 앞에 계셔 보시면 되지요. 개점 휴업인가 아닌가. 그게 뭐 저런 SSM이 들어와서 서서히 매출이 줄어드는 게 아니고 들어오는 순간부터입니다.들어오는 순간부터..."

여직원은 월급받기가 미안할 정도라고 말합니다.

<녹취> 최OO(슈퍼 직원) : "우리가 월급받기가 미안하고 사람이 없어서 (장사가)안 돼서 지금 이래 하는데 아니 저기 탑마트보다 야채가격이 더 싼데도 아예 사람이 안 오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 겁니까?"

주변의 다른 슈퍼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녹취> 황OO(인근 슈퍼 주인) : "뭐 200만 원 팔던 게 100만 원 팔게 되는 거고 다 그렇죠. 저희집 뿐만 아니고 다른데도. 그리고 가면 갈수록 자꾸 매출이 떨어집니다."

실제 기업형 슈퍼마켓의 위력은 막강했습니다.

지난 2006년 1조792억 원이던 기업형 슈퍼마켓의 매출액은 지난해 2조 5천 426억 원으로 2.1배가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은 194억 5천만 원에서 3년 동안 587억7천만 원으로 3.2배가 늘었습니다.

인근 상인들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7월부터 올 8월까지 전국 3천백여 점포를 조사한 결과, 충남지역 중소상인들의 매출액은 68%가 감소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부산이 63%, 광주와 대구가 53%, 경기와 서울이 각각 48과 45%의 감소율을 보였습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1년여 남짓동안 기업형 슈퍼마켓 인근 점포의 평균 매출액은 48% 감소하고, 고객 수는 51%가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네 슈퍼마켓이나 중소 상인들은사업조정 신청 제도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사업조정 신청 제도'란 대기업 진출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사업확장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지난해부터 봇물처럼 터진 사업조정 신청은 지금까지 모두 175건에 이릅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사업조정 권고가 내려진 것은 4건에 불과합니다.

전국 곳곳에서 사업조정 신청이 줄을 잇고 있지만 기업형 슈퍼마켓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2백 개, 그리고 올 상반기엔 114개가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그 결과 올 상반기까지 파악된 기업형 슈퍼마켓 숫자는 787개, 지난 2006년 292개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형유통업체들은 최근 아예 야간에 기습 개점하거나 직영점을 가맹점 형태로 바꿔 개점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사업조정 제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서울의 한 지역에서는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상인들이 8달이나 대치하고 있는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이상노(SSM저지 노원구 대책위원장) : "2월 16일날 일시 정지가 떨어졌습니다. (영업을) 하다가 사업일시정지 공고를 맞다 보니까 오픈을 못하다보니까 8월 20일날 가맹점 사업으로 변경을 했습니다. 그래서 편법으로 오픈을 하려고 하는 상태입니다."

인근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백영숙 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감이 커진다고 말합니다.

처음엔 편의점에, 그 다음엔 대형마트에 밀려 2번이나 가게를 옮겨야 했던 기억 때문입니다.

<인터뷰> 백영숙(슈퍼 상인) : "손님들이 우리 집 앞을 건너서 거기로 들어가는 거에요. 그러기를 한달 만에 저희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그거 끝나면서 나는 그냥 괜찮다 했는데 스트레스가 심해가지고 많이 아팠어요."

백 씨는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백영숙(슈퍼 상인) : "당장 이걸 놓치면 당장 힘들잖아요. 막막해요. 이거 놓치면 막막한 거에요."

하지만 대형유통업체들의 입장은 완강합니다.

편법 개점 논란도 사실과 다르다고 맞섭니다.

<인터뷰> 오철균(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부장) : "원래 당초부터 장기 경영계획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오래 전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초에 직영점을 못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 이런 내용들은 아니라는 거죠."

또 기업형 슈퍼마켓의 확장은 유통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오철균(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부장) : "유통업체의 가장 큰 사회적 책임은 소비자 고객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 근처에서 장보기를 원하시는 고객에게 다양한 상품과 위생적인 환경, 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선택의 폭을 제공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대형유통업들이 오히려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기업형 슈퍼마켓의 진출로 해마다 자영업자 80만 명이 폐업을 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진걸(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 : "백화점과 대형마트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으면서도 이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동네 상권을 잠식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매우 역행하고,조선시대에 있었던 상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황당한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천민 자본주의의 발로이지 않느냐 라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급격한 중소상인들의 몰락을 막기 위해 현재 국회에 발의된 규제법안만 21건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른바 '유통법'과 '상생법' 두 법안 처리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유통법'은 재래시장 반경 5백 미터 안에 기업형 슈퍼마켓의 입점을 막는 것을, '상생법'은 가맹점 형태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것이 핵심입니다.

중소 상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법안 처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희웅(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 : "두 법안은 말 그대로 쌍둥이 법안이기 때문에 같이 가야 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정말 어느 한 바퀴가 고장이 나면 갈 수 가 없는 것처럼 그런 법안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10월 정기국회 때는 이 두 법안이 동시에 통과되도록 저희들이 요구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정치권 역시 법안 처리에는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오히려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나섰습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다국적 유통업체와 유럽 일부 국가의 반발이 계속됐기 때문입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FTA가 발효되기도 전에 유럽 일부에서 우리의 기업형 슈퍼마켓 법 개정을 들고 나오면 FTA 자체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두 법안도 아직 미흡한데다 정부의 논리 역시 과장됐다는 반박이 이어집니다.

<인터뷰> 조승수(진보신당 국회의원) : "FTA 타결 전에 국내법으로 보호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마치 이것 때문에 FTA 체결이 어려워진다는 식으로 논리 전개하는 것은 전혀 사실 관계도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 그런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중소상인들과 대형유통업체들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소상인들 역시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그러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물론 누가 살아남고 누가 지느냐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중소상인들에게 공존을 위한 기회와 시간을 줄 수는 없는지, 이제 국회와 정부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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