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정재훈, 혹독한 가을 잔치

입력 2010.10.1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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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간판 타자 김현수(22)와 마무리 투수 정재훈(30)이 가을잔치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소속 팀인 두산이 드라마 같은 역전극을 펼치며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오히려 두 사람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어서다.

지난 10일 삼성과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을 앞둔 잠실구장.

경기 전 훈련을 마친 김현수는 더그아웃 구석에서 그라운드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최근 부진한 자신의 플레이를 돌아보고 있었다. 김현수는 전날까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타율 0.100(20타수 2안타)의 극심한 빈타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2008년 타율 0.358로 타격왕에 올랐을 정도로 `타격 기계'로 불렸던 김현수는 "내가 결정적일 때 한 방을 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우리 팀이 10-0으로 이기고 있을 때라도 하나 쳤으면 좋겠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이날 경기에 임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시즌 내내 클린업트리오에 포진했던 김현수는 6번으로 나섰다.

0-3으로 뒤진 1회 2사 만루 찬스를 맞았다. 안타라도 하나 치면 그동안의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다.

김현수는 벼르고 있었던 듯 장원삼의 초구를 때렸다. 하지만 공은 2루수 앞으로 굴러갔고 찬스는 허망하게 날아갔다.

3회 또 김현수에게 기회가 왔다. 이번에는 1사 1, 3루였다.

초구를 헛스윙한 김현수는 2구를 쳤지만 유격수 앞 병살타가 되고 말았다. 1루를 밟고 지나간 김현수는 허탈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라운드에서 한동안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못했다. 김현수는 곧바로 임재철로 교체됐다.

김현수는 2008년 SK와 한국시리즈에서도 21타수 1안타(타율 0.048)로 심하게 부진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는 31타수 12안타(타율 0.387)에 홈런 3개를 날리며 제 몫을 했지만 올해 다시 부진의 늪에 빠지며 포스트시즌 '잔혹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음주 교통사고 파동으로 빠진 이용찬을 대신해 마무리로 나선 정재훈의 시련도 만만치 않다.

올해 가을잔치에서 결승 홈런만 3번을 얻어맞는 등 결정적일 때 4차례 홈런을 허용했다.

10일 삼성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홈런 징크스'를 떨치지 못했다.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솔로포를 내줬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이날 6-4로 앞선 8회 정재훈을 투입하며 기회를 줬다. 정재훈은 첫 타자 박진만을 시원하게 헛스윙 삼진을 잡으며 출발했지만 대타 조영훈에게 우월 1점홈런을 얻어맞고 교체됐다.

두산은 이 홈런을 내준 뒤 결국 동점까지 허용하면서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야 했다.

정재훈은 앞서 플레이오프 1차전 때도 5-3으로 앞선 8회 박한이에게 결승 3점 홈런을 내줬다. 롯데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1차전 전준우, 2차전 이대호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승 홈런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정재훈이 마무리 보직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서 이제는 임태훈이 대신 소방수 노릇을 하는 형편이다. 지금까지는 임태훈이 잘 버티고 있지만 정재훈이 마냥 기복을 보인다면 두산 불펜에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김현수와 정재훈이 공격과 투수에서 구멍을 내자 벤치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안 쓰자니 기량이 아깝고 기용하자니 흐름을 끊을까 봐 불안하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은 10일 플레이오프 3차전 뒤 "(지금 시련이) 김현수에게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며 "정재훈도 홈런은 맞았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선수의 기가 꺾이지 않게끔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련의 계절을 보내는 김현수와 정재훈이 언제쯤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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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수·정재훈, 혹독한 가을 잔치
    • 입력 2010-10-11 09:40:10
    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간판 타자 김현수(22)와 마무리 투수 정재훈(30)이 가을잔치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소속 팀인 두산이 드라마 같은 역전극을 펼치며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오히려 두 사람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어서다. 지난 10일 삼성과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을 앞둔 잠실구장. 경기 전 훈련을 마친 김현수는 더그아웃 구석에서 그라운드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최근 부진한 자신의 플레이를 돌아보고 있었다. 김현수는 전날까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타율 0.100(20타수 2안타)의 극심한 빈타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2008년 타율 0.358로 타격왕에 올랐을 정도로 `타격 기계'로 불렸던 김현수는 "내가 결정적일 때 한 방을 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우리 팀이 10-0으로 이기고 있을 때라도 하나 쳤으면 좋겠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이날 경기에 임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시즌 내내 클린업트리오에 포진했던 김현수는 6번으로 나섰다. 0-3으로 뒤진 1회 2사 만루 찬스를 맞았다. 안타라도 하나 치면 그동안의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다. 김현수는 벼르고 있었던 듯 장원삼의 초구를 때렸다. 하지만 공은 2루수 앞으로 굴러갔고 찬스는 허망하게 날아갔다. 3회 또 김현수에게 기회가 왔다. 이번에는 1사 1, 3루였다. 초구를 헛스윙한 김현수는 2구를 쳤지만 유격수 앞 병살타가 되고 말았다. 1루를 밟고 지나간 김현수는 허탈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라운드에서 한동안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못했다. 김현수는 곧바로 임재철로 교체됐다. 김현수는 2008년 SK와 한국시리즈에서도 21타수 1안타(타율 0.048)로 심하게 부진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는 31타수 12안타(타율 0.387)에 홈런 3개를 날리며 제 몫을 했지만 올해 다시 부진의 늪에 빠지며 포스트시즌 '잔혹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음주 교통사고 파동으로 빠진 이용찬을 대신해 마무리로 나선 정재훈의 시련도 만만치 않다. 올해 가을잔치에서 결승 홈런만 3번을 얻어맞는 등 결정적일 때 4차례 홈런을 허용했다. 10일 삼성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홈런 징크스'를 떨치지 못했다.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솔로포를 내줬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이날 6-4로 앞선 8회 정재훈을 투입하며 기회를 줬다. 정재훈은 첫 타자 박진만을 시원하게 헛스윙 삼진을 잡으며 출발했지만 대타 조영훈에게 우월 1점홈런을 얻어맞고 교체됐다. 두산은 이 홈런을 내준 뒤 결국 동점까지 허용하면서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야 했다. 정재훈은 앞서 플레이오프 1차전 때도 5-3으로 앞선 8회 박한이에게 결승 3점 홈런을 내줬다. 롯데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1차전 전준우, 2차전 이대호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승 홈런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정재훈이 마무리 보직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서 이제는 임태훈이 대신 소방수 노릇을 하는 형편이다. 지금까지는 임태훈이 잘 버티고 있지만 정재훈이 마냥 기복을 보인다면 두산 불펜에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김현수와 정재훈이 공격과 투수에서 구멍을 내자 벤치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안 쓰자니 기량이 아깝고 기용하자니 흐름을 끊을까 봐 불안하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은 10일 플레이오프 3차전 뒤 "(지금 시련이) 김현수에게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며 "정재훈도 홈런은 맞았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선수의 기가 꺾이지 않게끔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련의 계절을 보내는 김현수와 정재훈이 언제쯤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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