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자케로니, 지략대결 포인트

입력 2010.10.11 (11:28) 수정 2010.10.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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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이 1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숙적’ 일본을 불러들여 친선경기를 치른다. 감독이나 선수나 모두 "친선경기 아닌 친선경기"라고 입을 모을 만큼 한·일전의 의미는 각별하다.



이번에 73번째 맞대결이지만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양국이 조광래 감독과 알베르토 자케로니(이탈리아) 감독에게 새로 대표팀 지휘봉을 맡긴 뒤로는 첫 격돌이다.



한국은 조광래 감독 취임 이후 A매치에서 1승1패, 일본은 자케로니 감독의 공식 데뷔전이었던 지난 8일 아르헨티나와 친선경기 1-0 승리를 포함해 최근 3연승 중이다.



자존심 건 한국과 일본의 친선경기에서 주목할 만한 관전포인트를 살펴본다.



◇조광래-자케로니 지략 대결 승자는

이청용(볼턴)이 `만화 축구’라는 표현을 쓸 만큼 조광래 감독은 선수들의 유기적 움직임과 완벽한 호흡을 강조한다. 대표팀 소집 때마다 선수별로 전술적 움직임을 세세하게 적은 일명 `X-파일’을 나눠줘 숙지토록 하고 훈련을 진행했다.



자케로니 감독은 한국 원정길에 오르기 전 아르헨티나와 친선경기를 준비하면서 수비 강화에 집중했다.



포백을 기본으로 수비수-미드필더들이 구축한 견고한 지역방어와 최전방 공격수들의 적극전인 수비 가담으로 일본은 결국 강호 아르헨티나의 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승리를 챙겼다.



일본 언론은 이탈리아의 `빗장수비(카테나치오)’를 빗대어 이탈리아 출신 새 감독의 수비 전술에 `자케나치오’라는 신조어를 갖다 붙이며 대표팀의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조광래 감독은 이번 일본과 격돌을 앞두고 `포어 리베로(Fore Libero)’ 시스템의 활용을 예고했다.



포어 리베로 시스템은 중앙 수비수 세 명 중 하나를 최전방 수비진영보다 앞서 배치해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까지 소화하도록 한 변형 스리백의 일종으로, 미드필드에서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역할은 조용형(알 라이안)이 맡을 가능성이 큰데, 조용형이 전진 배치되면서 수비라인은 스리백에서 포백처럼 가동되게 된다.



하지만 조 감독은 일본의 전력 탐색을 위해 일본-아르헨티나와 경기를 직접 관전하고서는 다시 고민 중이다. 조 감독은 "일본이 미드필드에서 패스 횟수를 줄이고 빠른 전진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더라. 측면 공격수들은 중앙으로 미리 빠르게 침투하면서 플레이를 하고 오히려 (처진 스트라이커인) 혼다 게이스케(CSKS모스크바)가 측면으로 움직인다"면서 "이럴 땐 오히려 스리백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일단 스리백과 포백을 병행해 준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한국과 대결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할 때처럼 수비에 방점을 둔 경기 운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조 감독의 전술 선택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경기 중 상대의 전술 변화에 얼마나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박지성 결장..어깨 무거워진 윤빛가람

조광래 감독은 "이번 한·일전의 관전포인트는 우선 미드필드 싸움이 될 것이다. 누가 미드필드에서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세밀한 패스를 바탕으로 한 미드필드 플레이가 강했다. 일본 대표팀에는 엔도 야스히토(감바 오사카), 나카무라 겐고(가와사키), 아베 유키(레스터시티),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 등 재능있는 미드필더들이 많다.



이 때문에 중원 장악을 위해 조 감독이 내놓은 대책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포지션 변화였다. 전방에 세 명의 공격수가 있지만 2선에서 침투하면 박지성도 쉽게 공격하면서 팀 전체의 공격력도 배가될 것으로 기대해서다.



하지만 결전을 하루 앞두고 박지성이 2007년 수술했던 오른쪽 무릎에 통증을 느껴 결장하게 됨에 따라 전술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 때문에 조 감독은 박지성이 맡기로 했던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지난 8월 나이지리아와 A매치 데뷔전에서 깔끔한 패스와 공격적 플레이로 골 맛까지 봤던 ’차세대 황태자’ 윤빛가람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조 감독은 "윤빛가람이 대표팀 경험은 부족하지만 워낙 영리하다. 어린 나이에도 이해력이 풍부해 충분히 좋은 플레이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K-리그 득점 1위 유병수, 마지막 기회 살릴까

조광래 감독은 이번에 유병수(인천)와 함께 최성국(광주상무), 김신욱(울산) 등 K-리그에서 활약하는 공격수 3인방을 불러들였다. 당장 선발 출전은 아니지만 조커로 쓸 수 있는 자원들이다. "K-리그를 통해 꾸준히 지켜봤는데 컨디션도 좋고 플레이도 잘하고 있다"는 것이 조 감독이 이들을 뽑은 이유였다.



유병수는 지난해 6월 오만과 친선경기에서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고 생애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게다가 교체인원이 12명이나 돼 A매치로 인정받지도 못하면서 대표선수로서 흔적조차 남기지 못했다.



유병수는 올해 정규리그에서 20골을 넣어 에닝요(전북.13골)와 오르티고사(울산.12골) 등 쟁쟁한 외국인 골잡이들을 제치고 득점왕을 눈앞에 뒀다. 태극마크도 다시 달게 됐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이 "마지막 기회"라고 귀띔할 만큼 유병수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이번에 확실하게 조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K-리그에서 잘하는 선수로만 남을 수밖에 없다.



2008년 10월 이후 2년 만에 대표팀에 뽑힌 `리틀 마라도나’ 최성국과 프로 2년차의 장신(196㎝) 공격수 김신욱도 조광래 감독의 재평가를 받으려고 일본과 격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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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10-11 11:28:09
    • 수정2010-10-11 21:00:49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이 1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숙적’ 일본을 불러들여 친선경기를 치른다. 감독이나 선수나 모두 "친선경기 아닌 친선경기"라고 입을 모을 만큼 한·일전의 의미는 각별하다.

이번에 73번째 맞대결이지만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양국이 조광래 감독과 알베르토 자케로니(이탈리아) 감독에게 새로 대표팀 지휘봉을 맡긴 뒤로는 첫 격돌이다.

한국은 조광래 감독 취임 이후 A매치에서 1승1패, 일본은 자케로니 감독의 공식 데뷔전이었던 지난 8일 아르헨티나와 친선경기 1-0 승리를 포함해 최근 3연승 중이다.

자존심 건 한국과 일본의 친선경기에서 주목할 만한 관전포인트를 살펴본다.

◇조광래-자케로니 지략 대결 승자는
이청용(볼턴)이 `만화 축구’라는 표현을 쓸 만큼 조광래 감독은 선수들의 유기적 움직임과 완벽한 호흡을 강조한다. 대표팀 소집 때마다 선수별로 전술적 움직임을 세세하게 적은 일명 `X-파일’을 나눠줘 숙지토록 하고 훈련을 진행했다.

자케로니 감독은 한국 원정길에 오르기 전 아르헨티나와 친선경기를 준비하면서 수비 강화에 집중했다.

포백을 기본으로 수비수-미드필더들이 구축한 견고한 지역방어와 최전방 공격수들의 적극전인 수비 가담으로 일본은 결국 강호 아르헨티나의 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승리를 챙겼다.

일본 언론은 이탈리아의 `빗장수비(카테나치오)’를 빗대어 이탈리아 출신 새 감독의 수비 전술에 `자케나치오’라는 신조어를 갖다 붙이며 대표팀의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조광래 감독은 이번 일본과 격돌을 앞두고 `포어 리베로(Fore Libero)’ 시스템의 활용을 예고했다.

포어 리베로 시스템은 중앙 수비수 세 명 중 하나를 최전방 수비진영보다 앞서 배치해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까지 소화하도록 한 변형 스리백의 일종으로, 미드필드에서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역할은 조용형(알 라이안)이 맡을 가능성이 큰데, 조용형이 전진 배치되면서 수비라인은 스리백에서 포백처럼 가동되게 된다.

하지만 조 감독은 일본의 전력 탐색을 위해 일본-아르헨티나와 경기를 직접 관전하고서는 다시 고민 중이다. 조 감독은 "일본이 미드필드에서 패스 횟수를 줄이고 빠른 전진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더라. 측면 공격수들은 중앙으로 미리 빠르게 침투하면서 플레이를 하고 오히려 (처진 스트라이커인) 혼다 게이스케(CSKS모스크바)가 측면으로 움직인다"면서 "이럴 땐 오히려 스리백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일단 스리백과 포백을 병행해 준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한국과 대결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할 때처럼 수비에 방점을 둔 경기 운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조 감독의 전술 선택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경기 중 상대의 전술 변화에 얼마나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박지성 결장..어깨 무거워진 윤빛가람
조광래 감독은 "이번 한·일전의 관전포인트는 우선 미드필드 싸움이 될 것이다. 누가 미드필드에서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세밀한 패스를 바탕으로 한 미드필드 플레이가 강했다. 일본 대표팀에는 엔도 야스히토(감바 오사카), 나카무라 겐고(가와사키), 아베 유키(레스터시티),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 등 재능있는 미드필더들이 많다.

이 때문에 중원 장악을 위해 조 감독이 내놓은 대책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포지션 변화였다. 전방에 세 명의 공격수가 있지만 2선에서 침투하면 박지성도 쉽게 공격하면서 팀 전체의 공격력도 배가될 것으로 기대해서다.

하지만 결전을 하루 앞두고 박지성이 2007년 수술했던 오른쪽 무릎에 통증을 느껴 결장하게 됨에 따라 전술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 때문에 조 감독은 박지성이 맡기로 했던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지난 8월 나이지리아와 A매치 데뷔전에서 깔끔한 패스와 공격적 플레이로 골 맛까지 봤던 ’차세대 황태자’ 윤빛가람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조 감독은 "윤빛가람이 대표팀 경험은 부족하지만 워낙 영리하다. 어린 나이에도 이해력이 풍부해 충분히 좋은 플레이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K-리그 득점 1위 유병수, 마지막 기회 살릴까
조광래 감독은 이번에 유병수(인천)와 함께 최성국(광주상무), 김신욱(울산) 등 K-리그에서 활약하는 공격수 3인방을 불러들였다. 당장 선발 출전은 아니지만 조커로 쓸 수 있는 자원들이다. "K-리그를 통해 꾸준히 지켜봤는데 컨디션도 좋고 플레이도 잘하고 있다"는 것이 조 감독이 이들을 뽑은 이유였다.

유병수는 지난해 6월 오만과 친선경기에서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고 생애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게다가 교체인원이 12명이나 돼 A매치로 인정받지도 못하면서 대표선수로서 흔적조차 남기지 못했다.

유병수는 올해 정규리그에서 20골을 넣어 에닝요(전북.13골)와 오르티고사(울산.12골) 등 쟁쟁한 외국인 골잡이들을 제치고 득점왕을 눈앞에 뒀다. 태극마크도 다시 달게 됐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이 "마지막 기회"라고 귀띔할 만큼 유병수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이번에 확실하게 조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K-리그에서 잘하는 선수로만 남을 수밖에 없다.

2008년 10월 이후 2년 만에 대표팀에 뽑힌 `리틀 마라도나’ 최성국과 프로 2년차의 장신(196㎝) 공격수 김신욱도 조광래 감독의 재평가를 받으려고 일본과 격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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