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보다 힘든 고통 ‘만성 통증’…대책은?

입력 2010.10.1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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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 스스로 세상을 등진 행복 전도사 최윤희 씨는 7백여 가지 통증에 시달려왔다고 유서에서 밝혔습니다.

비단 최윤희 씨 뿐만 아니라 견디기 힘든 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국내에 6만 명이 넘습니다.

과연 이런 통증은 치료가 안 되는 것일까요?

만성 통증의 실태와 대책에 대해 집중 분석해봅니다.

이충헌 의학전문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누가 아프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 했는데 통증에 시달리는 분들이 그렇게 많다구요?

<답변>

성인의 5% 즉, 2백만 명 가량이 만성통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가 6만 명이 넘습니다.

말기 암환자와 복합부위통증증후군 같은 질환인데요, 허리 디스크와 삼차신경통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말을 연이어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백정미: "목, 다리 통증 다 굳어 있는 느낌이니까. 죽고 싶다 눈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 뭐 방법이 없을까"

<인터뷰> 삼차신경통 환자: "(차라리) 암이면 수술하고 낫겠지만, 이것은 그렇지도 못하고. 정말 다른 사람은 몰라요."

한 통증환자가 적은 일깁니다.

전기 자극을 받은 것 같다, 주먹에 맞은 것 같다 등 시간마다 달라지는 통증의 고통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고통을 주변에서 덜어 주지 못한 채 오직 본인만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 통증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다보니, 진단과 치료도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질문> 아픈 걸 참는게 능사가 아니라구요, 그대로 놔두면 더 심해진다구요?

<답변>

통증이 오래되면 애초에 통증을 유발했던 상처 등이 사라져도 통증이 점점 심해집니다.

차병원 만성통증센터 안강 교수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안강(차병원 만성통증센터): "전반적인 통증에 대해 더 과하게 느끼게 하고 거기에 또다시 통증이 들어가면 하나를 100이나 1000으로 느끼는 현상이 계속 반복되게 됩니다."

통증이 지속돼 계속 뇌를 자극하면 뇌가 바뀌어 상처가 나아도 통증은 계속 남습니다. 뇌가 통증을 느끼는 겁니다.

이 때문에 통증이 오래되면 그만큼 치료하기가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만성통증이라도 신경을 차단해 주는 시술 등을 통해 고통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질문> 의사들도 통증 자체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써야겠죠?

<답변>

사실 의사들도 통증을 병의 원인이 아닌 병의 신호로만 보고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통증 자체와 그로 인한 환자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통증을 병을 진단하기 위한 하나의 증상으로만 간과한 측면이 있죠.

또, 통증 의학이 최근에 발달한 치료 분야여서 의사들에게도 생소한 면이 있습니다.

<질문>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겠어요?

<답변>

말기 암환자에서 나타나는 극심한 통증은 '마약성 진통제'로만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암세포가 신경까지 파고들어 일반 진통제로는 효과가 없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말기 암환자에 대한 마약성 진통제 처방률이 60%에 이르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44%에 그치고 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할 때 마다 장부에 기록해야 하는 등 관련 규정이 너무 까다로워 상당수 병원이나 약국에서 기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될까봐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말기 통증 환자에게는 필요할 때 적절히 복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극심한 통증은 우울증을 부르기도 하지만, 우울증이 오면 또 통증이 더 심해집니다.

때문에 만성 통증 환자에선 통증 뿐만 아니라 우울증이 있는지 반드시 살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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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10-11 23: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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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 스스로 세상을 등진 행복 전도사 최윤희 씨는 7백여 가지 통증에 시달려왔다고 유서에서 밝혔습니다. 비단 최윤희 씨 뿐만 아니라 견디기 힘든 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국내에 6만 명이 넘습니다. 과연 이런 통증은 치료가 안 되는 것일까요? 만성 통증의 실태와 대책에 대해 집중 분석해봅니다. 이충헌 의학전문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누가 아프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 했는데 통증에 시달리는 분들이 그렇게 많다구요? <답변> 성인의 5% 즉, 2백만 명 가량이 만성통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가 6만 명이 넘습니다. 말기 암환자와 복합부위통증증후군 같은 질환인데요, 허리 디스크와 삼차신경통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말을 연이어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백정미: "목, 다리 통증 다 굳어 있는 느낌이니까. 죽고 싶다 눈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 뭐 방법이 없을까" <인터뷰> 삼차신경통 환자: "(차라리) 암이면 수술하고 낫겠지만, 이것은 그렇지도 못하고. 정말 다른 사람은 몰라요." 한 통증환자가 적은 일깁니다. 전기 자극을 받은 것 같다, 주먹에 맞은 것 같다 등 시간마다 달라지는 통증의 고통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고통을 주변에서 덜어 주지 못한 채 오직 본인만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 통증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다보니, 진단과 치료도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질문> 아픈 걸 참는게 능사가 아니라구요, 그대로 놔두면 더 심해진다구요? <답변> 통증이 오래되면 애초에 통증을 유발했던 상처 등이 사라져도 통증이 점점 심해집니다. 차병원 만성통증센터 안강 교수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안강(차병원 만성통증센터): "전반적인 통증에 대해 더 과하게 느끼게 하고 거기에 또다시 통증이 들어가면 하나를 100이나 1000으로 느끼는 현상이 계속 반복되게 됩니다." 통증이 지속돼 계속 뇌를 자극하면 뇌가 바뀌어 상처가 나아도 통증은 계속 남습니다. 뇌가 통증을 느끼는 겁니다. 이 때문에 통증이 오래되면 그만큼 치료하기가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만성통증이라도 신경을 차단해 주는 시술 등을 통해 고통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질문> 의사들도 통증 자체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써야겠죠? <답변> 사실 의사들도 통증을 병의 원인이 아닌 병의 신호로만 보고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통증 자체와 그로 인한 환자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통증을 병을 진단하기 위한 하나의 증상으로만 간과한 측면이 있죠. 또, 통증 의학이 최근에 발달한 치료 분야여서 의사들에게도 생소한 면이 있습니다. <질문>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겠어요? <답변> 말기 암환자에서 나타나는 극심한 통증은 '마약성 진통제'로만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암세포가 신경까지 파고들어 일반 진통제로는 효과가 없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말기 암환자에 대한 마약성 진통제 처방률이 60%에 이르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44%에 그치고 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할 때 마다 장부에 기록해야 하는 등 관련 규정이 너무 까다로워 상당수 병원이나 약국에서 기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될까봐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말기 통증 환자에게는 필요할 때 적절히 복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극심한 통증은 우울증을 부르기도 하지만, 우울증이 오면 또 통증이 더 심해집니다. 때문에 만성 통증 환자에선 통증 뿐만 아니라 우울증이 있는지 반드시 살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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