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설렘, D데이 맞은 칠레 광산

입력 2010.10.13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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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 붕괴 사고로 68일간 지하 갱도에 갇혀있는 33명의 광부들을 지상으로 구출해낼 순간이 불과 몇 시간 앞으로 다가온 12일(현지시간)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의 아침은 여느 때보다 일찍 찾아왔다.

광산 입구 '희망 캠프'에 머물고 있는 광부의 가족들과 전세계 취재진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빨라졌고, 구조 현장을 드나드는 차량과 사람들도 부쩍 늘어났다.

평소 정오 무렵까지 하늘을 덮던 구름도 이날은 모처럼 일찍 걷혀 사막에 따뜻한 햇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라우렌세 골본 칠레 광업부 장관은 이날 구조 현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몇 시간내에 모든 것이 안전하게 준비되는 대로 지체없이 구조작업을 개시할 것"이라며 "자정 이전에 한 명 이상의 광부가 지상을 밟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골본 장관은 "현재 갱도 내 광부들은 매우 침착한 상태"라며 "갱도 내 플랫폼 설치 등 구조 준비 작업을 도우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갱도에 갇혀있는 남편과 아들, 오빠. 형과 재회할 순간을 고대하며 일각이 여삼추처럼 68일을 기다려온 가족들은 몇 시간 후면 꿈에도 그리던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설렘과 긴장감으로 잠을 설친 채 아침 일찍부터 캠프로 달려왔다.

이날 아침 코피아포에서 다른 가족들과 함께 대형 버스를 타고 캠프에 도착한 비올레타 아발로 실바(25)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잠을 깨서 곧장 캠프로 왔다"고 말했다.

두 오빠 플로렌시오와 레난 아발로 실바스가 모두 갱도에 갇혀 있다는 비올레타는 긴장감도 다른 사람의 두 배인 듯 피곤하고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반면 캠프에서 잠을 청했던 광부 에스테반 로하스의 가족들의 얼굴에서는 줄곧 현장을 지켰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다소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텐트 옆에서 몸을 단장하던 여동생 욜란다 로하스(41)는 "오빠를 만날 순간이 정말 기다려진다"며 "건강상태도 좋은 것 같다고 해 더할 수 없이 기쁘다. 친구와 이웃들이 큰 환영파티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일부 가족들은 긴장과 초조를 달래려는 듯 쉴 새 없이 신의 축복을 기원하는 노래를 함께 불렀으며, 광부들이 안전한 모습으로 나오게 해달라며 간절한 기도를 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가족들은 아직 광부들이 어떤 순서로 나올 지는 모르는 상태. 구조를 앞두고 가족들에게 시간이 통보되면 구조현장 근처에 마련된 장소에서 광부들을 기다리게 된다.

욜란다 로하스는 "68일을 기다렸는데 몇 시간 기다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여유 있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날 오전 캠프를 찾은 2천 여명의 기자들을 비롯해 현장을 지키던 인부들과 공무원, 경찰들도 흥분한 모습이다.

지난 두 달간 캠프에서 광부 가족들을 도왔던 코피아포 시청의 호세 톨레도는 "내 일처럼 기쁘고 긴장된다"며 "이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캠프에서 음식을 마련하는 일을 했다는 하이메 야녜스는 "초기 50인분에서 시작해 어제는 1천 인분까지 요리했다. 광부들이 모두 안전하게 밖으로 나와 가족들과 재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감동의 순간'이 다가오면서 언론 외에도 역사의 현장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광산을 찾고 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들과 예술가들이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속속 찾아들고 있으며 우루과이의 한 육상선수는 전날 코피아포 공항을 출발해 산호세 광산까지 50-60㎞ 거리를 우르과이 국기를 들고 달리고 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도 이날 저녁 광산을 찾을 예정이다.

구조 후 현장에서 필요한 응급처치를 마친 광부들이 이송될 코피아포 시내 병원도 이들 특별한 환자를 받을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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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장·설렘, D데이 맞은 칠레 광산
    • 입력 2010-10-13 06:51:06
    연합뉴스
광산 붕괴 사고로 68일간 지하 갱도에 갇혀있는 33명의 광부들을 지상으로 구출해낼 순간이 불과 몇 시간 앞으로 다가온 12일(현지시간)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의 아침은 여느 때보다 일찍 찾아왔다. 광산 입구 '희망 캠프'에 머물고 있는 광부의 가족들과 전세계 취재진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빨라졌고, 구조 현장을 드나드는 차량과 사람들도 부쩍 늘어났다. 평소 정오 무렵까지 하늘을 덮던 구름도 이날은 모처럼 일찍 걷혀 사막에 따뜻한 햇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라우렌세 골본 칠레 광업부 장관은 이날 구조 현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몇 시간내에 모든 것이 안전하게 준비되는 대로 지체없이 구조작업을 개시할 것"이라며 "자정 이전에 한 명 이상의 광부가 지상을 밟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골본 장관은 "현재 갱도 내 광부들은 매우 침착한 상태"라며 "갱도 내 플랫폼 설치 등 구조 준비 작업을 도우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갱도에 갇혀있는 남편과 아들, 오빠. 형과 재회할 순간을 고대하며 일각이 여삼추처럼 68일을 기다려온 가족들은 몇 시간 후면 꿈에도 그리던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설렘과 긴장감으로 잠을 설친 채 아침 일찍부터 캠프로 달려왔다. 이날 아침 코피아포에서 다른 가족들과 함께 대형 버스를 타고 캠프에 도착한 비올레타 아발로 실바(25)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잠을 깨서 곧장 캠프로 왔다"고 말했다. 두 오빠 플로렌시오와 레난 아발로 실바스가 모두 갱도에 갇혀 있다는 비올레타는 긴장감도 다른 사람의 두 배인 듯 피곤하고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반면 캠프에서 잠을 청했던 광부 에스테반 로하스의 가족들의 얼굴에서는 줄곧 현장을 지켰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다소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텐트 옆에서 몸을 단장하던 여동생 욜란다 로하스(41)는 "오빠를 만날 순간이 정말 기다려진다"며 "건강상태도 좋은 것 같다고 해 더할 수 없이 기쁘다. 친구와 이웃들이 큰 환영파티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일부 가족들은 긴장과 초조를 달래려는 듯 쉴 새 없이 신의 축복을 기원하는 노래를 함께 불렀으며, 광부들이 안전한 모습으로 나오게 해달라며 간절한 기도를 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가족들은 아직 광부들이 어떤 순서로 나올 지는 모르는 상태. 구조를 앞두고 가족들에게 시간이 통보되면 구조현장 근처에 마련된 장소에서 광부들을 기다리게 된다. 욜란다 로하스는 "68일을 기다렸는데 몇 시간 기다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여유 있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날 오전 캠프를 찾은 2천 여명의 기자들을 비롯해 현장을 지키던 인부들과 공무원, 경찰들도 흥분한 모습이다. 지난 두 달간 캠프에서 광부 가족들을 도왔던 코피아포 시청의 호세 톨레도는 "내 일처럼 기쁘고 긴장된다"며 "이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캠프에서 음식을 마련하는 일을 했다는 하이메 야녜스는 "초기 50인분에서 시작해 어제는 1천 인분까지 요리했다. 광부들이 모두 안전하게 밖으로 나와 가족들과 재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감동의 순간'이 다가오면서 언론 외에도 역사의 현장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광산을 찾고 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들과 예술가들이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속속 찾아들고 있으며 우루과이의 한 육상선수는 전날 코피아포 공항을 출발해 산호세 광산까지 50-60㎞ 거리를 우르과이 국기를 들고 달리고 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도 이날 저녁 광산을 찾을 예정이다. 구조 후 현장에서 필요한 응급처치를 마친 광부들이 이송될 코피아포 시내 병원도 이들 특별한 환자를 받을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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