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빈틈없는 용병술 ‘KS 지배’

입력 2010.10.19 (21:45) 수정 2010.10.1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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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회 선두타자를 내보내고 나니 ’아차! 그때가 재현되는 것 아닌가’ 싶더라고"



SK 김성근(68) 감독은 한국시리즈 전체 흐름의 분수령으로 꼽히던 18일 3차전을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갑자기 8년 전 일을 떠올렸다.



당시 LG 감독으로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김 감독은 완전하지 않은 전력으로 6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벌였지만 결국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경기 전 8년 만에 대구구장에서 치르는 한국시리즈에 "삼성 선수단이 그때와는 딴판"이라며 표정 관리를 하던 김 감독이었지만 "2002년에도 8회 역전을 허용했다"고 돌아보면서 나쁜 징크스가 생길까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김 감독이 징크스에 민감한 것은 이미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다들 아는 이야기다.



김 감독은 올 시즌 4~5월 16연승을 달리던 당시 면도를 한 번도 하지 않아 흰 수염이 얼굴을 뒤덮은 모습으로 경기에 나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단순한 미신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김 감독의 성격을 생각하면 작은 가능성까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특유의 치밀함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방대한 데이터를 쌓아두고 연구를 거듭하는 김 감독은 따라올 이가 없다고 평가받을 만큼 치밀한 전략으로 이름이 높다.



김 감독의 치밀한 전략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어김없이 빛났다.



정규리그를 마치고 나서도 김 감독은 사실상 휴일 없이 훈련을 거듭하며 한국시리즈를 준비했다.



자칫 경기 감각이 떨어지면서 휴식이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김 감독의 의도대로 선수들은 첫 경기부터 맹타를 휘둘렀고, 곧장 경기 감각을 되찾으면서 거침없는 4연승을 거두고 2년 만에 왕좌를 탈환했다.



김 감독은 시리즈가 5차전까지 이어질 것을 대비해 이동일인 20일에도 이미 잠실구장을 미리 빌려 야간 훈련을 치를 계획을 잡아놓을 만큼 철저하게 시리즈 전체를 염두에 두고 팀을 이끌었다.



그동안 상대를 철저히 분석해 놓은 것도 완승의 원동력이 됐다.



김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부터 포스트시즌 전 경기에 전력분석팀을 보내 상대를 연구했다.



그렇게 쌓아 놓은 데이터는 왼손 투수 위주의 불펜 운용과 수비 시프트, 주자 견제 등 세밀한 대응을 가능하게 했다.



삼성 좌타자들은 전병두와 정우람, 이승호 등 줄지어 등장하는 SK 왼손 투수들 앞에서 힘을 쓰지 못했고, 그나마 좋은 타구를 날렸을 때도 미리 위치를 예측하고 준비하던 야수들의 글러브에 거듭 걸렸다.



18일 3차전에서 3회 2루 주자 최형우가 박경완의 빠른 견제에 잡힌 데서 보이듯 주자들의 움직임을 예측해 대응, 추격당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면서 잘 짜인 야구를 할 수 있었다.



김성근 감독의 치밀한 선수단 운용은 한국시리즈 준비에만 머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미 8월부터 다음 시즌을 준비해 왔다. 전준호와 ’큰’ 이승호(등번호 37번), 윤희상, 문광은 등 투수들의 자세를 교정하고 몸을 만드는 등 집중적으로 다듬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한국시리즈를 우승으로 이끌 열쇠도 발견했다.



김 감독은 "이승호가 훈련하는 과정을 지켜보니 자세가 많이 부드러워지고 구속도 빨라졌더라"고 말했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16경기에 등판하는데 그쳤던 이승호는 한국시리즈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맹활약했다. 18일 3차전에서는 선발 카도쿠라 켄이 일찍 무너지자 두 경기째 등판해 포스트시즌 첫 승리를 올리기도 했다.



1년 뒤를 내다본 철두철미한 준비가 한국시리즈에서의 성공까지 가능케 했던 것이다.



이렇게 철저한 준비는 자연히 팀의 작은 부분까지 김 감독의 손을 거치는 식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김 감독의 관리 야구는 4년째를 맞으면서 한 단계 발전했다.



SK 선수들은 이제 알아서 자신을 관리하고 경기의 흐름을 읽으며 자발적으로 SK의 조직력을 만들어냈다.



한국시리즈 들어 SK 선수들에게서 많이 들을 수 있던 말은 ’자신의 역할’이었다.



SK 내야 수비의 핵심인 정근우와 나주환 등은 "타격에는 욕심이 없다. 타격은 박정권이나 최정 등 잘 치는 선수들이 해낼 것이다. 나는 수비를 철저하게 지키는 역할을 잘 해내면 된다"고 되뇌었다.



선수들이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팀 내에서 역할을 이해하고 이를 충실히 해내면서 SK는 공격과 수비 모두 탄탄한 힘을 보여주며 가뿐하게 4연승을 거두고 삼성을 압도할 수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9월 이후 야수들에게서는 완전히 손을 뗐다"고 했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도 3차전까지는 대타를 1번밖에 내지 않는 등 견고하게 짜 놓은 라인업을 흔들지 않고 경기를 운영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에 선수들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자율적인 관리로 김 감독과 교감하며 완승을 이끌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2008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하고 나서 "아직 팀이 완전하지 않다. 2~3년 더 조련해서 완벽한 팀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올해도 김성근 감독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축 투수들이 많이 빠져나가면서 김 감독은 "변칙에 변칙을 거듭하며 시즌을 꾸렸다"고 말할 만큼 어렵게 정규리그를 버텼다.



그러나 김 감독의 꿈은 다른 방식으로 현실이 됐다.



예전보다 불완전하게 구성된 것만 같았던 SK는 김 감독의 철두철미한 용병술과 선수들의 이해가 어우러지면서 오히려 가장 압도적인 우승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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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근, 빈틈없는 용병술 ‘KS 지배’
    • 입력 2010-10-19 21:45:11
    • 수정2010-10-19 21:57:26
    연합뉴스
 "8회 선두타자를 내보내고 나니 ’아차! 그때가 재현되는 것 아닌가’ 싶더라고"

SK 김성근(68) 감독은 한국시리즈 전체 흐름의 분수령으로 꼽히던 18일 3차전을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갑자기 8년 전 일을 떠올렸다.

당시 LG 감독으로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김 감독은 완전하지 않은 전력으로 6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벌였지만 결국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경기 전 8년 만에 대구구장에서 치르는 한국시리즈에 "삼성 선수단이 그때와는 딴판"이라며 표정 관리를 하던 김 감독이었지만 "2002년에도 8회 역전을 허용했다"고 돌아보면서 나쁜 징크스가 생길까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김 감독이 징크스에 민감한 것은 이미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다들 아는 이야기다.

김 감독은 올 시즌 4~5월 16연승을 달리던 당시 면도를 한 번도 하지 않아 흰 수염이 얼굴을 뒤덮은 모습으로 경기에 나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단순한 미신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김 감독의 성격을 생각하면 작은 가능성까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특유의 치밀함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방대한 데이터를 쌓아두고 연구를 거듭하는 김 감독은 따라올 이가 없다고 평가받을 만큼 치밀한 전략으로 이름이 높다.

김 감독의 치밀한 전략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어김없이 빛났다.

정규리그를 마치고 나서도 김 감독은 사실상 휴일 없이 훈련을 거듭하며 한국시리즈를 준비했다.

자칫 경기 감각이 떨어지면서 휴식이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김 감독의 의도대로 선수들은 첫 경기부터 맹타를 휘둘렀고, 곧장 경기 감각을 되찾으면서 거침없는 4연승을 거두고 2년 만에 왕좌를 탈환했다.

김 감독은 시리즈가 5차전까지 이어질 것을 대비해 이동일인 20일에도 이미 잠실구장을 미리 빌려 야간 훈련을 치를 계획을 잡아놓을 만큼 철저하게 시리즈 전체를 염두에 두고 팀을 이끌었다.

그동안 상대를 철저히 분석해 놓은 것도 완승의 원동력이 됐다.

김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부터 포스트시즌 전 경기에 전력분석팀을 보내 상대를 연구했다.

그렇게 쌓아 놓은 데이터는 왼손 투수 위주의 불펜 운용과 수비 시프트, 주자 견제 등 세밀한 대응을 가능하게 했다.

삼성 좌타자들은 전병두와 정우람, 이승호 등 줄지어 등장하는 SK 왼손 투수들 앞에서 힘을 쓰지 못했고, 그나마 좋은 타구를 날렸을 때도 미리 위치를 예측하고 준비하던 야수들의 글러브에 거듭 걸렸다.

18일 3차전에서 3회 2루 주자 최형우가 박경완의 빠른 견제에 잡힌 데서 보이듯 주자들의 움직임을 예측해 대응, 추격당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면서 잘 짜인 야구를 할 수 있었다.

김성근 감독의 치밀한 선수단 운용은 한국시리즈 준비에만 머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미 8월부터 다음 시즌을 준비해 왔다. 전준호와 ’큰’ 이승호(등번호 37번), 윤희상, 문광은 등 투수들의 자세를 교정하고 몸을 만드는 등 집중적으로 다듬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한국시리즈를 우승으로 이끌 열쇠도 발견했다.

김 감독은 "이승호가 훈련하는 과정을 지켜보니 자세가 많이 부드러워지고 구속도 빨라졌더라"고 말했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16경기에 등판하는데 그쳤던 이승호는 한국시리즈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맹활약했다. 18일 3차전에서는 선발 카도쿠라 켄이 일찍 무너지자 두 경기째 등판해 포스트시즌 첫 승리를 올리기도 했다.

1년 뒤를 내다본 철두철미한 준비가 한국시리즈에서의 성공까지 가능케 했던 것이다.

이렇게 철저한 준비는 자연히 팀의 작은 부분까지 김 감독의 손을 거치는 식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김 감독의 관리 야구는 4년째를 맞으면서 한 단계 발전했다.

SK 선수들은 이제 알아서 자신을 관리하고 경기의 흐름을 읽으며 자발적으로 SK의 조직력을 만들어냈다.

한국시리즈 들어 SK 선수들에게서 많이 들을 수 있던 말은 ’자신의 역할’이었다.

SK 내야 수비의 핵심인 정근우와 나주환 등은 "타격에는 욕심이 없다. 타격은 박정권이나 최정 등 잘 치는 선수들이 해낼 것이다. 나는 수비를 철저하게 지키는 역할을 잘 해내면 된다"고 되뇌었다.

선수들이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팀 내에서 역할을 이해하고 이를 충실히 해내면서 SK는 공격과 수비 모두 탄탄한 힘을 보여주며 가뿐하게 4연승을 거두고 삼성을 압도할 수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9월 이후 야수들에게서는 완전히 손을 뗐다"고 했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도 3차전까지는 대타를 1번밖에 내지 않는 등 견고하게 짜 놓은 라인업을 흔들지 않고 경기를 운영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에 선수들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자율적인 관리로 김 감독과 교감하며 완승을 이끌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2008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하고 나서 "아직 팀이 완전하지 않다. 2~3년 더 조련해서 완벽한 팀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올해도 김성근 감독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축 투수들이 많이 빠져나가면서 김 감독은 "변칙에 변칙을 거듭하며 시즌을 꾸렸다"고 말할 만큼 어렵게 정규리그를 버텼다.

그러나 김 감독의 꿈은 다른 방식으로 현실이 됐다.

예전보다 불완전하게 구성된 것만 같았던 SK는 김 감독의 철두철미한 용병술과 선수들의 이해가 어우러지면서 오히려 가장 압도적인 우승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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