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규제 개혁안 한층 탄력

입력 2010.10.23 (17:1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은행의 자본 및 유동성 기준을 높이고 대형 금융회사(SIFI)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작업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경주에서 이틀간의 회의를 거친 끝에 23일 국제 금융규제 개혁에 관한 6가지 사항을 다음 달 서울 정상회의에서 우선적으로 다루는 데 합의했다.

그러면서 코뮈니케(공동성명)를 통해 "지체없이 금융규제개혁을 완료할 것"을 다짐했다.

지난 19~20일 서울에서 열린 금융안정위원회(FSB) 총회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회의 때 윤곽이 잡힌 금융규제 방안을 조속히 완성하기로 G20 회원국들이 의견을 모은 셈이다.

이로써 내년 상반기까지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SIFI를 골라내 추가 규제 방법을 정하는 사안은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엄격한 기준으로 자본과 유동성 확보를 강제하는 조치도 이행 절차를 밟아갈 것으로 보인다.

◇G20, 금융규제 강화에 한목소리

G20 경주 회의에서 국제 금융규제 개혁안과 관련한 논의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다.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데 대해서는 특별한 이견 없이 합의에 이르렀다는 후문이다.

G20 각국이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환율과 국제수지,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조정 등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낼 때 작지 않은 진통을 겪은 것과 대조적이다.

그만큼 국제 금융위기가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면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금융감독 시스템을 튼튼히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각자의 입장을 초월한 공감대가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G20은 코뮈니케에서 "우리는 금융규제 개선을 위한 국내적, 국제적 차원의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하였으며, 각국의 당국은 공정경쟁 기반을 확보하고 시장 분할과 보호주의 그리고 규제 차익을 회피할 수 있도록 국제 기준을 일관성 있게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이 순조롭게 협의가 진행된 데에는 금융규제 개혁안은 FSB와 BCBS의 전문가 그룹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쳤을 뿐 아니라 아직 구체적인 형태를 띠지 못한 `진행형' 이슈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 환율과 IMF 지분개혁 문제가 독보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내용이 매우 복잡하고 난해한 금융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아진 측면도 있다.

◇금융규제 개혁안에 어떤 내용 담았나

이번 회의에서 통과된 금융규제 개혁안의 6가지 사항 가운데 큰 줄기는 은행 자본과 유동성의 양과 질을 높이고, SIFI에 대한 추가 규제를 차질없이 추진하자는 것이다.

은행 자본과 관련해서는 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보통주자본에 대한 정의를 엄격히 하고, 최소한 확보해야 하는 보통주자본 비율도 높이는 내용이 핵심이다.

예상치 못한 손실이 생기거나 경기가 급격히 나빠져도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본을 추가로 쌓도록 했다.

여기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당장 30일 동안 버틸 수 있는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보유하고, 만기가 1년 이상으로 긴 자산에 묶여 있어도 그보다 많은 자금을 유지하도록 단기 및 중장기 유동성 비율을 도입했다.

SIFI에 대해서는 덩치가 큰 금융회사일수록 위기 때 국민 세금을 동원해 지원하는 데서 비롯한 SIFI의 `대마불사' 논란을 잠재우려고 추가 건전성 규제와 정리 절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G20은 우선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SIFI'에 대해 강화된 규제안을 우선 적용하기로 하고, BCBS가 SIFI로 지정할 수 있는 대형 은행 목록을 FSB에 제출하면 내년 3월부터 검토를 거쳐 상반기 중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이 밖에 자본 보유량이 부외자산과 파생거래를 포함한 명목 총자산의 3%를 넘도록 하는 레버리지 규제, 감독기관의 금융회사 점검 절차, 장외파생상품 시장의 규제 개혁 등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규제 개혁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회사의 보상 관행, 새로운 회계기준, 신용평가사에 대한 의존 축소, 금융규제 개혁안에 대한 신흥국 관점 반영 등의 사항도 서울 정상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이번 규제가 기회일 수도"

은행 자본과 유동성에 대한 개혁은 사안에 따라 2013~2016년부터 몇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적용 수위가 높아지는 호흡이 긴 문제다.

그래서 규제 강화가 단기적으로는 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이행 준비 기간에 대비를 철저히 해 두면 오히려 외국 금융회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본을 충분히 확보한 국내 금융회사로서는 득이 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BCBS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규제 강화에 따라 국내 은행의 수익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장점을 잘 활용하면 세계적 은행으로 도약할 좋은 기회가 된다"고 언급했다.

SIFI에 대한 추가 규제 역시 우선 글로벌 SIFI에 대한 규제를 먼저 도입, 파급 영향을 살피고 나서 국내 수준의 대형 금융회사에 적용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금융규제 개혁이 당장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아직 규제 방안이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금융회사의 규모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눠 규제의 강도와 시기를 차등 적용할 가능성이 커 국내 금융회사로서는 `규제 차익'을 노릴 만하다.

금융연구원 김병덕 선임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금융회사를 6개 그룹으로 분류해 차별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서구의 국제적 금융회사보다 국제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으므로 최하위 등급으로 매겨질 가능성이 커 이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국제 금융규제 개혁안 한층 탄력
    • 입력 2010-10-23 17:14:33
    연합뉴스
국제적으로 은행의 자본 및 유동성 기준을 높이고 대형 금융회사(SIFI)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작업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경주에서 이틀간의 회의를 거친 끝에 23일 국제 금융규제 개혁에 관한 6가지 사항을 다음 달 서울 정상회의에서 우선적으로 다루는 데 합의했다. 그러면서 코뮈니케(공동성명)를 통해 "지체없이 금융규제개혁을 완료할 것"을 다짐했다. 지난 19~20일 서울에서 열린 금융안정위원회(FSB) 총회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회의 때 윤곽이 잡힌 금융규제 방안을 조속히 완성하기로 G20 회원국들이 의견을 모은 셈이다. 이로써 내년 상반기까지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SIFI를 골라내 추가 규제 방법을 정하는 사안은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엄격한 기준으로 자본과 유동성 확보를 강제하는 조치도 이행 절차를 밟아갈 것으로 보인다. ◇G20, 금융규제 강화에 한목소리 G20 경주 회의에서 국제 금융규제 개혁안과 관련한 논의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다.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데 대해서는 특별한 이견 없이 합의에 이르렀다는 후문이다. G20 각국이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환율과 국제수지,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조정 등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낼 때 작지 않은 진통을 겪은 것과 대조적이다. 그만큼 국제 금융위기가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면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금융감독 시스템을 튼튼히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각자의 입장을 초월한 공감대가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G20은 코뮈니케에서 "우리는 금융규제 개선을 위한 국내적, 국제적 차원의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하였으며, 각국의 당국은 공정경쟁 기반을 확보하고 시장 분할과 보호주의 그리고 규제 차익을 회피할 수 있도록 국제 기준을 일관성 있게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이 순조롭게 협의가 진행된 데에는 금융규제 개혁안은 FSB와 BCBS의 전문가 그룹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쳤을 뿐 아니라 아직 구체적인 형태를 띠지 못한 `진행형' 이슈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 환율과 IMF 지분개혁 문제가 독보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내용이 매우 복잡하고 난해한 금융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아진 측면도 있다. ◇금융규제 개혁안에 어떤 내용 담았나 이번 회의에서 통과된 금융규제 개혁안의 6가지 사항 가운데 큰 줄기는 은행 자본과 유동성의 양과 질을 높이고, SIFI에 대한 추가 규제를 차질없이 추진하자는 것이다. 은행 자본과 관련해서는 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보통주자본에 대한 정의를 엄격히 하고, 최소한 확보해야 하는 보통주자본 비율도 높이는 내용이 핵심이다. 예상치 못한 손실이 생기거나 경기가 급격히 나빠져도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본을 추가로 쌓도록 했다. 여기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당장 30일 동안 버틸 수 있는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보유하고, 만기가 1년 이상으로 긴 자산에 묶여 있어도 그보다 많은 자금을 유지하도록 단기 및 중장기 유동성 비율을 도입했다. SIFI에 대해서는 덩치가 큰 금융회사일수록 위기 때 국민 세금을 동원해 지원하는 데서 비롯한 SIFI의 `대마불사' 논란을 잠재우려고 추가 건전성 규제와 정리 절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G20은 우선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SIFI'에 대해 강화된 규제안을 우선 적용하기로 하고, BCBS가 SIFI로 지정할 수 있는 대형 은행 목록을 FSB에 제출하면 내년 3월부터 검토를 거쳐 상반기 중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이 밖에 자본 보유량이 부외자산과 파생거래를 포함한 명목 총자산의 3%를 넘도록 하는 레버리지 규제, 감독기관의 금융회사 점검 절차, 장외파생상품 시장의 규제 개혁 등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규제 개혁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회사의 보상 관행, 새로운 회계기준, 신용평가사에 대한 의존 축소, 금융규제 개혁안에 대한 신흥국 관점 반영 등의 사항도 서울 정상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이번 규제가 기회일 수도" 은행 자본과 유동성에 대한 개혁은 사안에 따라 2013~2016년부터 몇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적용 수위가 높아지는 호흡이 긴 문제다. 그래서 규제 강화가 단기적으로는 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이행 준비 기간에 대비를 철저히 해 두면 오히려 외국 금융회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본을 충분히 확보한 국내 금융회사로서는 득이 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BCBS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규제 강화에 따라 국내 은행의 수익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장점을 잘 활용하면 세계적 은행으로 도약할 좋은 기회가 된다"고 언급했다. SIFI에 대한 추가 규제 역시 우선 글로벌 SIFI에 대한 규제를 먼저 도입, 파급 영향을 살피고 나서 국내 수준의 대형 금융회사에 적용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금융규제 개혁이 당장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아직 규제 방안이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금융회사의 규모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눠 규제의 강도와 시기를 차등 적용할 가능성이 커 국내 금융회사로서는 `규제 차익'을 노릴 만하다. 금융연구원 김병덕 선임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금융회사를 6개 그룹으로 분류해 차별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서구의 국제적 금융회사보다 국제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으므로 최하위 등급으로 매겨질 가능성이 커 이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