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IMF개혁 빅딜…서울회의 청신호

입력 2010.10.2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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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질서 재편'에 경제권력 이동 급물살 전망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23일 발표한 경주회의 결과물은 예상을 넘는 파격적 성과를 담아낸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규제 등 주요의제가 결실을 본데다 최대 쟁점이던 환율논쟁을 어느 정도 봉합할 수 있는 표현들을 코뮈니케(성명)에 담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투표권인 쿼터 개혁 논의도 진일보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 금융질서 재편은 물론 경제권력 이동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확전과 종전의 기로에 섰던 환율 전쟁은 '경상수지 목표제' 도입 방침과 '시장결정적 환율제도 이행' 등 진일보한 콘텐츠에 합의하면서 종전(終戰)에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행 담보가 쉽지 않아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 개최에는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평가된다.

◇환율전쟁과 IMF 지분다툼 와중 '빅딜'

최대 성과는 글로벌 이해각축이 총성 없는 전쟁으로 비화한 환율이다. 환율문제는 자국 통화가치를 내려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 탓에 미국과 중국, 이른바 G2를 중심으로 일본, 브라질, 유럽까지 가세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인 글로벌 경제현안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가 '환율 회의'로 불리며 1985년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이뤄진 '플라자 합의'처럼 회의가 열린 힐튼호텔 이름을 딴 '힐튼 합의'나 '경주 합의'의 가능성을 엿보기도 했었다.

코뮈니케가 담아낸 합의는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보호무역 비등에 따른 파국을 피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코뮈니케는 "모든 무역 보호조치를 배격하고 무여장벽을 더욱 줄이는데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합의의 핵심은 중국을 겨냥해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로의 이행을 명시한데다 경쟁적인 평가절하 자제를 촉구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아울러 경상수지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정 비율로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자는 방침은 처음 등장한 내용이다. G20이 논의 중인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프레임워크(협력체계)'의 핵심 과제인 경상수지 적자국과 흑자국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에 환율을 접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양보'에 무게가 실린 중국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IMF 쿼터 개혁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에 쿼터 이전을 극도로 꺼리던 선진국이 신흥.개도국에 넘기는 쿼터 규모를 종전 5% 이상에서 6% 이상으로 늘린 것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대한 양보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경제권력의 이동을 의미하는 IMF 쿼터 개혁과 환율을 놓고 선진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개도국 사이에 '빅 딜'이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구체적인 국가별 이전 규모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중국이 IMF 쿼터를 G2에 걸맞게 현재 6위에서 2위까지 보장받기로 한 이면합의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유럽은 이사회 의석 9석 가운데 2석을 포기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가 IMF의 10대 주주로 등극할 가능성이 커졌다.

◇新금융규제 최종안 합의..금융안전망도 진일보

아울러 금융규제는 지난 19~20일 서울에서 열린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회의와 금융안정위원회(FSB) 총회의 합의 사항을 수정 없이 그대로 추인했다.

G20 정상회의 탄생의 발단이 된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이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핵심은 금융회사의 지나친 위험추구 행위를 방지하고 위기에 대비해 쌓아두는 자본의 양과 질을 높이는 이른바 `바젤Ⅲ'다.

한국이 주도하는 '코리아 이니셔티브' 가운데 글로벌 금융안전망(GFSN) 논의도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IMF가 탄력대출제도(FCL)의 업그레이드와 예방대출제도(PCL)의 신규 도입 등 대출제도를 개선한 1단계 조치를 환영하고 2단계로 시스템적 위기 전염을 막는 추가 안전장치 마련을 위한 노력도 계속해 나갈 방침이기 때문이다.

개발 의제 역시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만들어 나가기로 하면서 더욱 구체화됐다.

◇서울회의 성공개최 청신호..환율 불씨 사라질지 주목

기대 이상의 경주 합의에 성공하면서 다음달 11~12일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전망은 일단 애초보다 밝아졌다. 이번 합의가 나오기 전에는 환율 난관에 봉착해 다른 의제의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환율 합의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그간의 환율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애초 GDP 대비 4%로 거론되던 목표 수치가 명시되지 않은데다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도 마땅치 않아 실제 효과를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장의 반응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적 안정 효과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 정상회의에서 보다 진전된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세계 경제의 중장기 균형성장 프레임워크 추진을 위한 액션플랜에 합의할 예정인 만큼 환율 해법이 더 정교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번에 빠진 GDP 대비 목표 수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내년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셈이다.전세계가 환율전쟁에 이은 보호무역주의 대두로 공멸의 길을 갈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고 타협의 길로 접어든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중장기적으로 위안화 평가절상이 이뤄질 경우 원화의 동반 절상을 불러올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국가간 쿼터 추가 획득을 위한 IMF 쿼터개혁 과정에서 한국의 위상이 저평가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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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율-IMF개혁 빅딜…서울회의 청신호
    • 입력 2010-10-23 17:14:34
    연합뉴스
금융질서 재편'에 경제권력 이동 급물살 전망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23일 발표한 경주회의 결과물은 예상을 넘는 파격적 성과를 담아낸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규제 등 주요의제가 결실을 본데다 최대 쟁점이던 환율논쟁을 어느 정도 봉합할 수 있는 표현들을 코뮈니케(성명)에 담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투표권인 쿼터 개혁 논의도 진일보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 금융질서 재편은 물론 경제권력 이동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확전과 종전의 기로에 섰던 환율 전쟁은 '경상수지 목표제' 도입 방침과 '시장결정적 환율제도 이행' 등 진일보한 콘텐츠에 합의하면서 종전(終戰)에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행 담보가 쉽지 않아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 개최에는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평가된다. ◇환율전쟁과 IMF 지분다툼 와중 '빅딜' 최대 성과는 글로벌 이해각축이 총성 없는 전쟁으로 비화한 환율이다. 환율문제는 자국 통화가치를 내려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 탓에 미국과 중국, 이른바 G2를 중심으로 일본, 브라질, 유럽까지 가세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인 글로벌 경제현안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가 '환율 회의'로 불리며 1985년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이뤄진 '플라자 합의'처럼 회의가 열린 힐튼호텔 이름을 딴 '힐튼 합의'나 '경주 합의'의 가능성을 엿보기도 했었다. 코뮈니케가 담아낸 합의는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보호무역 비등에 따른 파국을 피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코뮈니케는 "모든 무역 보호조치를 배격하고 무여장벽을 더욱 줄이는데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합의의 핵심은 중국을 겨냥해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로의 이행을 명시한데다 경쟁적인 평가절하 자제를 촉구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아울러 경상수지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정 비율로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자는 방침은 처음 등장한 내용이다. G20이 논의 중인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프레임워크(협력체계)'의 핵심 과제인 경상수지 적자국과 흑자국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에 환율을 접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양보'에 무게가 실린 중국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IMF 쿼터 개혁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에 쿼터 이전을 극도로 꺼리던 선진국이 신흥.개도국에 넘기는 쿼터 규모를 종전 5% 이상에서 6% 이상으로 늘린 것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대한 양보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경제권력의 이동을 의미하는 IMF 쿼터 개혁과 환율을 놓고 선진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개도국 사이에 '빅 딜'이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구체적인 국가별 이전 규모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중국이 IMF 쿼터를 G2에 걸맞게 현재 6위에서 2위까지 보장받기로 한 이면합의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유럽은 이사회 의석 9석 가운데 2석을 포기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가 IMF의 10대 주주로 등극할 가능성이 커졌다. ◇新금융규제 최종안 합의..금융안전망도 진일보 아울러 금융규제는 지난 19~20일 서울에서 열린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회의와 금융안정위원회(FSB) 총회의 합의 사항을 수정 없이 그대로 추인했다. G20 정상회의 탄생의 발단이 된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이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핵심은 금융회사의 지나친 위험추구 행위를 방지하고 위기에 대비해 쌓아두는 자본의 양과 질을 높이는 이른바 `바젤Ⅲ'다. 한국이 주도하는 '코리아 이니셔티브' 가운데 글로벌 금융안전망(GFSN) 논의도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IMF가 탄력대출제도(FCL)의 업그레이드와 예방대출제도(PCL)의 신규 도입 등 대출제도를 개선한 1단계 조치를 환영하고 2단계로 시스템적 위기 전염을 막는 추가 안전장치 마련을 위한 노력도 계속해 나갈 방침이기 때문이다. 개발 의제 역시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만들어 나가기로 하면서 더욱 구체화됐다. ◇서울회의 성공개최 청신호..환율 불씨 사라질지 주목 기대 이상의 경주 합의에 성공하면서 다음달 11~12일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전망은 일단 애초보다 밝아졌다. 이번 합의가 나오기 전에는 환율 난관에 봉착해 다른 의제의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환율 합의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그간의 환율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애초 GDP 대비 4%로 거론되던 목표 수치가 명시되지 않은데다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도 마땅치 않아 실제 효과를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장의 반응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적 안정 효과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 정상회의에서 보다 진전된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세계 경제의 중장기 균형성장 프레임워크 추진을 위한 액션플랜에 합의할 예정인 만큼 환율 해법이 더 정교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번에 빠진 GDP 대비 목표 수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내년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셈이다.전세계가 환율전쟁에 이은 보호무역주의 대두로 공멸의 길을 갈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고 타협의 길로 접어든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중장기적으로 위안화 평가절상이 이뤄질 경우 원화의 동반 절상을 불러올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국가간 쿼터 추가 획득을 위한 IMF 쿼터개혁 과정에서 한국의 위상이 저평가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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