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흙까지 먹어가며 ”여기가 명당!”

입력 2010.11.03 (09:11) 수정 2010.11.0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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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앞에는 물이 흐르고 뒤로는 병풍처럼 산이 있는 곳을 흔히 명당이라고 하죠? 네, 배산 임수라고 하던가요...



미신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풍수지리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좋은 묏자리를 찾는데 정성이죠.



이민우 기자, 이런 점을 악용한 꽤 큰 사기사건이 났다고요?



<리포트>



네. 실제로 믿건 안 믿건, 명당 싫다는 사람은 많지 않겠죠.



부모님을 좋은 곳에 모셔야, 혹은 내가 좋은 곳에 묻혀야 후손들이 잘된다는 마음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유명한 지관을 찾았습니다. 별명도 산신령입니다.



산신령같이 훌륭한 지관이 찍어주는 소문난 명당인데, 당연히 비싼 건 각오해야겠죠.



그래서 수 천만원, 수 억원을 줬는데 갑자기 연락이 뚝 끊겼습니다.



산신령은 사기꾼이었던거죠.



산 중턱에 자리 잡은 한 묘지. 경관이 탁 트이고 뒤로는 산이 둘러싸여 일명 명당 묏자리라고 불립니다.



이런 묏자리에 따라서 후손들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는 믿음이 옛 부터 전해져 왔는데요.



<인터뷰> 70대 김모 씨 : "부모를 잘못 모시면 집안에 우환이 생기고 없던 병마도 들어오고 고통 받는 가정도 있기 때문에 조상을 잘 모시려고 하는 거지..."



<인터뷰> 60대 이모 씨 : "이장하고 후손들이 잘못되는 경우도 있고 이장하고 후손들이 잘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좋은 자리 나쁜 자리가 있기는 있겠죠."



명당 묏자리를 쓸 수만 있다면 큰돈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인터뷰> 70대 강모 씨 : "잘 써야 된다니까 모두 묏자리를 돈 주고 많이 사죠. 지관들을 돈 주고 데려가서..."



경기도 파주 일대에서 산신령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지관으로 알려진 53살 최 모씨.



따로 사무실이 없었는데도 소문만 듣고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는데요.



<인터뷰> 동네 주민 : "산소 자리도 잘 보고 풍수지리도 잘 알고 산소 자리도 봐주고 향 봐주고..."



<인터뷰> 동네 주민 : "그 사람한테 30분 들으면 안 넘어가는 사람이 없어요. 입소문으로 해서 찾는 사람도 많고 지관은 잘 봤어요."



이런 소문을 듣고 최 씨를 찾아온 김 모씨.



묘지 이장사업을 하던 김 씨에게 최 씨는 2년 전 명당이라며 경기도 연천군의 한 묏자리를 보여줬는데요.



<녹취> 피해자 김모 씨 (음성변조) : "피의자가 묘지 이장공사 하는데 있어서 공사나 이런 부분을 해주겠다. 그러니 돈을 얼마 투자를 해라."



최 씨는 자신이 지목한 곳의 흙까지 직접 먹어가며 묏자리가 명당임을 강조했다는데요.



<인터뷰> 피해자 박씨 아들 (음성변조) : "사기꾼이지 사기꾼, (잘 보이려고) 흙도 집어 먹고 그런다니까"



투자금 명목으로 1억 9천 6백만원을 최씨에게 건넨 김씨,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뒤로 최씨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녹취> 피해자 김모 씨 (음성변조) : "약속 어음을 차일피일 미루고 그 사람이 저를 만나주지 않으니까 서류상이나 계약서상으로 봐도 계약한 근거도 없고..."



하지만 이 땅의 주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최씨가 다른 사람의 땅을 마치 자신의 땅인 양 속여 명당 묏자리라고 판 것인데요.



<인터뷰> 실제 땅 주인 아들 (음성변조) : "우리 입장에서는 쓸모가 없는 땅이어서 정리를 한 건데 그거를 자기가 명의 이전해서 네 필로 나눠가지고 장난을 쳤어요."



실제로 명의 이전도 하지 않은 남의 땅을 여러 사람을 상대로 이중 계약을 한 것입니다.



<인터뷰> 실제 땅 주인 아들 (음성변조) : "사기 친 땅을 가지고 그 사람들(피해자)한테 명당자리라고 판 거예요. 두 사람한테 팔고 세 사람한테 팔고 그런 식으로 피해자가 생긴 거라니까..."



경찰조사결과 최 씨는 지난 2005년부터 최근까지 이런 수법으로 모두 8명에게 12억 7천여만원을 받아 가로챘는데요.



한 사람당 적게는 3000만원에서 많게는 8억 1000만원까지 묏자리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 것입니다.



<인터뷰> 이정재 경사(경기도 파주경찰서) : "계약금 받고 중도금 받고 받을 때까지 다 받고 그 다음에 안 나오면 이제 연락처 끊는 거죠."



사람들에게 유능한 지관으로 통한 최씨 하지만 실제 그의 직업은 농업이었습니다.



전과 16범의 사기꾼이었는데요.



최씨가 묏자리 매매를 하면서 사용한 위조문서들입니다.



피해자들은 이 가짜 계약서와 가짜 매매 위임장을 보고 최씨에게 아무런 의심 없이 돈을 준 것입니다.



<인터뷰> 이정재 경사(경기도 파주경찰서) : "가짜 위임장을 위조 해 가지고 위임장 보여주고 인감도 측량용으로 받았는데 괄호 열고 매매용 이렇게 쓴 거죠. 그래서 그걸 보여 준거죠."



이미 사기는 물론 문서 위조 혐의로 수배 중이었던 최씨.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민통선 안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숨어 살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이정재 경사(경기도 파주경찰서) : "숨는 노하우가 있는 것 같아요. 민통선 안에서 숨었던 거죠. 그렇지만 군인들이 수배자인지 아닌지는 모르지 않습니까."



유명한 지관행세를 하며 사기행각을 벌인 최씨, 경찰은 최 씨를 상대로 드러나지 않은 추가 범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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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흙까지 먹어가며 ”여기가 명당!”
    • 입력 2010-11-03 09:11:34
    • 수정2010-11-03 09: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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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앞에는 물이 흐르고 뒤로는 병풍처럼 산이 있는 곳을 흔히 명당이라고 하죠? 네, 배산 임수라고 하던가요...

미신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풍수지리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좋은 묏자리를 찾는데 정성이죠.

이민우 기자, 이런 점을 악용한 꽤 큰 사기사건이 났다고요?

<리포트>

네. 실제로 믿건 안 믿건, 명당 싫다는 사람은 많지 않겠죠.

부모님을 좋은 곳에 모셔야, 혹은 내가 좋은 곳에 묻혀야 후손들이 잘된다는 마음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유명한 지관을 찾았습니다. 별명도 산신령입니다.

산신령같이 훌륭한 지관이 찍어주는 소문난 명당인데, 당연히 비싼 건 각오해야겠죠.

그래서 수 천만원, 수 억원을 줬는데 갑자기 연락이 뚝 끊겼습니다.

산신령은 사기꾼이었던거죠.

산 중턱에 자리 잡은 한 묘지. 경관이 탁 트이고 뒤로는 산이 둘러싸여 일명 명당 묏자리라고 불립니다.

이런 묏자리에 따라서 후손들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는 믿음이 옛 부터 전해져 왔는데요.

<인터뷰> 70대 김모 씨 : "부모를 잘못 모시면 집안에 우환이 생기고 없던 병마도 들어오고 고통 받는 가정도 있기 때문에 조상을 잘 모시려고 하는 거지..."

<인터뷰> 60대 이모 씨 : "이장하고 후손들이 잘못되는 경우도 있고 이장하고 후손들이 잘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좋은 자리 나쁜 자리가 있기는 있겠죠."

명당 묏자리를 쓸 수만 있다면 큰돈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인터뷰> 70대 강모 씨 : "잘 써야 된다니까 모두 묏자리를 돈 주고 많이 사죠. 지관들을 돈 주고 데려가서..."

경기도 파주 일대에서 산신령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지관으로 알려진 53살 최 모씨.

따로 사무실이 없었는데도 소문만 듣고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는데요.

<인터뷰> 동네 주민 : "산소 자리도 잘 보고 풍수지리도 잘 알고 산소 자리도 봐주고 향 봐주고..."

<인터뷰> 동네 주민 : "그 사람한테 30분 들으면 안 넘어가는 사람이 없어요. 입소문으로 해서 찾는 사람도 많고 지관은 잘 봤어요."

이런 소문을 듣고 최 씨를 찾아온 김 모씨.

묘지 이장사업을 하던 김 씨에게 최 씨는 2년 전 명당이라며 경기도 연천군의 한 묏자리를 보여줬는데요.

<녹취> 피해자 김모 씨 (음성변조) : "피의자가 묘지 이장공사 하는데 있어서 공사나 이런 부분을 해주겠다. 그러니 돈을 얼마 투자를 해라."

최 씨는 자신이 지목한 곳의 흙까지 직접 먹어가며 묏자리가 명당임을 강조했다는데요.

<인터뷰> 피해자 박씨 아들 (음성변조) : "사기꾼이지 사기꾼, (잘 보이려고) 흙도 집어 먹고 그런다니까"

투자금 명목으로 1억 9천 6백만원을 최씨에게 건넨 김씨,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뒤로 최씨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녹취> 피해자 김모 씨 (음성변조) : "약속 어음을 차일피일 미루고 그 사람이 저를 만나주지 않으니까 서류상이나 계약서상으로 봐도 계약한 근거도 없고..."

하지만 이 땅의 주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최씨가 다른 사람의 땅을 마치 자신의 땅인 양 속여 명당 묏자리라고 판 것인데요.

<인터뷰> 실제 땅 주인 아들 (음성변조) : "우리 입장에서는 쓸모가 없는 땅이어서 정리를 한 건데 그거를 자기가 명의 이전해서 네 필로 나눠가지고 장난을 쳤어요."

실제로 명의 이전도 하지 않은 남의 땅을 여러 사람을 상대로 이중 계약을 한 것입니다.

<인터뷰> 실제 땅 주인 아들 (음성변조) : "사기 친 땅을 가지고 그 사람들(피해자)한테 명당자리라고 판 거예요. 두 사람한테 팔고 세 사람한테 팔고 그런 식으로 피해자가 생긴 거라니까..."

경찰조사결과 최 씨는 지난 2005년부터 최근까지 이런 수법으로 모두 8명에게 12억 7천여만원을 받아 가로챘는데요.

한 사람당 적게는 3000만원에서 많게는 8억 1000만원까지 묏자리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 것입니다.

<인터뷰> 이정재 경사(경기도 파주경찰서) : "계약금 받고 중도금 받고 받을 때까지 다 받고 그 다음에 안 나오면 이제 연락처 끊는 거죠."

사람들에게 유능한 지관으로 통한 최씨 하지만 실제 그의 직업은 농업이었습니다.

전과 16범의 사기꾼이었는데요.

최씨가 묏자리 매매를 하면서 사용한 위조문서들입니다.

피해자들은 이 가짜 계약서와 가짜 매매 위임장을 보고 최씨에게 아무런 의심 없이 돈을 준 것입니다.

<인터뷰> 이정재 경사(경기도 파주경찰서) : "가짜 위임장을 위조 해 가지고 위임장 보여주고 인감도 측량용으로 받았는데 괄호 열고 매매용 이렇게 쓴 거죠. 그래서 그걸 보여 준거죠."

이미 사기는 물론 문서 위조 혐의로 수배 중이었던 최씨.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민통선 안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숨어 살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이정재 경사(경기도 파주경찰서) : "숨는 노하우가 있는 것 같아요. 민통선 안에서 숨었던 거죠. 그렇지만 군인들이 수배자인지 아닌지는 모르지 않습니까."

유명한 지관행세를 하며 사기행각을 벌인 최씨, 경찰은 최 씨를 상대로 드러나지 않은 추가 범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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