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도자 눈물 믿을 수 있나?

입력 2010.11.05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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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차기 하원의장직을 예약한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 2일 TV로 생중계되는 연설 도중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가난한 집안에서 12명의 자녀 가운데 둘째로 성장해 젊은 시절 온갖 역경을 딛고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낸 인생역정이 담긴 눈물이었다.

그는 마루 닦는 일과 웨이터, 술집 종업원, 야간근무 등 온갖 궂은 일을 하며 학업을 마쳤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를 전하면서 "시청자들은 정치인의 뺨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본 것이 아마 처음은 아닐 것"이라면서 눈물을 흘리는 정치 지도자들의 이면을 분석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미국의 대통령 가운데 2명의 조지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모두 어느 순간 눈가의 눈물을 훔친 적이 있다.

특히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감정의 폭발'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리오 데 자네이로가 2016년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뒤 기억에 남을 만한 눈물을 쏟아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지난 9월 아프간이 처한 상황을 개탄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전 세계 주요 신문의 머릿기사를 장식했다.

봅 호크 전 호주 총리도 재임 도중 눈물로 유명세를 탔다.

약간은 우락부락한 터프가이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호크 전 총리는 딸의 약물 중독과 자신의 부정(不貞)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중 눈물을 흘렸고 심지어 1989년 천안문 광장에서 숨진 중국 학생들 얘기를 하면서도 눈물을 보였다.

`철의 여인'으로 알려져 있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도 1990년 총리 관저를 떠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치 지도자들은 왜 눈물을 흘리는 걸까?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은 공개적으로 눈물을 흘리는 것이 수십년 전보다 훨씬 더 대중들에게 잘 수용된다는데 동의한다.

주디 제임스 행태심리학 전문가는 "많은 정치인들은 눈물을 흘리면 사람들이 자신을 푸근하게 생각해 지지를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기본적으로는 그렇다"고 말했다.

제임스는 영국의 신인 가수 발굴 프로그램인 엑스팩토를 예로 들며 모든 출연자가 표를 얻기 위해 생방송 도중 운다고 소개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죽었을 때 토니 블레어 총리가 흘린 눈물은 영국인 모두가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던 때라 동일한 감정을 공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많은 영국인들은 이후 블레어 총리가 정치적 제스처로 흘리는 눈물을 보면서 진의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그의 `감정적인 내보이기'에 대해 경계심을 갖게 됐다고 제임스는 강조했다.

또 다른 심리학자는 "우리는 정치인, 특히 남성 정치 지도자가 아버지와 같이 매우 강하기를 원하면서도 또 다른 측면에서는 그들이 인간적이기를 희망한다"면서 정치인의 눈물이 대중들에게 먹혀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베이너 원내대표의 눈물은 그가 말하는 것과 너무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진정한 눈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정치인의 눈물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간혹 역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대통령 선거 도중 흘린 눈물은 비평가들에 의해 당시 "그녀가 미국의 최고 지도자라는 자리에 오를 만큼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증거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때에 적절한 장소에서 흘리는 눈물은 의심할 여지 없이 감정에 호소할 수 있고 멀게만 보였던 정치인을 인간적으로 보이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프랑스 소설가 장 지로두는 "성공을 하느냐 마느냐의 비밀은 진정성"이라면서 "일단 진짜인 척 할 수만 있다면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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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지도자 눈물 믿을 수 있나?
    • 입력 2010-11-05 06:35:55
    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차기 하원의장직을 예약한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 2일 TV로 생중계되는 연설 도중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가난한 집안에서 12명의 자녀 가운데 둘째로 성장해 젊은 시절 온갖 역경을 딛고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낸 인생역정이 담긴 눈물이었다. 그는 마루 닦는 일과 웨이터, 술집 종업원, 야간근무 등 온갖 궂은 일을 하며 학업을 마쳤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를 전하면서 "시청자들은 정치인의 뺨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본 것이 아마 처음은 아닐 것"이라면서 눈물을 흘리는 정치 지도자들의 이면을 분석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미국의 대통령 가운데 2명의 조지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모두 어느 순간 눈가의 눈물을 훔친 적이 있다. 특히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감정의 폭발'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리오 데 자네이로가 2016년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뒤 기억에 남을 만한 눈물을 쏟아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지난 9월 아프간이 처한 상황을 개탄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전 세계 주요 신문의 머릿기사를 장식했다. 봅 호크 전 호주 총리도 재임 도중 눈물로 유명세를 탔다. 약간은 우락부락한 터프가이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호크 전 총리는 딸의 약물 중독과 자신의 부정(不貞)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중 눈물을 흘렸고 심지어 1989년 천안문 광장에서 숨진 중국 학생들 얘기를 하면서도 눈물을 보였다. `철의 여인'으로 알려져 있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도 1990년 총리 관저를 떠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치 지도자들은 왜 눈물을 흘리는 걸까?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은 공개적으로 눈물을 흘리는 것이 수십년 전보다 훨씬 더 대중들에게 잘 수용된다는데 동의한다. 주디 제임스 행태심리학 전문가는 "많은 정치인들은 눈물을 흘리면 사람들이 자신을 푸근하게 생각해 지지를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기본적으로는 그렇다"고 말했다. 제임스는 영국의 신인 가수 발굴 프로그램인 엑스팩토를 예로 들며 모든 출연자가 표를 얻기 위해 생방송 도중 운다고 소개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죽었을 때 토니 블레어 총리가 흘린 눈물은 영국인 모두가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던 때라 동일한 감정을 공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많은 영국인들은 이후 블레어 총리가 정치적 제스처로 흘리는 눈물을 보면서 진의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그의 `감정적인 내보이기'에 대해 경계심을 갖게 됐다고 제임스는 강조했다. 또 다른 심리학자는 "우리는 정치인, 특히 남성 정치 지도자가 아버지와 같이 매우 강하기를 원하면서도 또 다른 측면에서는 그들이 인간적이기를 희망한다"면서 정치인의 눈물이 대중들에게 먹혀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베이너 원내대표의 눈물은 그가 말하는 것과 너무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진정한 눈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정치인의 눈물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간혹 역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대통령 선거 도중 흘린 눈물은 비평가들에 의해 당시 "그녀가 미국의 최고 지도자라는 자리에 오를 만큼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증거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때에 적절한 장소에서 흘리는 눈물은 의심할 여지 없이 감정에 호소할 수 있고 멀게만 보였던 정치인을 인간적으로 보이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프랑스 소설가 장 지로두는 "성공을 하느냐 마느냐의 비밀은 진정성"이라면서 "일단 진짜인 척 할 수만 있다면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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