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정보전 치열 ‘톱니 수도 비밀’

입력 2010.11.12 (13:14) 수정 2010.11.1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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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숫자는 시합 때까지 절대 밖에 알리지 마세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사이클 대표팀의 마지막 트랙 훈련이 치러진 12일 광저우대학 벨로드롬.



선수들이 타고 경기에 나설 사이클의 세팅과 관련해 코치진과 의견을 주고받던 정비사 전용철(42)씨가 갑자기 지켜보던 기자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비밀 유지'를 부탁했다.



전씨가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한 것은 선수들 자전거 바퀴와 체인을 연결하는 기어의 톱니 숫자다.



사이클 선수들은 각자의 몸 상태와 경기 스타일에 알맞은 톱니 수를 맞춰 놓고 경기에 나선다.



예를 들어 '50-15'라고 하면 앞바퀴 기어의 톱니가 50개고, 뒷바퀴는 15개짜리로 자전거를 세팅한다는 의미다. 톱니 수가 많을수록 강한 힘을 전달할 수 있지만 힘은 더 많이 든다.



이 숫자는 절대 경쟁자에게 들켜서는 안 되는 일급비밀이다.



우리가 어떤 장비를 쓰는지 상대가 알면 우리 선수의 상태를 미루어 파악할 수 있고, 또 상대하기 편한 장비를 들고 경기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작전 유출'이 되는 셈이다.



전씨는 "우리가 쓰는 톱니 숫자를 상대가 미리 파악해 한 단계 높은 기어를 가지고 나와 우리 선수의 힘을 빼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기본적으로 선수들은 긴 훈련을 토대로 자신의 몸에 가장 알맞은 상태로 자전거를 세팅하고 경기에 나서기 때문에 함부로 상대에 맞춰 톱니 수를 조절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전씨는 "한 번에 힘을 몰아서 쏟아부어야 하는 단거리 종목에서는 이 정보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경기장 안에서도 한국과 중국 등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나라들은 일부러 정비 장소를 먼 곳에 잡아 정보 유출을 방지하곤 한다고 전씨는 덧붙였다.



전씨는 그러면서 "지금 중국 선수들이 달리는 것을 보니 아마도 앞바퀴 톱니는 53개인 것 같다"며 상대 분석도 곁들였다.



장비뿐 아니라 선수들의 실력에 대한 탐색도 치열했다.



경기를 하루 앞둔 이날 경기장은 마지막 점검에 나선 각국 선수단으로 북적거렸다.



한국 선수단이 훈련한 1시간 동안에도 중국을 비롯해 일본, 인도네시아, 대만, 카타르, 카자흐스탄 등 여러 나라 선수들이 동시에 트랙을 돌았다.



대표팀 코치진은 선수들의 상태를 주로 살피면서도 라이벌 중국 선수가 달리자 쉴새없이 스톱워치를 누르며 상대 실력을 동시에 살폈다.



박일창(울산광역시청) 코치는 "아시아 나라들도 최근 전력이 많이 평준화됐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장윤호(대한지적공사) 감독도 "중국 코치진도 계속 우리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서로 신경을 쓰면서 긴장을 끌어올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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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클 정보전 치열 ‘톱니 수도 비밀’
    • 입력 2010-11-12 13:14:08
    • 수정2010-11-12 15:16:30
    연합뉴스
 "이 숫자는 시합 때까지 절대 밖에 알리지 마세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사이클 대표팀의 마지막 트랙 훈련이 치러진 12일 광저우대학 벨로드롬.

선수들이 타고 경기에 나설 사이클의 세팅과 관련해 코치진과 의견을 주고받던 정비사 전용철(42)씨가 갑자기 지켜보던 기자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비밀 유지'를 부탁했다.

전씨가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한 것은 선수들 자전거 바퀴와 체인을 연결하는 기어의 톱니 숫자다.

사이클 선수들은 각자의 몸 상태와 경기 스타일에 알맞은 톱니 수를 맞춰 놓고 경기에 나선다.

예를 들어 '50-15'라고 하면 앞바퀴 기어의 톱니가 50개고, 뒷바퀴는 15개짜리로 자전거를 세팅한다는 의미다. 톱니 수가 많을수록 강한 힘을 전달할 수 있지만 힘은 더 많이 든다.

이 숫자는 절대 경쟁자에게 들켜서는 안 되는 일급비밀이다.

우리가 어떤 장비를 쓰는지 상대가 알면 우리 선수의 상태를 미루어 파악할 수 있고, 또 상대하기 편한 장비를 들고 경기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작전 유출'이 되는 셈이다.

전씨는 "우리가 쓰는 톱니 숫자를 상대가 미리 파악해 한 단계 높은 기어를 가지고 나와 우리 선수의 힘을 빼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기본적으로 선수들은 긴 훈련을 토대로 자신의 몸에 가장 알맞은 상태로 자전거를 세팅하고 경기에 나서기 때문에 함부로 상대에 맞춰 톱니 수를 조절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전씨는 "한 번에 힘을 몰아서 쏟아부어야 하는 단거리 종목에서는 이 정보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경기장 안에서도 한국과 중국 등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나라들은 일부러 정비 장소를 먼 곳에 잡아 정보 유출을 방지하곤 한다고 전씨는 덧붙였다.

전씨는 그러면서 "지금 중국 선수들이 달리는 것을 보니 아마도 앞바퀴 톱니는 53개인 것 같다"며 상대 분석도 곁들였다.

장비뿐 아니라 선수들의 실력에 대한 탐색도 치열했다.

경기를 하루 앞둔 이날 경기장은 마지막 점검에 나선 각국 선수단으로 북적거렸다.

한국 선수단이 훈련한 1시간 동안에도 중국을 비롯해 일본, 인도네시아, 대만, 카타르, 카자흐스탄 등 여러 나라 선수들이 동시에 트랙을 돌았다.

대표팀 코치진은 선수들의 상태를 주로 살피면서도 라이벌 중국 선수가 달리자 쉴새없이 스톱워치를 누르며 상대 실력을 동시에 살폈다.

박일창(울산광역시청) 코치는 "아시아 나라들도 최근 전력이 많이 평준화됐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장윤호(대한지적공사) 감독도 "중국 코치진도 계속 우리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서로 신경을 쓰면서 긴장을 끌어올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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