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남북, 또 ‘따로 입장’

입력 2010.11.1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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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과 손을 맞잡았던 남북한 선수단의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개회식 공동 입장은 사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추억이 된 지 오래다.

12일 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막을 올린 광저우 주장(珠江) 하이신사(海心沙) 특설무대.

화려한 식전 행사가 끝나고 나서 이번 대회에 참가한 45개국의 선수단이 아프가니스탄을 필두로 개막 행진을 시작했고 북한은 캄보디아에 이어 여덟 번째로 주장 강물 위에 설치된 무대로 들어왔다.

인공기와 `DPR KOREA'(朝鮮)가 새겨진 팻말을 앞세운 북한 선수단은 정인철 단장을 비롯한 80여명이 선수단이 검은색 상의에 짙은 회색 바지와 치마 등 정장으로 차려입고 일곱 번째로 입장했다.

북한 선수단이 입장하자 특설무대 뒤편의 1, 2, 3층 스탠드를 가득 메운 중국 관중은 우렁찬 박수로 환영했다. 북한 임원과 선수들도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귀빈석이 있는 중앙에서 왼쪽으로 1층 맨 앞쪽에 자리를 잡은 북한 임원 10여명도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로 들어서는 선수단을 향해 인공기 수기를 흔들었다.

북한 선수단은 성화대 밑 중앙 통로를 중심으로 왼쪽에 자리를 잡았다.

남자 핸드볼 간판 윤경신이 기수로 나선 한국 선수단은 알파벳 순서에 따라 카자흐스탄에 이어 전체 45개국 중 16번째로 입장했다. 하늘색 상의와 흰색 바지나 치마를 입은 임원과 154명의 임원과 선수들은 태극기를 앞세워 무대로 들어섰다.

먼저 자리를 잡았던 북한 선수들은 중앙 통로를 지나가는 남측 선수단의 행렬을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봤다.

경색된 남북 관계 탓에 이번 대회 기간 선수촌과 경기장에서 마주치면서도 선뜻 말을 걸지 못하고 서먹서먹해하던 분위기의 연장선이다.

이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전까지 연례행사처럼 해오던 남북 동시입장 때와는 사뭇 달라진 장면이다.

남북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에서 남측 정은순(농구)과 북측 박정철(유도)이 두 손을 맞잡고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한 후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까지 국제 종합대회 9회 연속 평화와 화합을 행진을 펼쳤다.

한민족뿐만 아니라 개막식 장면을 지켜본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남북의 형제애에 진한 감동을 느꼈다.

그러나 베이징올림픽 때 남북 관계 경색으로 체육회담이 무산되면서 지난해 홍콩 동아시안게임과 이번 대회까지 3회 연속 남북의 `따로 입장'은 보기 흔한 장면이 돼 버렸다.

한국 선수단은 중앙 통로를 사이에 두고 무대를 기준으로 반대쪽에 도열했다. 양쪽에 늘어선 광경은 멀어진 남북 관계의 현주소를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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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깝고도 먼 남북, 또 ‘따로 입장’
    • 입력 2010-11-12 23:09:00
    연합뉴스
손과 손을 맞잡았던 남북한 선수단의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개회식 공동 입장은 사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추억이 된 지 오래다. 12일 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막을 올린 광저우 주장(珠江) 하이신사(海心沙) 특설무대. 화려한 식전 행사가 끝나고 나서 이번 대회에 참가한 45개국의 선수단이 아프가니스탄을 필두로 개막 행진을 시작했고 북한은 캄보디아에 이어 여덟 번째로 주장 강물 위에 설치된 무대로 들어왔다. 인공기와 `DPR KOREA'(朝鮮)가 새겨진 팻말을 앞세운 북한 선수단은 정인철 단장을 비롯한 80여명이 선수단이 검은색 상의에 짙은 회색 바지와 치마 등 정장으로 차려입고 일곱 번째로 입장했다. 북한 선수단이 입장하자 특설무대 뒤편의 1, 2, 3층 스탠드를 가득 메운 중국 관중은 우렁찬 박수로 환영했다. 북한 임원과 선수들도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귀빈석이 있는 중앙에서 왼쪽으로 1층 맨 앞쪽에 자리를 잡은 북한 임원 10여명도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로 들어서는 선수단을 향해 인공기 수기를 흔들었다. 북한 선수단은 성화대 밑 중앙 통로를 중심으로 왼쪽에 자리를 잡았다. 남자 핸드볼 간판 윤경신이 기수로 나선 한국 선수단은 알파벳 순서에 따라 카자흐스탄에 이어 전체 45개국 중 16번째로 입장했다. 하늘색 상의와 흰색 바지나 치마를 입은 임원과 154명의 임원과 선수들은 태극기를 앞세워 무대로 들어섰다. 먼저 자리를 잡았던 북한 선수들은 중앙 통로를 지나가는 남측 선수단의 행렬을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봤다. 경색된 남북 관계 탓에 이번 대회 기간 선수촌과 경기장에서 마주치면서도 선뜻 말을 걸지 못하고 서먹서먹해하던 분위기의 연장선이다. 이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전까지 연례행사처럼 해오던 남북 동시입장 때와는 사뭇 달라진 장면이다. 남북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에서 남측 정은순(농구)과 북측 박정철(유도)이 두 손을 맞잡고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한 후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까지 국제 종합대회 9회 연속 평화와 화합을 행진을 펼쳤다. 한민족뿐만 아니라 개막식 장면을 지켜본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남북의 형제애에 진한 감동을 느꼈다. 그러나 베이징올림픽 때 남북 관계 경색으로 체육회담이 무산되면서 지난해 홍콩 동아시안게임과 이번 대회까지 3회 연속 남북의 `따로 입장'은 보기 흔한 장면이 돼 버렸다. 한국 선수단은 중앙 통로를 사이에 두고 무대를 기준으로 반대쪽에 도열했다. 양쪽에 늘어선 광경은 멀어진 남북 관계의 현주소를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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