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우즈베크 악몽 없었다!’

입력 2010.11.19 (23:05) 수정 2010.11.20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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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을 넣었다고 해결사는 아니다. 경기 내용은 별로 좋지 않았다"

박주영(25.AS모나코) 한국 축구의 '우즈베키스탄 악몽'을 깨끗하게 씻어주면서 태극전사의 금메달을 향한 전진을 이끌었다.

19일 오후 광저우 톈허스타디움에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을 맞아 홈팀 중국을 16강전에서 3-0으로 돌려세운 한국의 경기를 지켜보려는 4만8천300명의 '구름 관중'이 몰렸다.

한국의 8강 상대는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은 지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4강에서 한국을 1-0으로 꺾고 우승까지 차지했던 아시아 축구의 복병이었다.

대표팀을 이끄는 홍명보(42) 감독은 당시 '우즈베키스탄 참사'의 일원이었고, 16년 만에 사령탑으로 변신해 아시안게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맞붙는 기이한 인연을 경험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북한에 불의의 일격을 맞본 한국은 남은 경기에서 무실점 3연승을 앞세워 8강에 올라왔다.

반면 우즈베키스탄은 조별리그에서 1승2패의 부진한 성적에 16강전에서도 연장 승부 끝에 힘겹게 8강에 올라오면서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의 우위가 점쳐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상황은 그리 한국에 편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 2분 만에 홍정호(제주)의 빠른 선제 헤딩골이 터지면서 순항했지만 우즈베키스탄의 빠른 역습에 애를 먹으면서 좀처럼 추가골을 넣지 못하며 답답한 경기를 이끌었다.

전반을 1-0으로 마무리하자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선제골이 필요했지만 너무 빨리 터지면서 선수들의 긴장이 풀렸다. 벤치에서 후반전을 앞두고 선수들을 더욱 독려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이용수 해설위원의 걱정은 금세 현실로 드러났다.

후반 초반 상대 선수의 경고누적 퇴장으로 한결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지만 미드필드 지역에서 볼 처리를 빨리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 신광훈(포항)이 상대 공격수에게 볼을 빼앗겼고, 이내 동점골을 내주며 상황은 꼬여갔다.

최전방 공격을 담당했던 박주영은 전반에 두 차례 슛을 시도했지만 모두 골대를 외면하면서 침묵했고, 미드필더들의 패스도 시원찮으면서 헛심만 쏟아야 했다.

결국 90분 동안 승부를 내지 못한 한국은 16년 전 우즈베키스탄에 당했던 아찔한 기억을 떠안고 연장전에 들어갔다.

위기의 순간에 결국 박주영이 이름값을 확실히 하며 승부를 결정했다.

전후반을 거쳐 확실한 기회를 잡지 못했던 박주영은 연장 전반 2분 만에 김영권(도쿄)이 미드필드지역 왼쪽에서 찔러준 볼을 골 지역 왼쪽 부근에서 잡아 정교한 볼 터치로 수비수를 따돌리고 재빠르게 오른발 슛으로 우즈베키스탄의 골 그물을 흔들었다.

소속팀의 차출 거부로 자칫 아시안게임에 나서지 못할뻔한 박주영은 조별리그 2차전부터 합류해 공격의 활력을 불어넣었고, 마침내 가장 골이 필요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홍명보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결승골로 한국의 4강 진출을 일궈냈다.

박주영의 결승골로 한국은 16년 전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했고, 홍명보 감독도 가슴 속에 묻어뒀던 '우즈베키스탄' 악몽을 훌훌 털어낼 수 있었다.

박주영은 "후배들에게 특별한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연장전 30분을 잘 이용하고 여유를 가지자고 했다"며 "비록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지만 위기를 넘긴 게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결승골 장면에 대해선 "순간적으로 골이 터져서 특별한 기억이 없다"며 "4강 진출의 기쁨은 오늘로 끝내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준결승 경기만 생각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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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영 ‘우즈베크 악몽 없었다!’
    • 입력 2010-11-19 23:05:14
    • 수정2010-11-20 01:17:52
    연합뉴스
"골을 넣었다고 해결사는 아니다. 경기 내용은 별로 좋지 않았다" 박주영(25.AS모나코) 한국 축구의 '우즈베키스탄 악몽'을 깨끗하게 씻어주면서 태극전사의 금메달을 향한 전진을 이끌었다. 19일 오후 광저우 톈허스타디움에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을 맞아 홈팀 중국을 16강전에서 3-0으로 돌려세운 한국의 경기를 지켜보려는 4만8천300명의 '구름 관중'이 몰렸다. 한국의 8강 상대는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은 지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4강에서 한국을 1-0으로 꺾고 우승까지 차지했던 아시아 축구의 복병이었다. 대표팀을 이끄는 홍명보(42) 감독은 당시 '우즈베키스탄 참사'의 일원이었고, 16년 만에 사령탑으로 변신해 아시안게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맞붙는 기이한 인연을 경험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북한에 불의의 일격을 맞본 한국은 남은 경기에서 무실점 3연승을 앞세워 8강에 올라왔다. 반면 우즈베키스탄은 조별리그에서 1승2패의 부진한 성적에 16강전에서도 연장 승부 끝에 힘겹게 8강에 올라오면서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의 우위가 점쳐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상황은 그리 한국에 편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 2분 만에 홍정호(제주)의 빠른 선제 헤딩골이 터지면서 순항했지만 우즈베키스탄의 빠른 역습에 애를 먹으면서 좀처럼 추가골을 넣지 못하며 답답한 경기를 이끌었다. 전반을 1-0으로 마무리하자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선제골이 필요했지만 너무 빨리 터지면서 선수들의 긴장이 풀렸다. 벤치에서 후반전을 앞두고 선수들을 더욱 독려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이용수 해설위원의 걱정은 금세 현실로 드러났다. 후반 초반 상대 선수의 경고누적 퇴장으로 한결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지만 미드필드 지역에서 볼 처리를 빨리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 신광훈(포항)이 상대 공격수에게 볼을 빼앗겼고, 이내 동점골을 내주며 상황은 꼬여갔다. 최전방 공격을 담당했던 박주영은 전반에 두 차례 슛을 시도했지만 모두 골대를 외면하면서 침묵했고, 미드필더들의 패스도 시원찮으면서 헛심만 쏟아야 했다. 결국 90분 동안 승부를 내지 못한 한국은 16년 전 우즈베키스탄에 당했던 아찔한 기억을 떠안고 연장전에 들어갔다. 위기의 순간에 결국 박주영이 이름값을 확실히 하며 승부를 결정했다. 전후반을 거쳐 확실한 기회를 잡지 못했던 박주영은 연장 전반 2분 만에 김영권(도쿄)이 미드필드지역 왼쪽에서 찔러준 볼을 골 지역 왼쪽 부근에서 잡아 정교한 볼 터치로 수비수를 따돌리고 재빠르게 오른발 슛으로 우즈베키스탄의 골 그물을 흔들었다. 소속팀의 차출 거부로 자칫 아시안게임에 나서지 못할뻔한 박주영은 조별리그 2차전부터 합류해 공격의 활력을 불어넣었고, 마침내 가장 골이 필요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홍명보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결승골로 한국의 4강 진출을 일궈냈다. 박주영의 결승골로 한국은 16년 전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했고, 홍명보 감독도 가슴 속에 묻어뒀던 '우즈베키스탄' 악몽을 훌훌 털어낼 수 있었다. 박주영은 "후배들에게 특별한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연장전 30분을 잘 이용하고 여유를 가지자고 했다"며 "비록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지만 위기를 넘긴 게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결승골 장면에 대해선 "순간적으로 골이 터져서 특별한 기억이 없다"며 "4강 진출의 기쁨은 오늘로 끝내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준결승 경기만 생각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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