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2천명 구제한 공동모금회 사업 좌초 위기

입력 2010.11.23 (06:2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연 10억원 사업비 부담 때문…최근 비리로 사태 악화

5년간 노숙인 2천600여 명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업이 재정난으로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공동모금회는 2006년 사랑의 열매 복권기금을 활용해 시작한 '임시주거비 지원을 통한 노숙인 사회복귀 지원사업'이 내년 1월 종료된다고 23일 밝혔다.

이 사업의 목적은 노숙인이 고시원 등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3개월간 월세를 지원하고, 말소된 주민등록을 복원해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사회적 안전망으로 진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사업 평가를 맡았던 동덕여대 남기철 교수에 따르면 2006~2010년 상반기 노숙인 2천628명이 임시주거지 비용을 지원받았으며, 2006~2009년 월세지원을 받은 2천332명 중 약 80%인 1천901명이 2010년 2월 현재 노숙생활을 청산했다.

임시주거비 지원사업이 상당한 성과를 보이자 보건복지부는 2006~2008년 3개년 사업인 임시주거비 사업의 연장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요청했고, 공동모금회는 복권기금이 아닌 자체 예산을 쪼개 추가로 2년간 사업을 계속했다.

그러나 2년째 임시주거비 지원사업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자 공동모금회는 예산을 더 부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

최근 불거진 비리 파문으로 공동모금회의 입지가 좁아진 것도 사업 연장에 걸림돌이 됐다.

일선 모금회 관계자는 "노숙인을 직접 상대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실질적인 도움을 준 사업이 없었다. 이런 사업이 제도화되지 못하고 종료된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기철 교수도 "모금회 예산은 결국 민간 기부금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가 마땅히 맡아야 할 노숙인 구제와 복지를 민간에 미루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2005년 노숙인 지원 정책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관된 탓에 현재 중앙정부가 관련 예산을 마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임시주거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제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모금 실적이 좋지 않은 공동모금회가 연 10억원의 임시주거비를 지원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쪽 처지도 이해는 가지만 사업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다시 한번 모금회를 설득해보겠다"고 덧붙였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노숙인 2천명 구제한 공동모금회 사업 좌초 위기
    • 입력 2010-11-23 06:24:00
    연합뉴스
연 10억원 사업비 부담 때문…최근 비리로 사태 악화 5년간 노숙인 2천600여 명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업이 재정난으로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공동모금회는 2006년 사랑의 열매 복권기금을 활용해 시작한 '임시주거비 지원을 통한 노숙인 사회복귀 지원사업'이 내년 1월 종료된다고 23일 밝혔다. 이 사업의 목적은 노숙인이 고시원 등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3개월간 월세를 지원하고, 말소된 주민등록을 복원해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사회적 안전망으로 진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사업 평가를 맡았던 동덕여대 남기철 교수에 따르면 2006~2010년 상반기 노숙인 2천628명이 임시주거지 비용을 지원받았으며, 2006~2009년 월세지원을 받은 2천332명 중 약 80%인 1천901명이 2010년 2월 현재 노숙생활을 청산했다. 임시주거비 지원사업이 상당한 성과를 보이자 보건복지부는 2006~2008년 3개년 사업인 임시주거비 사업의 연장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요청했고, 공동모금회는 복권기금이 아닌 자체 예산을 쪼개 추가로 2년간 사업을 계속했다. 그러나 2년째 임시주거비 지원사업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자 공동모금회는 예산을 더 부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 최근 불거진 비리 파문으로 공동모금회의 입지가 좁아진 것도 사업 연장에 걸림돌이 됐다. 일선 모금회 관계자는 "노숙인을 직접 상대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실질적인 도움을 준 사업이 없었다. 이런 사업이 제도화되지 못하고 종료된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기철 교수도 "모금회 예산은 결국 민간 기부금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가 마땅히 맡아야 할 노숙인 구제와 복지를 민간에 미루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2005년 노숙인 지원 정책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관된 탓에 현재 중앙정부가 관련 예산을 마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임시주거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제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모금 실적이 좋지 않은 공동모금회가 연 10억원의 임시주거비를 지원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쪽 처지도 이해는 가지만 사업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다시 한번 모금회를 설득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