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옥희, 6빵 수모 안긴 ‘멍청이’ 노트

입력 2010.11.2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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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윤옥희(25.예천군청)에게는 필승 노트가 있었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경기 감각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려고 흥분을 가라앉히거나 긴장도를 높이려는 주문이 담긴 쪽지다.

양궁에서는 선수들이 너무 긴장해서도 안 되지만 너무 편안해도 고득점을 올리기 힘들어 적절한 긴장도를 유지하는 게 승패의 관건이다.

윤옥희는 이날 광저우 아오티 아처리 레인지에서 열린 개인전 본선에서 16강을 매우 순조롭게 치렀지만 8강부터 갑자기 화살이 빗나가기 시작했다.

한 수 아래도 평가되던 파리다 쿠케바예바(카자흐스탄)에게 밀리면서 풀세트인 5세트를 치른 끝에야 겨우 웃을 수 있을 정도였다.

8강전이 끝난 뒤 그의 필승 노트에 적힌 문구는 자신을 더 채찍질하자는 의지를 가득 담은 `멍청이'였다.

그는 그렇게 분발한 덕분에 준결승전의 상대이자 우승후보로 꼽히던 디피카 쿠마리(인도)에게는 다소 여유 있게 이길 수 있었다.

윤옥희는 준결승에서 1, 2세트를 미리 잡고 3세트를 내줬으나 4세트에서 10점, 10점, 10점을 명중해 10점, 9점, 10점을 쏜 쿠마리에게 반전의 여지를 전혀 주지 않았다.

그는 4강전이 끝난 뒤 자신의 필승 노트에 다시 `자신 있게 쏘자'고 적었다.

강력한 자기암시로 자신감을 충전한 윤옥희는 중국의 에이스 청밍을 상대로 결승전에서 너무 싱겁게 이겨버렸다.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5세트 가운데 3세트만 치르면서 세트제 승부에서 가장 치욕적인 `육빵(6-0)'을 중국 에이스에게 안겼다.

윤옥희는 "노트에는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다"며 "자신 있게 쏘았고 결승전이 제일 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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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옥희, 6빵 수모 안긴 ‘멍청이’ 노트
    • 입력 2010-11-23 18:37:32
    연합뉴스
23일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윤옥희(25.예천군청)에게는 필승 노트가 있었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경기 감각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려고 흥분을 가라앉히거나 긴장도를 높이려는 주문이 담긴 쪽지다. 양궁에서는 선수들이 너무 긴장해서도 안 되지만 너무 편안해도 고득점을 올리기 힘들어 적절한 긴장도를 유지하는 게 승패의 관건이다. 윤옥희는 이날 광저우 아오티 아처리 레인지에서 열린 개인전 본선에서 16강을 매우 순조롭게 치렀지만 8강부터 갑자기 화살이 빗나가기 시작했다. 한 수 아래도 평가되던 파리다 쿠케바예바(카자흐스탄)에게 밀리면서 풀세트인 5세트를 치른 끝에야 겨우 웃을 수 있을 정도였다. 8강전이 끝난 뒤 그의 필승 노트에 적힌 문구는 자신을 더 채찍질하자는 의지를 가득 담은 `멍청이'였다. 그는 그렇게 분발한 덕분에 준결승전의 상대이자 우승후보로 꼽히던 디피카 쿠마리(인도)에게는 다소 여유 있게 이길 수 있었다. 윤옥희는 준결승에서 1, 2세트를 미리 잡고 3세트를 내줬으나 4세트에서 10점, 10점, 10점을 명중해 10점, 9점, 10점을 쏜 쿠마리에게 반전의 여지를 전혀 주지 않았다. 그는 4강전이 끝난 뒤 자신의 필승 노트에 다시 `자신 있게 쏘자'고 적었다. 강력한 자기암시로 자신감을 충전한 윤옥희는 중국의 에이스 청밍을 상대로 결승전에서 너무 싱겁게 이겨버렸다.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5세트 가운데 3세트만 치르면서 세트제 승부에서 가장 치욕적인 `육빵(6-0)'을 중국 에이스에게 안겼다. 윤옥희는 "노트에는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다"며 "자신 있게 쏘았고 결승전이 제일 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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