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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단거리 육상, 대수술 불가피
입력 2010.11.23 (23:29) 연합뉴스
한국 육상이 단거리 분야에서 두 번째 대수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향상된 기량을 펼쳐보이겠다고 선언했던 한국 단거리는 23일까지 남자 100m와 400m 계주에서 잇달아 결선 진출에 실패하며 아시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지난해 8월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 대참패를 겪은 뒤 성과를 확실히 낼 수 있도록 인사와 상금 분야에 메스를 댔던 것처럼 한국 육상이 다시 한번 도약하려면 곪은 부위를 날카롭게 도려내야 할 순간이다.
김국영(19.안양시청)과 임희남(26.광주광역시청)은 각각 자신의 최고기록인 10초23과 10초32에 모자란 10초51과 10초46의 기록으로 22일 100m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한 달간 미국인 게리 레온 에번스 코치의 집중 지도로 가능성을 타진했던 400m 계주에서는 첫 주자 여호수아(23.인천시청)가 스타트와 함께 오른쪽 허벅지 근육통을 호소하며 제대로 뛰지조차 못하고 실격패했다.

내년 8월 대구에서 열릴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종합대회인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단거리는 아시아에서도 멀리 떨어진 변방이라는 현주소만 확인만 한 채 고개를 떨어뜨렸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한창 상승세를 타던 단거리가 지난 7월 독일 전지훈련을 기점으로 하락세도 돌아섰고 다시 페이스를 정상으로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단거리 기량 향상을 주도했던 전문가 집단을 뒤로 물러 세우고 현장 경험이 적은 일부 인사가 '행정가'라는 탈을 쓰고 연맹 집행부 인사에 전횡을 일삼으면서 한국 육상은 발전할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

김국영이 지난 6월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10초34의 벽에 31년간 갇혀 있던 한국기록을 10초23으로 단축하면서 단거리는 새 역사를 열어젖혔다.

임희남과 여호수아도 개인 최고기록을 10초32, 10초33으로 새로 쓰는 등 200m 전문 선수 전덕형(26.경찰대)까지 4인 경쟁 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기록 경쟁에 불이 붙었다.

그러나 연맹은 7월 독일 전지훈련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4총사의 경쟁을 진두지휘했던 장재근 연맹 트랙 기술위원장을 별다른 이유 없이 코치로 강등시킨 데 이어 독일에도 보내지 않아 잘 나가던 선수단 분위기를 뒤집었다.

장 위원장은 올해 초 육상 대표팀이 처음으로 집단 훈련을 시작할 때 정신력과 체력을 강하게 주문, 현실에 안주했던 선수들을 혹독하게 다그쳤고 그 결과 한국신기록을 만들어내면서 체질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부대를 이끌던 '대장'이 사라진 단거리 대표팀은 이후 지도자가 바뀌면서 중심을 잃었고 거액을 들인 독일 전지훈련에서 성과를 거의 남기지 못했다.

어렵게 조성한 분위기가 단숨에 흐트러지면서 단거리 대표팀이 전국체전과 아시안게임에서 잇따라 실패한 것으로 대부분 육상인은 지적한다.

대표 선수 관리에 드러난 허점도 넘길 수 없는 큰 문제다.

이날 계주에서 허벅지 근육통을 일으킨 여호수아는 지난달 전국체전에서 200m를 뛰다 다리 경련을 일으켜 쓰러졌다.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육상인들은 적어도 한달 동안 통증이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고 아니나다를까 결정적인 순간 다리에 힘을 쓰지 못하면서 계주 연습에 매진했던 동료를 허탈감에 빠뜨렸다.

휴식과 재활치료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번 대회 성적을 위해 지나치게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비판여론도 일고 있다.

연맹은 그에 앞서 김국영과 함께 '드림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국에 두달간 보낸 박봉고(19.구미시청)가 전국체전에서 다치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로 욕을 먹었다.

400m 유망주 박봉고가 전국체전에서 왼쪽 허벅지 근육이 찢어져 3개월 재활 판정을 받자 연맹은 박봉고를 '대표팀 훈련에 방해될 수 있다'는 이유로 경찰병원에 방치했다가 가족의 거센 항의를 받고서야 태릉으로 불러들였다.

수천만원을 들여 키운 유망주가 불의의 부상으로 쓰러졌는데도 연맹 실무 최일선에 있는 인사는 정확한 상황도 모르는 채 "(박봉고를 대체할 선수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해 주위를 아연실색게 하기도 했다.

연맹이 대표팀 대신 소속팀에서 훈련 중인 여자 단거리 선수들을 관리하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실책이다.

익명은 요구한 한 육상인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틈새를 파고들어 10개 종목에 10명의 결선 진출자를 내려면 지금부터라도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기용, 책임 있게 행동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현장을 모르는 현재 인사들이 집행부를 좌우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 한국 단거리 육상, 대수술 불가피
    • 입력 2010-11-23 23:29:38
    연합뉴스
한국 육상이 단거리 분야에서 두 번째 대수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향상된 기량을 펼쳐보이겠다고 선언했던 한국 단거리는 23일까지 남자 100m와 400m 계주에서 잇달아 결선 진출에 실패하며 아시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지난해 8월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 대참패를 겪은 뒤 성과를 확실히 낼 수 있도록 인사와 상금 분야에 메스를 댔던 것처럼 한국 육상이 다시 한번 도약하려면 곪은 부위를 날카롭게 도려내야 할 순간이다.
김국영(19.안양시청)과 임희남(26.광주광역시청)은 각각 자신의 최고기록인 10초23과 10초32에 모자란 10초51과 10초46의 기록으로 22일 100m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한 달간 미국인 게리 레온 에번스 코치의 집중 지도로 가능성을 타진했던 400m 계주에서는 첫 주자 여호수아(23.인천시청)가 스타트와 함께 오른쪽 허벅지 근육통을 호소하며 제대로 뛰지조차 못하고 실격패했다.

내년 8월 대구에서 열릴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종합대회인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단거리는 아시아에서도 멀리 떨어진 변방이라는 현주소만 확인만 한 채 고개를 떨어뜨렸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한창 상승세를 타던 단거리가 지난 7월 독일 전지훈련을 기점으로 하락세도 돌아섰고 다시 페이스를 정상으로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단거리 기량 향상을 주도했던 전문가 집단을 뒤로 물러 세우고 현장 경험이 적은 일부 인사가 '행정가'라는 탈을 쓰고 연맹 집행부 인사에 전횡을 일삼으면서 한국 육상은 발전할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

김국영이 지난 6월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10초34의 벽에 31년간 갇혀 있던 한국기록을 10초23으로 단축하면서 단거리는 새 역사를 열어젖혔다.

임희남과 여호수아도 개인 최고기록을 10초32, 10초33으로 새로 쓰는 등 200m 전문 선수 전덕형(26.경찰대)까지 4인 경쟁 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기록 경쟁에 불이 붙었다.

그러나 연맹은 7월 독일 전지훈련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4총사의 경쟁을 진두지휘했던 장재근 연맹 트랙 기술위원장을 별다른 이유 없이 코치로 강등시킨 데 이어 독일에도 보내지 않아 잘 나가던 선수단 분위기를 뒤집었다.

장 위원장은 올해 초 육상 대표팀이 처음으로 집단 훈련을 시작할 때 정신력과 체력을 강하게 주문, 현실에 안주했던 선수들을 혹독하게 다그쳤고 그 결과 한국신기록을 만들어내면서 체질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부대를 이끌던 '대장'이 사라진 단거리 대표팀은 이후 지도자가 바뀌면서 중심을 잃었고 거액을 들인 독일 전지훈련에서 성과를 거의 남기지 못했다.

어렵게 조성한 분위기가 단숨에 흐트러지면서 단거리 대표팀이 전국체전과 아시안게임에서 잇따라 실패한 것으로 대부분 육상인은 지적한다.

대표 선수 관리에 드러난 허점도 넘길 수 없는 큰 문제다.

이날 계주에서 허벅지 근육통을 일으킨 여호수아는 지난달 전국체전에서 200m를 뛰다 다리 경련을 일으켜 쓰러졌다.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육상인들은 적어도 한달 동안 통증이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고 아니나다를까 결정적인 순간 다리에 힘을 쓰지 못하면서 계주 연습에 매진했던 동료를 허탈감에 빠뜨렸다.

휴식과 재활치료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번 대회 성적을 위해 지나치게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비판여론도 일고 있다.

연맹은 그에 앞서 김국영과 함께 '드림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국에 두달간 보낸 박봉고(19.구미시청)가 전국체전에서 다치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로 욕을 먹었다.

400m 유망주 박봉고가 전국체전에서 왼쪽 허벅지 근육이 찢어져 3개월 재활 판정을 받자 연맹은 박봉고를 '대표팀 훈련에 방해될 수 있다'는 이유로 경찰병원에 방치했다가 가족의 거센 항의를 받고서야 태릉으로 불러들였다.

수천만원을 들여 키운 유망주가 불의의 부상으로 쓰러졌는데도 연맹 실무 최일선에 있는 인사는 정확한 상황도 모르는 채 "(박봉고를 대체할 선수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해 주위를 아연실색게 하기도 했다.

연맹이 대표팀 대신 소속팀에서 훈련 중인 여자 단거리 선수들을 관리하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실책이다.

익명은 요구한 한 육상인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틈새를 파고들어 10개 종목에 10명의 결선 진출자를 내려면 지금부터라도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기용, 책임 있게 행동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현장을 모르는 현재 인사들이 집행부를 좌우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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