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효숙, 최고의 순간에 ‘조모상 비보’

입력 2010.11.24 (12:12) 수정 2010.11.24 (13:4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할머니, 제가 오늘 꼭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한국 인라인롤러의 간판 우효숙(24.청주시청)은 24일 중국 광저우 벨로드롬 인라인롤러 경기장에서 열린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인라인롤러 여자 EP 10,000m 결선 출발선에서 바닥에 무언가를 손으로 써내려갔다.



31점으로 20점에 그친 2위 궈단(중국)을 여유 있게 따돌린 우효숙은 경기가 끝난 뒤 "많이 편찮으신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도와달라고 썼다"고 말했다.



"빨리 이 금메달을 보여 드리고 목에 걸어드리고 싶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우효숙이 그렇게 그리워하던 할머니(고 이정순씨)는 장한 손녀의 ’금빛 질주’를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19일 청주의료원에서 요양 중이던 할머니는 영영 손녀를 다시 볼 수 없는 곳으로 먼저 떠났기 때문이다.



강대식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사실 지난 주에 (우)효숙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부모님과 상의해 선수에게 알리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결국 시상식이 열리기 전 우효숙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소식을 들었고 이후로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감추지 못했다.



시상식을 기다리는 내내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던 우효숙은 힘겹게 기자들 앞에서 아픈 마음을 털어놨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된 우효숙은 "너무 슬퍼요. 아까 금메달을 땄을 때는 할머니께 금메달을 걸어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너무 기뻤는데…"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2~3년 전부터 풍이 왔고 그 뒤로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셨다"는 우효숙은 "운동하느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시안게임만 끝나면 할머니 옆을 지키려고 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지…"라고 계속 울먹였다.



우효숙은 어릴 때 부모님이 일하느라 주로 할머니 손에 컸다. "어릴 때는 철이 없어 할머니의 소중함을 몰랐다"는 우효숙은 "10월 말에 중국으로 떠나 오면서는 많이 편찮으셔서 내가 옆에 있는 줄도 모르셨다. 그전엔 옆에만 있어도 그렇게 좋아하셨는데…"라고 말했다.



강대식 감독은 "사실 어제도 (우)효숙이가 ’할머니 목소리 한 번만 듣고 싶다. 통화 좀 하겠다’는 것을 겨우 말렸다. 국내 대회 때도 휠체어를 타고 다니시면서 손녀딸을 응원하시던 분이셨다"며 착잡해했다.



할머니 소식을 듣기 전에 "지금까지 세계 대회에서 금메달도 많이 땄지만 아시안게임에서 성적을 내니 더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던 우효숙.



생애 최고의 순간에 가장 가슴이 아픈 소식을 들어야 했던 우효숙이 빨리 마음의 상처를 딛고 다시 ‘금빛 질주’를 계속해주기를 많은 팬이 바라고 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우효숙, 최고의 순간에 ‘조모상 비보’
    • 입력 2010-11-24 12:12:15
    • 수정2010-11-24 13:49:24
    연합뉴스
 ‘할머니, 제가 오늘 꼭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한국 인라인롤러의 간판 우효숙(24.청주시청)은 24일 중국 광저우 벨로드롬 인라인롤러 경기장에서 열린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인라인롤러 여자 EP 10,000m 결선 출발선에서 바닥에 무언가를 손으로 써내려갔다.

31점으로 20점에 그친 2위 궈단(중국)을 여유 있게 따돌린 우효숙은 경기가 끝난 뒤 "많이 편찮으신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도와달라고 썼다"고 말했다.

"빨리 이 금메달을 보여 드리고 목에 걸어드리고 싶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우효숙이 그렇게 그리워하던 할머니(고 이정순씨)는 장한 손녀의 ’금빛 질주’를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19일 청주의료원에서 요양 중이던 할머니는 영영 손녀를 다시 볼 수 없는 곳으로 먼저 떠났기 때문이다.

강대식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사실 지난 주에 (우)효숙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부모님과 상의해 선수에게 알리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결국 시상식이 열리기 전 우효숙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소식을 들었고 이후로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감추지 못했다.

시상식을 기다리는 내내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던 우효숙은 힘겹게 기자들 앞에서 아픈 마음을 털어놨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된 우효숙은 "너무 슬퍼요. 아까 금메달을 땄을 때는 할머니께 금메달을 걸어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너무 기뻤는데…"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2~3년 전부터 풍이 왔고 그 뒤로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셨다"는 우효숙은 "운동하느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시안게임만 끝나면 할머니 옆을 지키려고 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지…"라고 계속 울먹였다.

우효숙은 어릴 때 부모님이 일하느라 주로 할머니 손에 컸다. "어릴 때는 철이 없어 할머니의 소중함을 몰랐다"는 우효숙은 "10월 말에 중국으로 떠나 오면서는 많이 편찮으셔서 내가 옆에 있는 줄도 모르셨다. 그전엔 옆에만 있어도 그렇게 좋아하셨는데…"라고 말했다.

강대식 감독은 "사실 어제도 (우)효숙이가 ’할머니 목소리 한 번만 듣고 싶다. 통화 좀 하겠다’는 것을 겨우 말렸다. 국내 대회 때도 휠체어를 타고 다니시면서 손녀딸을 응원하시던 분이셨다"며 착잡해했다.

할머니 소식을 듣기 전에 "지금까지 세계 대회에서 금메달도 많이 땄지만 아시안게임에서 성적을 내니 더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던 우효숙.

생애 최고의 순간에 가장 가슴이 아픈 소식을 들어야 했던 우효숙이 빨리 마음의 상처를 딛고 다시 ‘금빛 질주’를 계속해주기를 많은 팬이 바라고 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