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가는 복싱, 동빛 2개 ‘최악 성적’

입력 2010.11.2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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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사상 최악의 성적

한 때 한국 스포츠의 '메달밭'으로 화려한 시절을 보낸 복싱이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가장 나쁜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복싱은 24일 남자 60㎏급과 여자 75㎏급 준결승에 출전한 한순철(26.서울시청)과 성수연(18.여주여고)이 나란히 패하면서 달랑 동메달 2개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복싱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은 고사하고 은메달조차 따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남자 10명, 여자 3명을 내보내며 부활을 노렸지만 은메달 3개에 동메달 1개를 딴 4년 전 도하 때보다도 못한 최악의 성적을 올리고 말았다.

한순철은 이날 중국의 후칭과 경기에서 1라운드를 4-1로 앞서며 잘 싸웠지만 7-10으로 역전패했다. 한순철은 4년 전 도하 대회에서도 은메달에 머물렀다.

성수연은 이날 준결승이 이번 대회 첫 경기였다. 대진운에 행운이 따른 탓에 한 경기만 이기면 결승에 진출하는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3-14로 완패했다.

이번 대회부터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여자 복싱에서 얻은 '행운의 동메달'을 뺀다면 한국 복싱이 제 실력으로 따낸 메달은 한순철의 동메달이 유일한 셈이다.

1954년 마닐라 대회 박금현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스포츠 가운데 가장 많은 56개의 금메달을 딴 복싱은 1990년대 들어 침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8년 방콕 대회에서 금맥이 끊어지더니 2006년 도하 대회 때도 또 금메달 맛을 보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복싱은 이번 대회 목표를 크게 낮춰서 금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로 잡았다.

와중에 대한복싱연맹의 전 집행부와 갈등을 빚던 국제복싱연맹(AIBA)이 대회 직전 한국의 회원 자격을 잠정 박탈하면서 선수들의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투명해지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극적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에 정상적으로 출전했지만 훈련 분위기는 상당히 뒤숭숭했다. 경기력에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었다.

대회 뚜껑을 열자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금메달 후보로 꼽히던 선수들이 줄줄이 나가 떨어졌다.

가장 먼저 이진영(23.국군체육부대)이 고배를 마셨다. 나동길 대표팀 감독이 '비장의 카드'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던 이진영은 18일 56㎏급 16강에서 살라마나 웨삼(시리아)와 경기에서 아깝게 패했다.

이진영은 3라운를 마친 포인트에서는 3대3으로 비겼으나 심판 세부 판정에서 졌다. 시종 경기를 주도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심판 판정에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판정 시비가 일지 않을 정도로 상대를 압도했던 왕년의 복싱 선배들의 플레이와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기대주 가운데 한 명인 이진영이 일찌감치 패하자 다른 선수들도 부담을 가지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김주성(21.한국체대, 52㎏급), 심현용(21.대전대, 64㎏급) 허진호(22.한국체대, 81㎏) 등 '다크호스'로 기대한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 제대로 기량을 펼쳐보지 못했다. 16강과 8강 등 결선 초반에 차례로 패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신종훈(21.서울시청)이 4강은 고사하고 8강에서 완패했다는 점이다. 신종훈은 작년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리스트다.

신종훈은 22일 49㎏급 8강전에서 자키포브 비르잔(카자흐스탄)에 3-17로 완패했다. 1라운드에서 0-4로 뒤진 신종훈은 점수를 만회하려고 덤벼들다가 더욱 많은 점수를 내주고 말았다.

신종훈은 가벼운 발놀림과 빠른 펀치를 앞세워 계속 상대를 공격했지만 점수로 연결되지 않았다. 반면 두텁게 수비를 한 자키포브는 묵직한 펀치를 정확하게 날려 차근차근 포인트를 따 갔다.

신종훈과 자키포브의 경기는 한국 복싱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 한 판이었다. 대체로 스피드를 강조한 한국 복싱은 이번 대회에서 펀치 세례를 쏟아냈으나 대부분 점수로 인정되지 않았다. 정확하고 강한 펀치가 필요했지만 좀처럼 나오지 않아 경기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복싱은 지난 9월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회장으로 뽑으면서 AIBA와 갈등 및 파벌 싸움을 마무리 지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집안 싸움'을 딛고 일어서려는 새로운 집행부는 이제 바닥으로 떨어진 대표팀의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중요한 과제까지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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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로 가는 복싱, 동빛 2개 ‘최악 성적’
    • 입력 2010-11-24 19:45:09
    연합뉴스
아시안게임 사상 최악의 성적 한 때 한국 스포츠의 '메달밭'으로 화려한 시절을 보낸 복싱이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가장 나쁜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복싱은 24일 남자 60㎏급과 여자 75㎏급 준결승에 출전한 한순철(26.서울시청)과 성수연(18.여주여고)이 나란히 패하면서 달랑 동메달 2개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복싱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은 고사하고 은메달조차 따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남자 10명, 여자 3명을 내보내며 부활을 노렸지만 은메달 3개에 동메달 1개를 딴 4년 전 도하 때보다도 못한 최악의 성적을 올리고 말았다. 한순철은 이날 중국의 후칭과 경기에서 1라운드를 4-1로 앞서며 잘 싸웠지만 7-10으로 역전패했다. 한순철은 4년 전 도하 대회에서도 은메달에 머물렀다. 성수연은 이날 준결승이 이번 대회 첫 경기였다. 대진운에 행운이 따른 탓에 한 경기만 이기면 결승에 진출하는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3-14로 완패했다. 이번 대회부터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여자 복싱에서 얻은 '행운의 동메달'을 뺀다면 한국 복싱이 제 실력으로 따낸 메달은 한순철의 동메달이 유일한 셈이다. 1954년 마닐라 대회 박금현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스포츠 가운데 가장 많은 56개의 금메달을 딴 복싱은 1990년대 들어 침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8년 방콕 대회에서 금맥이 끊어지더니 2006년 도하 대회 때도 또 금메달 맛을 보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복싱은 이번 대회 목표를 크게 낮춰서 금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로 잡았다. 와중에 대한복싱연맹의 전 집행부와 갈등을 빚던 국제복싱연맹(AIBA)이 대회 직전 한국의 회원 자격을 잠정 박탈하면서 선수들의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투명해지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극적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에 정상적으로 출전했지만 훈련 분위기는 상당히 뒤숭숭했다. 경기력에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었다. 대회 뚜껑을 열자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금메달 후보로 꼽히던 선수들이 줄줄이 나가 떨어졌다. 가장 먼저 이진영(23.국군체육부대)이 고배를 마셨다. 나동길 대표팀 감독이 '비장의 카드'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던 이진영은 18일 56㎏급 16강에서 살라마나 웨삼(시리아)와 경기에서 아깝게 패했다. 이진영은 3라운를 마친 포인트에서는 3대3으로 비겼으나 심판 세부 판정에서 졌다. 시종 경기를 주도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심판 판정에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판정 시비가 일지 않을 정도로 상대를 압도했던 왕년의 복싱 선배들의 플레이와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기대주 가운데 한 명인 이진영이 일찌감치 패하자 다른 선수들도 부담을 가지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김주성(21.한국체대, 52㎏급), 심현용(21.대전대, 64㎏급) 허진호(22.한국체대, 81㎏) 등 '다크호스'로 기대한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 제대로 기량을 펼쳐보지 못했다. 16강과 8강 등 결선 초반에 차례로 패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신종훈(21.서울시청)이 4강은 고사하고 8강에서 완패했다는 점이다. 신종훈은 작년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리스트다. 신종훈은 22일 49㎏급 8강전에서 자키포브 비르잔(카자흐스탄)에 3-17로 완패했다. 1라운드에서 0-4로 뒤진 신종훈은 점수를 만회하려고 덤벼들다가 더욱 많은 점수를 내주고 말았다. 신종훈은 가벼운 발놀림과 빠른 펀치를 앞세워 계속 상대를 공격했지만 점수로 연결되지 않았다. 반면 두텁게 수비를 한 자키포브는 묵직한 펀치를 정확하게 날려 차근차근 포인트를 따 갔다. 신종훈과 자키포브의 경기는 한국 복싱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 한 판이었다. 대체로 스피드를 강조한 한국 복싱은 이번 대회에서 펀치 세례를 쏟아냈으나 대부분 점수로 인정되지 않았다. 정확하고 강한 펀치가 필요했지만 좀처럼 나오지 않아 경기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복싱은 지난 9월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회장으로 뽑으면서 AIBA와 갈등 및 파벌 싸움을 마무리 지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집안 싸움'을 딛고 일어서려는 새로운 집행부는 이제 바닥으로 떨어진 대표팀의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중요한 과제까지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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