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성애자입니다

입력 2010.12.06 (08:34) 수정 2010.12.0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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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주말 대학로 거리에 나온 두 여대생. 다정하게 손을 꼭 잡고 걸어갑니다.

오늘로 사귀기 시작한 지 꼭 1년이 된 레즈비언 커플입니다.

두 사람은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 거듭된 취재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근사한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서로의 마음을 담은 1주년 기념 선물도 준비했습니다.

귀여운 강아지 인형과 편지, 그리고 펜으로 직접 쓴 시집까지...이내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녹취> "어머나 어떻게 해? 진짜 세상에. (좋아?) 손수건 좀 줘. (손수건?) 화장했단 말이야. 아 진짜 어떻게 해? 고마워. (그리고 이건 있잖아.) 이건 뭐야? (내가 앞으로 여기에다 다달이 완전히 다달이는 아니겠지만 시를 써줄게.)"

두 사람은 둘만의 애칭으로 서로를 부릅니다.

음식을 서로 떠먹여 주기까지...여느 이성 커플의 데이트 모습 그대롭니다.

<녹취> "애기 조개 줄까? (너 먹어.) 내가 주는 게 싫어? (아니.) 내가 주는 게 좋지? (응.) 그럼 먹어."

날이 날인 만큼 1년 전 오늘을 떠올리며 행복한 회상에 젖어듭니다.

<녹취> "얘랑 사귀어야 되는데. 약간 이런 느낌 있잖아. 어떻게 안될까 이런 표정으로 다급해 보였어. (난 몰랐는데.) 그래서 조만간 사귀자고 하겠구나 하고 생각했거든..."

두 사람은 이미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장벽을 넘어선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녹취> 언니,동생 : "저는 부모님한테 얘기를 안했는데요. 아마 제 생각에는 눈치를 채신 것 같은데, 그냥 모르는 척 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은 아직 어렴풋이 밖에 모르시고 사실 생각하고 싶지 않으신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시간이 흐르면서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여러분은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당하게 '커밍아웃'을 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동성애자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갑니다.

이성애자로 전향한 사람들도 웬만해선 자신의 과거를 밝히지 않습니다.

이성애가 '일반'적인 사회 관습과 통념 때문인데, 그래서 동성애자들은 스스로를 '이반'이라고 부릅니다.

동성애...과연 언제까지 그들만의 문제로 남아 있어야 할까요?

19살 이철수(가명) 군은 동성애잡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이성보다는 동성에게 더 마음이 끌렸습니다.

<녹취> 이철수(가명/동성애자 19살) : "처음 좋아했던 사람은 2007년부터 2년반 동안 혼자서 좋아했고, 지금은 다른 사람 좋아하고 있는데 역시 조금. (고백을 했을 거 아니에요?) 대놓고 거절한 건 아닌데 거절의 분위기를 많이 풍기는 그런 거였고, 지금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따로 애인이 있어요."

평일 낮인데도 이 군은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지난 6월 다니던 고등학교를 자퇴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이철수(가명/동성애자 19살) : "쉬는 시간마다 제 주위로 몰려와서 성적인 농담을 한다거나 심한 경우 제 앞에서 옷을 벗는 애들도 있었어요. (그런 거 당할 때 기분이 어땠어요?)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이 군은 반에서 2-3등을 할 정도로 학업 성적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6월쯤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감이 됐습니다.

3학년이 돼서는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됐습니다.

<녹취> 이철수(가명/동성애자 19살) : "3학년 올라와서 장난끼 많은 애들이 반에 몰리게 된거죠. 체육 시간에 밖에 나가면 저한테 일부러 공을 찬다거나 심지어는 더럽다면서 얼굴에 침뱉은 애도 있었고. 부모님과의 마찰도 컸습니다."

스스로 문제를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어린 나이였습니다.

<녹취> 이철수(가명/동성애자 19살) : "어머니께 제가 커밍아웃을 재작년에 했는데 정말 하루 종일 쓰러져서 우셨어요. 그 때 많이 힘들었는데 저도 많이 울었고 어머니는 심하게 반대를 하셨는데 아버지는 의외로 많이 이해해주시고..."

<녹취> 박우식/동성애자 28살) : "날씨가 추우니까 어묵 국물이나 붕어빵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박우식과 함께 하시고요. 첫 곡 준비했습니다. FT아일랜드의 '굳은 살이 박혀버려' 띄워드리면서 본격적으로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

청취자는 없어도 마이크를 놓을 순 없습니다.

능숙한 솜씨로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박우식 씨. 28살인 우식 씨도 동성애잡니다.

지난 여름 케이블 방송의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녹취> 박우식(동성애자 28살) : "안녕하십니까? 저는 28살 박우식이고요. 저는 동성애자입니다. 당당하게 나왔고요.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우식 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한 달 전부터 친구 집에 얹혀 살고 있습니다.

<녹취> 박우식(동성애자 28살) : "커밍아웃을 한 이유는 관심을 끌려고 한 게 아니라 저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세상의 편견을 좀 깨고 싶어서 당당하게."

커밍아웃 직후엔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격려의 글이 점점 많아지면서 희망을 얻고 있습니다.

<녹취> 박우식(동성애자 28살) : "이렇게 글들을 보면 선입견을 가졌던 분들이 선입견을 깨고 정말 동성애자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올라온 글들을 보면서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어려운 처지지만, 우식 씨는 자신을 당당히 밝혔다는 데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찾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족들 생각만 하면 가슴 한 구석이 시려옵니다.

<녹취> 박우식(동성애자 28살) : "부모님도 모르셨거든요. 친척들도 그렇고. 방송 보고 알아서. (가족들은 뭐라고 하세요?) 제가 장남인데 좀 창피스럽다고 하죠. 다른 사람들은 다 결혼하고 그러는데..."

우식 씨는 요즘 또 하나의 취미가 생겼습니다.

답답할 때면 한강변에 나가 자전거를 탑니다.

앞으로 성적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우식 씨. 한 가지 작은 소망이 있다면, 동성애자도 똑같은 사람으로 대접받는 것입니다.

<녹취> 박우식(동성애자 28살) : "동성애자는 이상한 사람도 아니고요. 그리고 동물도 아니에요. 똑같은 사람들이고 단지 성적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냥 사람과 사람을 좋아하는 걸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녹록치 않습니다.

지난 달 8일 국가인권위원회. 어버이연합 등 50여 명의 보수단체 회원들이 회의장 앞까지 들이닥쳤습니다.

군대내 동성애 처벌을 규정한 군형법 92조에 대해 인권위가 위헌 취지의 결정을 내리자 이에 격분한 겁니다.

<녹취> "이 빨갱이 XX들. 다 잡아들여. 빨갱이 XX들..."

거친 욕설과 몸싸움으로 난장판이 되자 경찰까지 출동했습니다.

<녹취> "항의 방법이 잘못 되셨어요. 어르신. 우선 나가셔 가지고..."

복도에 놓여 있던 화분이 깨지고 회의장 출입문까지 부서졌습니다.

<녹취> "니네만 인권 있어? 군대에 XX 동성애가 들어온 댄다!"

이번에 논란이 된 군형법 92조에는 "계간(鷄姦) 및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여기서 계간(鷄姦)은 남성간의 동성애를 뜻하는 말인데, 이 규정은 지난 1962년 제정된 이후 군대내 동성애를 처벌하는 근거가 돼왔습니다.

공은 이제 헌법재판소로 넘어갔습니다.

위헌제청 법률심판을 앞두고 최근 헌법재판소 앞에선 군형법 92조의 폐지와 유지를 각각 주장하는 피켓 시위가 잇따라 열리고 있습니다.

동성애자 인권단체 측에선 군형법 92조가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고 평등권과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해당 규정은 폐지돼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이은심(반차별공동행동 활동가) : "지금 계간 조항은 남성간의 합의에 의한 관계를 처벌하고 있거든요. 그럼 합의에 의한 관계를 처벌할 수 있는가, 이게 법적 규제의 대상인가, 이건 새로운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조항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기독교와 보수단체 측은 남북 대치 상황에서 군형법 92조가 폐지된다면, 군대내 동성애를 허용하게 돼 군 기강이 무너질 거라고 주장합니다.

군형법 92조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질 경우 대체 법안 입법을 추진하는 등 법적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김규호 목사(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실행위원) : "저희는 본인이 동성애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처벌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을 표현하고 그것을 군대 내에서 유도하는 일들을 행했을 때 상응하는 법적인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성애자들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문제를 놓고서도 양측은 수년 째 찬반 논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달 10일 한 일간지에는 '동성애자의 양심고백'이라는 제목의 전면 광고가 실렸습니다.

지금의 동성애인권운동이 동성애에 대해 좋아보이는 것만 부각시키고 있다며, 한 동성애 전향자가 그 실상을 폭로한 글입니다.

글 첫머리에는 남성 동성애자들의 '식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식성'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뜻합니다.

동성애자의 식성은 절대적입니다.

실제 뚱뚱한 사람을 좋아하는 동성애자도 배가 많이 나온 스타일, 단순 비만 체형, 혹은 몸에 털이 많고 근육질의 베어 스타일 등 추구하는 종류가 세분화되며, 이들은 자기가 추구하는 체형, 외모 외에는 절대 눈을 주지 않습니다.

남성 역할을 하는 '때짜', 여성 역할을 하는 '마짜' 등 그들만의 특정 은어도 등장합니다.

특히, 충격적인 내용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이용하는 '찜방' 실태를 폭로한 부분이었습니다.

동성애자 '찜방'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상가 지하나 외진 곳에 간판도 없이 주로 새벽에 영업하기 때문에 근처 상인들도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동성애자들은 이곳에서 식성에 맞는 사람을 찾아서 하루 밤에 수차례 여러 명과 성관계를 가집니다.

동성애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이 광고는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수차례의 접촉 시도 끝에 동성애의 실상을 폭로한 김정현(가명) 씨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

6년 전부터 동성애를 극복하기 시작해 지금은 이성애자로 전향했다는 정현 씨.

귀여운 연하남을 좋아했었다고 털어놓습니다.

<녹취> 김정현(가명/동성애 전향자) : "보통 동성애자들이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좀 애기 같은 그런 귀여운 애들을 좋아했어요. 연하에. 처음엔 형이었어요. 제가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형이었지만, 어느 정도 20대 중반 들어가니까 이제 식성이 확고해졌죠."

정현 씨는 취재진에게 동성애자들이 자주 접속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를 보여줬습니다.

가입 회원들의 데이트 신청이 실시간으로 올라옵니다.

동성애자들은 보통 이런 사이트를 통해 파트너를 만나게 된다고, 정현 씨는 주장했습니다.

<녹취> 김정현(가명/동성애 전향자) : "'바텀'이라는 것은 '마짜', 즉 여성 역할을 하는 동성애자, '탑'은 남성 역할을 하는 동성애자, '올'은 둘 다 하는 동성애자인데 '올'이라고 하면 대부분 '바텀'으로 봐도 좋아요. 자기가 여성 역할을 한다는 게 말하기 창피하니까 그냥 '올'이라고 얘기하는 거지 대부분 '바텀'이에요."

정현 씨는 특히, 신문 광고에서 언급한 '찜방'을 모든 동성애자들이 드나드는 건 아니지만, 성병과 에이즈가 무작위로 전파되는 곳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김정현(가명/동성애 전향자) : "여긴 통제불능 구역이에요. 그냥 입장료 내고 들어가면 밤이 새도록 몇 사람과 돌아가면서. 콘돔을 쓰는 사람도 있고 안 쓰는 사람도 있고..."

과연 사실일까? 지난 주 토요일 밤. 취재파일4321 제작진은 서울의 남성 동성애자 전용 '찜방' 한 곳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이라 신발장이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녹취> 동성애자 전용 '찜방' 업주 : "(언제가 사람이 제일 많아요?) 제일 많은 건 토요일이고, 그 다음은 금요일이에요."

샤워실과 탈의실, 휴게실 등의 내부 구조는 여느 찜질방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두컴컴한 수면실과 칸막이가 쳐진 여러 개의 작은 방 안에서는 동성애자들의 성행위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김정현(가명/동성애 전향자) : "이성애자들의 윤락업소 수준이라면 저도 얘기를 안하는데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에 인권운동도 이제 이런 것에 대해서 한 번 돌아보고 고칠 것은 고치고 그런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성애자 인권단체 측도 '찜방'의 실태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이은심(반차별공동행동 활동가) : "이성애자들도 나이트클럽에 가서 즐기는 문화가 있고요. 룸살롱에 가서 사람들이 향유하는 문화가 있죠는 문런데 이 경우에만 일부 특정한 문화를 두고 동성애 전체의 문제로 가져오는 것, 저는 그것 속에 어떤 의도가 숨어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63살 이요나 목사가 오랜 만에 서울 이태원 골목을 찾았습니다.

이 목사도 20여 년 전까지 이 부근에서 게이바를 운영하는 동성애자였습니다.

지금은 동성애에서 벗어나 동성애자 치유 상담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녹취> 이요나 목사(홀리라이프 대표) : "저 건물 3층에서 시작해서 돈을 벌어서 이 건물 3층으로 올라왔는데 저기 00라고 한자로 쓰여 있죠? 그게 지금 지하로 내려온 겁니다. 여기는 트랜스젠더들이 쇼하는 클럽이었죠. 여기서 한 10년을 했어요."

'커밍아웃'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했던 30여년 전.

이 목사는 스물일곱 나이에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어머니에게 밝혔습니다.

<녹취> 이요나 목사(홀리라이프 대표) : "난 결혼을 못합니다. 나는 남자를 좋아합니다. 나는 동성연애자입니다. 타고 나면서부터 동성연애자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우시더라고요. 손을 붙잡고, 어떻게 그걸 네가 참아왔냐? 전혀 몰랐다고..."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끝내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지만, 그 후로도 10여 년 동안 이 목사는 동성애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동성애 성향은 바꿀 수 없는 기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이요나 목사(홀리라이프 대표) : "'이건 업보구나. 업보라면 업보를 벗어야 되겠지' 그런 말씀을 하시고 몇 달 후에 유서를 쓰시고. 그런데도 고칠 수 없었어요. 그건 뭐 동성애를 고친다는 개념이 없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일반 국민들은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할까?

<녹취> 황설화(대학생) : "그냥 밖으로 드러내기엔 뭔가 꺼림직한 느낌, 그런게 들어서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아요."

<녹취> 윤성남(개인사업) : "제가 보수적이어서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좀 좋지 않게 생각을 하죠."

<녹취> 양재영(고3 수험생) : "안 좋은 시각으로 보긴 하겠지만, '하지마' '하지마' 이러지는 않을 것 같아요."

<녹취> 진 선(직장인) : "자기 개성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저는 나쁘다는 생각을 잘 안하고 있습니다."

취재파일4321은 KBS 방송문화연구소와 공동으로 전국의 만 12세 이상 남녀 15,600명을 상대로 동성애에 대한 인식을 설문 조사했습니다.

먼저 본인의 성적 지향성을 물었습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1.9%가 동성애자, 6.2%는 양성애자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10대와 20대 젊은 층일수록 동성애와 양성애자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동성애 문제로 고민을 해봤거나 현재 고민중이라고 밝힌 응답자도 전체의 8.2%에 달했습니다.

이번엔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물었더니 이성애와 다를 바 없는 사랑의 한 형태라는 응답과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이라는 응답이 각각 45% 전후로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동성애자들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절반이 넘는 52.5%의 응답자가 찬성을, 26.5%는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군대내 동성애 처벌을 규정한 군형법 92조에 대해서는, 61.5%의 응답자가 군 기강과 위계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26.4%는 동성애자의 평등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므로 '폐지돼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설문 조사는 한국방송리서치 패널을 이용한 인터넷 조사 방식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0.8%p입니다.

<녹취> 염유식(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 "성적 소수자에 대해서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국민들이 생각을 하지만, 구체적인 이슈로 들어가면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알게 모르게 차별을 찬성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군대라는 특수집단에서는 어느 정도의 차별이 허용될 수 있는 상황이 있지 않을까 하고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성애는 영화나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미디어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이제 공론의 장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동성애가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 이번에도 해묵은 찬반 논란만 거듭한다면 동성애는 또, 그들만의 문제로 남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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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동성애자입니다
    • 입력 2010-12-06 08:34:11
    • 수정2010-12-09 13:45:31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주말 대학로 거리에 나온 두 여대생. 다정하게 손을 꼭 잡고 걸어갑니다. 오늘로 사귀기 시작한 지 꼭 1년이 된 레즈비언 커플입니다. 두 사람은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 거듭된 취재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근사한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서로의 마음을 담은 1주년 기념 선물도 준비했습니다. 귀여운 강아지 인형과 편지, 그리고 펜으로 직접 쓴 시집까지...이내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녹취> "어머나 어떻게 해? 진짜 세상에. (좋아?) 손수건 좀 줘. (손수건?) 화장했단 말이야. 아 진짜 어떻게 해? 고마워. (그리고 이건 있잖아.) 이건 뭐야? (내가 앞으로 여기에다 다달이 완전히 다달이는 아니겠지만 시를 써줄게.)" 두 사람은 둘만의 애칭으로 서로를 부릅니다. 음식을 서로 떠먹여 주기까지...여느 이성 커플의 데이트 모습 그대롭니다. <녹취> "애기 조개 줄까? (너 먹어.) 내가 주는 게 싫어? (아니.) 내가 주는 게 좋지? (응.) 그럼 먹어." 날이 날인 만큼 1년 전 오늘을 떠올리며 행복한 회상에 젖어듭니다. <녹취> "얘랑 사귀어야 되는데. 약간 이런 느낌 있잖아. 어떻게 안될까 이런 표정으로 다급해 보였어. (난 몰랐는데.) 그래서 조만간 사귀자고 하겠구나 하고 생각했거든..." 두 사람은 이미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장벽을 넘어선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녹취> 언니,동생 : "저는 부모님한테 얘기를 안했는데요. 아마 제 생각에는 눈치를 채신 것 같은데, 그냥 모르는 척 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은 아직 어렴풋이 밖에 모르시고 사실 생각하고 싶지 않으신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시간이 흐르면서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여러분은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당하게 '커밍아웃'을 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동성애자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갑니다. 이성애자로 전향한 사람들도 웬만해선 자신의 과거를 밝히지 않습니다. 이성애가 '일반'적인 사회 관습과 통념 때문인데, 그래서 동성애자들은 스스로를 '이반'이라고 부릅니다. 동성애...과연 언제까지 그들만의 문제로 남아 있어야 할까요? 19살 이철수(가명) 군은 동성애잡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이성보다는 동성에게 더 마음이 끌렸습니다. <녹취> 이철수(가명/동성애자 19살) : "처음 좋아했던 사람은 2007년부터 2년반 동안 혼자서 좋아했고, 지금은 다른 사람 좋아하고 있는데 역시 조금. (고백을 했을 거 아니에요?) 대놓고 거절한 건 아닌데 거절의 분위기를 많이 풍기는 그런 거였고, 지금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따로 애인이 있어요." 평일 낮인데도 이 군은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지난 6월 다니던 고등학교를 자퇴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이철수(가명/동성애자 19살) : "쉬는 시간마다 제 주위로 몰려와서 성적인 농담을 한다거나 심한 경우 제 앞에서 옷을 벗는 애들도 있었어요. (그런 거 당할 때 기분이 어땠어요?)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이 군은 반에서 2-3등을 할 정도로 학업 성적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6월쯤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감이 됐습니다. 3학년이 돼서는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됐습니다. <녹취> 이철수(가명/동성애자 19살) : "3학년 올라와서 장난끼 많은 애들이 반에 몰리게 된거죠. 체육 시간에 밖에 나가면 저한테 일부러 공을 찬다거나 심지어는 더럽다면서 얼굴에 침뱉은 애도 있었고. 부모님과의 마찰도 컸습니다." 스스로 문제를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어린 나이였습니다. <녹취> 이철수(가명/동성애자 19살) : "어머니께 제가 커밍아웃을 재작년에 했는데 정말 하루 종일 쓰러져서 우셨어요. 그 때 많이 힘들었는데 저도 많이 울었고 어머니는 심하게 반대를 하셨는데 아버지는 의외로 많이 이해해주시고..." <녹취> 박우식/동성애자 28살) : "날씨가 추우니까 어묵 국물이나 붕어빵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박우식과 함께 하시고요. 첫 곡 준비했습니다. FT아일랜드의 '굳은 살이 박혀버려' 띄워드리면서 본격적으로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 청취자는 없어도 마이크를 놓을 순 없습니다. 능숙한 솜씨로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박우식 씨. 28살인 우식 씨도 동성애잡니다. 지난 여름 케이블 방송의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녹취> 박우식(동성애자 28살) : "안녕하십니까? 저는 28살 박우식이고요. 저는 동성애자입니다. 당당하게 나왔고요.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우식 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한 달 전부터 친구 집에 얹혀 살고 있습니다. <녹취> 박우식(동성애자 28살) : "커밍아웃을 한 이유는 관심을 끌려고 한 게 아니라 저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세상의 편견을 좀 깨고 싶어서 당당하게." 커밍아웃 직후엔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격려의 글이 점점 많아지면서 희망을 얻고 있습니다. <녹취> 박우식(동성애자 28살) : "이렇게 글들을 보면 선입견을 가졌던 분들이 선입견을 깨고 정말 동성애자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올라온 글들을 보면서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어려운 처지지만, 우식 씨는 자신을 당당히 밝혔다는 데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찾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족들 생각만 하면 가슴 한 구석이 시려옵니다. <녹취> 박우식(동성애자 28살) : "부모님도 모르셨거든요. 친척들도 그렇고. 방송 보고 알아서. (가족들은 뭐라고 하세요?) 제가 장남인데 좀 창피스럽다고 하죠. 다른 사람들은 다 결혼하고 그러는데..." 우식 씨는 요즘 또 하나의 취미가 생겼습니다. 답답할 때면 한강변에 나가 자전거를 탑니다. 앞으로 성적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우식 씨. 한 가지 작은 소망이 있다면, 동성애자도 똑같은 사람으로 대접받는 것입니다. <녹취> 박우식(동성애자 28살) : "동성애자는 이상한 사람도 아니고요. 그리고 동물도 아니에요. 똑같은 사람들이고 단지 성적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냥 사람과 사람을 좋아하는 걸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녹록치 않습니다. 지난 달 8일 국가인권위원회. 어버이연합 등 50여 명의 보수단체 회원들이 회의장 앞까지 들이닥쳤습니다. 군대내 동성애 처벌을 규정한 군형법 92조에 대해 인권위가 위헌 취지의 결정을 내리자 이에 격분한 겁니다. <녹취> "이 빨갱이 XX들. 다 잡아들여. 빨갱이 XX들..." 거친 욕설과 몸싸움으로 난장판이 되자 경찰까지 출동했습니다. <녹취> "항의 방법이 잘못 되셨어요. 어르신. 우선 나가셔 가지고..." 복도에 놓여 있던 화분이 깨지고 회의장 출입문까지 부서졌습니다. <녹취> "니네만 인권 있어? 군대에 XX 동성애가 들어온 댄다!" 이번에 논란이 된 군형법 92조에는 "계간(鷄姦) 및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여기서 계간(鷄姦)은 남성간의 동성애를 뜻하는 말인데, 이 규정은 지난 1962년 제정된 이후 군대내 동성애를 처벌하는 근거가 돼왔습니다. 공은 이제 헌법재판소로 넘어갔습니다. 위헌제청 법률심판을 앞두고 최근 헌법재판소 앞에선 군형법 92조의 폐지와 유지를 각각 주장하는 피켓 시위가 잇따라 열리고 있습니다. 동성애자 인권단체 측에선 군형법 92조가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고 평등권과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해당 규정은 폐지돼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이은심(반차별공동행동 활동가) : "지금 계간 조항은 남성간의 합의에 의한 관계를 처벌하고 있거든요. 그럼 합의에 의한 관계를 처벌할 수 있는가, 이게 법적 규제의 대상인가, 이건 새로운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조항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기독교와 보수단체 측은 남북 대치 상황에서 군형법 92조가 폐지된다면, 군대내 동성애를 허용하게 돼 군 기강이 무너질 거라고 주장합니다. 군형법 92조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질 경우 대체 법안 입법을 추진하는 등 법적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김규호 목사(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실행위원) : "저희는 본인이 동성애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처벌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을 표현하고 그것을 군대 내에서 유도하는 일들을 행했을 때 상응하는 법적인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성애자들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문제를 놓고서도 양측은 수년 째 찬반 논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달 10일 한 일간지에는 '동성애자의 양심고백'이라는 제목의 전면 광고가 실렸습니다. 지금의 동성애인권운동이 동성애에 대해 좋아보이는 것만 부각시키고 있다며, 한 동성애 전향자가 그 실상을 폭로한 글입니다. 글 첫머리에는 남성 동성애자들의 '식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식성'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뜻합니다. 동성애자의 식성은 절대적입니다. 실제 뚱뚱한 사람을 좋아하는 동성애자도 배가 많이 나온 스타일, 단순 비만 체형, 혹은 몸에 털이 많고 근육질의 베어 스타일 등 추구하는 종류가 세분화되며, 이들은 자기가 추구하는 체형, 외모 외에는 절대 눈을 주지 않습니다. 남성 역할을 하는 '때짜', 여성 역할을 하는 '마짜' 등 그들만의 특정 은어도 등장합니다. 특히, 충격적인 내용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이용하는 '찜방' 실태를 폭로한 부분이었습니다. 동성애자 '찜방'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상가 지하나 외진 곳에 간판도 없이 주로 새벽에 영업하기 때문에 근처 상인들도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동성애자들은 이곳에서 식성에 맞는 사람을 찾아서 하루 밤에 수차례 여러 명과 성관계를 가집니다. 동성애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이 광고는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수차례의 접촉 시도 끝에 동성애의 실상을 폭로한 김정현(가명) 씨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 6년 전부터 동성애를 극복하기 시작해 지금은 이성애자로 전향했다는 정현 씨. 귀여운 연하남을 좋아했었다고 털어놓습니다. <녹취> 김정현(가명/동성애 전향자) : "보통 동성애자들이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좀 애기 같은 그런 귀여운 애들을 좋아했어요. 연하에. 처음엔 형이었어요. 제가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형이었지만, 어느 정도 20대 중반 들어가니까 이제 식성이 확고해졌죠." 정현 씨는 취재진에게 동성애자들이 자주 접속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를 보여줬습니다. 가입 회원들의 데이트 신청이 실시간으로 올라옵니다. 동성애자들은 보통 이런 사이트를 통해 파트너를 만나게 된다고, 정현 씨는 주장했습니다. <녹취> 김정현(가명/동성애 전향자) : "'바텀'이라는 것은 '마짜', 즉 여성 역할을 하는 동성애자, '탑'은 남성 역할을 하는 동성애자, '올'은 둘 다 하는 동성애자인데 '올'이라고 하면 대부분 '바텀'으로 봐도 좋아요. 자기가 여성 역할을 한다는 게 말하기 창피하니까 그냥 '올'이라고 얘기하는 거지 대부분 '바텀'이에요." 정현 씨는 특히, 신문 광고에서 언급한 '찜방'을 모든 동성애자들이 드나드는 건 아니지만, 성병과 에이즈가 무작위로 전파되는 곳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김정현(가명/동성애 전향자) : "여긴 통제불능 구역이에요. 그냥 입장료 내고 들어가면 밤이 새도록 몇 사람과 돌아가면서. 콘돔을 쓰는 사람도 있고 안 쓰는 사람도 있고..." 과연 사실일까? 지난 주 토요일 밤. 취재파일4321 제작진은 서울의 남성 동성애자 전용 '찜방' 한 곳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이라 신발장이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녹취> 동성애자 전용 '찜방' 업주 : "(언제가 사람이 제일 많아요?) 제일 많은 건 토요일이고, 그 다음은 금요일이에요." 샤워실과 탈의실, 휴게실 등의 내부 구조는 여느 찜질방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두컴컴한 수면실과 칸막이가 쳐진 여러 개의 작은 방 안에서는 동성애자들의 성행위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김정현(가명/동성애 전향자) : "이성애자들의 윤락업소 수준이라면 저도 얘기를 안하는데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에 인권운동도 이제 이런 것에 대해서 한 번 돌아보고 고칠 것은 고치고 그런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성애자 인권단체 측도 '찜방'의 실태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이은심(반차별공동행동 활동가) : "이성애자들도 나이트클럽에 가서 즐기는 문화가 있고요. 룸살롱에 가서 사람들이 향유하는 문화가 있죠는 문런데 이 경우에만 일부 특정한 문화를 두고 동성애 전체의 문제로 가져오는 것, 저는 그것 속에 어떤 의도가 숨어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63살 이요나 목사가 오랜 만에 서울 이태원 골목을 찾았습니다. 이 목사도 20여 년 전까지 이 부근에서 게이바를 운영하는 동성애자였습니다. 지금은 동성애에서 벗어나 동성애자 치유 상담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녹취> 이요나 목사(홀리라이프 대표) : "저 건물 3층에서 시작해서 돈을 벌어서 이 건물 3층으로 올라왔는데 저기 00라고 한자로 쓰여 있죠? 그게 지금 지하로 내려온 겁니다. 여기는 트랜스젠더들이 쇼하는 클럽이었죠. 여기서 한 10년을 했어요." '커밍아웃'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했던 30여년 전. 이 목사는 스물일곱 나이에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어머니에게 밝혔습니다. <녹취> 이요나 목사(홀리라이프 대표) : "난 결혼을 못합니다. 나는 남자를 좋아합니다. 나는 동성연애자입니다. 타고 나면서부터 동성연애자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우시더라고요. 손을 붙잡고, 어떻게 그걸 네가 참아왔냐? 전혀 몰랐다고..."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끝내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지만, 그 후로도 10여 년 동안 이 목사는 동성애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동성애 성향은 바꿀 수 없는 기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이요나 목사(홀리라이프 대표) : "'이건 업보구나. 업보라면 업보를 벗어야 되겠지' 그런 말씀을 하시고 몇 달 후에 유서를 쓰시고. 그런데도 고칠 수 없었어요. 그건 뭐 동성애를 고친다는 개념이 없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일반 국민들은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할까? <녹취> 황설화(대학생) : "그냥 밖으로 드러내기엔 뭔가 꺼림직한 느낌, 그런게 들어서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아요." <녹취> 윤성남(개인사업) : "제가 보수적이어서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좀 좋지 않게 생각을 하죠." <녹취> 양재영(고3 수험생) : "안 좋은 시각으로 보긴 하겠지만, '하지마' '하지마' 이러지는 않을 것 같아요." <녹취> 진 선(직장인) : "자기 개성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저는 나쁘다는 생각을 잘 안하고 있습니다." 취재파일4321은 KBS 방송문화연구소와 공동으로 전국의 만 12세 이상 남녀 15,600명을 상대로 동성애에 대한 인식을 설문 조사했습니다. 먼저 본인의 성적 지향성을 물었습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1.9%가 동성애자, 6.2%는 양성애자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10대와 20대 젊은 층일수록 동성애와 양성애자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동성애 문제로 고민을 해봤거나 현재 고민중이라고 밝힌 응답자도 전체의 8.2%에 달했습니다. 이번엔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물었더니 이성애와 다를 바 없는 사랑의 한 형태라는 응답과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이라는 응답이 각각 45% 전후로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동성애자들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절반이 넘는 52.5%의 응답자가 찬성을, 26.5%는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군대내 동성애 처벌을 규정한 군형법 92조에 대해서는, 61.5%의 응답자가 군 기강과 위계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26.4%는 동성애자의 평등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므로 '폐지돼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설문 조사는 한국방송리서치 패널을 이용한 인터넷 조사 방식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0.8%p입니다. <녹취> 염유식(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 "성적 소수자에 대해서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국민들이 생각을 하지만, 구체적인 이슈로 들어가면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알게 모르게 차별을 찬성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군대라는 특수집단에서는 어느 정도의 차별이 허용될 수 있는 상황이 있지 않을까 하고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성애는 영화나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미디어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이제 공론의 장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동성애가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 이번에도 해묵은 찬반 논란만 거듭한다면 동성애는 또, 그들만의 문제로 남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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